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 판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어제 새아버지 글 쓴 게이인데 잠이 안와서 영화같은 집안 썰좀 푼다.

7b9191e9 2016.06.27 319

(http://www.dogdrip.net/100867376 일단 이글이었음.)


친 아빠는 착했지 빨간날엔 항상 동물원이니 놀이동산이니 못하면 비교적 가까운 큰 공원이라도 날 데리고 가줬다.

옛날 기억일수록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생각나는데 갈수록 엄마는 동행하지않고 다음엔 도시락을 안싸주고 마지막엔 배웅도 안해줬던게 이 글쓰면서 기억난다.

다른 기억은 나한테 말도 없이 떠난거랑 집에서 놀아준거 말곤 없으니 비교적 착한 아빠였다고 생각된다.

엄마는 인물값을 심하게 했는데 아빠가 떠나니까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빠 얼굴 닮은 날 드럽게 미워하면서 좋아했다.

하루 건너 하루, 술먹으면 날 때리고 다음날 달래주고 내가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면 그날 저녁엔 술이 없다고 짜증내고 때리고

아마 내가 스펠링을 처음 외운 단어는 씨에이에스에스 카스일거 같다.

새아빠를 만나고 상황이 조금 좋아지나 했는데 엄마는 또 성질이 뻗쳤다.

새 아빠는 그런 엄마를 한 1년 정도 말리다 이후엔 그냥 자리를 피했다.

술취한 엄마는 그것도 상처였는지 새 아빠가 나가면 굳이 옆방에 있는 날 소리지르며 찾았다. 그냥 말만 해도 들릴 거린데.

한두어시간 후 새 아빠는 들어오면서 추운날엔 편의점 어묵, 더운날엔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는데 그럼 기분이 좀 좋았어.

지금 생각하면 벨도 없나 본인 욕한 여자 아들 뭐가 좋다고 맨날 웃으면서 챙겨주는지 한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내가 어묵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면 옆에서 새 아빠는 꼭 엄마 칭찬을 했다.

내 방 안에 작은 침대에 난 위에서 아빠는 아래서 기대서 먹으면서

"너도 알지? XX씨는 사과를 참 잘 깎아. 그게 쉬워보여도 되게 어려운 거거든."

아니면 "어디가서 고등어를 먹을때 XX씨가 한거와 비슷하게 맛이면 맛나는거고 다르다 싶으면 맛이 없는거야."

이런식으로 우리 엄마를 꼭 누구 엄마 혹은 반말을 안하고 XX씨라고 표현하면서 칭찬해 줬는데

외 할머니도 썩을년이라고 부르는 우리 엄마 존중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게 나한테는 너무 감사하지.

그런 엄마가 병에 걸리고 학기가 바뀔때 마다 눈에 보이게 살이 빠졌다.

엄마는 젊고 건강한 나이라 그런지 병도 빠르게 자라더라. 이쁜 엄마 한순간에 피부가 아몬드같이 늙어가고 언젠가부터는 엄마 손만 보게 되더라.

엄마는 내 눈만 보는데 눈을 보기가 너무 무서워서 그나마 건강할때랑 비슷한 손만보고 반짝이는 반지만 보고 나중엔 명치까지 올라온 얇은 담요만 보면서

이불의 패턴을 눈으로 요리조리 찾아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남여관계에도 통하는지

평소엔 그리 무시하던 새아빠가 오면 외로운 엄마는 목소리 톤도 올라가고 눈도 크게 뜨는 모습이  돌아가시기 전에 가장 밝은 모습 중 하나다.

순식간에 지나간 장례, 엄마쪽 집안에서도 몇 명 오지도 않고 엄마 친구라곤 거친 입버릇을 버틸만한 착하거나 못사는 아줌마들 뿐이니 바쁠 일도 없더라. 

엄마 장례를 치르고 새아빠는 잘 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어리숙하게 해주셨다.

계란 후라이도 해주고 마트에서 장보기 쑥스러우신지 편의점에서 소세지도 사다가 구워주시면 아침을 그렇게 먹었다.

뭐 그렇게 두번째 교복을 입을 쯤, 난 유학도 가고 돌아와 군대도 다녀오니 아빠랑은 년 수로는 오랜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보낸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요즘은 영화, 장보기, 등산, 낚시, 외식도 자주해서 아마 이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 부자관계가 돈독하게 보일거다.

그런데 최근 아버지가 새로운 여성분과 연애를 하신다.

위에 쓴대로 엄마는 날 어린나이에 낳았고 그 엄마보다 연하인 새 아빠가 4살 어린 여성분과 연애를 하니

30대 후반 초혼인 새 어머니가 될 분에게 내가 부담이 될 거라곤 바보등신새끼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다.

새엄마가 될분이 나에게 눈치를 주거나 나쁘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사람들 시선과 그쪽 가족들의 태도가 착한 새 아빠 숨통을 쑤실게 눈에 훤하더라.

그래서 내 남은 대학 2년 그리고 취직 준비기간이랑 새아빠랑 여행 1년 해서 3년 딱 좋게 지내고 아버지랑 헤어지기로 했다.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 살아도 된다. 새 아빠를 만나기 전부터 엄마는 돈 좀 있었고 전세 내놓은 집, 현금도 있다.

