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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 후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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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

 

장르 : 3D 액션 RPG

출시기종 : PS5, STEAM, X BOX ONE

가격 : 64,800원

출시일 : 2023년 9월 19일

 

 

 

* 디럭스 에디션 판 플레이를 기준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한국형 소울라이크 게임으로 화제가 된 [P의 거짓] 원작을 오마주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게임을 만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직접 먹어보니 그 맛은 시원치 않다. 어째서일까? 그래픽도 좋고, 최적화도 잘 된 이 게임은 어째서 이렇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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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투 시스템의 부조화

 

 

 

[P의 거짓]은 리게인을 활용한 빠른 전투 공방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리게인이란, 내가 받은 데미지를 상대를 공격함으로서 회복할 수 있게 만든 전투 시스템을 의미한다. 플레이어가 상대 공격을 가드하면, 가드 데미지의 일부가 리게인으로 전환되고,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맞추면 다시 그만큼 체력이 회복된다.

 

 

또한 [P의 거짓]은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가드하는 '퍼펙트 가드'를 발동할 때 마다 몬스터의 그로기 수치를 올려서 퍼펙트 가드 만으로도 상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이는 읽기만 해도 빠른 공방과 스피디한 전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시스템처럼 보인다. 내가 체력이 떨어질 때 마다 버티는 게 아니라 반대로 상대를 공격해서 피를 채워야 하고, 반대로 상대 공격은 완벽하게 방어하며 빠르게 그로기 게이지를 채워 상대에게 큰 일격을 먹인다. 이를 누적하여 싸우니 단시간에 전투가 끝내지만, 그만큼 전투 한 번 한 번에 몰입도가 높아진다. 상대 모션을 캐치해서 빠르게 공방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의 거짓] 속 전투는 이런 이상적인 상황과 거리가 멀다. 보스와 엘리트 몬스터의 체력이 높고, 반대로 내가 그로기 상황에서 주는 일격의 데미지는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페이즈를 가진 보스들은 통상적인 다른 1페이즈 보스들 체력의 2배를 가지고 있어서 보스전이 더욱 길어진다.

 

 

빠른 공방을 주고 받는 보스전이어야 하지만, 매 보스 트라이가 5분이 넘어간다. 보스들의 패턴은 퍼펙트 가드와 회피에 가장 까다로운 엇박 패턴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보스전의 피로도는 극단적으로 올라간다. 퍼펙트 가드를 성공해서 일격을 먹어도, 그 데미지가 시원치 않다.

 

 

어려운 보스가 걸려서 계속 재도전을 해야 한다면? 매 트라이가 오래 걸리고 내가 경직을 먹여서 얻는 이득도 적다. 2페이즈 보스라면 보스 2명을 연전으로 받는 고행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도전정신 보다는 불쾌함을, 성취감보다는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구성이다. 주어진 규칙 속에서 보스를 통해 유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게 아닌, 그냥 유저를 괴롭히려고 보스를 설계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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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울 장르 테마파크

 

 

 

나는 [P의 거짓]의 스테이지가 매우 짧고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귀찮고 까다로운 기믹이 나온다면, 분명히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강력한 네임드 전투는 반드시 주변에 지름길이 있거나 별바라기가 있다. 쉬어가는 구간이 많고 맵도 짧아서 스테이지 단계에서 불편하다거나 너무 깨기 어렵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함정이 많아서 성가시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함정은 너무 뻔한 방식으로 작동했다. 유저를 속여서 어떤 재미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흩뿌려둔 함정이 다양하게 있으며, 매복은 지겹고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나와서 감흥이 없어질 정도였다.

 

 

이 지점에서 나는 [P의 거짓]의 설계가 합리적이고 짧다고 생각한 걸 재고할 수 밖에 없었다. [P의 거짓]의 맵 구조는 짧고 합리적인게 아니다. 이 게임의 맵 설계는 그냥 소울류 게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골몰했기 때문에, 그걸 마치 테마파크 처럼 잘라내서 여기저기 이어 붙인 누더기 같은 형태기 때문에 짧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이 게임은 마치 무언의 안내원과 함께 '소울 장르 테마파크'에 던져진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구간에서 소울류 게임에서 봤던 함정이 펑! 하고 발동하면 머릿 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네, 발판인줄 알았는데 함정이었다. 소울류 게임에서 좀 보던 패턴이죠?' 그리고 다음 구간으로 가면 왜 있는 지 모를 엘리트 곰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이다. '네, 소울류에서도 이런 수문장 보스가 있잖아요. 저희가 피통도 높이고 해서 그렇게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기억이 생생하시죠?'

 

 

나는 이 게임이 장르의 팬층에게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어필한다기 보단, 자신들이 얼마나 소울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복이나 함정들,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들. 소울류를 그리 많이 접하지 않는 나도 어디서 무엇을 따왔는지 알 수 있는 그 익숙한 요소들.

 

 

익숙한 요소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 게임에 그 이상은 없다.

 

 

매 챕터마다 익숙한 요소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배치되고, 같은 수단을 반복한다. 머릿 속의 목소리도 같은 이야기를 계속 꺼낸다.

 

 

'이거 아시죠? 매복이잖아요. 움짤에서 많이 나오는 매복!'

