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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시/문학] 이제 곧 가을이 오니까 감성이 울리는 시를 읽어보자 2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9fnt








용기내서 올린 첫 글에 반응해줘서 고맙다

가을이 모두 지날 때까지 일주일에 한두편씩 연재하도록 해볼게



나는 시의 시작은 공감이라고 생각해

나처럼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한테 시는 "공감"에서 비로소 감동의 울림을 주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특히 공감했던 시 다섯 수를 꼽아봤어

읽기 어렵지 않은 시들이니 편하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1, 꿈 -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이별을 겪으면,

진정사랑했더라면,

한동안 상대방이 꿈에서 등장하곤 하는 것 같다

한창 사랑을 할 땐 꿈에서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헤어지고 나서도 꿈에서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눈을 뜬 후엔 고통뿐이었지만
















2,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떨쳐낼 수 없는 감정같다

그 텅 비어버린 듯한 감정이 꼭 사랑이 아닐지라도,

그냥 사람 자체가 그리워질 때가 있더라

내 속얘기 들어줄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그런 기분.


내자신이 외롭다보니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외로워보이는 감정을 정호승은 마지막 네 줄로 표현한 것 같다

사람이 어떤 감정에 휩싸이면 세상의 모든 것이 그 감정의 안경을 끼고 보이는 감정을 저리 표현한 것이라고 난 느낀다


난 타지에 나와 있다보니 가끔 그런 감정이 사무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수선화에게를 읽어보곤 한다



















3,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사랑이 오면,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집착과 상처가 함께 온다는 말이 기억이 난다

사랑을 하면 본의아니게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흘러 철없던 내가 상대에게 안겨준 그 상처를 알게 될 때,

깊고 깊은 곳에 숨겨둬서 차마 그동안 눈치챌 수 없었던 그 아픔을 내가 느끼게 될 때,

애써 말하지 않아 온 그 사람의 배려심,

휩싸여오는 죄책감,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미안함,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망설임,

나는 이 시에서 그 감정을 모두 읽었다

시 읽기는 본디 자유롭기에, 게이들은 이 시를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
















4, 눈물 - 피천득


간다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가려

보이지 않아라











처음 이 시를 읽고,

너무나도 소름이 끼친 나머지 "캬"하고 감탄을 했었더랬다

연인 사이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기막히게 표현을 해냈는지...

이 시는 내가 해설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감히 이 이상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바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읽는다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는 시다

이 시를 읽고 그 좋아하던 간장게장을 끊었다는 카더라통신까지 들려 온다

간장게장을 보면서 어머니의 모정을 느끼다니,

시인이 감수성은 분명 일반인이 따라갈 수 없는 범주에 있는 듯하다

죽음을 앞두고 아기들을 걱정하여 안심시키는 엄마 게의 마음이 애틋하다


간장게장은 살아있는 게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알을 품은 암놈이 값도 맛도 최고로 친다

분명 나도 이 시를 읽고 난 후 간장게장을 먹으면서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죄책감을 느꼈다

이럴 때 보면 시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고 느낀다














물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빠르게 2편을 올려보았어

하지만 시 선정은 엄중히 했다!

특정 작가나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게이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3편은 천천히 올릴게

읽어준 게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113개의 댓글

2016.08.31
새벽감성 ㅊㅊ
0
2016.08.31
@쿤냥쿤냥쿤
고마워
0
2016.08.31
새벽감성에 취한다!

