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재밌는 시 하나 찾았다

 배틀 그라운드

 

문보영

 

 원을 향해 뛴다. 우리는 긴 나무다리를 건넌다. 꿈 바깥에서 모기에 물렸으므로 꿈 안에서 발바닥을 긁었다. 길고 좁은 나무다리를 건너며 발바닥을 긁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는 뒤돌아본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말한다. 너와 나는 같은 편이지만 너는 나의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저기, 사과나무가 있다, 나는 말한다. 내가 그 말을 하는 것은, 나와 관련된다고 해서 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며 나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내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을 향해 뛴다. 우리는 뛰어야 한다. 나는 문득 주저앉는다. 사과나무 아래. 너는 내게 말한다. 죽으면 경기를 관찰할 수 있다, 죽으면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 우리는 원을 향해 뛴다. 원은 어디에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생기고, 여기에는 약간의 운이 작용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곳에 원이 생기면, 움직일 필요가 없지만, 원은 늘 우리 바깥에 존재하므로 우리는 뛴다. 널 사랑해, 널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그런 말도 할 줄 안다. 나는 꿈을 꾸며 꿈에서 내가 소외되는 상황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원 바깥에 오래 있으면 체력이 닳고, 너무 오래 밖에 있으면 결국엔 아파서 죽어버린다. 죽기 싫다면 원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땅에서 뭔가를 줍고 그것을 먹어야 한다.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아프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날 아픈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건 좋다. 내가 죽자 너는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으면서 달린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다가, 날아가는 새는 닫힌 창에 부딪히지 않고 창을 통과한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생각이 옮아가고, 그 생각은, 창문이 없는 세상에서 창문에 부딪힌다면 그건 네가 새라는 증거다, 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나의 시선은 네 어깨에 가닿는다. 두꺼운 사전에 꽂아둔 낙엽처럼 잘 바스러지는 어깨다. , 어깨에 상처가 있다. 급하게 쓰고 온 모자처럼 생긴 상처다. 상처는, 일관성이랄 게 없으므로 아무렇게 묘사해도 괜찮다. 어쩌면 너무 이해하고 있다는 게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말한다. 다시, 사과나무 아래, 내가 있다. , 나무 아래서 회복되는 중이니? 라고, 너는 말하지 않고, 넌 그냥 죽어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너는 말하지 않고, 나는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뿐인데,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거기 사람 있어, 라고 너는 말한다

 

계간 문학동네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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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2016<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책기둥.

 

시 쓰려고 다른 시 읽다가 찾음

1개의 댓글

2018.10.17

다 읽어봐도 왜 원 안으로 뛰는지 안나와서 의아했는데 제목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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