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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스압) 더 마블스 후기

생각보다는 괜찮음.

보는 도중에 언제 끝나지, 지루하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음.

 

내 기준에 토르4보다는 낫더라.

블랙팬서2보다는 훨씬 나았고.

 

근데 이건 내가 앤트맨3, 닥스2도 재밌게 본 사람이라 그런 거 같고

냉정하게 보면 굳이 찾아 볼 수준은 아니다정도인 듯.

 

점수로 치면 2.5.

좀 후하게 주면 그냥저냥 평범하다는 느낌에서 3.

좀 짜게 주면 뭐 땡기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2.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내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거 영화가 좀 밍숭맹숭하게 대충 지나가는 부분이 많다는 거였음.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런 건지

꽤 많은 부분을 그냥 대사로 때우고 넘어감.

 

감정적으로도 스토리의 구조로 봤을 때도

이 부분 중요하다.”, “여기서 뽕맛을 줘야해!” 하는 타이밍인데도 그냥 별 감흥 없이 스윽 지나가고 끝나버려.

그게 참 많이 아쉬웠음.

 

이게 생각보다 전반적인 전개는 나름 매끄러움.

물론 좋다는 건 아니고,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긴 한데 그래도.

 

토르4나 블랙팬서2는 옘병 그냥 전개부터가 겁나게 덜그럭거린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거슬렸는데 이거는 그 정도는 아님.

 

어쨌든 어떻게어떻게 잘 끌고 왔으니

중요한 부분에서 임팩트만 한 번씩 콱콱 심어주면 괜찮을 거 같은데

정작 그 중요한 부분에서 그냥 흐물텅~ 하고 끝내버리니 김이 팍 새버림.

 

 

 

 

지금 생각나는 장면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자면,

 

1. 캡틴마블이 주저하는 미즈마블한테 줄 건 줘일갈하는 장면.

 

대충 초반에서 중반 넘어갈 즈음에

행성째로 풍비박산나고 있는 스크럴들 전부 구할 수는 없다고 포기하고 떠나야 한다고 일갈하는 거.

 

갑자기 뭔 악당이나 할 법한 대사를 해버리니까

솔직히 이거 약간 캐릭터 붕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근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자면,

 

어쨌든 일반적으로 히어로가 할 대사는 아니었고,

미즈마블도 자신의 우상이었던 캡틴마블이 그런 말을 한다는 점에서 좀 충격을 받는 듯한 묘사가 나옴.

 

그래서 난 이 부분을 어떻게 좀 써먹을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더라.

 

캡틴마블의 독선적인 정의.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비롯된 줄 건 줘마인드.

계산적인 구원.

 

뭐 이런 부분들을 더 조명을 해주고,

미즈마블은 캡틴마블을 마냥 완벽한 우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 짊어지고 있는 이런 영웅적인 고뇌들을 보고 적잖이 충격도 받고 고민도 하고,

그와 동시에 어떤 연민과 그녀 역시 그냥 사람이구나하는 이해도 하게 되고,

모니카 역시 단순히 돌아온다고 해놓고 돌아오지 않은 미운 이모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캡틴마블을 바라보게 되고,

 

그러다 결국은 셋이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고 하나의 팀이 되면서

캡틴마블의 부담감을 셋이 분담하게 되고, 그녀의 독선적인 정의관에 변화가 온다.

 

뭐 이런 식으로 조금 더 풍부하게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냥 대충 대사로 때워버림.

 

- 아까 화내서 ㅈㅅ

- ㄴㄴ ㄱㅊ

 

뭐야 이게.

 

 

아 그리고 번외로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위와 더불어서 캡틴마블 바쁜 것도 좀 더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음.

 

초반이나 중간중간에 캡틴마블이 혼자 우주선에서 외롭고 쓸쓸해한다는 묘사는 좀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해.

