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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결말

결말이 뻔한 영화들이 있다.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가 있겠는데, 우선 첫번째 하나는 감독이 병신이여서 그런 경우이다. 이 경우는 참으로 애처로운 경우다. 감독은 나름대로 이야기를 재미나고 흥미롭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진부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별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사단의 원인은 감독의 연출능력에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똑똑하고 재치있게 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반응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가지 경우는 결말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이다. 아마 이 대목에서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 대체 어떻게 결말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지 말이다. 결말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고 이야기의 완결이 이뤄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단말인가? 


좀 유치한 비유를 해보자. 


영화의 결말을 목적지라고 생각해보자. 그럼 결말이 중요한 영화는 차를 타고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운전자가 마음대로 목적지와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이러한 여행은 '어느곳으로 도착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나는 어디로 도착했느냐가 여행의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말이 중요하지 않은 영화는 기차를 타고가는 여행이다. 열차의 목적지는 항상 정해져있다. 열차는 정해진 레일을 통해 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여행은 '어느곳으로 도착하느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떠한 여정을 거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에서 여정은 운전 자체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동차 여행과는 다르게 기차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여정 자체가 여행의 중요한 일부분이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거나, 동료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결말이 중요하지 않은 영화'라는 것은 영화의 주제의식과 목적이 결말을 통해 마침내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전개 전체를 통해서 들어나는 영화인 것이다. 


아마 바로 감이 오지 않는다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생각해보라. 그런 영화들은 보통 결말을 예상할 수 없어서 긴장감을 느끼는 경우가 없다. 전개에서 무슨 영화적인 스릴을 준다고 한들 결말은 이미 역사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도>에서 사도세자가 죽는것에 놀라는 사람은 없으며, <작전명 발키리>에서 히틀러 암살에 실패한다고 그 사실에 놀라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결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영화들은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직관적인 영화적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뭐 직관적인 영화적 재미나 곱씹어야 느낄 수 있는 영화적인 재미나 둘 다 중요한 것이고 어느 쪽이 더 고오급이고 우월한지의 문제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있는 것이니 그것은 말해봐야 별 의미는 없지만ㅋ 그래도 감독이 병신이라 결말이 뻔한 영화와 영화에 있어서 결말이 그닥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결말이 뻔한 영화는 구분해야 할 것이다.

1개의 댓글

2018.04.24
말 잘하네 ㅊㅊ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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