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느라 끊어서 끊어서 봤는데도 대단하다는 게 느껴졌음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촬영술)로 유명한 영화답게 만족스러웠음. 개인적으로 무분별한 컷과 잦은 샷 변화를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원테이크를 굉장히 선호하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음.
영화 잠깐잠깐도 아니고 내내 원테이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굉장히 지루함을 줄 거 같아서 좀 불안감 같은 걸 갖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음. 원테이크에서 느껴지는 그 리얼리티함과 제목 '로프'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뒷따라 움직이는 긴 무빙은 감탄스러웠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보면서 7대 죄악을 연상하게 됐는데, 감독 의도든 아니든 보고 나서 그런 느낌이 들었음.
살인을 주동한 브랜든은 딱봐도 오만함이고 필립은 분노, 루퍼트는 죄악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 혹은 성찰 등. 그 외로 자넷은 색욕, 케네스는 질투로 이어볼 수 있을 듯한데 이야기를 끌어감에 있어서는 그들이 7대죄 중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생략.
켄틀리가 루퍼트와 브랜든의 사상 (상위 계층은 하위 계층을 살인해도 괜찮다) 자체를 굉장히 혐오하고 지적하고 일갈을 놨지만 그땐 루퍼트는 뉘우치지 못함. 즉 그땐 성찰을 못하지만 영화 끝에 실제로 브랜든이 사상을 실행에 옮긴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사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고 뉘우침. 즉, 그때까진 루퍼트도 인간(성찰)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오만함을 상징했다고 볼 수 있음.
하지만 결과를 보고도 뉘우치지 못하는 오만함과 그 결과를 보고 뉘우친 오만함이 이 영화에서 오만이라는 감정 그 자체, 즉 7대 죄악인가 혹은 인간인가를 나누는 기준으로 설정됐다고 생각함.
브랜든은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 오만함이라는 7대 죄악인 것이고 루퍼트는 깨우쳤기 때문에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게 이 사건을 알릴 수 있었다, 즉 7대 죄악을 끝낼 수 있었다고 봄.
필립같은 경우엔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알릴 용기가 없었고 특히나 그런 일에 가담한 것 자체가 인간이 될 수 없었던 것 같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얘긴 정확히 루퍼트가 데이비드의 시체를 발견하고 나서 브랜든에게 하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음. "니가 뭔데 너는 상위 지식인이며 그(데이비드)는 죽어 마땅한 하위 계층인 것을 판단하느냐, 니가 신이라도 되느냐?".
'세상에 죽어 마땅한 자가 있더라도 그것을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가 주제 그 자체인 듯함. 즉 '그러니 '누군가가 살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같은 인간 자체의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를 하려는 오만함을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