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종교 창시자, 그리고 종교의 타락

어떤 자유주의 기독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그분 말씀이 며칠전 어떤 카톨릭 시설에 갔는데 그곳에 무슨 주교인지, 교구장인지가 왔다는 거야. 그런데 그곳 사람들이 무슨 신을 모시듯이 그분을 대했다는군. 옷도 입혀주고 벗은 옷도 무슨 의식을 하듯이 개어서 상자에 넣고 어쩌고 하더라네. 그 꼬라지를 보고 참 종교라는 것이 희한하다라는 생각을 했다네. 그러면서 개신교의 목사에 대한 신자들의 예우, 그리고 다시 승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지.

불교의 근본분열은 승려들의 권위주의때문에 일어났다고.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승가의 분열의 시초가 된 마하데바의 이야기, 이른바 <대천오사송설> 혹은<대천오사망언설>에 대한 전설을 설명드렸어. 물론 이 일화는 근본분열에 대한 가설 중 일부분이야. 또 다른 설도 많은 데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인즉슨, 마하데바라는 아라한이 아침에 옷을 벗어서 시종승에게 빨도록 명했는데 시종승이 보니까 옷이 정액으로 젖어 있었던 거야. 시종승은 황당했지. 어떻게 아라한이 몽정을 하느냐는 거야. 자나 깨나 번뇌를 여읠 수 있어야 아라한이야. 더구나 누진통의 경지에 도달했다면 몽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누진통의 의미는 도가와 불가가 좀 다른데, 불가의 경지로는 자거나 깨거나 잡념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거야 그래서 자더라도 꿈 조차 꾸지 않는데 어떻게 몽정을 하냐는 거지). 누진통을 이루지 못했다면 아라한은 아닌 것이고. 그래서 시종승이 물어보니 마하데바(한자로 의역하면 대천)가 말하기를...

“짜슥아, 아라한도 번뇌가 일어날 수 있지. 더구나 잘 때에는 마구니의 힘에 의해 몽정을 할 수도 있지. 아라한이라고 별거냐?” 라...는 식의 이야기를 전달했지. 이게 뭔 말이래? 더 황당해진 시종승이 마하데바의 이야기를 승가에 하자 이 건 큰 문제가 되었어. 여기저기서 쑥덕쑥덕, 그러다가 공론화까지 된거야.

허걱... 일이 커지자 마하데바는 소위 대천오사송설(번역하자면 마하데바 승려가 제기한 5가지 주장)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한거야.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주장을 <대천오사망언>이라고 주장하는 거지.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아. 

 

<1> 여소유(餘所誘)

       아라한은 번뇌에 의하여 음행(淫行)을 하는 일은 없어도 마구니 등 어떠한 유인에 의함 음행, 즉 몽정과 같은 일은 있다는 것.

 

<2> 무지(無知)

       아라한은 번뇌망상의 원인이나 그를 끊어 버리는 등에 관한여는 모르는 바가 없지만, 그 밖의 일반 세속적인 일에 있어서는 모르는 바가 있다는 말이다.

 

<3> 유예(猶豫)

       아라한은 번뇌와 깨달음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지만, 그 밖의 일에 대하여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는 것.

 

<4> 타영입(他令入)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어야지 자신의 깨달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5> 도인성고기(道因聲故起)

    (아라한도 괴로울 때가 있고 그 아라한 혹은)인간이 괴로움을 깨닫고 [아, 괴롭구나.]하는 소리를 밖으로 낸다든지, [관세음보살][나무아미타불] 등 염불을 목소리를 내어 하면 보리심(菩提心)이 일어난다는 것.

 

이건 당시 아라한들은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었지. 그래서 이를 부정하는 상좌부와 이를 용인하는 대중부로 나뉘었는데 이로 인해 상좌부는 소승으로 대중부는 대승으로 분열해 나간다는 것이야(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나뉘게 된 원인에 대한 후대의 주장일 뿐이고 실제로는 여러가지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런데 이 일화가 진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미하는 바가 심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당시 불교가 이미 석가생존당시보다 엄청나게 타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말이지.

