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은 여러 부분에서 박훈정 감독의 개성이 짙게 묻어나면서도, 어느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훈정 감독은 한때 만화같은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고 했는데 과연 그말대로,
짙은 배경의 묵직함(신세계, 브이아이피)과 만화같은 가벼움(마녀)을 통해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그 와중에 대호라는 이도저도 아닌 실험적인 작품이 나왔는데 결과는 뭐..
마녀의 뒤를 이어 제작된 낙원의 밤은 그런 점에서 감독이 자신의 색채를 조율한 흔적이 돋보인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보이는 따뜻하고 시원스러운 색채 그 아래론 박훈정 감독이 늘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묵직함이 여전하다.
작중 내내 가벼움과 묵직함이 공존하지만 어느 한쪽만 튀지 않고 최후까지 끌고 나가는 연출은 전작에 비해 더욱 다듬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익살스럽고 정감가는 캐릭터들(혹은 진짜 뒤졌으면 싶을정도로 미칠듯한 연기력을 보이는 빌런들까지) 또한 반갑다.
한가지 돋보이는건 과거 신세계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준바 있는 '으리! 형제! 친구!' 같은걸 이번 작품에선 사실상 시궁창으로 쳐박았다는 점이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당히 높게 평하고 싶다.
그리고 여기에 후속작 떡밥 없이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는 끝맺음 또한 시원시원하다. 마치 제주도의 바다처럼.
허구한날 신세계 2 찍어달라는 팬의 부름을 외면하고 자기 찍고싶은거 찍던 감독이 미우면서도 결국 정감이 갈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
어쨋거나, 낙원의 밤이 다음 작품을 위한 도약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보는 바이다.
p.s)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차승원은 정말 캐릭터 그 자체라는 느낌.
그리고 엄태구 왤케 귀여움?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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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숏컷보이쉬
신세계라기보단 그냥 마녀보는 기분이었음
K1A1
감독이 마녀 찍고 아예 그런 느낌으로 굳히기로 한듯
후라리지마봐
최근에 개드립에서 본 리뷰중 잘쓴듯하다. 스포도 없고, 굿굿. 추천드림.
후라리지마봐
아니 난 신세계 마녀 다 좋아했는데 설마 같은 감독이라곤 생각도 못했네.
스토리는 무난했는데, 연기력들이 미쳤다.
감독이 캐스팅은 잘하는것 같다. 마녀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뭔가 보면서 후덜덜했던 영화는 오랜만인듯.
K1A1
데뷔때부터 캐릭터는 확실히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 스토리가 아무리 무난해도 반타작 이상은 먹고 들어감 ㅋㅋ
세트똥싸개
난 그냥 똥보는 느낌
K1A1
취향 안맞으면 어쩔 수 없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