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충 상황을 얘기하자면, 내가 주로 접속했던 늦은 밤~새벽 시간대엔 이용자 나잇대가 굉장히 높았다. 중고등학생은 당연히 없고, 휴학했다 붕 뜬 대학생 + 취업준비생으로 구성된 파와 할 일 없는 아저씨들 + 자영업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파가 양대 주축이었지. 그러다보니까 일베충처럼 철없는 소리하는 애들이 별로 없었음. 그걸 보고 일베충들은 대부분 젊은 애들이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다.

하여간 그때가 7~8년 전이니까 모든게 무조건 MB 탓이라고 욕하는 사람이나 밑도 끝도 없이 박근혜 까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사대강 예찬론자나 박사모도 있었는데 다들 몇 번 논박 오가다보면 서로 인정할거 인정하면서 친해지고 그랬지. 그게 참 별거 아니면서도 뭔가 뭉클했던게,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정치적 스탠스를 가진 사람끼리 치고박고 싸우다가도 새벽에 몇 판 같이 돌았다고 친해져서 형님 아우 하는걸 보니 어떤 사나이의 우정? 그런게 느껴지더라. 정치를 대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이정도만 되어도 화목하게 잘 살겠다 싶었는데...웬걸 요새 꼬라지보면 영;

2.

그런데 내가 전에 최지룡 나름대로 분석하면서도 했던 얘기지만, 이 나잇대에 밀리터리에 관심 좀 가져봤다 하는 사람들은 군인이거나 교수가 아닌 이상 사실 그 나물에 그 밥인게 한국 밀리터리 판이다. 사실 그 때에 밀리터리 마니아 하려면 90년대에 접하기 시작했다는 얘긴데, 그 즈음은 해외여행 자유화도 막 된 상황이었고 소련 시체에도 온기가 남아있을 적이잖아?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라면 대부분 일본 거쳐 들어온 게 뻔했음.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얘기들을 마치 정론인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탈리아군의 '카더라' 전설들이나 소련군에 대한 왜곡된 인식, 국방군 무오설 같은게 이 나잇대에서는 큰 비판없이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경향이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