소승경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석가의 10대제자중 일인인 아나율존자가 옷을 꿰매기 위해 바늘에 실을 넣는데 엄청 애를 먹고 있었대. 천안제일이라고 불리는 아나율존자는 설법시간에 졸다가 이에 대한 책망을 듣고 대오각성하여 전혀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다가 그만 눈이 멀었다는 거야(이건 꼭 반항 같아, 좀 졸았다고 날 책망하다니, 오기로 안 잘거야... 뭐 이런 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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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율존자가 이렇게 생겼다..고 상상하래.. 조계종에서>

 

 석가가 보다 못해 아나율에게 그건 다른 제자에게 부탁하라고 말하자 아나율은 자신의 일을 어찌 남에게 맡기냐고 고집을 부렸지. 그래서 석가가 직접 바늘에 실을 꿰어주고 바느질은 아나율이 했다는 거야(이것도 오기로 개기는 아이한테 부모가 져주는 스토리 같아...).

어쨌든 석가 생존당시에는 아무리 아라한이라 할지라도 시종승에게 무언가를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떤 . 승가는 그야말로 모두가 평등한 사회였지. 이건 당시 인도사회에서는 혁명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어. 승가에 들어오면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가 따로 없었어. 모두가 동등한 수행승일 뿐이지. 당시에 이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숫타니파타의 내용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어. 사람의 신분은 태생이 아니라 그사람의 말과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브라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브라만의 행동을 해야 브라만이 되는 것이고, 수드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드라처럼 행동하는 자가 수드라라는 것. 이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이미 시대를 앞서간 혁명적인 사람이라는 거지. 

난 예수가 제자의 발을 씻어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 예수는 권위주의와 형식주의에 찌든 유대교에 평등의식, 열린 사고를 부여했던 것 아냐? 즉, 예수라는 실제 인물이 신약성경과 같은 설명을 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적어도 초기 기독교사회가 지향했던 이상은 이런 모습이라는 거지. 신이 인간의 발을 씻길 수 있는 그런 사회.

다시 마하데바로 돌아가서, 어쨌거나 마하데바시대에는 이미 고승이랍시고 권위를 부리고 자신의 옷가지를 시종승에게 시키는 것이 일반화 되었던 거잖아. 석가생존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불멸 후 백년, 혹은 이백년이 지나니까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화가 되어 나온다는 거, 이거 한심 한 거 아냐?

 마하데바의 오사송설이 맞건 틀리건 별 관심이 없어. 그밖에 사소한 계율문제로 계속 분열이 일어나지만 그 또한 석가의 뜻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봐. 분명한 건 현재의 불교형태는 석가가 원했던 형태는 아니라는 거야(솔직히 추구하는 바, 가르치는 바, 불경도 초기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역사적 인물이 가르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봐).

물론 개신교 역시 예수가 설파한 것(혹은 원시 기독교에서 예수가 설한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개판으로 변질 되어 버렸고.  교회를 세습시키려는 목사들, 온갖 헛소리 하는 목사들 좀 봐. 예수가 본다면 아마 억장이 무너질 거야. 이런 무리들을 본다면 예수는 채찍대신 기관총을 난사할지도 모르지. 이건 독일의 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에도 나오는 구절이야.

그 양반이 풍자에는 또 본좌급인데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의 시가 있었어..

 - 늙은 목사님이 일요일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여셔서 설교하신다

    만일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면

    채찍이 아니라 기관총을 쏘아 갈길 겁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으로 기억해.

전에도 말했지만 대부분의 종교가 발생할 당시에는 당시의 사회적, 종교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일종의 선각적 사상으로 태어기 마련이야.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짜라투스트라도 당시의 이란의 종교인 마기교의 구태를 개혁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그러더라구. 그러나 창시자가 죽고나면 인간들은 다시 구태의연한 경전을 만들고 죽은 시체를 붙잡고 생쇼를 하면서 새로운 모순을 만들어 나가지. 종교가 제도화되면 새로운 의식이 생기고 교리가 생기고 닫힌 마음의 인간은 그 교리를 죽은 것으로 만들며 삶을 옭아매는 것 같아.