아버지가 엄마 병원비를 전액 부담했고 할머니가 도와준 돈은 고스란히 나한테 줬다.

거기에 장학금 받는거 뻔히 아시면서 매번 붙여주시는 학비, 계절마다 웃이니 가방이니 자질구리한거 사라고 주신 돈도 통장에 많이 남아서

지금 당장 내가 대학생활을 혼자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황인데 그냥 대학까지는 꼭 지원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그건 알겠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딱 지금의 상황이라 앞으로 벌어질 일은 알 수가 없으니 글은 여기까지 쓰는게 맞겠네.

그냥 잠도 안오고 방에서 술한잔 하면서 쓴 글이라 어찌보면 낚서나 메모 수준인데

나도 내가 어찌 살았나 한번 정리해보고 특히 새아빠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을 정리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써본다.

잘자라들


8개의 댓글

87a001e1
2016.06.27
헤어지더라도 앞으로 아버지 아버지하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잊지않게 얼굴 보면서 지내면 좋겠다. 나중에 장가갈때는 아버지로 모셔서 앉히고. 대단하신 분이시네... 그리고 아주 먼 나중에는 호강도 시켜드리고.
0
c2ac7977
2016.06.27
은인을 만난다는게 이런걸까
0
8e07dd3d
2016.06.27
3줄 요약은 시발
0
4b6daa6c
2016.06.27
이런말이 맞진않겠지만,
정말 기구하고 불행하게 학대받지않고
좋은 분 만났다
남자가 애들 아침밥 챙기기가 쉽지않을텐데
앞으로도 복만 받아라 게이야
외롭겠다
0
46dc8c8d
2016.06.27
진짜 대단하신 분이네 자기 친자식도 아닌데 저러기 쉽지 않을텐데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잘해드리고 좋은일만 있길 바란다
0
541a5d8d
2016.06.27
나중에 그 아버지 꼭 결혼식때 후견인으로서 모셨으면 좋겠다

눈물난다

힘든 와중에 정말 좋은 인연이신 분과 만난 것 같다

앞으로도 힘내길 바래

여자친구 만나도 아버지 자랑은 꼭 해도 될것 같다
0
67bc0806
2016.06.27
남은시간만큼 잘했으면 좋겠다... 나도 너처럼 아니 너랑 똑같았는데 내가 철들무렵 그러니까 군대 전역하고 잘해드려야지 마음먹는순간 거품처럼 사라지셨더라.. 그보다웃긴건 내가 장례식장을 남들몰래 다녀와야한다는게 존나억울하고 웃기지만 ᆢ 그쪽가족입장에서는 내가 없어야될사람이니 ᆢ 몰래장례식장다녀오고 ᆢ지금은산소도모른다
0
3309499f
2016.06.27
씨발 눈물나네

아버지도 멋지고 너도 멋지다
그 마음 변치말고! 그 착한 분, 끝까지 상처받지 않으시게 잘 보살펴드려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790 남잔데 울음이 너무 많음.. d9cdd223 방금 전 1
405789 나한테 맞는 와꾸는 어떤 여자일까 1 d1fe9a6d 10 분 전 22
405788 뭔가 이 상황이 존나 싫다 4 d4ac2f30 43 분 전 85
405787 여자친구의 권태기 (장문주의 요약o) 2 20eb0a40 56 분 전 119
405786 좋은 이미지 있는 곳 좀 추천좀 2 b916874a 1 시간 전 29
405785 클래스101 좋음? 3 b916874a 1 시간 전 75
405784 아니.. 바람난거 아니냐? 라는 질문에 7 2b0e3ecd 1 시간 전 56
405783 헬뉴비..스트랩 눈치 보이는디 그래도 쓰는게..좋지?? 3 44408316 1 시간 전 63
405782 주변에서 모임을 해보라는데 1 eaac255b 1 시간 전 45
405781 월광보합 써 본 사람? 2 7d780c72 1 시간 전 71
405780 직장동료끼리 1 394d7f76 1 시간 전 65
405779 어릴때 봤던 동화책 찾는데 도와주실 분 1 bfab0741 1 시간 전 45
405778 밤낮으로 카톡오던사람이 안오는건 5 b7f1d3a6 2 시간 전 267
405777 아버지 돌아가셨는 데 부랄친구들한테 말할까 18 b0bda18f 2 시간 전 295
405776 호감이라고 봐도 되나? 2 394d7f76 2 시간 전 103
405775 서윗 영포티가 차라리 낫지 7 f6ab07ab 2 시간 전 161
405774 여자를 재밌게 해주는 남자라는게 개그맨을 뜻하는게 아니잖... 4 c51da23a 3 시간 전 100
405773 지체 장애인이랑 마니또 했는데 2 ce229fa8 3 시간 전 159
405772 맘에드는 여자 갖고싶어서. 1 a7f6bbe2 3 시간 전 299
405771 가스검침 아줌마가 나의 시체를 보게될거다 7 a7f6bbe2 3 시간 전 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