 

스파이더맨이 하루 종일 뉴욕 시민 구하고 환호 받고 돌아다녀도

결국 집에 돌아오면 방세 하나 못 내서 빌빌거리는 가난한 학생이듯이

 

배트맨이 고담 시민 존나게 구하고 악당들 척추 접고 아무리 공포의 존재로 군림해도

결국 배트케이브에 돌아오면 조실부모의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외톨이듯이

 

이러한 대비가 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나약한 모습이 더 관객들의 몰입과 공감을 부른다고 생각하는데

캡틴마블은 이런 게 좀 약함.

조금도 아냐.

개약함.

 

캡틴마블도 전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우주보안관 역할을 자처하지만

결국 우주선으로 돌아오면 친구, 동료 하나 없고 고양이 구스만이 반겨주는,

왠지 21세기 대한민국 어딘가 자취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짠한 쓸쓸함.

 

이런 걸 더 부각해주면 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불어서 미즈마블, 모니카가 동료가 되어 그 외로움을 덜어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더 강조할 수 있고.

더 마블즈라는 영화 제목에 걸맞는 팀적인 분위기도 확 살아날 거 같은데.

 

캡틴마블 맨날 바쁘다 바쁘다 대사로만 설정으로만 겁나 언급하는데

정작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안 보여줌.

한번쯤 보여줄 때 됐잖아.

왜 안 보여줘.

외계인, 행성들 디자인, cg작업이 힘들어서 그런가.

좀 해줘.

 

 

 

 

2. 크리족을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원흉이 사실은 캡틴마블이었다고 밝혀지는 장면.

 

이거 되게 중요한 반전이고 감정적으로 깊은 장면이란 말야?

근데 이것도 그냥 대충 대사로 때우고 넘어가버림.

난 이 부분에서 제일 크게 실망함.

 

내가 캡틴마블 1편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서 1편에 저 반전 떡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번 더 마블스 작중에서는 저게 나름 큰 반전으로 작용함.

 

왜 크리족이 캡틴마블만 보면 자꾸 말살자라고 불구대천의 원수 보듯 쌍욕을 하지?

캡틴마블의 과거 기억에서 엿보이는 저 폭발 장면은 뭐지?

캡틴마블은 왜 자꾸 크리족의 일에 개입하는 거지?

캡틴마블은 왜 모니카를 다시 만나러 오지 않았지?

 

이러한 의문들이 사실은 캡틴마블이 크리족 멸망의 원흉이었기 때문이라는 반전을 통해 파바박 한번에 해소가 되는 건데

이런 중요한 부분을 어떻게 그냥 몇 마디 대사로 때워버릴 수가 있냐고.

참나 진짜 존나게 너무하네.

 

보통 이런 큰 반전은

한창 중요할 때 두둥! 하고 밝혀지지 않나.

 

전투 중 빌런의 분노가 가득 담긴 포효로 밝혀지든,

미즈마블이나 모니카가 우연히 옛 자료들 사이에서 캡틴마블의 비밀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든,

예상치 못 했던 제3자를 통해 밝혀지든,

아무튼 등등등.

 

그래서 마냥 캡틴마블은 착한 편, 크리족은 나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빡 쳐주는 게 정석 아닌가.

 

그러면서 이제 단순히 이 갈등이 상대방을 때려눕힌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고,

이 업보를 어떻게 해소해야 끝이 날까로 이야기를 확장하지 않나.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난관 극복 단계.

이번 영화에서 캡틴마블의 가장 핵심적인 난관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그냥 주연 3인방 대사 몇 줄로 때워버림.

너무 심심해.

 

- 사실 크리족 행성 폭파시킨 거 나임 ㅎㅎ;; 트롤한 거 미안해서 지구 귀환 못 함 ㅈㅅ;;

- 바보! 바보 오니쨩! 가족이란 그런 것도 감싸주는 존재이다요!

 

시팔 뭐야.

왜 이러고 그냥 하하호호 훈훈하게 감싸주고 끝나버리냐고.