 

 

 

 

 

 

3. 초회차 유저에게 인색한 게임

 

 

 

 

 게임은 노동이 아니다. 과정에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내가 어떤 과업을 끝낸 순간에는 성취감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 즐거움을 위해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금까지도 몇시간, 아니 수십시간을 투자하며 보스에 도전하고, 또 새로운 전투 방식을 고민한다. 하지만 [P의 거짓]은 게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엘리트 몬스터들은 보스 급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 길목을 막고 있는 필수 몬스터들과 몇몇 몬스터를 제외하면, 두툼한 체력통과 커다란 덩치 탓에 접근하는 것도 꺼려지는 녀석들이다. 이런 녀석들을 이를 악물고 잡는다면, 보통 높은 확률로 '별의 조각'을 준다. 별의 조각이라는 이름은 좋아보이지만, 이건 내가 보스 도전할 때 조력자를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일반 몬스터들도 높은 확률로 주는 아이템이다.

 

 

무게에 대해서도 이 게임은 유저에게 인색하다. 장비들의 무게 요구치는 높은데, 내 무게 한계치는 낮아서 조금만 장비를 맞춰도 약간 무거움, 무거움 상태로 걸어다니게 되기 때문이다. 무게를 가볍게 유지하기 위해선 '적재력' 스텟을 올려야 하는데, 적재력 스텟을 올리면 정말 내가 들 수 있는 무게'만' 올라갈 뿐이다. 

 

 

이 적재력 스텟은 여러 부분에서 유저들에게 이 게임이 인색하다는 걸 보여준다. 일단 이 게임은 레벨업 시 필요한 재화인 에르고를 짜게 주는 편이며, 투척템, 정화템 등의 소비 아이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할 에르고는 많은 편인데 수급되는 에르고가 적으니 레벨업 한 번 한 번이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적재력 스텟은 오로지 '무게'에만 관여해서 효율이 떨어지는데 장비들 무게가 높은 편이니 조금이라도 이 수치를 찍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유저에게 손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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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gamev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04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임이다.

 

 

게임의 초기 목표는 소울을 접하지 못한 유저도 즐길 수 있게 만든 게임인데, 게임은 초회차 유저에게 가장 불친절하고 악의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빡빡한 무게 제한으로 인해, 다양한 무기를 쓰라고 무기 조합 시스템이 있으나 무게 제한을 따지다보면 결국 가장 효율이 잘 나오는 '가볍고 쌘 무기'로 기본 공식이 굳어지게 된다. 게다가 보스를 잡고 나면 보스 소울을 이용해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데, 이 중 보스 영혼으로 만들 수 있는 '아뮬렛'이라는 장신구는 무게가 어지간한 무기만큼 높아서 초회차에선 이걸 낄 수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게임은 P 엔진이라는 업그레이드 기능이 있는데, 제한적으로 나오는 쿼츠라는 재화를 소비한다. 여기에는 기상 회피나 리전암 게이지 충전 같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될 법한 요소들도 들어가었다. 이 때문에 초반에 몇몇 스킬의 중요성을 모르고 P엔진 업그레이드를 잘못한 사람들은 P엔진 초기화나 쿼츠가 나올 때까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2회차 이후부터는 많은 것이 바뀐다고 하는데.

 

 

생각해보자

 

 

1회차를 깨는 내내 불합리한 구도의 보스전과 보상이 짠 엘리트들을 마주치며 싸웠는데, 2회차를 할 이유가 있을까?

 

 

회차 플레이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게임을 스피디하게, 보상은 조금 더 후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4. 입문작은 아니다.

 

 

 

 

매니아층은 있을 법한 작품이다. 그래픽이 매우 예쁘고 크리쳐 디자인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보스 기믹 설계 면에서도 인상적인 보스들이 많아서, 제법 재밌게 플레이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짠 보상과 지나치게 높게 쌓인 피로도는 이 게임을 타인에게 추천하기 힘들게 만든다. 

 

 

소울류 장르가 궁금하다면 시장에는 이것 말고도 좋은 게임이 너무 많이 나왔다.

 

 

 

 

 

 

 

5개의 댓글

2023.09.20
0
2023.09.21

나랑 반대되는 의견도 있지만 정성 리뷰엔 ㅊㅊ

0
2023.09.21

첫째건에 첨부하자면 리게인 시스템 때문에 막고! 이후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져야 되는데 가드나 퍼펙가드후 몹의 경직이 없고 슈아를 달고 있는 적이 많아서 막고! 이후 공수전환이 안됨. 결국 적 패턴이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한턴한턴 주거니 받거니 식이 되더라고

0
2023.09.21

유저가원하는 플레이는 1회차에서 매우힘듬 가능은 하지만.

대부분의 전투 문제가 2회차 3회차갈수록 해결이 되고. 피거짓 만의 전투맛이 확실하게있는데 그걸 못느끼는 사람이 많아서 아쉽긴하다.

0
2023.09.22

사람마다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다 받아들일정도였음 오히려 미니보스가 물렁살이였다면 오히려 긴장감 떨어졌을거 같음. 연출이나 이런건 엘든링보다 좋을 때도 있었음. 명작은 아니여도 수작은 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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