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개붕이들
그동안 눈팅만 해왔는데 다들 보이스피싱 조심했으면 해서 첫글 써본다

아부지랑 나랑 둘이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어.
평소 내 출근시간보다 이른 때에 아부지가 전화하시더니 급한 목소리로 일찍 나와달라 하시더라고.
나갔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내가 신한은행에 2천만원 대출이 있었다. 근데 국민은행에서 이자를 낮게 해준다길래 대출은행을 바꾸려고 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신한은행 대출추심팀에서 연락 와서 뭐 다른은행에 지급정지가 되었으니 지금 바로 2천만원을 갚아야 한단다. 너 있는 돈으로 좀 해다오"

그 얘기 듣고 순간 의아했지. 아니 그간 이자 잘 내셨을텐데 갑자기 오늘 갚으라고? 싶은 와중에 잠깬지 얼마 안된터라 비몽사몽해서 아부지 말씀대로 하려고 했다. 그 2천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야하고 그거 추심하러 몇시까지 우리 편의점으로 온다는 거야. 그래서 돈 뽑으러 은행을 갔어. 근데 은행원분이 정말 4번, 5번을 여쭈시더라.

혹시 어떤 사유로 돈을 찾으시냐. 근래 보이스피싱이 많이 유행하는데 문제 없으시냐. 정말정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여쭙겠다. 저희 절차상이라 불편하시더라도 한번만 더 말씀해주시라. 보이스피싱 의심되지는 않으시냐.

그렇게 질문을 한번씩 받을 때마다 어..? 어어? 싶은 응어리가 가슴에 쌓이더라고..
일단 돈을 뽑아서 아부지한테 갔다. 이거 혹시 보이스피싱 아닐까요 했더니 아부지는 아니라고, 이거 맞다고 얼른 처리해야한다고 급하게 달아올라 있는 상황이였음. 말씀하신거 어떤 식으로 진행된거냐 물었더니 그 대출신청을 어플을 다운받아서 하셨다네? 여기서 아 뭐 잘못됐다. 싶었지. 어플 다운받으셨다는 주소를 보니 kbbakn.com이었어.. 고객센터 확인 한번 해보자 했는데, 아부지 폰으로 고객센터 전화했더니 다 문제없는거라하니, 아부지는 보라고 맞다고 의기양양하셨지.

진짜 아부지 마지막 부탁이니깐 제 핸드폰으로 한번만 고객센처 전화해보시고 문제 없으면 돈 드리겠다 했어. 그렇게 내폰으로 통화했더니 역시나지뭐.. 그런일 없고 아마 지금 개인정보 다 유출된거같으니 이 통화 끝나고 바로 핸드폰 공장초기화 하라고 알려주시더라.

이게 개인정보를 다 파악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 응대하고, 급박하게 몰아가니 정말 순식간에 당할 뻔 했다. 우리 가게로 찾아온다 한 순간에 경찰한테 잡아가라 할까 하다가, 정말 혹시 모를 뒷보복이 무서워지더라고.. 우리집이고 편의점이고 다 알고있는 거잖아. 그래서 보이스피싱 깨달은 뒤로는 아버지폰으로 오는 전화 다 무시했더니 더 연락은 없었어.

아직도 심장떨린다. 천만원은 카드 현금서비스 해야했거든. 수수료 15만원 나옴. 2천만원 잃을 뻔한거 15만원만 잃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내일 커피랑 디저트 사서 은행원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전달할 예정이다. 아부지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시는 분인데, 자괴감 크실듯하다. 다들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