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요리는 맹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타지 살면서 최고의 이웃을 만나 정깊은 교류를 나눈 일의 일부분임
난 17살 정도에 미국에 와서 지금 25살까지 살고 있음. (한국나이, 96 1월)
그 동안 적응이나 학교/일이니 해서 사람만날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집안사정도 빠듯해서 고등학교 마치고는 미군 갔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집안은 꼴이 엉망이어서 다 고치고 해결하느라 2018년을 다 보냈었음.
그렇게 나름 치이면서 타지생활을 했기에 사람 정을 많이 못 느꼈는데, 이번에 참 좋은 경험을 한거같아 나름 내 최애 게시판인 뚔리판에 올려본다.
물논 요리와 함께.
그렇게 연초에 제대 후 돌아와 엉망인 집안 꼴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푹푹 찌는 7월 쯤에 이사를 하게 되었음.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우리 일가족에게는 그 동안 사람들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이점이 있었기에 기분좋게 땀흘렸던 기억이 있음.
고등학교 까지만 해도 내성적 +10强에 수줍었던 나는 4년의 군대를 겪으며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고,
허물 벗는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사하는 만큼 옆 이웃집에도 인사를 해야겠다 했지.
바로 옆 왼쪽집은 약간 시큰둥 했지만서도, 오른쪽 집은 아주 반갑게 웃으며 나를 맞아 주었어.
필요한것 있으면 뭐든 말해라, 동네 잘왔다 등등 덕담을 받으면서 아빠, 엄마, 딸 하나 있는 옆 집 가족은 우리 가족을 기분 좋게 맞아주었어.
첫 인사가 끝나고, 나와 아버지는 일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으느라 겨울까지 바빴지만,
가끔씩 아침에 일나갈 때 손을 흔들어주는 아저씨와,
뒷 공원에 운동 나갈때면 날 지지리도 싫어하던(지금도 싫어함) 요크셔 테리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던 딸이 매번 눈에 채였지.
그렇게 얄팍한 인사만 주고 몇 달째 주고 받다가, 3주 전인가 군대 관련일로(레퍼런스) 딸 번호도 받고, 아저씨랑 말도 트이게 되었어.
그렇게 조금 더 가까워지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저번 주에, 뒤뜰 창고에 드라이버를 가지러 나가던 차에,
매번 잔디 깎을때마다 눈에 채이던, 우리 집 뜰까지 늘어져 이름모를 열매를 떨구던 그 나무에 옆집 아저씨가 올라가 그 주렁주렁 열린 열매들을 따고 있었던거야.
밑에선 얼굴을 튼 옆집 딸이 보고 있었기에, 한동안 궁금했던 차에 난 그 열매가 뭐냐고 물어봤어
스타후르츠라고 한다고, 살려면 하나에 1불은 한다네? 그러면서 넌저시 나에게 맛보라고 열매 두어개를 쥐어 줬어.
평소에 관심을 안 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손에 쥐어준 열매를 보니 확실히 본적은 있는 열매였어. 맛은 잘 몰랐지만서도.
먹어보고 어떤지 알려달라는 말에, 난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 칼로 잘라 맛을 봤지.
존나 맛있는거야.
신맛이 강하긴 하지만 새콤의 범주를 넘지 않고, 아삭 할 정도로 단단한 청포도 식감에, 약간의 자두향.
눈이 번쩍 뜨여서 다시 뒤뜰로 나가 바로 알려줬지, 너무 맛있다고, 이런거 처음 먹어본다고.
얼간이같던 나의 반응이 우스웠는지, 한동안 깔깔 웃던 옆집 딸은, 맛있으면 딸만큼 다 따가도 된다고, 매년 너무 많이 열려서 넘친다고 하더라
뻘쭘하긴 했지만, 첫 입에 스타후르츠에 반한 나는 거절하지 않았음.
창고에서 사다리를 꺼내서 우리 뒤뜰로 늘어져있는, 내 손이 닿는 곳 까지 모조리 따냈지.
