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처음으로 단편 소설 써봤어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

 

 

 지난 주 월요일 밤이었다.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월요일 밤 어두운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한 방울이 손등에 튈 때까지는 착각인가 긴가민가했지만, 두 번째 방울이 연이어 떨어지자 비가 오기 시작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마른하늘에서 빗방울을 맞을 때 마다 다른 곳에서 튄 것이 아닐까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의심은 단 한번도 적중한 적 없이 물에 빠진 생쥐마냥 나를 젖게 만들었다. 아마 이곳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 걸 처음 깨달은 것은 내가 아닐까 싶다. 한바탕 비가 내리기 전에 집에 도착할 생각으로 얼룩이 지기 시작한 길을 뛰어갔다. 손등에 튀었던 빗방울은 몸을 타고 퍼져나가 어느새 내 옷을 모두 적시었다. 내가 입은 청자켓은 책상에 흘린 커피를 닦는 휴지만큼 비를 흡수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나중에 책상에 커피를 쏟으면 지금 입은 청자켓으로 닦으면 되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곧 숨이 막히기 시작해 버스 정류장 아래로 몸을 숨겼다. 허리를 굽히고 땅을 보면서 가파르게 숨을 내쉬었다. 운동을 안 한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한 것이 언제인지 어렴풋이 떠올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가 쏟아지는 사거리에는 신호등이 일정하게 깜빡이고 있었고, 가로등은 고장이 났는지 불이 꺼져있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깜빡이고 있는 신호등이 유일했다. 신호등이 깜빡이다가 빨간불로 들어오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핀셋으로 빗소리라는 소리를 콕 집어 뽑아낸것같았다.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렇게 쏟아지는데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니. 귀에 이상이 생겼을까 걱정을 하자 빨간불이 켜져있는 사거리 쪽에서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xx”

“무슨소리지?”

마치 내 귀에 대고 외치는 것처럼 그 소리는 뚜렷하게 들렸다. 하지만 한국어가 아닌 다른 말 같아서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아니, 그 소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같았다. 비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들린 울음소리는 나에게 말을거는듯했다.

“xx”

.

.

“xx”

.

.

그 소리는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오른쪽 귀로 들어온 소리는 머리 속을 지나 왼쪽 귀로 나가면서 사라졌다. 귀에서 빠져나간 소리가 흐려질 찰나에 맞춰 다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이것은 딱히 괴롭지는 않았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빗소리가 사라진 원인이 이 소리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유심히 귀를 귀울였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듯한 소리는 방향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높아지는 소리는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어느새 도착한 장소는 신호등 앞이었다. 아직도 빨간불이 켜져있는 신호등은 내 걸음을 멈추게했고, 건너편에서는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듯한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순간 주변에 차가 없는지 확인하고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너갈까 생각도 했지만, 파란불을 기다리기로 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고 청자켓은 점점 무거워지며 내 체온을 앗아갔다. 그래도 빗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왠지 모르게 추위가 덜 느껴졌다.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등에는 노란불이 들어왔다. 그 순간 계속해서 들리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울음소리와 빗소리가 모두 사라진 세계는 적막이 흘렀다. 이상할 정도로 중립적인 적막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 상황에 현실 감각이 없었다.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옆에서 검정색 차가 한 대 지나갔다. 차의 엔진소리, 차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 모두 선명하게 들렸다. 곧 차는 멈추었고 앞에 서있던 차를 향해 클락션을 눌렀다.

“빠아아앙”

그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소음에 귀를 막았다. 곧 두 대의 차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두 차가 떠날 때까지 나는 귀를 막고있었다. 귀에서 손을 떼니, 빗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이전과 같이 잘 들렸다. 확실히 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고,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는 이렇게 크게 들린다니, 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늙은 사람은 고주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어린아이들은 고주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이 지금 나에게 일어난 것인가 생각했다. 결국 사라진 빗소리의 무게를 느끼며 다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였다. 평소와 같이 모든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어제 일어난 모든 일은 스트레스떄문에 그런가 싶어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창문에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씩 각양각색의 우산을 피고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가 손끝으로 전달되었다.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설마 했던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이 걷는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모두 생생하게 들렸다. 하지만 빗소리는 내 귀에 닿지를 않았다. 허무한 감정으로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빗소리를 영영 듣지 못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굳이 빗소리를 못 들어도 살아가는 데에는 상관없는 것 아닐까? 라는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xx”

