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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플라워 킬링 문 후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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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라워 킬링 문

 

 

코요테들이 우는 5월이 되면, 달개비나 데이지처럼 키 큰 식물들이 작은 꽃 위로 슬금 슬금 올라와 빛과 물을 훔치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이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 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 killing moon)이라고 부른다.

 

 

 

 

 

1803년 토마스 재퍼슨이 루이지애나를 사들이면서, 오세이지 족이 살던 땅 역시 미국의 소유가 된다. 그로부터 4년 뒤, 오세이지 족은 자신들이 살던 아칸소 강과 미주리 강 사이의 지역에서 쫓겨나 캔자스로 강제 이주 당한다.

 

 

1870년대 초, 북미 원주민 오세이지 족은 자신들이 살던 캔자스 지방에서 쫓겨나 오클라호마 주의 바위투성이 구역으로 강제 이주당한다.

 

 

1906년 오세이지 족 추장 제임스 빅하트는 미국 연방과 협상을 통해 오세이지 족의 토지 할당량을 늘리고, 오세이지 할당법에 다음 문장을 추가한다. '땅 밑에 묻힌 석유와 석탄, 가스, 광물은 오세이지 부족의 몫이 된다.'

 

 

1917년 오클라호마에서 검은 석유가 치솟으면서 오클라호마에 사는 원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된다.

 

 

1921년 미국 정부는 이들의 소유권을 견제하기 위해 오세이지 혈통이 절반 이상 섞인 이들은 '능력'을 입증할 때까지 후견인을 두는 제도를 통과시킨다. 후견인의 대부분은 그 지역의 백인 사업가나 변호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클라호마는 오세이지의 땅이지만, 이 땅의 소유권을 상속 받는데에는 아무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20년 초 24명의 오세이지 인디언들이 불미스러운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사건의 대부분은 페어팩스 근처에서 이루어졌으며 1926년 '오세이지 힐스의 왕'이라고 불렸던 윌리엄 k 헤일이 체포되면서 종식된다.

 

 

욕망과 돈이 끓어오르는 1920년.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은 가장 야만적인 시대를 담담하게 펼치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이 그림 속에서 늑대를 찾을 수 있는가?

 

 

 

 

 

 

 

 

 

 

 

 

2. 어니스트 버크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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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버크하트.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윌리엄 k 헤일의 조카로서, 오세이지 족 연쇄 살인사건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삼촌과 공모하여 오세이지 족인 몰리 카일과 결혼, 그녀의 자매와 처남, 어머니와 사촌을 살해한 뒤, 그들의 토지 문서와 보험 채권을 현금화 하였다. 마지막에는 몰리 카일까지 독살하려고 했지만, 이 시도는 실패하였고 범죄 사실이 발각되어 체포된다.

 

 

[플라워 킬링 문]에 등장하는 어니스트 버크하트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비해 매우 복잡한 인물처럼 나온다. 조금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언제나 사건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항상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는 가정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아내를 찾으며 사랑을 부르짖는 모습은 그가 정말 이용당한 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하게 만든다.

 

 

왜 어니스트 버크하트는 이런 인물이 되었을까? 마틴 스콜세지는 어니스트라는 인물을 이 사건 중심에 놓고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어니스트라는 인물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를 하기 전에, 영화를 다시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영화의 배경 오클라호마에서는 인디언들에 대한 '후견인' 제도가 있었다. "무능하고" "문명화가 덜 된" 인디언들을 금치산자로 규정하고 백인 후견인들을 통하여 돈을 타 쓰게 하는 제도였다. 이 제도 아래에서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돈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입장이 되었으며, 백인 후견인과 사업가들은 인디언들의 토지와 재산을 노리고 그들과 결혼하고 살해하는 일을 반복하며 재산을 갈취했다.

 

 

문명화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원주민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이야기는 먼 옛날부터 빈번하게 벌어진 이야기다. 마치 솥에 개구리를 집어넣어 천천히 삶아죽이든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속이고 묶어둔 뒤엔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의 배경인 페어팩스 마을로 축소하면 '오세이지 힐스의 왕' 윌리엄 k 헤일과 오세이지 족의 관계로 이어진다.

