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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 겪은 괴상한 이야기.


육군이랑 해군 이야기는 많지만 공군 관련 에피소드는 없는거 같아서 올려본다.
200X년 공군 비행장에서 겪은 일이다.

공군은 새 쫓는 일이나 한다고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배트반이라고 따로 있다.
병사들도 파견나가긴 하는데 병사들은 그냥 활주로 근처에서 시간마다 폭죽 쏴서
새들이 근처로 못오게 하고 진짜 엽총으로 새 잡는 사람들은 부사관들이라 오토바이 끌고
돌아다닌다.

가끔 택시웨이(항공기 이동로) 바닥에 쪼그만 구리알이 있길래 뭔가 싶었는데
영외자(공군은 부사관을 영외자라 부른다. 밖에 산다고. 병사는 영내자, 즉 갇혀 사는 사람들)
가 그거 엽총으로 새 잡은거 여기까지 날라온거라고 해서 괜히 엽총 맞는거 아닌가 쫄았다. 

활주로나 택시웨이, 이글루(항공기 넣어놓는 건물. 졸라크다) 근처에 이물질 떨어져있으면
항공기 지나갈때 인테이크로 빨려들어가서 엔진 좆되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바닥 쳐다보면서
줍고 다녔다. 가끔 작전과장이나 단장 차량이 지나갈때 일부러 줍는 척 함. 
그렇지만 휴가증은 없었지.

그렇게.. 라인에서 항공기 관련 정비하는 특기라 하루하루 녹초가 되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라인병은 항공기 비행 스케줄에 따라 근무를 하는데 그날 따라 스케줄이 자꾸 밀리는거였다.
이러면 퇴근이 늦어지니 짜증이 차올라 기록계(라인부서의 중대 행정실이라고 해야되나?)에
뭔일이냐고 물어봤다. 날씨가 안좋거나 정비 불량이 발생하면 스케줄이 바뀌는데 그날은
너무나 화창한 날씨였기에...



기록계 왈 " 활주로에 고라니가 뛰어 다닌답니다." 



시발.. 공군부대는 졸라 크다. 활주로도 존나 큰데다
산도 하나씩 껴있고 강이나 하천도 하나씩 있다.
거기 사는 고라니놈이 활주로 내부 펜스를 넘어 활주로로 기어 들어왔다가 도망친거다.

비행중이라 저걸 잡을 수도 없고...

그렇게 다음 날.. 아마 매우 우중충했던 날 일찍 비행을 마치고 석식을 먹기 전쯤이었을거다.
중대 영내자 전원 집합하란다. 또 뭔 작업을 시킬려나... 시발시발하고 모이는데


위에서 명령이 왔단다. [최소인원 제외 비행단 내 영내자 전원 
고라니 포획을 위한 장비를 지참하고 XX로 집합]




??누가 뭘 잡는다고??




아마도 윗대가리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겠지만 이는 곧 
우리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는 한바탕 축제가 되었다..

중대 후임들이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평범한 빗자루.. 굴러다니는 막대기...로부터 시작해
검열때문에 짱박아뒀던 항공기 날개 달 때 쓰는 초대형 렌치. 팔뚝만한 2인치 스패너,
유압잭키 봉 등등

반쯤 정신나간 후임새끼는 고라니를 제압하려면 오장육부를 뒤트는 내상을 입힐 수 있게 
통배권을 써야한다며 존나 큰 고무망치를 챙겼다. 뭐 진동이 어쩌고 내장이 어쩌고 했는데
그냥 미친놈이었다.

나? 나는 고라니를 한큐에 사바세계로 보낼 생각으로 곡괭이를 챙김...
어쩌면 우리는 군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그저 활주로를 방황하는 고라니에게 풀려했던건 아닐까?