열린 마음, 열린 사고, 그리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이런 것이 없다면 이미 그건 죽은 종교라고 봐. 죽은 종교가 산 사람의 삶을 옭아맨다는 것, 그것이 현재 종교의 근본문제 아닐까?

P.S. 근본분열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천오사송설 이외에도 십사비법이라는 설도 존재해. 이건 대천오사송설보다 더 사소한 계율문제에 대한 것인데 주로 보시와 음식에 관한 계율 10가지에 대한 문제야. 금은을 받으면 안되고 식사시간 이외에는 우유를 마셔도 안되는데 동인도 지방의 비구들은 태연하게 돈도 받고 우유도 마시는 것을 보고 서인도에서 온 야샤스라는 비구가 뭐 이렇게 빠진 놈들이 비구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해서 이걸 비법으로 규정했는데 다수의 비구가 여기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 근본분열이라는 거지

8개의 댓글

2021.05.09

무언가 잘못된 정보가 있는데 경전은 그 선각자의 사상을 남기고 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권위를 위해 만드는 게 아님. 권위를 위해서였다면 신약성경에 예수의 말 절반 정도는 삭제했어야지.

 

게다가 사해사본과 지금의 성경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전은 DNA와 같은 거임. 예수도 구약성경을 근거로 당시의 권위자를 비판했는데 이는 변질이 안된 선각자의 사상을 통해 그들을 비판한 거임

 

루터 역시 종교개혁 당시 성경을 민간에 알리고 성경으로 권위자를 비판했는데 경전은 구태의연한 것이 아니라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시대를 초월해 유지되는 DNA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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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햄

물론 처음 의도는 그 선각자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 지지. 그런데 그 선각자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서 편찬자는 자기 생각을 넣기 마련이야. 그 과정에서 선각자의 권위를 세우거나, 선각자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상에 맞게 경전을 바꾸거나.

 

사해사본은 구약이고 사해사본 중 현대 구약과 큰 차이 없는 것은 이사야서 정도? 그 밖에 많은 위경들이나 정경이 결정되면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문서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전은 결국 역사적 상황에 따라 편집되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됨.

 

역사상 예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그가 주장한 내용은 무엇일까?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 현대 교리에서 배우는 것과 예루살렘 교회 시절, 디아스포라 시대의 원시교회, 그리고 로마 시대 이후의 교리는 완전히 다를 것임.

 

예수시대의 메시아는 지금 우리가 아는 그리스도가 아님. 당시 메시아 운동은 일종의 군사/정치 운동이었고 메시아를 자처한다는 것은 유대민족주의 운동과 유대의 나라를 세운다는 것이었음. 그래서 역사적 예수는 젤롯(열심당원) 그중에서도 에세네파였을 거라는 추정이 나오는 것임. 그런데 예루살렘 교회의 멸망 이후, 이방인, 그중 특히 로마인을 전도하기 위해서 신약을 작성하던 편집자들은 그 내용을 로마인을 위한 내용으로 많이 개편 했을 것이라고 추정함. 공관복음의 기반이 되었던 Q문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Q문서 역시 예루살렘 교회가 완전히 파괴되고 난 뒤 편찬 된 것이고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관점, 특히 바울의 헬라적 관점이 강하게 내포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자의 의견임.

 

불경은 더욱 변경이 심함. 대승불경은 그 어떤 것도 고타마 싯달타가 말한 바 없는 것임. 그리고 작성된 시대에 따라 브라만교, 힌두교, 도교, 심지어 유교의 영향을 받은 위경이 대부분임.

 

권위를 위해서라면 신약에서 예수의 말 절반 정도를 삭제 했어야 한다? 왜???? 실제 예수가 한 말-아마도 칼이 필요하다, 한 세대가 가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이 말은 유대국가를 의미함)가 온다, 내가 온 것은 율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는 것 등이 예수가 한 말의 잔재일텐데-과 후대에 덧붙인 말 사이에 갭은 꽤 컸을 것임. 그래서 예수가 하지 않은 말-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자 신이라는 것 등은 결국 예수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후대 편찬자의 개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정이라 생각함.

