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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사회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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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어느 심리학자가 남자 한 명을 길모퉁이에 세워놓고 텅 빈 하늘을 60초 동안 쳐다보게 하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행인들은 그냥 지나쳤다. 다음번엔 다섯 명이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했다.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빈 하늘을 응시한 행인은 이전보다 4배 많아졌다. 15명이 서 있을 땐 길 가던 사람 가운데 45%가 멈춰 섰으며, 하늘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자 무려 80%가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1968년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이른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의 원리를 밝히기 위해 실시한 실험이다. 이 원리는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걸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경향을 말한다.

‘사회적 증거’는 이젠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언론엔 딜레마 상황을 유발한다. 사회고발의 역효과 때문이다.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라도 많은 사람이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런 ‘대세’에 따르려는 사람이 늘기 마련이다.

 

 

사실 모든 비판 행위가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컨대, 학벌주의 비판은 특정 학벌 카르텔이 사회 각 분야의 요직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에게 그걸 바꾸려는 개혁 의지보다는 좋은 학벌 카르텔에 속하는 게 생존경쟁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믿음과 실천 의지를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 증거’에 대한 이해는 공익 캠페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예전엔 고발의 형식으로 일부 시민들의 부정적 행태를 강조하는 캠페인이 많았지만 이젠 좀 달라졌다. 긍정적 행태를 보이는 시민이 많다는 걸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발이나 비판은 여전히 꼭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도 곁들여가면서 균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페미니즘에도 그런 긍정의 기운이 좀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억압 못지않게 성취에 대해서도 말하고, 절망 못지않게 희망에 대해서도 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일부 페미니즘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울분으로 인한 폭발 일보 직전에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 해본 생각이다.

나는 한국 페미니즘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좀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이 책의 96쪽에 인용된, 2005년에 나온 기사 내용을 보자. “50개 대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조사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44퍼센트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작가 이선옥이 제기했던 문제를 다시 감상해보자. 이선옥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라는 문장 바로 다음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는 응답은 56%였다”라는 구절이 이어짐에도 그걸 빠트리고 넘어간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여성 독자들에게 부족하나마 ‘희망’을 줄 수 있음에도 ‘절망’만 갖게끔 하는 게 과연 페미니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조남주의 선의는 이해한다.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가급적 그 약자를 비참하게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는 법이니까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식의 글을 많이 써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피해 서사’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게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지면서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는 게 문제였다.

성평등 국제통계를 인용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페미니스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한국이 성평등 분야에서 확실한 후진국임을 말해주는 통계들만 즐겨 인용한다.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 격차 지수가 대표적인 예다. 이 통계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이건 거론되지 않는다. 한국이 성평등 분야에서 결코 후진국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다른 국제통계들도 있지만, 이 또한 거론되지 않는다.

나는 그간 사회정의를 위해 사회적 약자가 가급적 비참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이젠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피해 서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발과 그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피해자 의식의 내면화는 우리를 화합과 행복으로 이끄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88051?sid=110

 

 

 

물론 이건 반페미니즘 진영에 적용시켜볼수도 있음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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