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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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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바리.

법학과 아쎄이들의 암(暗)기를 키우는 전통.

전공 배정 받고 나서 선배들 앞에서 왼손에는 소법전 오른손에는 법서를 쥐어들고 제대로 숨 쉴 새도 없이 악으로 몇백쪽을 소리내어 읽고 암기해내어야 한다.

철모르던 아쎄이시절 나도 법학 전공을 배정 받기 위해 빙 둘러앉은 교수님들 앞에서 가다머의 보편 해석학과 데리다의 해체주의 논쟁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해보아야 했으며

매일같이 선배님들과 어두침침한 과방에 앉아 최신 판례 200개씩 소리내어 읽고 외우느라 목은 항상 쉬어 있었다.

기말 준비를 위해 아무도 모르게 도서관 푸세식 변기 위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변시 기출문제 사례집 요약본을 외우고 있었는데

벨근출 교수님이 호랑이처럼 달려와서 문을 걷어 찬 후 1400페이지 가량 되는 형법강론으로 귀싸대기를 때리며 목적적 행위론도 이해 못하는 새x가 어딜 요약본을 쳐보냐고 너같은 새x는 부끄러우니 어디 가서 법학전공이라고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하셨다.

당연히 잠 깨기 위해 아까 마셨던 위액 섞인 박카스가 속에서부터 입과 코로 올라와 요약본 위에 뿜어졌다.
입 안 가득 레몬향이 가득했고, 또 다시 박카스를 마신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날 벨근출 교수님께 반병x이 되도록 맞고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구타가 끝나고

벨근출 교수님이 집어던진 형법강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읽어라"

"니가 선택해서 온 법학과다. 악으로 읽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강론서를 주워 읽었고

벨근출 교수님의 감독 하에 다수설 소수설은 물론 그에 대한 주석까지 전부 암기했다.

그날 밤에 벨근출 교수님이 교수연구동으로 나를 불렀다

담배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 개비를 건네주며 말햇다.

"바닥에 흘린 그 판례들은 아무도 대신 읽어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이렇게 해선 아무도 니 리갈마인드를 묵인하고 또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기 법학과에서뿐만이 아니다. 학계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첨예한 견해대립 속 법리들을 대신 공부하고 읽어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무식하게 읽고 외우고 가능하다면 이해까지도 시도하는거다. 그래도 빵꾸가 난다면 니 전공은 니가 찾아서 공부해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강론을 읽으라고 한거다."

"명심해라, 헌법은 지반을 형성하고, 민법은 논리가 되고, 형법은 추상화가 되어, 그때 비로소 리갈마인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저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날 나는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난 그날 라드부르흐의 공식을 하나씩 음미했고, 법의 지혜(Kleines Rechtsbrevier)에 취했다.

 

 

 

LAW LAW CHA CHA CHA!!

2개의 댓글

2022.04.15

그..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 사람이 이렇게 되나요...?

0
2022.04.15

학자금 다 갚았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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