 

마지막으로,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진리는 중력의 법칙이나 물리 법칙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임. 그런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경전에서 그런 진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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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나진짜개드립안함

경전이 진리에 가까운 것을 모은 것이지 진리란 이야기가 아님

 

정경이라면서 외경이나 위경을 다 쳐내고 모으는 것들을 잘보면 절대 권위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아님. 특히 구약선지자의 경전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좋게 말한 부분이 거의 없음. 왕도 제사장도 포로가 될 거다, 나라가 멸망할 거다, 모두가 죄인이다 등등 일대다수로 어그로 끄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음. 심지어 율법조차 부정하는 내용도 많음

 

실제 구약선지자들은 그 때문에 죽었지만 말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정경이 된 거임. 그 후 나타난 예수는 역시 또 그 부분을 인용해서 일대다수로 어그로 끌었고 또 비슷한 내용을 예언하고 골로감.

 

지금도 그 부분을 제대로 설교하는 사람이 없음. 왜냐면 난해하기도 하지만 까딱하다가는 이단으로 몰릴만큼 비판적인 내용이거든. 오히려 신흥종교들이 그쪽을 파고들고 기존종교에서는 아예 들여다볼 생각도 못함.

 

즉 경전의 내용으로 종교가 유지되는 한편 경전의 내용으로 혁명이 일어나는데 그런 식으로 종교가 발전해 나가는 거임. 경전이 구태의연한 것이라면 그 안에 발견되고 해석된 것들이 어떻게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

 

그래서 내가 경전을 DNA같다고 하는 거임. 구태의 도구로 쓰이는 건 인간이 경전을 한쪽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고 실제로는 재발견 혹은 진화된 사상의 기반으로 사용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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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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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이걸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하나

일단 대천오사송설은 데바닷타가 말한게 아님. 훨씬 뒤에 말해졌고 대천오사송설의 대천이 이걸 주장한 비구의 이름이다.

 

승가의 근본분열, 상좌부와 대중부로 나뉜 가장 큰 이유는 대중부가 제기한 십사비법이었다. 참선 수행자와 경행 수행자가 같이 살수는 있어도 계율이 다르면 같이 살수가 없기 때문이고 이건 타락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화폐경제가 더 발전하고 흩어져 사는 스님들의 거주지가 너무 마을과 멀어 사시로 제한된 걸식시간에 맞출수 없다거나 하는 복잡한 문제가 들어가있다.

 

불교가 지금처럼 변한건 타락이 아니라 적응이지. 원래 스님들은 가사만 입지만 동북아시아권으로 들어오면서 장삼이 생기고 적삼 누비옷과 같은 의복체계가 발전했다. 그건 소유에 대한 타락인가? 아니지. 그게 없으면 스님들이 얼어죽으니까 생긴거지. 불교는 예로부터 흩어진 승가 자체가 사회와 시대에 적응해왔고 그 가운데서 수행과 말씀이 이어져 나가는거다.

 

그리고 승가 구조 자체는 평등했지만 동시에 철저한 공동체 사회로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게 아니라 공동체에 있으면서 어떤 일을 맡는게 정말 당연한거다. 병간호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절을 청소하는 스님도 당시에 있었고. 누군가 시키는게 아니라 그냥 공동체에서 그 역활을 정하는 성격이 훨씬 강했다.

 

아나율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왜곡인데 아나율 존자의 바늘 일화는 아나율의 자존심자랑이 아니다.

천안을 얻긴 했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탁발과 포교를 다니고 빨래와 청소, 설거지와 바느질 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는 아나율이 헤진 옷을 깁고자 더듬더듬 바늘과 실을 찾았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도저히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었다. 언제나 살뜰하게 그를 잘 보살펴 주었던 아난다의 빈자리가 그렇게 클 수가 없었다. 아나율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누구든 이 세상에 복을 지으려는 자가 있다면 나를 위해 이 바늘에 실을 꿰어 공덕을 지으시오.”

 

바로 그 순간 대답이 들렸다.