“어…?“

저번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사거리로 이끌려왔다. 이번에는 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신호등 아래까지 달려갔다. 신호등에는 빨간불이 켜져있었다. 하나의 감각을 상실하면 다른 감각이 강화된다고 했던 말을 어디선가 봤었는데 빗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신호등의 빨간불이 평소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보였다. 이번에도 소리는 길 건너편이었다. 곧 파란불이 들어오고 건너편을 향해 뛰어갔다.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 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소리를 따라가니 큰 바위가 하나있었다. 바위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바위는 스피커처럼 소리를 증폭하고 있었다. 바위의 주변에 소리를 내는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바위를 따라 한 바퀴 돌아봤다. 바위에 뒷면으로 돌아가자 그곳에는 한 마리의 개구리가 있었다. ‘개구리? 이 개구리가 나를 부른건가?’개구리도 나를 쳐다보았다. 개구리는 자신의 존재가 들킨 것이 곤란하기라도 한 건지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개구리를 붙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몸이 자동적으로 도망가는 개구리를 쫓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쉬지 않고 뛰어가던 개구리는 동굴 앞에 서더니 나를 한번 돌아보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뭐지? 여기에 이런 동굴이 있었나?”

도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굴이 내 앞에 있었다. 높이는 2미터정도의 그다지 크지 않은 동굴이었지만, 무엇보다 이게 왜 여기 있는지 의아했다. 들고 있던 우산을 접고 개구리를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동굴인 줄 알았지만 천장의 모습을 보니 울퉁불퉁한 것이 사람의 손이 닿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건너편의 희미한 빛을 따라 몇 분 정도 걷자 그리운 소리가 들렸다. 지난 며칠 간 들리지 않던 그 소리.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사라질지도 모르는 빗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하늘에서는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비는 눈앞에서 내리고 있는데, 신나는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소리의 볼륨을 1로 낮춘듯한 매우 작은 소리의 빗소리였다. 이게 정말로 들리는 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빗소리에 집중하느라 바로 눈치채지 못했지만 동굴 밖의 풍경도 비상식적이었다. 도시에 있을 수 없는 숲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우거진 수풀, 하늘을 가린 나무들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일으켰다. 비가 내려 짙어 진 숲의 색깔은 희미한 빗소리와 대조를 이루었다.‘그러고보니 개구리는 어디로 갔지?’빗소리에 집중하느라 신경쓰지 못했지만 지나오던 도중에 혹시 개구리를 밟은 건 아닌가 걱정을 했다.

“저기요..?”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내 허리쯤에 오는 듯한 개구리가 한 마리 서있었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개구리처럼 펄쩍 뛰어올라 앞에 있는 개구리와 거리를 벌렸다.

“개구리가 왜 이리 커? 아니,개구리가 어떻게 말을해? ”

“이곳의 개구리들은 모두 말을 할 수 있어요.”

‘이곳의 개구리들은 모두 말을 할 수 있다니 뭔소리야!’속으로 외치면서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현실성이 없긴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마음을 놓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처음 보았을 때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전부터 주변 상황에 적응을 잘한다는 소리는 몇 번 들어 보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적응을 해버린 내 자신이 놀라웠다.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당신을 이쪽으로 데리고 왔어요.”

“부탁이라니?”

“비가올때마다 제가 불렀잖아요? 듣지 못하셨나요? 제가 이곳까지 안내를 했죠.”

“설마 아까 그 개구리야?”

“네 맞아요. 먼저 이곳까지 데리고 와서 죄송해요. 그건 사과를 드릴게요. 하지만 당신께 꼭 부탁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모시고 온거에요.”

꿈속에서 장황하게 떠드는 개구리가 슬슬 어이없어지기 시작했다. 몸에 돋았던 소름은 어느새 사라졌다.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에 개구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저희 세계에는 언제나 비가내려요. 그런데 빗소리가 사라지고 있어요. 아직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곧 모든 빗소리가 사라질거에요. 우리 개구리들은 빗소리가 없으면 살아 갈 수가 없어요.”

“나도 며칠 전부터 빗소리가 들리지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개구리들이 살아가는 큰 호수가 있어요. 거기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검은 거품들이 올라 왔어요. 그 거품이 터질 때마다 거대한 소리를 내는데, 모든 생물들이 기절 할 정도로 소리가 커요. 그리고 그 거대한 소리 때문에 빗소리는 옅어지고 있어요.”  

그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눈앞에 있던 개구리는 엎드려서 귀를 막고있었고, 나 역시 귀를 막은 채 얼굴을 찡그렸다. 이 소리는 분명히 저번에 사거리에서 들었던 자동차의 경적 소리였다.

