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잘 만든 전기영화입니다.

사람 잡아먹는 이씹세끼를 살아가며, 누군가는 만들었어야 할 원자폭탄 개발의 총대를 메고 진두지휘했던, 모순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이었던 한 천재 과학자의 이야기를 가감할 군더더기 없이 극화했습니다.

2. 과학이론을 예습할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원자폭탄 원리와 양자역학 예습을 해야한다고 호들갑떠는 영화유튜버들 있으면 거르세요. 테넷이 그랬고 인터스텔라가 그랬듯, 과학이론은 결국 양념이고

이 영화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오펜하이머란 인간에 대한 영화입니다.

관객이 이해하는데 필요한 수준만큼은 극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설명해줍니다. 호들갑떨면서 조회수 빨아먹으려고 들거나 자기 치장하기 바쁜 사람들을 거르는 기준점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습니다.

3. 꼭 예습을 하고 보고싶으시다면, 역사를 알아보세요.

과학과 마찬가지로 영화만 봐도 이해하는데 지장 전혀 없지만, 그래도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매우 추상적이고 기초적인 이해만 있어도 더 재밌어지는건 사실입니다.

1920 ~ 30년대 미국 리버럴에게 공산주의가 어째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왔는지,

냉전시대 핵 전략의 뿌리가 되는 '전략폭격'이 어떤 군사교리인지,

스페인에서 1930년대에 뭔 일이 있었기에 미국인 식자층 청년이 대서양을 건너가 자원병으로 참전했다가 죽었는지,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큰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남겼는지,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으면 더 재밌긴 합니다. 물론 전혀 모르고 봐도 영화를 즐기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놈의 예습이 정말 필요하시다면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4. 사담.

사실관계따윈 중요하지 않고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기 위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어째 현대 한국이라고 다를게 전혀 없기에 많이 씁쓸했습니다. 인간의 악의는 여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