 

 

윌리엄 k 헤일은 오세이지족의 말을 배우고, 그들의 땅에 도로와 학교를 지어주었으며 언제나 다정한 그들의 친구라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오세이지 족들의 살해를 공모하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계획을 짜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말려죽이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며, 언제나 도움을 줄것이라는 달콤한 말을 속삭인 뒤,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자 뒷공작을 벌이는 것이다.

 

 

다시 이 이야기를 축소하면 어니스트 버크하트와 몰리의 관계로 이어진다.

 

 

언제나 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가족과 재산을 모두 빼앗으려고 들었고 독살까지 망설이지 않았다. 항상 입으로 사랑을 말하면서 어니스트 버크하트의 행동은 파괴적이고 쾌락을 추구한다. 그가 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다. 몰리가 죽고나면, 그 재산이 자신에게 들어오기 때문에.

 

 

인디언들의 '야만'은 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명화를 겉치레로 내세우는 문명인들의 야만은 교묘한 겉치레로 숨겨져 있다. 선의라고 주장하면서, 당신을 위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숨통을 틀어쥐고 죽이는 것이다. 

 

 

어니스트와 몰리의 관계는 이 영화, 그리고 이 사건 전체에 흐르고 있는 문명의 야만이 사람을 침식하고 합리화하다가 발가벗겨진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물론, 관객까지 속이려들었던 비루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을.

 

 

 

영화의 마지막 순간.

 

 

몰리 카일은 어니스트 버크하트와 대화를 나눈다.

 

 

짧은 대화 속에서, 그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그저 늑대에 불과했을음 간파한 그녀는 어니스트를 떠난다.

 

 

그리고 이 장면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 이야기 속에 숨어있던 늑대를 찾았는가?

 

 

 

 

 

 

 

 

 

 

 

3. 위령제

 

 

 

 

 

 

 

 

영화는 마지막 순간.

 

 

판결을 받은 악당들의 모습을 비춰주지 않는다.

 

 

마치 희극이 마무리된 것처럼 그들의 판결을 연출한다.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죗값도 치르지 않는다. 

 

 

몰리의 가족들이 죽은 살인 사건은 몰리의 부고란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있었지만 현실은 비참하기만 하다.

 

 

내게 이 장면은 마치 가해자인 미국인의 시선으로는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재판을 받는 범죄자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도, 재판에 승리한 오세이지 족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모두 이 사건의 허무한 마무리와 남아있는 갈등에 비하면 왜곡일 뿐이다.

 

 

이를 텍스트로 출력하는 것 또한 사건에 대한 반성과 걸맞지 않다.

 

 

 

 

 

 

대신 마틴 스콜세지는 담담하게 사실을 풀어낸 뒤, 오세이지족들의 위령제를 시작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손에서 풀어야 한다는 듯, 작품은 오세이지 족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당신은 이 그림 속에서 늑대를 찾을 수 있는가?

 

 

[플라워 킬링 문은] 우리를 당시의 야만 한가운데에 던져놓는다. 감언이설로 나를 속이려는 늑대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 끔찍한 사건의 허무한 결말과, 이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작품은 말한다. 여기 야만의 시대에 휩쓸린 사람들이 있다고.

 

 

 

 

 

 

 

 

 

 

 

 

7개의 댓글

2023.10.19

유기적인 캐릭터들, 비극적인 이야기

디스 이즈 시네마

0
2023.10.19
@파랑1

ㄹㅇ

0
2023.10.19

중간에 몰리가 워싱턴 가서 만난 대통령이 누구지

0
2023.10.23
@또레나

캘빈 쿨리지

1
2023.10.23
@네르기간테
0
2023.10.19

재밌는데 너무길어ㅜㅜ

0
2023.10.22

재밌게 봤는데 석유 하니까 데어 윌비 블러드도 생각나더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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