“이소리에요..”

개구리는 겁을 먹은 채 엎드려서 귀를 막고 말했다. 개구리는 엎드려서 말을 이어갔다.

“이소리를 해결하면 우리 세계의 빗소리, 그리고 당신의 빗소리도 돌아올거에요.”

당황스러웠다. 어떤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 경적 소리를 없애달라니 아니, 혹시 자동차의 시동을 끄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호수는 어디에있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엎드려있던 개구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아직 경적 소리의 여운이 지나가지 않았는지 미세하게 몸을 떨고있었다. 우리는 숲의 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나는 우산을 피고 다시 빗소리에 집중을 했다. 이곳의 빗소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작긴 하지만 아직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직 개구리의 모습이 익숙지 않아서 3미터정도 떨어져서 뒤를 따라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큰 개구리는 확실히 거부감이 느껴졌다. 나는 개구리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혹시 질문하나 해도 돼?”

“네. 어떤 게 궁금하세요?”

“왜 빗소리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거야? 나는 딱히 빗소리가 없어도 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개구리들이 비가 내릴 때 많이 운다는 것을 아시죠?”

“응, 왜 그런거야?”

“비가 올 때는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아져서 호흡을 하기가 편해요. 그래서 그때 많이 우는거에요. 그리고 빗소리는 우리의 울음소리를 증폭시켜줘요. 그때 우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나쁜 것을 모두 토해내요. 하지만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소리는 공허하게 울려버리겠죠. 그러면 나쁜 것이 몸에 쌓이고 결국은 죽게돼요.”

“아.. 그러면 빗소리가 없어지면 정말로 큰일이네.”

“네 맞아요.”

이쪽의 개구리들은 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똑똑하구나 싶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똑똑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 개구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말했다.

“도착했어요.”

눈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넓은 호수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말 그대로 대자연이 무엇인지 느끼게 만들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거대한 호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개구리가 호수의 한쪽 방향을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나는 가리키는 개구리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며 개구리의 손은 저렇게나 둥글둥글하게 생겼구나 생각했다. 그때 개구리가 무슨 일이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황한 나는 개구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그곳에는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처럼 검은기름들이 둥둥 떠있었다. 거대한 호수에 비하면 눈에 띄지않을 정도로 작은 부분이었지만 곧 그곳에서 커다란 검은 거품이 올라왔다.

“앗!”

“어?”

우리는 동시에 귀를 막았다. 곧 거품이 터지고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땅이 울리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아마 폭탄이 터져도 저렇게 소리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소리가 멀어지고 귀에서 손을 뗐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개구리는 이번에도 역시 땅에 엎드려 있었다.

“으으으으”

개구리는 앓는 소리를 냈다.

‘개굴개굴.. 이게 맞는 울음소리 아닌가? 나보다 더 사람같네. 으으 하는 개구리라니..’ 나는 개구리의 의인화에 새삼스럽게 당혹스러움 느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으으..”

개구리는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번에 저곳에 갔을 때는 이상한 물체에서 거품이 계속 올라왔어요. 그곳을 막으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면 다시 한 번 가보자”

“네. 혹시 수영은 할 수 있으신가요?”

“예전에 별명이 개구리였어. 내가 수영을 얼마나 잘하는데.”

“다행이네요. 그러면 가보죠.”

계속해서 비가 오긴 했지만 많은 비는 아니 였기에 수영을 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개구리는 내 페이스를 맞추는 건지 아니면 내가 빠른 건지 얼추 비슷한 속도로 헤엄을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이 떠있는 곳에 도착했다. 나는 제자리에 헤엄을 치며 고개를 돌려 개구리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정말 수영을 잘하시네요.”

나보다 늦게 도착한 개구리가 말했다.

“개구리한테 칭찬 받아도 기쁘지않아..”

솔직한 심정으로 말했다. 오랜만에 받은 칭찬이 개구리한테 받은 칭찬이라니, 반갑지않았다.

“여기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돼요.”

“나 잠수는 못해. 애초에 숨을 쉴 수가 없어.”

“괜찮아요. 바로 아래에요.”

“알겠어.”

