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낙태죄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문 10분 안에 읽기>

내가 쓴글은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어떤분이 쓴 글을 그대로 들고왔어.

아무래도 글쓴이가 낙태죄 폐지론자다보니 글 중간중간 괄호로 옮긴이의 특정의견이 들어가있긴 한데,

최대한 글을 수정하고싶지 않아서 그대로 들고왔어.  

사형찬반논쟁처럼 케케묵은 이 대립을 헌재에서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서 판단했는지 편하게 읽어봤으면 좋겠어.  싸우지말고.. 

+ 서론에 단 한 번 옳그떠 언급이 있어, 글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그부분만 삭제했습니다.  

  

출처 : 하민지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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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헌재의 역사적인 결정이 있었습니다. 1953년에 제정된 낙태죄가 2021년 1월 1일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입법부 그리고 낙태죄와 싸우는 이들이 할 일이 아직 남아있긴 합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은 기존의 낙태죄에 위헌 요소가 있다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아니 거의, 미프진(임신 10주 이내에 임신을 안전하게 중단할 수 있는 약) 국내 도입으로 임신 10주 이내에 약물로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 받아 읽은 헌재 결정문은 보도기사 작성용 초고입니다. 아직 헌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아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얻었습니다.

헌재는 결정문과 결정문의 요약본인 결정요지를 전 국민에게 공개합니다.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일수록 재판관들이 쉽게 쓰려 노력합니다. 역사적 사실, 성경, 논어, 고전문학 등 다양한 텍스트들이 인용되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해서 편지 쓰듯 써 놓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헌재 결정문은 법알못도 읽을 수 있게 (물론 저는 주위적, 전인적, 대향범 등의 용어를 잘 몰라 찾아보긴 했습니다...) 쓰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이야기하는 헌법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헌재 결정문은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법알못인 제가 읽어 봤습니다. 예전에 디퍼에서 일할 때[*옳그떠 삭제],그때처럼 중요한 부분만 요약해 봤습니다. 10분이면 됩니다. 

 

0. 용어 정의부터 하고 갑시다.

* 자기결정권: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을 발현하고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 이러한 권리를 왜 인간에게 부여하는가?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 인간은 왜 존엄한가? 인간이기 때문에. 이 권리는 국가가 보호하며 이는 국가의 의무.

* 결정가능기간: 착상했을 때부터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상황인지 파악하고, 국가의 지원 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낳을지 말지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시기.

* 임신 제1삼분기: 마지막 생리 첫날부터 14주까지. 태아가 덜 발달했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시기이며 임신을 중단할 경우 여성 사망의 위험도가 제일 낮은, ‘안전한 낙태’가 가능한 시기.

 

 

1. 헌법불합치의견

(요약: 낙태죄가 있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심각하게 침해돼 왔습니다. 낙태죄가 실질적으로 태아를 보호하지도 못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결정가능기간에 여성이 다양한 정보와 보호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2020년 마지막 날까지 법을 개정하세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1) 낙태죄는 여성의 기본권을 제한합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임신, 출산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결정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자기결정권에는 임신한 여성이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가는 낙태죄를 태아의 생명 보호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게 지나친 처사가 아니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과잉금지원칙, 침해의 최소성, 공익과 사익의 균형성).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국가는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부모에게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근친상간으로 임신된 경우, 임신으로 엄마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신 중 겪는 신체.정신적 부담과 생명에 대한 위협을 여성이 받아들이도록 강제했습니다. 임신한 여성에게는 건강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성차별 관습과 가부장제 속에서 임신한 여성은 약 20년간 양육 책임을 지며 사회 생활, 직장 생활, 학업 등에서 곤란을 겪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지, 종결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전인적(원만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하는) 결정입니다.

 

 (2) 국가는 그동안 낙태를 살인인 것처럼 말해왔지만, 사실 생명의 단계에 따라 법을 다르게 적용해 왔습니다.

태아는 소중한 생명이며 국가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그동안 생명에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만을 부여해 오지 않았습니다. 태아는 낙태죄에서는 피해자이지만, 살인죄의 피해자는 아닙니다. 뱃속 아기가 살인죄의 피해자가 되는 순간은 엄마의 진통 때부터입니다. 또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태아는 낙태죄의 피해자가 됩니다. 근데 착상은 일반적으로 수정 후 일주일쯤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수정 전 일주일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떤 보호도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할 때 인간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까요.-필자 주)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결정가능기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 보호 정도나 수단을 충분히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국가가 그동안 생명에 대한 법적 보호를 케이스마다 다르게 해온 것을 봤을 때 임신 초기 낙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필자 주)

 

