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새벽에 문득 생각나서 적는 환시, 환청 이야기

 

 

 

※ 먼저 이 글 내용은 의학적, 과학적 이야기가 전혀 없는 순수 경험담임을 알려드립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환각' 증상을 실제로 겪는다면 어떨까?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생각은 해봤을거야

 

 

보통 강한 정신적 충격이 오면서 같이 생기고 차차 나아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심한사람들은 약을 복용할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신질환이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반에 처음 들어 갔을 때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았던 여자애가 참 맘에 들었어

 

성격상 맘 편히 수다떨 사람이 없던 나한테 정말 같이 있는것만 해도 마음이 편하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수다는 끊이질 않았지

 

물론 그때 당시에 여자애는 그냥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실에서, 더 나아가 완전 같지는 않았지만 방향은 같았던 집가는 길까지

 

아마 서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더 가까워졌던거 같아

 

나는 점점 여자애가 맘에 들었고 여자애가 동성 친구들끼리 노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을 뒤에서만 지켜보다가

 

여름방학이 끝나고 중간고사 시험범위가 막 나올 무렵 집 가는길에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했었어.

 

당장은 답변을 못 들었지만 그날 저녁 8시가 살짝 넘었을 때였을거야.

 

'좋아' 두 글자가 왔더라....

 

 

아마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 그 날이지 않았을까....

 

 

그 이후에도 사실 별 다를건 없었어.

 

나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갔고, 여자친구는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우린 평일 학교가는 날에 항상 하던대로, 다를 거 없이 똑같이 지냈어

 

교실에서 늘 수다를 떨었고

 

급식실에선 늘 밥을 같이 먹었고

 

집 가는길에 컵피자를 사먹었고

 

하루 이틀 지나니 1학년이 지나있고

 

지나다 보니 고3이 되었고

 

나는 조기 취업이 되어서 고3 2학기 중간에 회사로 나가고

 

여자친구는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지.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니

 

우린 벌써 3년, 4년이 된 커플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여자친구가 좋았어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우리였기에 결혼까지 생각했던 내 생각은

 

망상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지.

 

회사를 그만 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던 그때 연락이 하나 왔어

 

갑작스러운 일은 정말 갑작스럽게 닥치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정리되기도 전에, 뭐라도 해볼 순간도 없이 끝나버리더라.

 

 

 

난 일주일 뒤 장례식에 가지 못했지.

 

 

 

사실 일주일 넘게 계속 울고 지쳐 잠들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나 자신도 많이 무너져있었을 때라

 

장례식에 가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도 무서웟어

 

마치 내가 그곳에 감으로써 죽음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생각했거든.

 

아직 받아들 일 수 없는 현실에 갇힌지 아마 1~2달 정도 지났을 거야

 

그 날도 평소처럼 밖이 무서워서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다가 잠들었는데

 

 

내가 여자친구 방에 있는거야

 

너무나도 반가웠지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침대에 여자친구는 눈 웃음 지며 누워있었고

 

나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팔을 침대에 괸 다음  여자친구를 보고 있었지

 

그때까진 꿈인지도 몰랐는데 여자친구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그랬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현실이 직시 되면서 이게 꿈이구나 싶더라

 

꿈인걸 직시하자마자 금방 깼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고

 

정말 다시 펑펑 울었던거 같아.

 

이때가 여자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이면서 환각을 겪기 시작한 때였을거야.

 

 

 

1. 환시를 겪다.

 

환시가 문제가 되는건 가장 직관적인 감각인 시각에 이상한게 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거야.

 

가장 중요한건 실제하는 것이 나오던 실제하지 않은 공포감을 주는 형상이던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게 중요한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저건 환상이다 라고 인지하는 순간 금방 사라졌어

 

내 환시는 여자친구였고 여자친구는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

 

내 눈에 여자친구가 갑자기 나타난다 해도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상황이니 힘들지만

 

자기최면 걸듯이 잘못 본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보면 사라져 있지.

 

하지만 순간 순간 보이는 모습 때문에 친구들이나 지인들끼리 이야기하며 길을 걷다가도 보이기 때문에 

 

당시 회사를 같이 다니던 지인들 말을 들어보니 말하다가 혼이 나간듯 한곳을 응시하길레

 

몸이 어딘가가 안좋은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몸보다는 머리쪽이 안좋은건데..ㅎㅎ..