개구리가 내가 숨을 못 쉰다는 것을 이해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똑똑한 개구리니까 괜찮을 것이다. 개구리는 헤엄치던 자세에서 바로 머리를 아래로 향했고, 나는 크게 숨을 마쉰 뒤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호수는 맑았지만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10미터 정도 아래에 불빛이 보였다. 개구리는 그쪽을 향해 헤엄치고 있었고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곳에는 라이트가 켜져있는 검정색 자동차 한 대가 있었다. 시동이 걸려있는 자동차는 배기구에서 기름과 거품을 끊임없이 내뿜고 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같이 먼저 운전석을 살폈다.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꺼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었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키가 꽂혀있지 않았다. 개구리와 함께 자동차의 주변을 맴돌다가 숨이 막혀 다시 위로 올라왔다.

“저걸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개구리가 말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시동을 끄면 될줄알았어.”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요.”

“너가 뭔가 시도를 해본 적은 없어? 너는 말을 할 수 있는 똑똑한 개구리잖아”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거품이 나오는 구멍을 막아 본적은 있어요. 하지만 곧 다시 원상복귀가 되었어요.”

“구멍…?”

그때 머리에서 한가지 방법이 번뜩였다.‘내 청자켓으로 막으면 되지않을까?’이 청자켓의 흡수 하나는 무엇보다 자신있었다. 마침 지금 입고 있기도 했고, 빗소리가 처음 사라진 날에도 입고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것이 청자켓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청자켓을 벗어 한 손에 쥐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다시 내려가보자”

개구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아래를 향해 헤엄을 쳤다. 곧 자동차의 불빛이 보였다.자동차의 뒤로 돌아가 배기구에 청자켓을 쑤셔 넣기 시작했다. 옆에서 개구리가 흥미롭다는 듯이 내가 청자켓을 쑤셔 넣는 모습을 보고있었다. 청자켓을 다 쑤셔 넣은 후에 숨이 차서 얼른 위로 올라갔다.

“후우”

숨을 다시 들이켰다. 이렇게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을텐데 과연 어떻게 될까. 개구리는 아직 자동차를 보고 있는지 올라 오지를 않았다. 3분정도 지났을까 개구리도 다시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됐어요!”

개구리가 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웃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결과와 함께 지어지는 표정이니 아마도 웃음이 맞을 것이다.

“그럼 다시 돌아가자.”

개구리와 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헤엄을 쳐서 돌아갔다. 개구리는 기쁜지 이곳저곳 왔다 갔다 헤엄치며 몸부림을 쳤다. 아까는 개구리가 나를 위해 천천히 헤엄을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뻐하는 개구리의 수영 속도를 보니 나보다 10배는 빨랐다. 곧 땅에 손이닿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들어보세요 빗소리도 아까보다 더 커졌어요!”

“어 정말 그러네? 이제 돌아가면 내 빗소리도 돌아오려나?”

“네 맞아요!”

“그러면 나는 이만 돌아갈게 딱히 여기에 있어도 할 것도 없고.”

“밥이라도 먹고가세요! 제가 맛있는 파리를 대접해드릴게요.”

“아니, 절대 사양이니까 보답 할 생각하지마.”

개구리가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죽니뭐니 할 때보다 더 슬픈 표정이었다.

“그럼 안녕. 잘살아라”

“네 감사합니다. 동굴까지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아니야 따라오지 마. 어딘지 다 알아.”

“네…”

우울해하는 개구리를 등지고 동굴을 향해 걸어갔다.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동굴에 도착했다.‘말하는 개구리라..’이제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가지않았다.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에 들어오니 반대편에서도 미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빛을 따라 걸어갔다. 동굴에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자 멀리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굴을 나오니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에는 소리가 존재했다. 앞으로 손을 뻗어 비의 무게를 느끼고 비의 온도를 느꼈다. 그리고 소리를 음미했다. 비를 이렇게 느껴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문뜩 뒤를 돌아보니 동굴이 사라져있었다. 모든 일이 환상 속에서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집에 돌아가기 위해 도보 위를 걸었다. 도보를 때리는 빗소리가 반가웠다. 곧 사거리에 도착했다. 그 사거리에는 역시나 빨간불이 켜져있었다. 빨간불을 바라보며 비를 맞고 서있었다. 일반적으로 빨간불이 파란불보다 길다고는 하지만 이 사거리는 볼 때마다 빨간불이 켜져있었다. 우산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혹여나 우산이 있었더라도 비를 맞았을 것이다. 아마 개구리가 기념품으로 잘 가지고 있겠지. 어쩌면 세계를 구한 영웅의 소지품으로 박물관에 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때였다.

 

“빠아아앙”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이 다시 내 귀를 꿰뚫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엎드려서 귀를 막았다.

