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잡글4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고요 속의 약간의 균열. 그는 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 겨우 앉았다. 침대 옆의 디지털시계는 그가 보는 시점에 막 2시가 되었다. 너무 일찍 잠든 탓인지, 너무 일찍 잠이 깨버린 것이다. 창 밖은 여전히 어두워 약간의 은광만이 커튼 사이로 들어올 뿐이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불을 켤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이내 다시 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이불로 몸을 감싸 보지만 그가 바라던 잠은 이미 멀리 도망가버린 후였다. 결국 몸을 일으켜 세우고, 4초 정도 넋을 놓고 앉아있다가, 양손으로 볼을 두어 번 쳐 미적거리던 졸음들을 쫓아낸 그는 힘겹게 바닥에 발을 디뎠다. 차가운 바닥에 잠깐 움찔했지만 이내 기분 좋은 소름이 몸을 타고 흘렀다.

일어서긴 했어도 뭘 하기엔 영 애매한 시간이었다. 새벽 2시. 아침도 밤도 아닌 시간. 기분은 개운했지만 그의 몸은 약간 정신과 괴리되어 있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 웅웅하는 소리가 났다. 아파트 외벽에 부딪히는 소리인지, 그의 창문이 떨리는 소리인지. 그는 자신이 마치 잠수함 안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깊은 곳으로 침전하는 그런.

하지만 이내 창문을 열자 순식간의 그의 의식은 부양해, 그는 정신을 차렸다. 찬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 느낌에 다시 기분 좋은 소름이, 아까보다는 좀 더 강하게, 그의 몸을 훑고 사라졌다. 그때, 명료해진 정신 속에서 무언가가 떠오르려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가벼운 찌꺼기 같은, 너무나 뻔한 것들 뿐이었다. 자신이 뭘 생각하려 했는지 조차 까먹은 사내는 금방 흥미를 잃고 목이 타 물을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물을 마시고 거실을 둘러보자, 낯선 풍경이 그에게 다가왔다. 큰 맘먹고 구입했지만 알 수 없는 불편함에 몇 번 쓰이지도 않은 채 방치된 소파베드. 벽에 걸려 장식이 되어버린 클래식 기타. 기묘한 형태의 다리로 지지되는 탁상. 모든 것들이 너무 낯설어서 마치 자신의 집이 아닌 것만 같았다. 아직 잠이 덜 깼나 보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두어 번 흔들고 물을 마저 마셨다. 너무 차가운 물은 마음에 들지 않아. 미지근한 물을 삼키며 그는 다시 누울까 말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정쩡한 시간과 낯선 공간. 잠이 덜 깼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자기로 결심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그는 자신의 집이 왜 낯설어 보였는지 깨달았다. 잠을 자는 시간 이외에는 집에 머무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면 불편한 소파베드가 아닌 침대에서 자야 했고, 당연히 기타 따위 칠 시간이나 탁상에 앉아 뭘 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그는 자신의 삶이 너무 가난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저 혼자 몸 누일 공간 말고 그가 가진 공간이 있었던가? 남을 위해 일하는 시간 말고 스스로를 위해 보낸 시간이 있었던가? 삐쩍 마른 팔과 가슴. 누군가와 함께 하기에 그는 너무 메말랐다. 갑자기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어도 자괴감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런 삶은 더 이상-

그때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을 차렸다. 아, 다시 출근해야 할 시간이네. 쓸데없는 생각따윈 금새 사라져버렸다.

1개의 댓글

2018.06.25
월요일조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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