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임.
너무 전형적이야.
이거 개봉했을 적에 하정우, 주지훈이 성시경 먹을텐데에 홍보차 나와서 한 얘기가 있음.
'장점도 단점도 없다는 평이 있던데, 사실 그건 좋은 평이다.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영화라는 뜻이니까.'
아마 하정우가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함.
저게 만약 그냥 홍보차 나왔으니 커버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저거야말로 한국영화가 왜 침체 중인지 아주 정확히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함.
저러니까 한국영화 제목이랑 포스터만 보고도 '진행시켜' 템플릿이 10분만에 쫙 나오지.
장점도 단점도 없다는 거.
영화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이거 절대 좋은 평가 아님.
누군가는 '모난 구석 없는 육각형 영화라는 뜻 아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내 느낌으로는 '1년만 지나도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영화'에 더 가까운 느낌임.
너무 평탄해.
이거 씨발 좆구려, 하고 학을 뗄 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임팩트 있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게 몇 년 전에 나왔다면 평가가 좀 달랐을 수도 있을 거임.
근데 이젠 아니야.
이런 전형적인 영화 너무 많이 나왔고, 너무 뻔해졌음.
이걸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왜 흥행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진짜 영화인과 관객의 시선 사이에 간극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여실히 느껴짐.
백종원 아저씨가 가게 솔루션할 때마다 맨날 하는 말이 있잖아.
이 가게에 이 음식을 먹으러 오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특별함이 필요하다고.
근데 이 영화에는 그게 없음.
영화가 그냥 무난무난덩어리 휴게소 음식 같은 느낌인데
이걸 왜 비싼 표값 내고 극장까지 와가면서 보냐고.
먹고나서 욕할 정도는 물론 아니지만
그래서 기억에도 안 남음.
'이 정도 시나리오면 뭐 적당히 흥미진진하고,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감동적이고, 적당히 적당히 괜찮잖아?'
만약 이 영화의 흥행 예측에 이런 마인드가 작용했다면,
개뿔도 없는 내가 뭐 당연히 우리나라 관객들을 대변할 자격은 없지만
감히 말하건대
우리나라 관객들 이제 이런 거 안 봄.
차라리 호불호가 씨게 갈릴지언정 탕후루니 마라탕이니 내 입맛에 맞는 특별한 걸 찾으려고 하지,
이렇게 그냥 무난하기 짝이 없는 삼립 보름달, 샤니 꿀호떡 같은 거 누가 굳이 찾아가서 봐.
하다못해 포켓몬 빵처럼 뭐라도 하나 끼워주던가.
나는 이 비공식작전이랑 나름 경쟁작이었던 밀수도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음.
사실 밀수도 되게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고 생각함.
어떻게 보면 비공식작전에 비해 단점이 훨씬 더 많다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음.
근데 그래도 난 둘 중에 뭐 다시 볼래, 하면 밀수 볼 거임.
그래도 밀수에는 밀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맛이 좀 있거든.
밀수라는 소재도 그렇고, 새로운 얼굴들도 있고, 약간의 반전들도 있고.
하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할수록
이거는 좀 아닌 거 같애.
내 실망감이 커서 지금 말이 많이 날카롭고 자극적으로 나가고 있는데
그만큼 실망감이 큼.
그냥 무난무난한 영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무난무난한 와중에도 특별한 거 한 스푼씩은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나 엘리멘탈도 입소문 타길래 봐봤는데
'뭐야..? 그냥 무난무난한 픽사 애니메이션인데? 딱히 별거 없는데?' 하고 좀 실망했던 기억이 있음.
근데 그래도 비주얼은 새롭잖아.
원소들의 세상이라는 소재를 아기자기 예쁘게 새롭게 잘 구현해서 보는 맛은 있잖아.
스토리도 동양인 이민자들의 갬성을 잘 녹여놔서
크게 새롭지는 않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제법 공감이 가는 소소한 포인트들이 있잖아.
근데 비공식작전 이거는 뭐냐고.
새로운 게 진짜 아무 것도 없어.
내가 제일 먼저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라고 느꼈던 시점이
작품 거의 극초반 하정우가 외교부에서 미국 가네 마네, 중동으로 사람을 보내네 마네, 그런 얘기할 때였음.
그 장면 그냥 캡쳐만 해서 여기 올려도
아마 다들 이게 지금 무슨 장면이고, 무슨 캐릭터들이고, 무슨 톤으로 연기하고 있는지
훤히 보일 거임.
그냥 존나 뻔해 옘병.
한치의 빗나감도 없이 똑같이 흘러감.