개구리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의 소리는 돌아왔지만, 자동차의 경적 소리는 그대로였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이런 세계에서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몸의 나쁜 것들이 나를 잠식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제자리에서 일어나 동굴이 있던 곳으로 뛰어갔다. 분명히 사라졌던 동굴이 다시 내 눈앞에 놓여있었다. 동굴로 뛰어들어 가 희미한 빛을 향해 따라 걸어갔다. 곧 빛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동굴 밖으로 한발자국 걸어 나왔다. 그리고 나와 환상 속에 존재하던 세계를 바라보았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세계

 

“개굴”

 

나는 개구리였다.

 

청개구리.

2개의 댓글

2020.06.05

잘 읽었습니다. 창판에 올라온 오랜만의 소설이네요.

글쓴이께서 원하시는지, 원하지 않으시는지 밝히신 바가 없어서. 그저 멋대로 적어봅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작품 속에서 '잃어버린 소리'는 아마 여름 즈음 비가올 때면 세차게 울어대던 개구리 소리 일 듯 합니다. 특히나 현대화된 도시에서 주로 살아가는 우리들로썬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겠지요. 그런 측에 있어선 어떤 현상을 말하고 싶은지 잘 알겠으나. 그것이 너무 직접적이고 그 이상의 것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 입니다. 하지만 첫 단편이라고 하시니 그 이상의 것은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시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글의 주제적인 측면을 지나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먼저 소설의 첫 문단이자 첫 문장을 살펴보면. 한 눈에 봐도 어색한 발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 월요일 밤 부터였다.' 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을 왜 순서를 바꾸어 표현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같은 의미의 영어문장을 번역기로 직역한 듯한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둘째. '책상에 커피를 쏟으면 지금 입은 청자켓으로...' 와 같은 내용상 아무런 의미없는 문장들이 전반에 많습니다. 예상컨데 후반부 자동차 배기구를 청자켓을 막는 행위의 정당성을 위해, 주인공이 입은 청자켓이 얼마나 흡수력이 좋은지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인 듯 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설명을 할 필요성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문장 입니다.

셋째. 발화문(대화문)에서 영혼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즉, 이는 사람이 말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과 동일할 것입니다. 특히 발화문의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면, 일본 경소설에서 주로 보이는 발화문의 형식이 눈에 뜁니다. 생동감 있는 대화문은 캐릭터의 살아있음과도 직접적인 연결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넷째. 후반부 주인공은 물 속에서 자동차 배기구를 막기 위해 청자켓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한 번의 잠수가 있었던 만큼 주인공의 옷은 모두 젖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소설 내에서는 물리적으로 구멍을 막는다는 표현 대신. 청자켓의 흡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미 물에 다 젖은 청자켓이 무엇을 더 흡수 할 수 있을까요?

다섯째. 주인공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 개구리로 변하는 장면은 마치 카프카의 변신을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주인공이 처음부터 개구리였는지, 아니면 후에 개구리로 변신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고. 또 이러한 의문을 통해 어떤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지 또한 의문입니다. 아마 이러한 질문들은 소설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 입니다.

여섯째. 만약 주인공이 처음부터 사람이었다는 가정하에, 저토록 거대한 개구리를 보고도 이렇게 침착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비록 드문드문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의구심과, 거대한 개구리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드는 것은 소설 전반에 걸쳐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연결 될 듯 합니다.

종합적으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비록 그 구성에 있어선 미흡한 부분들이 더러 있지만. 이는 처음으로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있는 것이니 개선할 의지만 있다면 고쳐질 수 있습니다. 미흡한 지식으로 몇 자 끄적여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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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글쟁이

첫번째는 월요일이라는걸 강조하고 싶어서 뒤에 썼는데 쓰다보니까 적용시키기가 어렵더라구요.. 이부분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두번째는 내용상 의미없는 문장들을 제가 많이 쓰고싶어하는데 이게 에세이같은 느낌을 주고싶어서 그래요. 제가 에세이를 좋아해서ㅎㅎ

세번째는 저도 쓰면서 느끼긴했는데 생동감이란 말과 행동의 결합인데, 제가 행동묘사를 못했다는건 의식하고 있어요ㅠㅠ

네번째는 사실 급하게 쓰느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랬습니다ㅠㅠ 다음번에는 더 신경써야 할 것 같아요

다섯번째는 사실 원래부터 개구리였어요 그래서 떡밥을 대여섯개? 던져놨습니다ㅋㅋㅋ 인간사회(도시)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개구리입니다

전체적으로 귀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농촌(다른세계)과 도시 그리고 오염이라는 키워드를 개구리소리와 빗소리로 풀어 썼습니다.

미숙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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