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부태 원정군을 따라다니면서 군수 물자를 공급하는 종군상인이나 어용상인은 항상 있었고 이는 중세 시대를 거쳐서 당대에도 유럽에서는 군수 물자 공급을 상인을 통해서 했지. 왜 그랬냐 하면 제일 좋은 답은 사실 행정력 부재다. 로마 시대에도 군수 조직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화국에 중앙 행정이 느슨한 조직인 나라에서, 심지어 모병제 아래에서는 장군들이 사비로 군대를 모병해서 굴릴 수 있는 나라에서 국가 군수 조직이 아니라 상인을 통한 보급이 더 편하고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행정 관료를 유지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는 일이다.

당장에 로마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 때까지 유럽에서 세금 징수는 관리가 아니라 징세업자, 그러니까 상인에게 면허권을 팔아서 했다. 동양 국가라면 일일히 관료로 납세를 확보할 수준의 일조차 상인에게 맡기는게 편하고 효율적인 상태로 근본적으로 행정 체제가 미비하고 혼선이 많았으니까 했던 일이다. 그럼 돈으로 급료를 받으니까 만사 OK도 아니고 엄연히 당대 군대는 후방 보급선에서 어느 수준 벗어나면 현지 조달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데 곱게 내줄리가 만무하니 약탈로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화폐를 안 썼다고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신용화폐를 대량 유통 시키는데 실패한 거지 임란 당시에 이미 방군수포제의 성립에서 보듯이 상품 화폐인 포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미 국가가 나서서 포를 사용했고.

중요한 건 관료제가 느슨하고 온갖 혼란이 점철된 유럽에서 군수조직을 대량 육성하기 보다는 사방에 깔린 상인 조직과 거대한 금융망과 유통망을 써먹는 게 나으니까 그리한거고, 그런 유통망과 상업망이 없는 조선은 화폐를 주어봤자 효율성이 없는 거고. 중국이나 일본은 조선보다 더 큰 땅에 대량 물자 유통이 발달하면서 상업망이 있으니까 화폐 유통으로 써먹을 수 있으니까 가능했던거지. 명군이 조선에 와서 질질짠 게 조선의 시장에서 원하는 물자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