 

“그 실과 바늘을 내게 다오. 나에게 공덕을 짓게 해다오.”

 

바로 부처님의 목소리였다. 아나율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고 바늘과 실을 손에 쥔 채 멍하니 있었고 제자들은 깜짝 놀라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부처님은 아나율의 손에서 바늘과 실을 받아 손수 옷을 기우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아나율과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괜찮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행복을 열심히 찾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깨달음을 얻고 모든 자비와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이 공덕을 지어 복을 구하고자 한다는 말씀에 아나율과 제자들은 감격하여 할 말을 잃었다. 아나율의 행동에 부처님이 응답하심으로써 제자들과 대중들은 모두 크게 환희심을 내었으니 부처님과 아나율 모두 공덕을 짓고 행복을 선물한 셈이었다.

 

출처 : 미디어조계사

 

이게 전체 내용이다. 전혀 이야기가 말하려는 전제가 틀려.

이게 원체 하나하나가 불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하는가 감이 안온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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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연회

불교신자라면 당연히 기분 나쁘겠지만 일단 불교를 떠나서 객관적인 자료를 보았으면 합니다.

일단 본문에 데바닷타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천이라는 비구의 산스크리트 발음이 마하(大) 데바(天)라는 설명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아나율 존자의 일화는 일화일 뿐입니다. 우선 초기 불경에는 부처의 10대제자라는 이름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대승이 형성던 시기, 유마경 이후에 10대 제자가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후 불가의 변천을 이야기 하며 승가의 권위 확대를 이야기 한 것인데, 그 변천은 좋은 것-시대와 상황에 맞는 적응-도 있을 것이고 타락이라 불릴 만한 것도 있을 겁니다.

 

아나율 존자의 이야기는 전반부- 눈이 멀때 까지의 이야기,

후반부- 눈이 멀고 난 뒤의 이야기 이렇게 나뉘어지고 지금 여기 적은 글은 후반부 이야기인데 님은 일단 후반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일화를 저처럼 유치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을 것이고 님처럼 대단히 아름다운 관점으로 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만, 그 어느 관점이 맞다,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근본분열에 대해서는 어차피 여러가 "설"이 존재할 뿐이고 아래 각주에 달았다시피 십사비법에 대한 설도 설명했습니다.

 

종교학에서 불교를 연구할 때, 최초 불교, 혹은 원시불교에서 가르친 바와 이후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로 나뉘어 졌을 때의 가르침은 상이하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런 상식에 대한 반발은 신자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님이 객관적으로 "성경형성사"를 공부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개신교신자에게 한다면 그 신자의 반응은 어떨까요? 성경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다고 고함지르면 그 님은 그 신자의 관점이 올바르다고 보겠습니까?

 

객관적인 종교학/종교역사학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승경전은 상좌부불교에서 이야기 하듯 대승비불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 산스크리트어 번역으로 들어간다면 상당수의 대승 경전이 브라만교, 혹은 힌두교의 경전에서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님이 현재 조계종신자라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수없이 들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종교학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가 힌두교의 주문이라고 여깁니다. 산스크리트어 번역이 그러하거든요.

 

종교신자와 종교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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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커뮤질은인생의낭비

불교를 떠난 불교자료가 어딨는거지? 데바닷타는 내가 퇴근길에 잘못본거다 쳐도 10대제자의 이름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동국대장경 기준으로 증일아함경 3권 4장 제자품 찾아보면 10대제자 이름 다 나온다. 부처님께서 따박따박 이 비구는 뭘 잘한다 다 말해주시면서. 그걸 정리한게 10대제자인거지.

 

그리고 전반 후반 다 이야기 해놓고는 후반은 완전히 다 틀리게 말했지만 너는 후반만 말하는구나 해봐야 틀린건 틀린거고. 기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은 100%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지.