그것도 뭔 존나 뜬금없는 호밀밭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뭔데.

 

 

 

 

3. 결말부, 미즈마블과 모니카의 각성 파트.

 

이번 작품 속 캡틴마블의 최대 난관이 크리족 멸망의 업보를 어떻게 해소하는가였다면

미즈마블, 모니카의 최대 난관은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거임.

 

미즈마블 마침내 한 쌍의 팔찌를 전부 갖추고 매직매직 파워업을 시도한다.

모니카 차원의 균열을 닫기 위해 직접 균열 속으로 뛰어든다.

 

근데 이것도 존나 졸속으로 처리함.

진짜 너무 졸속이라 뭐지? 중간에 뭔가를 빼먹었나?’ 싶을 정도였음.

 

 

일단 미즈마블부터 보자면,

저 마법팔찌는 사실 겁나 강한 고대의 마법 아티팩트라고 내내 엄청 띄워줌.

 

작중에서 묘사된 것만 봐도

한 짝이면 우주를 뛰어넘는 웜홀을 열 수 있고,

두 짝을 다 모으면 멀티버스마저 넘나들 수 있는 차원포탈 생성기 수준임.

 

거의 뭐 인피티니 스톤급이야.

아니, 묘사만 보면 더 강력한 거 같어.

 

실제로 빌런도 팔찌 2개 차고 무리해서 차원문 열다가

그 거대한 힘을 감당 못하고 가루처럼 폭사해버린단 말야.

가오갤 1편에서 그 컬렉터 여자 조수 빨간 피부 애가 인피니티 스톤 잡았을 때처럼.

 

난 그래서 미즈마블이 팔찌 2개 찰 때도

뭔가 좀 더 긴장되고 비장하게 거대한 힘을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줄 줄 알았음.

 

가오갤 1편에서 스타로드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지만 다 같이 힘을 모으니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처럼

뭔가 그런 임팩트 있는 연출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딸깍 차고 됐당ㅎㅎ 세트템 맞췄당ㅎㅎ이러고 말아버려.

뭐야 이거.

 

그런 강대한 힘을 받아들이는 단계는 이미 미즈마블 드라마에서 다 했나?

그래서 설정상 그런 단계가 필요가 없는 건가?

이건 내가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네.

 

아무튼 운명이 날 이끌었음ㅎㅎ이러더니 그냥 쉽게 차고 쉽게 힘을 얻으니까 너무 맥빠짐.

 

 

모니카가 차원 균열 닫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너무 맥빠져.

 

캡틴마블, 미즈마블의 풀파워 에너지를 맨몸으로 직접 받아들인 뒤, 그 힘을 이용해 차원 균열을 닫는다.

근데 균열을 닫으려면 반대쪽에서 닫아야 한다.

 

이 말을 들으면 너무너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음?

 

반대쪽에서 닫는다고? 그럼 넌 어떻게 나올 건데?”

 

아니 존나 너무 당연하잖아.

문을 닫을 건데 안에 들어가서 닫겠대.

그럼 넌 어떻게 나올 거냐고ㅋㅋㅋ

 

뭔 영구와 땡칠이 꽁트도 아니고, 문 닫은 뒤에 아차차! 이지랄 할 건 아니잖아.

박명수 정준하 입 닫고 빵이나 먹어그 짤처럼 균열 닫고 몸으로 비빌 거 아니잖아.

 

난 그래서 당연히 저 계획을 듣자마자

신파 하나 찍겠구나, 모니카가 내가 희생하겠다고 어쩌구저쩌구 설득하고 뭐 하겠구나,

아니면 희생을 막기 위해 재치 있는 다른 계획을 짜내든 하겠구나 싶었음.

 

근데 그런 거 없이 너무 태연하게 그냥 계획을 진행하는 거임!

 

그래서 머지? 머지? 뭐임? 내가 모르는 어떤 기술이 있나?’ 이러고 보고 있는데

미친 진짜 영구와 땡칠이식 아차차!를 하고 있는 거임!!