"아니, 저 미국 주재원 보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야,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나도 네가 갈 줄 알았지."
익히 아는 하정우식 능글맞으면서 답답하고 억울해하는 연기.
익숙하디 익숙한 조연배우들의 익숙하기 짝이 없는 외교부 공무원 연기.
안 봐도 무슨 맥락일지 너무 뻔해서
그냥 3줄 요약하고 다음 장면 보여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음.
배우라도 새로운 얼굴들이면 새롭게 느껴질 텐데
거 다 아는 얼굴들이야.
여름방학 끝나고 다시 모인 반 친구들도 아니고 외교부 장관실에 모인 사람들 이름 다 알어.
그리고 이런 느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짐.
하정우, 주지훈 캐릭터간의 케미도 너무 뻔하고
액션도 딱히 뭐 새로운 거 없고
반전이랄 것도 없고
감동이랍시고 넣은 건가? 싶은 장면은 진짜 별로였고.
실화 기반이라 스토리가 다소 허무하거나 밋밋할 수 있는 거.
그거는 이해함.
그럼 묵직한 맛이라도 있든가.
비슷한 장르인 모가디슈는 어떻게 보면 더 별거 없고, 더 뻔한 남북한 소재임.
근데 그거를 마냥 뻔하게 가지 않고
묵직하게 담담하게 다루면서 '오... 이거 좀 울림이 있는데...?' 이런 맛을 줬단 말야.
근데 비공식작전 이거는
실화 소재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실화라서 줄 수 있는 어떤 그 리얼함, 감동이 없음.
되게 그냥 한국식 흥행 영화 공식대로 딱딱 찍어만든 느낌이야.
솔직히 진짜 나쁘게 말하면
챗gpt한테 시나리오 대신 써달라고 한 거 같음.
챗gpt한테 이야기 만들어달라고 하면 독창적인 요소 거의 없이
되게 이런 느낌의 무난하고 천편일률적인 얘기만 써주는데
그거 본 느낌이야.
너무 실망이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이 큰 기대는 안 했다만
이거 감독이 '끝까지 간다' 감독이라서 일말의 기대는 있었는데.
내가 지금 쓰면서 느낀 아쉬운 부분들은 다음 3가지임.
1. 하정우, 주지훈 캐릭터간의 케미가 너무 얄팍함.
착한놈&나쁜놈 버디 영화는 거의 뭐 클랙식이지 이제.
나도 버디 영화 엄청 좋아함.
근데 여기서는 하정우, 주지훈 케미가 너무 빈약함.
원래 이런 버디물은 서로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아옹다옹하고, 또 어떻게 친해지는가.
그러다 결국 후반부 최고 하이라이트에서 어떻게 둘 사이에 쌓여 있는 서사를 폭발시키는가.
이런 게 맛이잖아?
근데 이런 게 별로 없음.
되게 밍밍해.
초반부 제일 큰 갈등이었던 돈 훔친 것도 그냥 '여친이 돌려주랭 ㅎㅎ;;' 이런 걸로 해결되어버리고
후반부 탈출 여정에 주지훈이 끼냐 마냐 얘기할 때도 그냥 '마! 그라입시더! 다 돕고사는 거 아니겠심니꺼!?'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합류해버리고.
캐릭터의 개성도 별로 없고, 둘간의 케미도 별로 없고
맛이 없어 그냥.
무미야.
2. 표현이 너무 무난함.
위에서 말했듯이
이게 실화 기반인 만큼 스토리가 평이할 수 있는 거는 이해가 감.
근데 그러면 그거를 좀 색다르게 보여주기라도 해야한다고 보는데
그런 것도 별로 없음.
예를 들어, 매드맥스 같은 경우.
매드맥스 스토리 졸라 단순함.
그냥 계속 도망치는 거밖에 없음.
그린랜드인가 어딘가 낙원이 있다 그래서 계속 튀는 게 전부임.
근데 재밌잖아.
계속 똑같이 차 타고 튀는 거밖에 안 하지만
이상한 해괴한 추격자들을 계속 투입하니까 재밌잖아.
불 뿜는 기타맨이랑 총알가발 쓴 미친 인간이 쫓아오는데 그게 어떻게 재미가 없겠냐구.
근데 비공식작전은 너무 그 표현이 무난하고 다 비슷함.
익숙한 비주얼의 총 든 중동 깡패들이 막 쫓아와.
알랄랄랄라 찾아라! 킬킬킬! 탕탕탕!
히익 도망쳐! 문 막아!
허겁지겁 빨리 타!
으아악 뒤에서 쏜다, 엎드려!
이거 한 4번 나오나.