시는 정말 좋은 것 같아
0
2016.08.31
@Assam
자주 찾지않더라도 가끔 몇 수 읽으면 참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아
0
2016.08.31
저런 원피스 머꼴이더라
0
2016.08.31
@맑은물
웅 정말 대꼴이지
0
2016.08.31
사진이며 시며 설명이며 어느하나 거를게 없군 ㅊㅊ
0
2016.08.31
@닭다라닭닭
4번시 보고 저절로 감탄이 나오네
0
2016.08.31
와 눈물 피천득 시인.... 미친다 진짜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 끝날때 가슴에서 감탄이 나왔다....
0
2016.08.31
@死4死4
나름 필살기였다..
참 좋아하는 시다
0
2016.08.31
읽판에서 두고두고 보고싶은 시들이다 크~ 멋지다 ㅊㅊ
0
2016.08.31
@잡상인
그렇게 말해주니 뿌듯하다 고맙다
0
2016.08.31
@
[삭제 되었습니다]
0
2016.08.31
@잡상인
음 나는 기형도 시인, 도종환 시인, 백석 시인, 윤동주 시인 외에는 시집을 직접 구입한 적이 없어 ㅎㅎ
게다가 여러 개 모인거라면 나도 아는 바가 없어서 추천을 못해주겠다 미안하다..ㅠ
대신 앞으로 잘 선별해서 올리도록 할게
프로그래밍쪽이라면 30대 초반까진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서 진로변경해도 승산이 있다고 봐
파이팅!!!
0
2016.08.31
좋은 시 많이알고 있네
추천 달게받아라
0
2016.08.31
@우리엄마아빠
감사하다
0
피천득 눈물 없었으면 추천 안줬다
0
2016.08.31
@시럽계는오회말카드가않되
나도 특히 아끼는 시다
필살기로 넣었다
0
2016.08.31
막시는 정말 소재의 신선함부터 풀어내는 능력과 마무리까지...
0
2016.08.31
@뢰시
안도현 시 중엔 제일 좋아한다
0
2016.08.31
@제환공
시간으로 묻었던 아픈 날 열망들을
조용히 끄집어 내서는
터트리고 또 다독여주는구나
시는 공감이 중요하다던 네 생각이 옳다
몇몇 우리들은 태풍 날 새벽에 앉아
컴퓨터로 핸드폰으로 이 글을 본다
바람소리 함께 들으며
빗물로 씻어내는 중이다
0
2016.08.31
@뢰시
ㅎㅎ
0
2016.08.31
[삭제 되었습니다]
2016.08.31
@방방
화장실에서 똥싸면서 쓴 것치곤 그럴듯하네~
0
2016.08.31
좋은 시집 하나 추천해줄수있낭?
0
2016.08.31
@귤귤귤
맘에 드는 시가 있으면 그 시인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봐
그럼 그 사람 시가 많이 뜨거든
적당히 몇 개 읽어보고 괜찮다싶으면
그 사람 시집을 구입하면 돼 ㅎㅎ
0
2016.08.31
@제환공
호옹 아라쓰
많이 올려줭
0
2016.08.31
버거킹마감... 그 ㅈ같이 힘든거 이해한다...
Ph였나 뭐였나 하는 그 패티구운거 담는 통은 아무리 벅벅문질러도 기름때가 남아있고....
매번 브로일러 뜯어서 싹다 깨끗하게 씼어내고...
또 소스통 일일이 다 물에 담갔다가 씼고... 으...

손이 느려서 12시퇴근인데 1시 2시 퇴근한 적도 맘ㅎ음.... 물론 카드찍는거라 수당 더 받았지만 그만큼 출근을 늦게 시키더라..
관둔지 3개월 됐는데 다신 하고 싶지 않다...
0
2016.08.31
@RAVE
그 기분 안다
다신 하지 말도록 하자 ㅎㅎ
0
2016.08.31
피천득 오졌다...
0
2016.08.31
@내성손톱
특히 아끼는 시다
0
2016.08.31
어 1편인줄 알았는데 2편이었네 미안...
0
2016.08.31
@RAVE
웅 2편이야 ㅎㅎ
0
2016.08.31
우와 꿈.. 1편에 덧글로 달려다가 오글거려서 못달았는데.
요즘엔 꿈에 잘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잊으려고 사진이랑 다 지웠는데 정작 잊으니까 그렇네.
0
2016.08.31
@마가리나
지우기만 하면 그래도 더 빨리 잊혀지는 거 같아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하나 남겨뒀으면 좋았으련만 하고 생각도 하지만
0
2016.08.31
절절한 이별을 했었나보네
고맙다
0
2016.08.31
@싱어송파이터
나도 고맙다 ㅎㅎ
0
2016.08.31
처음건 그냥 읽고 넘어갔는데
이번건 뭔 상관도 없는 사진 올려놔서 ㅂㅁ
연관이라도 있음 모르겠다만 저건 대체 왜 올린건지 노이해
0
2016.08.31
@종주영범
사람들이 시에 관심 안 가져줄까봐 호객행위용이였는데 3편부턴 뺄 생각이다 ㅎㅎ
미안하다
0
2016.08.31
@종주영범
공감 존나 틀딱사이트 게시글 같음
0
2016.08.31
황인숙 시인의 꿈 너무 좋다.. 방금 1편 보고 왔는데
남은 시들은 아껴서 내일 봐야겠다
0
2016.08.31
@Offensus
다른 시들도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0
2016.08.31
사진이 동인인물인가 몸매가 비슷한데
0
2016.08.31
@정의사도
그건 아닌거 같다
서로 펌한 데가 달라
0
개드리퍼들이 이상한걸 먹었나..왜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지냐
0
2016.08.31
@비밀인데 나 신이다
새벽이고 가을이라 ㅎㅎ
0
2016.08.31
피천득 어떤뜻이아?
0
2016.08.31
@우리아롱이
글쎄 말로 설명하면 길고 복잡한데,
애증인 거 같아
사랑하면서도 싫어하고
하지만 결국 사랑하는..ㅋㅋ
0
2016.08.31
일주일전에 이별했는데
피천득 시인의 시는 정말 많이 와닿네
슬프와중 추천주고간다
0
2016.08.31
@2중대수경
극뽁하길 바란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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