 

정확히는 모니카는 애초부터 희생할 계획으로 반대편으로 건너간 거고,

캡틴마블은 그제서야 어라? 맞네? 건너가서 닫으면 못 돌아오네?’ 이걸 깨닫고

안 돼! 널 잃을 수는 없어!’ 뒤늦게 신파를 찍는데

이게 존나 어이가 없음.

 

너무 어거지 희생이잖아.

이게 캡틴마블이야 땡칠이마블이야.

너무 능지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영화 끝나고 쿠키를 보니까

어떻게든 무조건 모니카를 차원 너머로 날려보내야 할 영화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이건 좀 아니잖어.

 

너무 맥빠져.

진짜로.

 

 

 

 

이처럼 연출상 큰 임팩트 없이

하이라이트를 대강대강 흘려버리는 단점이 꽤나 크게 느껴져서 많이 아쉬웠음.

그 전까지 끌고 가기는 어느 정도 잘 끌고 가놓고 이래버리니 더욱더.

 

 

 

 

그 외에 또 생각나는 아쉬운 점이라면,

빌런 너무 무매력 양산형인 거.

 

마블 영화에서 빌런이 무매력 양산형 일회용 몰개성 쌉노잼인 거는

거의 역사와 전통 수준이라 별다를 일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어쩜 이렇게 매번 좆밥같은 빌런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금할 수가 없음.

 

 

 

 

빌런 컨셉은 나름 나쁘지 않음.

좀 신박한 부분도 있어.

 

캡틴마블이 파멸시킨 크리족 행성의 지도자.

크리족의 평화로운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물불 안 가림.

 

근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다른 행성의 것을 강탈하는 것.

어떻게?

팔찌 한 쪽으로 웜홀을 만들어서 남의 행성에 있는 걸 산지직송 통째로 뜯어오기.

대기, 바다, 태양, 크리족이 잃어버린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이거 좀 신박해서 재밌었음.

 

이거 제작비 더 써서 연출을 더 진지하게 가져갔으면

진짜 호러에 가까운 절망, 공포 뽑아낼 수 있는 소재 아닌가.

 

슈퍼맨 맨 오브 스틸에서도 지구 통째로 테라포밍 시도하는 거

너무 미친 계획에 너무 거대한 스케일이라 완전히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었거든.

 

그거처럼 좀 더 웅장하게 압도되게끔 뽑았으면 더 무서웠을 거 같은데.

 

실시간으로 내가 숨 쉬는 대기가 빨려나가고 있고,

실시간으로 내 눈앞에서 바다가 마르고 있고,

실시간으로 내 눈앞에서 태양빛이 사그라들고 있다면,

이거 존나 무섭잖아.

이 정신나간 계획을 진심으로 하고 있는 빌런도 덩달아서 존나 무서워질 거 아냐.

 

근데 안 그러더라고.

많이 아쉬움.

 

 

 

그리고 굳이 이런 스케일 부분에서 힘을 주지 않더라도

빌런 캐릭터 자체라도 좀 개성 있게 만들면 좋을 텐데

진짜 너무너무 평범함.

 

예전에 캡틴마블 1편 빌런도 배우만 주드로라는 멋진 배우를 썼지

캐릭터는 진짜 졸라 한심한 빌런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별다르지 않음.

 

뭐 개성 좀 주지.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런가, 내내 빡쳐 있는 표정연기 하나만 하다가 끝나.

 

 

 

 

빌런과의 전투면에서도 좀 아쉬움.

 

사실 캡틴마블의 액션이 좆노잼인 이유 중 하나가

캡틴마블이 너무 밸붕급으로 쎄다는 거임.