 (3) 국가는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국가는 결정가능기간에 여성을 지원하도록 노력하세요.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립관계가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사정에 따라, 임신한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자녀가 태어나더라도 어머니 자신뿐 아니라 자녀까지 불행해진다면, 낙태죄를 단순히 ‘가해자 대 피해자’의 구도로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양쪽 기본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고 마련해야 할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은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낙태를 형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세요. 그게 진정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수단입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이 결정가능기간 중에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충분히 숙고한 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세요.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의 생명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3)번 내용이 “애를 낳을 수 있어야 낳지. 사회가 이 모양인데. 낳아주면 니가 키우냐?”의 부드러운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출산율 높이고 싶으면 국가가 더 노력해야 합니다. 가부장제 타파, 임신한 여성에 대한 차별, 경력 단절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이만 강제로 낳게 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필자 주)

 

 (4) 낙태죄는 있어 봤자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낙태죄가 불법이라 어쩔 수 없이 출산했다는 의견은 없습니다. 또 2010년에 낙태가 약 17만 건이 이뤄졌는데, 2006년부터 7년간 낙태죄로 재판장에 선 여성은 1년에 10건 이하입니다. 사실상 죽은 법이라는 뜻입니다. 

낙태율이 감소하고 있긴 한데 낙태죄 때문은 아닙니다. 피임의 증가, 남아선호사상의 약화 때문이지 낙태죄가 있어서 낙태율이 감소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낙태죄는 헤어진 남성의 복수나 괴롭힙의 수단, 이혼 소송에서의 압박 수단 등으로 악용돼 왔습니다.

 

*결론: 임신한 여성은 여러 고통을 감내할 것을 강제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이 침해는 중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수단이라 볼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정도를 넘은 데다 법익균형성, 과잉금지원칙도 위반했기 때문에 낙태죄는 위헌적인 규정입니다. 국회의원은 낙태죄의 위헌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이 끝나는 때는 언제까지로 할 건지, 일정한 시기까지는 낙태 이유를 묻지 않을 건지 여부를 포함해 법을 개정하세요.

 

 

2. 단순위헌의견

(요약: 임신 제1삼분기(14주 이내)에는 낙태 이유를 묻지 말고 여성이 낙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법 공백의 혼란의 책임을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진다는 점에서 가혹하므로 불필요합니다.)

 

 (1) 임신한 여성은 임신 제1삼분기 내에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신.출산.임신중단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이는 여성의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낙태죄는 모자보건법의 예외 사유를 충족하는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가 불가피한 사람’의 지위를 부여해 낙태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지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임신한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지위를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했고 기본권을 단 한 번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자기결정권을 부정, 박탈한 것입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려면 그 자기결정권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인 임신한 여성의 의사에 따라 행사돼야 합니다. 따라서 이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원칙적으로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보장돼야 합니다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임신 22주 이후부터 태아는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태아가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시기 이후의 낙태는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 합니다.

* 임신 제1삼분기, 그러니까 수정 후 14주 이내에 낙태하는 것이 제일 안전합니다. 이때 낙태할 경우 여성의 사망 위험도가 훨씬 낮습니다. 그러므로 이때에 의료인의 도움으로 낙태가 시행되고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되는 게 중요합니다.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의 제공... 눈물... 그동안 여성이 낸 건강보험료 다 회수하고 싶습니다.-필자 주)

* 임신 제2삼분기, 그러니까 15주째부터 28주 무렵까지는 태아의 성별이나 기형아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도 자신의 의사만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한다면 태아의 성별이나 기형을 이유로 선별적 낙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한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하여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삼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 낙태 여부를 임신한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임신한 여성이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게 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익을 달성해야 합니다.

 

 (2) 낙태죄는 공익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공익을 달성하려면 국가가 성교육과 사회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불합리한 것들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낙태죄가 임신한 여성의 낙태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실제 처벌되는 사례도 드뭅니다. 오히려 국가 인구정책에 따라 낙태죄 실행 여부가 달라진 적도 있습니다.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남성이나 주변인의 복수 수단으로 악용돼 왔습니다. 그렇기에 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국가가 성교육 강화, 상담 실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국가적 지원, 출산과 육아에 장애가 되는 불합리의 개선 등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더 실효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3) 헌법불합치의견은 불필요합니다.

단순위헌결정을 통해 법적 공백이 생길 때 혼란과 공익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단은 위헌이지만 국가가 그 위헌적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 공백이 크다고 하더라도 위헌인 법률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지게 하는 것보다는 국가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이념에 부합합니다.

그런데 낙태죄로 형사처벌되는 경우는 그간 미미했습니다. 형사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원래 목적과 달리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낙태죄가 폐기된다 해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헌법불합치결정으로 합법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이 섞여 있는 낙태죄를 개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규율의 공백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으로서 가혹합니다.

게다가 단순위헌결정을 해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재입법을 할 것이므로 극심한 법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임신 제1삼분기 내의 낙태를 처벌하는 부분은 위헌성이 명확한 데다 국회의원들이 이 기간 내 낙태를 자기들 마음대로 처벌하도록 법 개정하자고 할 여지도 없기 때문에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론: (헌법불합치의견과 비슷해 생략합니다.-필자 주)

 

 

3. 합헌의견 요약: 태아는 생명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합니다. 임신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말은 편의대로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창설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또한 낙태죄에는 성차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낙태죄는 합헌입니다.

