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2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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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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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흐림

 

9.19.JPG

(예상 이동거리 21.55km)

 

늦은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자는데 조금 불편하긴 했다.

 

아마 군인들 이었던 것 같았는데, 12시 넘어가니깐 조용해져서 그 이후에 잠에 들었다.

 

오늘은 주파 거리가 상당히 짧아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느긋하게 몸을 녹이고 나서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근처에 있는 벤치에서 어제 사 놓은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내가 좋아하는 찹쌀 단팥빵은 상태가 약간 좋아보이지 않았다. 왠만하면 당일 먹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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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하루 종일 흐렸다.)

 

오늘은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길이라서 인도가 상당히 많았다.

 

공사중인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단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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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하시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주신 바나나)

 

걷고 있던 와중에 공사 현장을 거쳐가고 있었다.

 

잠시 쉬고 계시던 차에 인사를 드렸더니, 어디 가냐고 하길래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속초부터 걸어서 왔다고 했다.

 

아저씨들은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아이고 대단한 친구구만 하면서 껄껄 웃으셨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포크레인으로 짐을 실고 잠시 내 앞에 멈췄다.

 

처음 대화를 나누던 털털한 아저씨가 포크레인 아저씨에게 속초부터 해남까지 혼자가는 대단한 친구라며 자랑을 해주셨다.

 

포크레인 아저씨는 혼자 한다는게 쉬운게 아닌데 하면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포크레인 아저씨는 다시 작업을 하러 가시고 처음 대화를 나누던 아저씨가 아주머니께 나한테 간식 좀 챙겨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끝까지 완주 잘 하길 바란다면서 응원해주셨다.

 

바나나! 노르스름하고 부드러우며 달달한 그것!

 

이제껏 과일가게, 노상에서만 볼 수 밖에 없던 귀한 바나나였다.

 

내가 참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꼭 먹고 싶었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나 보다.

 

감사히 먹겠다고 그리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전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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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를 주시고 응원해 주신 아저씨 아주머니의 현장)

 

받자마자 걸어가며 하나를 까먹었다.

 

그렇게 큰 바나나는 아니었는데 고놈 참 달달하니 아주 맛이 좋았다.

 

뒤돌아 보니 아저씨들은 여전히 땀을 흘리시며 더운 날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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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대화를 나눈 아저씨)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렸다. 거기에 차량들이 많아서 그런지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너무 칼칼했다.

 

계속해서 비포장 도로로 이동을 했다. 갓길보다는 안전해서 그래도 상황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걷고 있던 와중에 뒤에서 화이팅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보니 아까 공사장에 일하던 분들이 점심을 드시러 가는 길에 보여서 인사를 해준 것이다.

 

거기에 나는 손을 흔들어 드렸다.

 

참 정이 많은 분들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처음 대화를 나눈 까까머리 아저씨의 독특한 웃음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가던 중 잠시 정류장에서 쉬기로 했다. 

 

쉬고 있는 중에 어느 아저씨가 눈치보며 오시더니 어디 가냐길래 해남까지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시더니 고생이 많다며 자신도 왕년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셨다고 자랑하셨다.

 

아저씨의 인상은 나이에 비해 꽤나 정정해 보이셨다. 그리고 성질도 상당히 급해보였다.

 

그 이유는 자전거로 인천 ~ 부산을 고작 5일 만에 주파하셨다고 하는 말씀과 일치했다.

 

물론 자전거가 빠르다고는 하나 하루에 120km씩 매일 매일 달린 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설악산, 한라산이며 산이란 산은 거의 다 등반을 해보셨다고 했다.

 

그러다 걸어서 국토종주를 하시던 중에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골병이 들어서 돌아왔다고 하셨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데, 의사가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걸 뭐하러 사서 고생하시냐고 그렇게 말했다고 하셨다.

 

나처럼 이렇게 걸으며 젊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게 오랜만인지 자랑을 엄청 늘어 놓으셨다.