 

캡틴마블이 거의 슈퍼맨급으로 너무너무 쎄니까 아무도 이 액션을 받아줄 수가 없음.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라는 아주 큰 약점이라도 있고,

서로 비슷하게 주먹을 견줘볼 수 있는 조드 장군 같은 빌런이라도 있지,

캡틴마블은 아직까지 그런 걸 만난 적이 없음.

 

근데 이번에 처음으로 카운터 같은 걸 만남.

바로 매직팔찌.

 

이 팔찌가 뭔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캡틴마블의 무지성 레이져빔을 흡수해서 빌런의 파워로 전환시켜 줌.

이거 완전 대놓고 쌉카운터잖아.

유사 크립토나이트잖아.

 

난 그래서 이걸 좀 어떻게 써먹을 줄 알았음.

빌런도 파워업해서 뭐 좀 강하게 대적해주고

캡틴마블도 처음으로 자신의 무대뽀 똥배짱 원펀치가 안 통하는 적을 만나서 고전하고,

그걸 동료와 같이 극복하는 그림 하나 만들고.

 

근데 안 나옴.

옘병.

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

그럴 거면 팔찌에 에너지 흡수 설정은 왜 넣은 거야?

씨부랄.

왜 안 쓰냐고.

써 좀.

긴장감 좀 불어넣게 써봐 좀.

 

 

 

 

 

나는 이런 히어로 영화에서는 컨셉을 끝까지 쭉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아이언맨은 아이언맨 슈트가 핵심 컨셉이고

그러니 아이언맨3 마지막에서 슈트 폭발쇼로 화려하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보여주면서 마무리.

 

토르는 번개의 신이라는 설정이 핵심 컨셉이니까

토르3에서 트루 썬더 갓으로 각성하면서 마무리.

 

캡틴 아메리카는 정의감과 방패라는 핵심 컨셉을

시빌워에서 대립하는 정의, 방패를 들 자격이 있는가 등의 메시지로 형상화하여 여운을.

 

가오갤에서는 유쾌한 오합지졸 우주의 탕아들이라는 핵심 컨셉을

전편에 걸쳐 우주의 수호자가 되었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했다가, 결국은 각자 자신의 길을 찾게 된 돌아온 탕아로.

 

 

이렇게 컨셉을 하나 잡고 확실하게 밀고 나갈 때 오는 어떤 뽕맛, 만족감, 완결성, 간지

이런 게 있는 건데 이번 영화는 물론이고, 캡틴마블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런 부분이 많이 약함.

 

캡틴마블 컨셉?

솔직히 잘 모르겠어.

페미, 걸스 캔 두 애니띵?

저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솔직히 그게 잘 느껴지지도 않아.

그나마 1편에서는 좀 저런 게 보였는데, 이번에 2편에서는 저런 느낌도 거의 안 남.

욕 많이 먹더니 접었나봄.

 

블랙팬서도 영화는 다 개구리지만

흑인 해방, 이런 컨셉 자체는 굉장히 확실하게 느껴진단 말야.

그거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서 처참한 거지.

 

근데 이번에 더 마블스는 그래도 컨셉 확실하게 딱 잡고 나옴.

 

세 명의 능력이 얽혀서 능력을 쓰면 서로 위치가 뒤바뀐다.”

 

나는 이거 나름 꽤 재밌는 컨셉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처음 예고편 나왔을 때도 잘만 살리면 재밌겠는데? 싶었음.

 

근데 이것도 잘 안 써먹음 옘병.

 

아니, 컨셉을 하나 잡았으면 뚝심 있게 끝까지 쭈우우욱 밀고 가야지.

왜 쓰다 마냐고.

열받게.

 

 

 

 

극초반에는 좀 썼음.

아직 서로 위치가 왜 바뀌는지도 모르는 상태일 때.

갑자기 서로 위치가 뒤바뀌고, 영문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앞에 악당이 날 죽이려고 하니까 일단 싸우고 본다!

으아아! 아무튼 뭔가 일어나고 있어요오오!

 

초반에 그 장면은 꽤 좋았음.