 

종교학을 어디서 공부했는진 모르겠는데 종교학과면 서울대생이겠네? 아니면 객관적인 독학으로 종교학을 배운거임? 대승비불설은 상좌부불교에서 나온게 아니라 일본불교학자에게서 나온거고, 아니 짚으면 짚을수록 이상한건 하나도 얘기 못하고 나는 객관적이고 너는 불교신자라 그런거야로 뭉개버리면 조심스러울건 뭐가있나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건데

 

난 성경형성사가 뭔지도 모르는데 종교학적으로 불교를 볼거면 최소한 불교에 대한 모든 역사는 이해하고 접근을 해야지 뭐 내가 이렇게 봤는데 그럼 내가 종교학을 배웠으니까 내 텍스트가 객관적인거야 이럴거면 최소한 출처에 대한 각주는 달아야 하는거 아님? 종교학에선 신묘장구대다라니는 힌두교의 주문이다라고 배웠으면 어떤 종교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어떤 저서나 논문에서 이야기 했는지도 말해야 맞는거지. 신묘장구대다라니가 비슈누신에 대한 기도문과 흡사하다는 의견은 본적 있지만 그건 그냥 기도문인데 경전이야기에 그걸 왜 갖다 비비지?\

 

종교학의 기초는 연구하려는 해당 종교에 대한 오류가 없어야 하는데 이건 기초부터 씹어먹은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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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연회

종교는 믿음의 영역입니다.

불교의 10대제자가 초기 불교에서는 없었다는 것은 종교학 까지 갈 것없이 일반 적인 백과 사전에 다 실려 있는 상식의 문제입니다.

"연원 및 변천정확하게 언제부터 십대제자가 한 세트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초기 불교 경전에는 십대제자라는 말은 없다. 십대제자의 이름은 문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유마경(維摩經)』에 나오는 명단이 널리 알려져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십대제자(十大弟子))]"

 

불교를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알만한 부분이고 불교 신문이나 컬럼에도 여기저기 언급된 부분입니다. 물론 믿음에는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갔겠죠.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314

법보신문의 기사입니다.

소위 팔리어 경전을 번역한 아함경의 형성 순서를 보면 초기 경전에는 제자의 순서를 정하거나 따로 10명을 추리는 부분이 없고 추후로 증판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원사의 스님도 같은 의견입니다.

http://www.sungwonsa.com/bbs/skin/ggambo7002_board/print.php?id=dasildamso&no=30

 

대승비불설이 상좌부에서 나오지 않고 일본불교에서 나왔다는 말은 아마도 무라카미 센조를 말하는 듯 한데 정말 불교를 공부하신다면 저보다는 더 책을 읽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원래 상좌부에서는 처음부터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원래 불설․비불설 논쟁은 대승경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승경전의 불설․비불설에 대한 논의는 대승불교 흥기와 동시에 제기되었다. 그 증거는 대승경전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승경전이 ‘불설’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http://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881

 

마성스님(교수님)이 설마 님보다 경전공부를 적게해서 저렇게 말씀하실까요?

오히려 무라카미 센조가 한 말은 성철스님의 법문과 같은 말이었습니다(대승비불설에 대한 성철스님의 법문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성스님의 글에 이렇게 나옵니다.

"대승경전이 역사적인 불타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에 불교를 믿지 않는다면 이는 참다운 신앙이 아니다. 그리고 신앙의 확립은 대승비불설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위 말이 근대불교를 연구하면서 무라카미 센조가 직접 한 말이라고 합니다.

출처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밖에서 보면 너무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이라 오히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믿음에는 정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여기 글이 어떻든 믿으면 될 일입니다.

 

부처님과 아나율 존자의 아름다운 일화를 유치하게 묘사한 것이 기분 상했다면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일이 무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저 일화들이 제게는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신앙의 영역에서 본다면 예수나 싯다르타나 공자나 모두 범인들은 절대 상상할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신성한 부분이겠죠. 이들에 대해 저런 범속한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은 저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관대하게 보고 넘어 가주셨으면 합니다.

 

종교학 운운 하니 제가 종교학도로 보였다면 오해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잡학을 공부하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읽고 비교종교학에 관심이 있어서 대중서를 조금 읽었을 뿐입니다. 그런만큼 여기 적은 글들은 아주 일반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냥 잡문으로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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