 

속사포로 말씀하시는게 얼마나 빠르던지 정신이 없었다.

 

그러자 구원투수 아내 분께서 오시더니 빨리 오라고 뭐라 하시니 그때서야 멈추고 아주머니께 돌아가셨다.

 

아주머니는 이 길로 쭉 따라 가면 될꺼라고 말씀하셨다.

 

아주머니가 떠나고 그 뒤를 따라 아저씨도 같이 떠나셨다. 그리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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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한 점 볼 수 없는 날이었다.)

 

말씀하신 길을 따라 가는데, 갓길에 풀들로 덮혀 있어서 꽤나 고생을 했다.

 

날씨가 영 흐리니 기운이 전체적으로 다운되는 기분이었다.

 

또 감기 기운이 돈 것인지, 매케한 매연 때문인지 생각보다 목이 아프고 몸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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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입성)

 

다리를 걸을 때면 꽤나 재미있다.

 

차를 탈때는 몰랐지만 다리 위를 걷다보면 큰 차가 지나갈때, 다리가 굉장히 흔들린다.

 

그게 의외로 중독성이 있고 재미가 있다. 

 

특이한 건 다시 지면으로 내려왔을 때 그 감각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아 계속해서 흔들리는 착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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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들어와서 찍은 사진 신도시인 것인지 사람이 별로 안보였다.)

 

나주에 완전히 들어 오기 전에 사람이 거의 걷지 않는 길을 걷고 있었다.

 

캐주얼하고 안경쓰고 카드지갑을 목에 건 여성이 내 앞을 걸어 가고 있었다.

 

버스나 택시를 찾는 것인지 뭔가를 계속 찾는 눈치였다.

 

길이 완전히 끊기자 어느 순간 멈춰서서 뒤로 돌아 내 뒤로 지나갔다.

 

그녀는 무얼 찾고 있던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왜 여기 있는지도

 

 

도시에 완전히 들어 와보니 최근 지어진 듯한 건물들이 높게 들어서 있었다.

 

휑한 인도와 차도 그리고 관리가 조금 덜 된듯한 공원은 마치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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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풀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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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위용의 한국전력 본사)

 

제일 압도적인건 한국전력 본사 건물이었다.

 

돈을 많이 벌었는지 살짝 거만해 보이기도 했다.

 

 

점심은 시내의 감자탕 집에서 먹었는데, 주인 아주머니와 그 아들(?)이 나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아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쯤으로 보였는데, 나에게 숙박, 식사, 하루비용,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 등등 자세하게 물어 보았다.

 

잘 먹고 나갈때,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는 응원을 받고 찜질방으로 이동했다.

 

 

내일 먹을 빵을 사기 위해서 빵집을 찾는 중에 포기했다.

 

주상복합 시설이라고 해야하나? 내부가 너무 복잡하고 상가들이 많고 어플로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찜질방으로 이동했다.

 

찜질방은 근래에 들어 가장 좋은 시설인 것 같다.

 

대전에 있던 찜질방이 가장 좋았었는데 그 다음쯤 되지 않을까?

 

사람이 시설 대비해서 많지 않아서 조용히 잘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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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들 잘 보내세요.

10개의 댓글

2019.09.08

나주혁신도시 갔네 신도시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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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거의 다왔네!!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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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오늘 처음 봤는데 대단하시네요 ㅎㅎㅎ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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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승촌보.

나주 혁신도시.

 

추석 잘 보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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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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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방금 보고 정주행 다했습니다

나도 국토종주 준비 할러고하는데 장비어떤거 쓰는지 샀는지 연재 끝나면 올려주면 진짜 참고 많이할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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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잠은어디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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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장문주의

주로 찜질방이고 때때로 여관이나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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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sjfhwisksk

텐트들고갔던데 안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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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장문주의

도중에 집으로 보냄. 자세한건 이전편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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