음악이랑 같이 리드미컬하게 액션씬 뽑는 거 보고 ?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었는데 그게 다임.

퍼킹.

 

셋 위치가 뒤바뀌는 걸로 뭐 더 재밌게 상황을 만들고 써먹어야 할 거 아냐.

왜 안 하냐고.

왜 극초반 액션씬 한 번, 중간에 수련씬 한 번, 중후반에 액션씬 두 번.

왜 이게 다냐고.

왜 그냥 똑같은 치고박고 액션씬이 다냐고.

다채롭게 해봐 좀.

 

 

 

 

앤트맨 봐봐.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자유자재.

이 컨셉 하나로 재밌는 장면 엄청 뽑잖아.

 

크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이걸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주제 하나 던져놓고 브레인스토밍 존나게 돌리는 거 아냐.

 

기본적인 작아졌다 커졌다 액션씬.

토마스 기차를 활용한 개그씬.

원래 도둑이니까 개미랑 같이 두근두근 잠입 액션.

물건 크기를 조절해서 재치 있게 활용하기.

극한까지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 그곳의 미시세계는 어떠할까.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자연스럽게 주제랑도 연결시켜서

크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확고한 어떤 메시지까지.

 

존나 쌔끈하잖아.

깔끔하잖아 아주.

 

이렇게 소재를 다양하게 쭈욱 뽑아먹을 생각을 해야지.

왜 그냥 몇 번 빨아먹고 내다버려.

 

 

 

 

세 명의 능력이 얽혀서 능력을 쓰면 서로 위치가 뒤바뀐다.”

 

이걸 주제로 던져놓고 브레인스토밍 존나 돌려야 할 거 아냐.

이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치고박는 액션씬 말고.

같은 액션씩이라고 할지라도 조금 더 다양하게, 조금 더 신박하게.

 

셋이 능력, 장기가 다 다르니까

상대 상성에 따라 바꾸면서 대처하기.

마치 격투 게임에서 캐릭 바꾸는 거처럼.

 

자유자재로 위치를 옮길 수 있으니까

세 명이 각자 다른 루트로 침투하되 상황에 따라 교체하면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그 어떤 인디 퍼즐, 어드벤쳐 게임 같은 거에서 많이 본 것처럼.

 

그러다 한 번쯤

계속 서로 위치를 바꾸는 게 익숙해질 때 즈음

바꾸는 척하고 안 바꾸는 걸로 훼이크를 한 번 넣어주기.

개그씬으로도 괜찮고, 중요할 때 결정타 넣는 느낌으로도 괜찮고.

 

개그씬으로도 쓰기 괜찮은 능력이잖아.

AB랑 바꾸려고 했는데 호흡 안 맞아서 AC랑 바뀌는 거.

? 너 아니야!

 

혹은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잠깐 자리 회피하려고 다른 애랑 위치 바꾼 다음에 다시 안 바꿔주기.

그런 거 있잖아.

 

캡틴마블 박서준이랑 정략결혼 한 거 되게 민망해하고 수치스러워 하는데

이럴 때 하나 섞어주면 더 웃기지 않나.

 

박서준이랑 단둘이 있는 거 어색해서 일부러 모니카랑 자리 바꾸기.

혹은, 박서준이랑 단둘이 있는 거 어색해서 피했는데 그거 눈치챈 미즈마블이 장난으로 자리 바꿔서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기.

뭐 그런 거 할 수 있잖아.

 

어쩌면 마지막 결말에서도

모니카가 차원 균열 닫고 못 돌아오는 거 억지스럽게 아차차! 이지랄 하지 말고

원래 캡틴마블이 닫는 건데 막판에 모니카가 자리 바꿔서 그냥 혼자 희생하는 걸로 바꿀 수도 있고.

이 세상에 나 모니카는 없어도 되지만, 캡마 맹덕! 자네는 있어야 한다!