같은 생활관에 살던 말년 급양병(취사병) 아저씨는 삽 같은 걸 들고 나왔는데
그 삽은 영롱하게 빛나는게 분명히 밥 지을때 쓰는 그거였다. 뒤춤에 중식도는 덤.
밥하기 싫어서 놀러나온게 확실했다. 잡아서 고라니탕을 한다느니 개소리를 해댔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고라니가 서식한다는 산 밑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통합생활관 인원들(라인 밖 생활관에 사는 다른 대대 병사들. 졸라많음.)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아.. 광기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포획 장비들은 기괴했다. 
농민 봉기? 영내자의 난? 고라니 포획 장비 개그 페스티벌?
고라니를 찢어 발겨 비행단 단장(★)에게 가져오면 전역증을 준다는 소문이 퍼진건지...


야구배트, 골프채, 빠루, 손도끼, 장도리, 오함마, 모삽평삽눈삽과 넉가래..
제초용 낫과 호미를 넘어 부대안에 어디 농경지가 있나 싶던 괭이랑 삼지창.
항공기용 낙하산을 개조한 그물..등등
활 비슷하게 만들어서 가져온 새끼도 봤다. 50cm 쇠자가 개인화기라며 들고온 기록병까지...

 

작전은 간단했다. 수백명 가량의 인원이 고라니가 있다는 야트막하고 덤붙이 덮힌
동산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밑에서부터 훑어 올라가 고라니를 포획한다. 이게 작전이냐 시발

어쨋든 작전은 시작되었다. 근데 진짜.. 진짜로 10분 정도 후 누군가
- 어 시발? 고라니다! 저거 위로 뛴다!!!

그때부터 병사들은 눈알이 벌개져 무장공비가 아닌 고라니를 무찌르기 위해 
간격을 좁혀 동산의 정상으로 밀고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 근처...

고라니는 우뚝 서서 인간들을 노려보다 한순간 내가 있는 포위망 근처로 달려들었다.
받히면 진짜 뒈질거 같아서 곡괭이만 앞으로 내지르는데

고라니가 피융 하고 날아오르더라.. 고라니가 존나 높이 뛴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낮은 곳에 있던 포위망을 뛰어 넘어서 숲 속으로 황망히 사라지는 고라니를 보면서
에이시발 포상휴가 날아갔네. 이게 작전이냐. 우리같은 체어포스는 
고라니 한개 중대면 개털림ㅋㅋ이러면서 쪼개고 있는데

저 옆에 있던 병사 한명이 조용히 말하더라..  저거 뭐야? 저거 고라니 새끼 아님믜까??
조여오는 포위망에 어미 고라니는 튀었지만 새끼 고라니는 오도가도 못하고 덤불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떤 병사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병사는 새끼 고라니를 높이 쳐들고 함성을 질렀다. 물론 우리도 존나
괴성을 질렀지. 구석기인들이 사냥 성공하면 이랬을듯.

그 후 헌병 대대장의 아이디어로 새끼 고라니 사지를 묶어 외딴데 던져놓고
어미를 유인해 외부 초빙 포수가 초탄 명중으로 사살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렇게 고라니와 함께했던 야만의 시대는 끝나고 우리는 다시 참새 잡는 공군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엘리트공군 좆까.... 

 

59개의 댓글

2018.03.21
ㅋㅋㅋㅋㅋㅋ 필력좋네 재밌게 읽음
0
@아올올올
고마우이ㅎㅎ 어찌하면 이 일을 재밋게 전달할까 퇴고도 많이 했다ㅎㅎ
0
2018.03.21
익사이팅 하구마잉 ㅋㅋㅋ
0
2018.03.21
맨날 육군 썰만 보다가 용어 익숙한 공군 썰 보니까 재미나다 ㅋㅋ
0
2018.03.21
훔바훔바
0
2018.03.21
200x 이면 몇기여 도대체 ㅋㅋㅋ
나는 702기 20비 에서 라인병으로 근무 했었는데
꿀 빨러가서 f-16 정비하고 힘들었는데 이런썰 보니까 반갑네
0
@rlanrlan1
쉿. 아재라 가물가물해
정비하느라 고생했어요! 언제 전투기 가까이서 보겠나ㅎㅎ
우리나라 군인들 육군공군해군해병대의경전경해경의용소방교도대공익 등등.. 모두 다 고생한거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0
2018.03.21
@거문도불법점령
와... 방공망 보소.;; 다막네..
0
2018.03.21
영외자 공군만 쓰는거였어? ㅋ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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