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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용퇴론 - 왜 성공하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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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자신이 86에 해당하는 김종민 의원이 ‘86용퇴론’을 제기하는 악역을 맡았다. 이후 송영길 대표가 솔선수범하여 202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뒤로 별다른 반향이 없다.

 

우리가 생각해볼 지점은 두 가지이다.

 

► 첫째, “86 용퇴론은 반향이 있을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2022년 대선에서 ‘표’에 도움이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둘째, 한국 정치사에서 <세력교체론>으로 크게 성공했던 대표 사례는 2001년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이 제기한 ‘정풍운동’이었다. 당시 권노갑 퇴진을 주장했다. 세 명을 일컬어 ‘천•신•정’이라는 조어(造語)가 생겨났고, 천신정은 단번에 ‘정치개혁’의 상징인물이 됐다.

 

왜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대박을 쳤고, 2022년 86용퇴론은 미풍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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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001년 10월에 동대문과 구로 등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2001년 10월은 김대중 정부 말기였고,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였다.

 

2001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10월 재보궐 선거의 참패 직후,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은 <권노갑 퇴진론>을 제기했다.

 

권노갑은 어떤 사람인가? 아마도 최근 정치부 기자들은 잘 모를텐데, 권노갑은 김대중 대통령의 가장 충직한 심복으로, 온갖 굳은 일을 하던 사람이고, 정치자금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권노갑은 1970년대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죽음을 넘나드는 정치를 할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충심으로 모시던 측근 중에 측근이었다.

 

2001년경까지 민주당은 <김대중 총재 중심의 정당>이었다. 사실상 '김대중당'이었다. 김대중은 명망있는 80년대 학생운동가를 발굴해서 ‘공천권’을 주고, 호남향우회 지역조직을 통해 ‘조직력’을 지원해주고, 심지어는 권노갑을 통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지원해줬다. (*즉, 공천도 주고, 조직력도 주고, 돈도 줬다.)

 

김대중 총재 시절에 영입된 민주당 정치인 중에서 권노갑(김대중)의 정치자금 지원을 안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해보면, 권노갑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정부하에서 감옥갈 각오를 하고, 김대중을 엄호하며 온갖 악역과 굳은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자기 개인의 사리사욕을 따로 챙긴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2001년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천신정은 권노갑의 전면퇴진을 요구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언론은 매우 적극적으로 천신정의 편을 들며 환호했다. 지원사격을 해줬다.

 

잘못도 없는 권노갑의 전면퇴진을 요구했는데, 왜 여론과 언론은 열광하고, 지원사격을 해줬을까? 민주당의 내밀한 사정을 중심으로 보면, 천신정의 행태는 권노갑(김대중)의 도움으로 정치적 성공을 한뒤, 오히려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신정의 <정풍운동>이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 첫째,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천신정의 정풍운동’을 측면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말에 ‘레임덕’ 상태였다. 지지율이 왕창 빠져있는 상태였다. 다르게 말하면, 정권재창출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천신정의 권노갑 전면 퇴진론을 지렛대로 민주당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천신정의 권노갑 전면 퇴진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

즉, 천신정의 권노갑 퇴진 요구도 ‘용감한’ 행동이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이들의 용감한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배은망덕하고, 무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둘째, 권노갑은 <동교동계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천신정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은 이 지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국민 여론>이 왜 정풍운동을 지원했는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천•신•정의 당시 나이는, 천정배(1954년생) 48세, 신기남(1952년생) 50세, 정동영(1953년생) 49세였다. (참고로, 정치인 노무현은 1946년생 당시 56세였다.)

천•신•정은 세 명 모두 1950년대생이지만, 실제로는 <86세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마치 현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나이는 37세이지만,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해당 정치인의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누구를 ‘대표’하는 정치를 하느냐이다.)

여기서 <86세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미는 86세대 국회의원들이 지원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86세대 유권자들, 86세대 오피니언 리더들, 86세대 기자들이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바라고 있었다.

