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상티망이라는 단어가 있음.
분노, 질투라고 번역되는 존나 멋진 프랑스어로, 더 정확하게는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라고 함.
감독이 말하길, 이 영화에는 진정한 악인은 없다고 함.
싸장님이 약간 띠겁고 까다로워도 나름 양식을 가지고 말하고, 고용인들의 대한 예의나 존중도 가지고 있음.
가정부 남편은 싸장님을 '리스펙'한다던데 정말 그럴만한 사람이지.
아들 지키려고 할 때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그런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음?
송강호가 분노하는 지점도 아들을 보호하려던 행동 때문이 아님.
송강호를 살인 충동으로 이끈 것은 냄새이고, 1차원적인 모멸감임.
가난한자와 부유한 자들을 가르는 확실한 경계임.
놀랍게도 한국 사람이면 뭔지 다 알고 있는 것임.
외국인들도 이걸 알까? 아마도 비슷한 게 있겠지.
암튼 지하실에서 행동을 보면 송강호는 사장을 미워하지 않고 후회함.
벙커에서 살기로 한 선택도 아이러니함.
셀프 감금이고, 그곳의 삶은 감옥에 가는 것보다 못 함.
차라리 법의 처벌을 받으면 햇볕도 쐬고 먹을 것도 제때 나옴.
그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벙커에 들어감.
하지만 우리는 그 선택의 이유도 이미 알음.
사람에게 모멸감이란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이니까.
모멸감을 억누르고 살아가면 문제가 안 됨.
그러나 살인까지 저지르면 적나라하게 자신의 모멸감을 보인 것이고
그것은 징역을 살기보다 못한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될 정도로 부끄러운 것이다.
한국에서 그만한 모멸을 벗어날 방법은 "부자가 되어서" 저택을 사는 수밖에 없단 거임.
르상티망은 문학이나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임.
특히 이걸 잘 구현할수록 서양에서 높게 쳐줌.
기생충이 깐느에서 고평가를 받은 이유가 한국의 르상티망을 잘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놀랍게도 르상티망을 다룬 한국 영화는 거의 없었음.
있긴 있었지만 잘 해내진 못했음.
그런 의미에서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함.
앞으로 르상티망을 다룬 한국 영화가 쏟아질 거고,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싶음.
이만한 내용을 노빠꾸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니 정말 놀랍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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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누드러시
ㄹㅇ 영화관에 나 혼자 있었으면 기립박수 쳤다 바로
msdluckygu
KIA~ 영화해석 잘 하십니다. 그냥 막연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명료하게 풀었네
pakistan
르상티망 좋은 단어 알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