 

어쨋든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주는 일은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길에서

 

깜짝 놀라 피해가듯이 움직인적은 꽤 많아서 머쓱할때가 많았지.

 

 

2. 환청

 

환청은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될거같긴한데

 

귀 안쪽 달팽이관보다 더 깊은 곳에 이어폰이 있다고 생각하면 비슷할 거 같아.

 

외부에 소리는 안들리는데 뇌에 직접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야.

 

난 환시보다 환청이 심했는데 여자친구 목소리는 물론 중저음의 40~50대 정도 되는 다그치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어

 

가만히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큰 소리가 나면 우리가 소리난 곳을 바라보게 되잖아?

 

일을 할때나 지하철, 버스를 타고 갈때 저 아저씩 목소리가 큰소리 칠때가 많아서 흠칫흠칫 놀라는 일은 꽤 자주 있었어.

 

중요한건 이런일이 잦아지면서 2가지 이상 소리가 겹치는 곳에서 소리를 잘 분별은 못해

 

소리가 들린 후 이건 환청이다, 아니다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조용한 상황에서나 그렇지 술집같은 시끄러운데선 어떤 소리가 진짜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빈도도 환시보다는 자주 그래서 그런지 한참 심할때는 정말 힘들었어.

 

 

 

3. 현재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

 

글에는 안적었지만 불면증, 우울증약은 처방받아서 먹었었지만 환각 관련 약은 안먹었고(내가 일부로 숨긴 것도 있었어)

 

중간에 군대도 갔다 오면서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관심병사로 꾸준하게 관심 잘 받으면서 잘 전역했고

(고문관은 아니었어 그냥 주기적으로 중대장이랑 상담사분한테 불려간 정도?)

 

1년, 2년 지나다보니 시간이 약인지 점점 그냥 무뎌진건지 최근에 환시는 못본거 같아

 

환청은 여자친구 목소리, 저 40대 아저씨 목소리 둘다 가끔식 들리지만

 

예전엔 아저씨가 큰소리를 쳤다면 요즘엔 잔잔하게 말해 :)

 

 

 

 

이것저것 더 쓸 이야기가 많은데 더는 졸려서 못쓰겠어. 사실 환시까지만 쓰고 너무 졸려서 잘려고 했는데

 

이왕 쓴거 끝까지 쓰자하고 쓰다보니 2시가 넘었네...

 

마지막에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거임'하고 끝내면 참 좋겠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인 내 이야기야

 

 

돌이켜보면 내가 봐도 무슨 영화나 소설책에 나올법한 일이라 관심끌고 싶어서 말한거라 생각할거 같아서

 

내 주변사람들 중에서 아는사람이 정말 몇 없어.

 

가벼운 얘기도 아니고..ㅎㅎ

 

 

 

어쨋든 새벽에 졸면서 쓴 글 끝까지 읽어준 개붕이들아 고마워

 

전문적인 지식을 보고싶어서 온 개붕이한텐 미안해 ㅎㅎ

 

혹시 궁금한게 있으면 댓글 달아줘! 

 

 

 

 

 

7개의 댓글

2020.03.18

가끔 아주 가끔 정신이 각성하는듯한? 육체는 한걸음 내딛는데 영혼은 아직 한걸음 전에 있는듯한 느낌이 나면서 내가 보는 시야가 무지개빛마냥 반짝거리며 나비같은 형체가 몇마리 유유자적 날아다니는걸 보는 경우가 있음 신기함

1
2020.03.18

여자친구가 한이 맺혔네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호통치는 아저씨는 저승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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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dasbo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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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dasbo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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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고생많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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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난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가끔 환청같은게 들렸었음.

나한테 전화 하면 항상 첫마디로 xx이냐? 하셨는데

그 목소리가 들리더라.

다행인가? 십수년 됐는데도 외할머니 목소리는 뚜렷하게 기억남. 언젠가 문득 기억이 안난다는걸 깨달은 날이 오면 좀 슬플것 같음.

1
2020.03.20

미안 처음엔 조커 스토리로 낚시하는 줄 알았어

힘내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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