그럼, 이들은 왜 동교동계의 2선 후퇴와 86세대의 전면적 부상을 원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당시 개혁성향 유권자들 다수는 <86세대가 동교동계에 비해 ‘대안적인’ 세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언론을 포함해서, 천신정의 반란을 정풍운동으로 인정해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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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자. 2022년 86용퇴론과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무엇이 다른가?

 

► 첫째,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은 <대안으로 인정받는 실체>가 있는 투쟁이었다. 사람들은 권노갑의 퇴진을 바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86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당시 국민들은 (정풍운동이라는) <논리>를 지지한게 아니다.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을 지지한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86세대가 과거 운동권 마인드를 가진 경우가 많고, 경제적 관념도 희박하고, 말로 떠드는 것과 실제 행동하는 것이 따로 국밥이고, 내로남불이라는 것은 86세대 본인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86세대보다 더 나은 세력>은 누구인가?

민주당에는 이미 2030세대 국회의원이 20여명 정도 있다. 40대~50대 초반(70년대생, 90년대 학번) 국회의원도 꽤 있다.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들 머릿속에 연상되는 아무개 아무개들이 있다. 이들 중에 86세대 정치인보다 ‘희망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과거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의 203040세대 국회의원 중에 '가슴 설레는' 정치인이 있는가? 이들 중에 민주당 대표를 하면, 서울시장을 하면, 대통령을 하면 ‘희망’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여러분은 있는가?

 

► 둘째, 세대교체의 진짜 본질은 생물학적인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이다.

2012년 한국 대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은 안철수였다. 안철수는 1962년생이다. (2012년 기준) 안철수 나이는 51세였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은 버니 샌더스였다. 버니 샌더스는 1941년생이다. (2016년 기준) 버니 샌더스의 나이는 76세였다.

왜 한국의 20대는 나이가 50대인 안철수를 지지했고, 왜 미국의 20대는 나이가 70대인 버니 샌더스를 열광적으로 지지했는가?

그 이유는 <세대교체>의 본질이 <생물학적인 나이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나이로만 본다면, 민주당의 2030세대 국회의원 숫자가 국민의힘 2030세대 국회의원 숫자보다 더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다. 민주당의 2030세대 국회의원들이 <86세대보다 더 86스러운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고, 자기들끼리의 자리다툼에 불과하다.

정치는 대국민 서비스업이다. 게다가 정치는 ‘당내 뺏지’ 싸움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가운영의 적임자>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그럼, 현재 민주당이 필요로 하는 <대안 세력>의 본질은 <86보다 유능한 정치인 & 정치세력>의 등장이다.

(국회의원이든, 원외에 있든)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2030세대 정치인을 통틀어서 <86세대보다,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정책적으로 유능한> 사람은 누구인가?

국힘에는 있다. 그게 이준석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민주당에 그런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정치투쟁에서 <특정세력 퇴진론>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거버넌스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정세력 퇴진론에 가장 관심 많은 사람들은 <원내 및 원외 비주류들>이다. 민주당의 원내 90년대 이하 학번들, 민주당의 원외 86들, 민주당의 원외 2030세대 정치인들에게는 엄청난 관심사이다.

이들을 다 합쳐봤자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서 1,00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 대부분은 관심 없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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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역사에서, <특정 세력 퇴진론>이 성공하는 유일한 경우는,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대안 세력>이 그 주장을 하는 경우이다.

1971년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이 성공했던 것은 김대중이 40대여서가 아니다. 김대중이 '대안' 정치인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1년 천신정의 정풍운동이 성공했던 것은 '권노갑 퇴진론' 주장 자체가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국민들은 86세력을 '대안' 정치세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역사에서는 언제나,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가 <세력교체 담론>에 선행한다.

정치는 <개념 덩어리>가 하는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서울특별시 정책보좌관 최병천

 

5개의 댓글

2022.01.28

세대교체의 진짜 본질은 생물학적인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이다.

 

이게 핵심이지

그 세계관 교체의 핵심 인물이 이준석인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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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영길이형은 얘한테 좀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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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김바리

나무위키상으로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이기도 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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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말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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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우리 세대는 진짜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 되는데 그럴 강단도 없으니 걍 돈이나 벌면서 조용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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