마트 비닐봉지 2개가 꽉 차더라니까. 궁금해서 무게를 재봤는데, 한 봉지에 7.5 파운드. 그러니까 총 15 파운드, 7 키로 정도 되는거지
너무 많이 땄다고, 고맙다고 하려고 다시 나갔을때는 이미 아저씨도, 딸도 들어간 후였어.
나는 이런 정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봐서 뭔갈 되돌려주고 싶었어.
내가 가진건 얼마 없지만, 나름 꽤 빠릿빠릿한 취사병이었기에, 받은 스타후르츠로 요리를 해서, 옆집에 갔다주기로 맘 먹었어.
우리 집 인벤토리를 뒤진 결과, 살사는 이미 만들 수 있었고, 치즈와 사워크림만 사면 케사디아도 재료도 다 있었기에, 학교 갔다오며 그 두개만 사왔지.
내가 이걸 할 당시에는 뚔판에 올릴 생각을 안했기에(하는 요리 마다 그렇지만), 사진 하나가 이쁘게 나오기 전 까지는 찍을 생각을 못했어.
그래서 살사, 과카몰레, 케사디아 필링만드는 사진을 못 찍었어.
이 사진이 "으아 이건 뚔판에 올려야겠다" 하게 만든 사진이야.
풀 세팅임. 케사디아 두 쪽, 스타 후르츠 살사, 과카몰레, 사워크림, 그리고 고수.
그리고 이게 첫 봉투. 7.5 파운드 봉지가 2개 나왔다고 했잖아? 내 학교 친구 하나가 스타후르츠를 좋아한다네ㅋㅋ 그래서 나머지 한 봉은 줬어
그리고 우리 한 봉지중 반은 즙을 내서 시럽처럼 만들었어. 그것도 옆집 줘서 사진은 없네.
뭔가 망고 넥터 같은 느낌인데 스타 후르츠 맛나ㅋㅋㅋㅋ
나무사진은 스냅챗으로 보내서 못 올려ㅋㅋ 보고싶다면 내일 찍어서 올릴게. 진짜 사다리 닿는 밑50%는 초록색이고, 위쪽 반은 아직도 주렁주렁 열려있어.
그렇게 넥터 만들고, 살사 만들고, 케사디아 안에 넣고 해서 이만큼 남았네. 이것도 이젠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뒀어.
과카몰레, 스타살사, 사워크림. 옆집가족은 3등분된 용기에 이쁘게 담아줬어.
만드는걸 찍어줄걸. 어느 레시피든 원하면 댓글로 자세하게 달아줄게.
구워지고 있고, 이미 잘리고, 식으며 잘릴 준비중인 케사디아들. 집에 닭가슴살, 채끝 구운게 남아서 그거 전부에 멕시칸느낌 나게 시즈닝하고, 고추+마늘+양파랑 볶은 다음 치즈랑 섞어줬어. 치즈를 섞어주면 밑에 국물이 안차. - 고기믹스
중불 - 버터 - 또띠아 - 치즈 - 고기믹스 - 크게 다진 스타 후르츠 - 고수 - 치즈 - 또띠아 순으로. 뒤집기 전에 버터 발라주고
얘는 중간에 설거지 하다가 까먹었어
호떡 같아
나눠주고, 우리 가족들 다 먹은 후 처참한 광경
나는 남은 짜투리로 한 접시 만들어서 맥주랑 먹었음. 오래 걸리긴 했어도 참 기분이 좋았어. 옆집 디게 좋아하더라. 문자 먼저 보내주고 갔다줬는데, 30분 후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하는데 너무 뿌듯했음.
이렇게 좀 힘들어도 버티면 이런 흔치않은 정도 나누고, 좀 살고 볼일 인거 같아.
우리 요게이들도 열심히 맛난거 먹으면서 건강하게들 지내길 바라!!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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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신기하게 생겼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
pangloss
재밌게 산다.
잘했네. 맛나보인다.
살찐곰
그래서 이제 썸타냐
G1
타고 싶다... 라티나... 쭉쭉빵빵...
나무빠름보
타고 싶ㄷ... 어우야 켠다
G1
솔직히 맨날 머리속으로 키고 있음
MWL
이거 참 흐뭇하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