 

능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제면으로도 더 확장시켜서 어떻게 이야기를 매듭지어줄 수도 있고 말야.

 

서로가 서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주인공 3인방.

갑작스레 능력이 얽혀서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는 상황.

 

이거 어떻게 주제로 엮을 수 있지 않나.

뭔가 좀 비슷한 느낌 있잖아.

 

능력이 사실상 강제 역지사지인데

이걸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 이해의 역지사지로 엮어볼 수 있지 않나.

 

독선적인 정의 캡틴마블.

맹목적인 광팬 미즈마블.

버림 받고 상처 받은 모니카.

 

이러한 서로의 오해와 몰이해를 역지사지를 통해 이해와 포용으로 전환하여

진정한 하나의 팀이 된다.

더 마블스.

 

뭐 그런 거 있잖아.

 

아무튼 뭐 좀 다채롭게 끝까지 좀 뽑아먹지 참.

기껏 컨셉 신박하게 잡아놓고 참.

1234절 뇌절까지 빨아먹어야 웃긴 건데.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

이거 조금만 어떻게 해보면 더 좋을 수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 많아짐.

생각했던 거만큼 개판은 아닌데? 싶으니까 이왕 할 거 조금 더 해보지 하는 생각이 들음.

 

 

아 그리고 박서준 나오는 장면 개웃겼음.

 

이거는 장면이 좋다기보다는 한국인 한정으로 개웃긴 거 같음ㅋㅋㅋ

박서준이 저기서 저러고 있는 것도 개웃기고

자꾸 노홍철 타령총각 생각나서 미친 개웃김 ㅋㅋㅋㅋ

 

 

 

쿠키는 확실히 기대감 올라가더라.

 

엑스맨이라니.

드디어.

 

2대 호크아이.

커여워.

 

근데 동시에 불안감도 엄습함.

 

마블 이 자식들이 엑스맨을 잘 써먹을 수 있을까.

근데 판타스틱4의 재림인 건 아닐까.

그냥 엑스맨 시리즈는 좋은 추억으로 냅두는 게 낫지 않을까.

 

기대보다 불안이 더 큰 걸 보니

확실히 요즘 마블의 제작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확연히 떨어져 있다는 걸 새삼 느낌.

 

 

4개의 댓글

2023.11.11

그냥 님이 감독하는게 낫겠다ㅋㅋㅋㅋ그리고 중간 캐릭터성의 문제는 각본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도 있다고 봄.

 

샹치도 븅신같았지만 양조위 나오는 장면들은 연기력으로 그냥 뭉게고 넘어갔음ㅋㅋ 아니 양조위가 아내를 만나겠다자나!!!

 

이런게 대배우를 쓰는 이유인가 싶음. 마블스 빌런도 저 답이 없는 상황에서 미친 해답을 갈구하는 역할을 호아킨 피닉스가 했다고 해봐. 좀 달랐을걸

0
2023.11.12
@해해해

ㅇㅇㅇ쌉공감

각본이 조금 띄엄띄엄이라도

배우가 그냥 연기력으로 밀어붙이면

'어... 어... 그, 그런가...?' 하고 따라가게 되는 게 있는데

배우도 별 임팩트가 없으니 걍 캐릭터가 통째로 밍밍해짐

 

호아킨 피닉스가 했다고 생각해보면

뭐 그냥 쌉지리지 ㅋㅋㅋ

양조위의 '아내가 보고싶어'급으로

'우리 고향을 구해야 해...' 나왔으면 그냥 지렸지

1
2023.11.12

읽어보니까 확실히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도 다 놓치긴 했네

0
2023.11.12
@하나둘삼넷

ㅇㅇ너무 놓침

너무 다 쉽게 해결하고 그냥 툭툭 넘어가

 

비단 더 마블스뿐만이 아니라

요즘 마블 영화 자체가 대체로 좀 이런 추세라서 많이 아쉬움

 

좀 더 끄집어내면 좋겠는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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