내가 모가디슈를 재밌게 봐서 모가디슈랑 비교를 좀 해보자면,
모가디슈도 비슷하게 아프리카 깡패들이 막 쫓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표현이 다채롭단 말야.
1)
대사관에 침입한 깡패들.
진짜로 살벌하게 미간에 총 들이밀고, 금품 다 뺏어가고, 꼬마들 위협하고, 여자들 희롱하고, 그거 막으려고 앞으로 나선 군인 한 명 진짜 뒤지기 직전까지 쳐맞고.
대사관이고 외교관이고 뭐 없는 진짜 말 그대로 아수라장.
2)
완전히 무법도시가 되어버린 밤거리.
꼬마, 여자들 다 데리고 몰래 탈출하려는데 정말 초조하기 짝이 없음.
이러다 누구 마주치면 그대로 다 개죽음임.
그때, 눈앞에 나타난 총 든 꼬마들.
근데 그 꼬마들한테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공포의 상황.
3)
방탄용이랍시고 책, 이불, 문짝 등을 얼기설기 덧대어 붙인 차량을 타고 벌이는 카체이싱.
연출이 다양하잖아.
진짜로 걸리면 뒤질 거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니까 쫄리잖아.
근데 비공식작전은 영 아니야.
너무 무난해.
물론 중동 깡패들이 총질하는 거 무섭지.
무서운데, 그냥 멀리서 총질하는 추격전은 영화라는 매체에서는 너무 피상적으로 느껴짐.
왜?
솔직히 안 맞을 거 알잖아.
나는 뒤에서 총 쏘면서 추격하는 차량 같은 거는
영화적 문법으로 치면 '얘네 지금 못 멈춤' 딱 이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함.
저런 거는 그냥 배경 같은 느낌이잖아.
위기라고 인식이 안 돼.
너무 많이 나오고, 너무 많이 안전하다고 입증이 된 장면이라서.
거기에서 무언가 더 이어지지 않는 이상
개인적으로는 그냥 별 의미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비공식작전은 저기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딱히 보여주지 않음.
그래서 액션이 많이 밍밍해.
실제로 사람도 거의 안 죽음.
죽는 것도 잘 안 보여주고.
진짜 추격자가 코앞까지 다가와서 '와씨, 이거 어떡하냐' 싶은 위기 상황도 거의 없고.
이게 중간중간에 위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구간은 꽤 많단 말야?
근데 그걸 그냥 계속 어영부영 넘김.
더 극한까지 긴장감 있게 밀어붙여서 손에 땀을 쥐게 해줘야 되는데 그냥 '에이 놓쳤다! 철수!' 이러고 넘겨버려.
이 감독 '끝까지 간다'에서는 진짜 미친 쫄깃함, 긴장감을 보여줘놓고 여기서는 왜 이랬을까.
하정우나 주지훈이 직접적으로 싸울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만큼
얘네가 앞으로 나서서 막 싸울 수는 없지만
얘네 지켜주는 갱단들 몇몇 머리 정도는 터트려줄 수 있었을 텐데.
붙잡힐 뻔했는데 마침 폭탄이 터져서 간신히 탈출하고 뭐 그런 거라도.
추격자들이 쫓아올 때
문고리 가구로 막아놓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거의 무적 회피기임.
밖에 아무도 없어 맨날.
3. 실화인데 별로 가슴이 안 웅장해짐.
난 실화 소재의 장점이 실화라는 거 그 자체라고 생각함.
다른 거 별거 없어도
영화 끝날 때 하얀 글자로 '20@@년, 1회 워터밤 행사가 열리다'
이런 역사적 사실 느낌 나는 후일담 몇 자 적어주면
크... 뭔가 이 역사적 사건, 흐름의 한 편린을 맛본 듯한 묘한 뽕맛이 있단 말야.
근데 이거는 그런 게 없어.
분명 긴박한 사건이고, 약간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도 있는 비화도 있고
뭐 있을 건 다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
뭐가 부족하다기보다는 그냥 영화 자체가 밍밍해서 그런가.
뭐 아무튼 이래저래 되게 아쉬움이 크네.
좋은 배우에 영상도 때깔은 좋은데 막 와닿지가 않아.
아 지금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인물들 동기가 너무 밑도끝도 없이 '사람을 구해야지요!' 이걸로 나오는 것도 좀 많이 별로였다.
뭐 씨 뭐 말문 막히면 아무튼간에 "그래서 사람 안 구하실 겁니까!?" 이거 원툴로 밀어붙임.
저런 멘트 중요할 때 한번만 딱 나오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데
계속 써먹으니까 오히려 좀 억지부리는 느낌이라 짜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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