 

 (1) 태아는 생명이고 국가는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가집니다.

출생 전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맙니다. 그러므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입니다. 또한 태아는 기간 구분 없이 인간의 가치를 지닌 생명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있습니다. 태아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생성 중인 생명이라 외부 공격에 취약합니다. 그러므로 국가가 낙태죄로 태아를 보호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침해행위입니다. 이는 윤리에 어긋납니다. 법질서는 자신의 신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지도, 허용하지도 않습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태아의 발달 단계를 구분해 독자적 생존 능력이 없는 시기의 낙태를 허용한다면, 독자적 생존 능력이 없는 식물인간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조차 훗날 안락사, 고려장 등의 이름으로 제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낙태죄 말고 여성의 기본권을 조금이라도 덜 침해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없습니다.

헌법이 명령하는 보호가 다른 방법으로 달성될 수 없을 때 국회의원은 형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낙태죄 말고 다른 수단으로 태아를 보호하고 낙태를 예방할 수단이 있다면 국회의원은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다른 수단으로 낙태를 동일한 정도로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가의 성교육 강화, 상담 실시, 모성보호조치 등이 그 수단이 되기엔 부족합니다.

낙태죄의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형벌은 존재 자체만으로 낙태를 억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소 건수가 적다고 낙태죄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낙태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데, 그럼 악용하지 못하게 대책을 세워야지 악용 사례가 있다고 해서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낙태죄 존재의 의의는 충분한 것입니다. 

 

 (3) 낙태죄에는 성차별이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다는 규범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낙태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건 여성을 임신.출산.육아의 도구로 인식하는 게 아닙니다. 

임신한 여성이 입는 불이익은 낙태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과 임신한 여성을 향한 편견, 불충분한 모성보호조치 등에 기인한 것입니다. (합헌의견에서만 가부장제 타파, 성차별 철폐 등 국가의 책임을 ‘모성보호조치’라 부르네요. 헌법 36조 2항, 국가는 모성을 보호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인지.-필자 주)

또한 낙태의 허용이 오히려 성차별적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남성의 무책임함, 낙태의 권유나 교사는 낙태죄가 폐지되면 거리낌 없이 행해질 것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모두 임신한 여성입니다.

낙태죄는 낙태의 실행, 교사, 방조에 관련한 남녀 모두를 처벌하고,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 임신을 안 했으니까 낙태죄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겠죠?-필자 주) 성별 중립적 규제이며, (?-필자 주) 어떤 차별취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특정 성별을 선호해 낙태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이 명백한 성차별입니다.

 

 (4) 임신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따라 출산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말은 결국 생명박탈권을 창설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삶에 불편한 요소가 생기면 언제든지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일 뿐입니다. 이는 생명경시 풍조이고 편의에 따른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입니다.

임신한 여성이 겪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들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사회적 문제들이지 낙태죄 때문에 생겨난 문제는 아닙니다. 임신한 여성이 그런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런 문제들은 그 바탕이 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이 문장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진짜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필자 주)

헌법 전문에서는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 선언하고 있습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맞습니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상태’라는 표지를 제거하여 행복을 찾을 것이 아니라 태아를 살려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필자 주)

 

*결론: 낙태죄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16개의 댓글

2019.04.14
[삭제 되었습니다]
2019.04.15
@쥬니

크.. 너 말듣고 전문도 올렸어 고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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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그래 진즉에 이렇게 되야 하는건데 이제서라도 나와서 다행이네

특히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은 결정가능기간 동안 어떤 선택을 할지 충분히 정보를 알려주고, 낳게 되면 국가에서 지원해 줄 것이고 지운다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해줄것이라는 것. 옳게된 나라네.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아니고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어떤걸 고르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지. 그리고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낙태가 가능한지 아닌지 차이를 두는 것도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14주면 태반과 태아의 신체형성이 마무리 되기 전이니까. 최종적으로 10주이내 쓸 수 있다는 미프진이 합법이 되는거니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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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중간에 의료보험어쩌고 하는거 웃기네

'의료보험이란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국민들이 건강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왜 여자한테만 혜택을 줘야하지? 남자들 포경수술할때는 되냐? 성형수술(미용목적)은 되냐? 애초에 남자가 더내고 여자가 덜내는건데 낸 보험료 회수 ㅇㅈㄹ한다.

왜 여자들이 유독 피해망상이 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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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맨

ㄹㅇ 필자는 이런 글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멋대로 쓰고 그걸 또 가져온게 넘 어이없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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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차단기능을돌려달라

글 쓸 자격이라니..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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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기능을돌려달라

글 쓰는데 자격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 못하는데 필자 주석이 상당히 골때리는건 동의한다

여자의 권리만 운운할 것이 아니고, 사람의 권리로 말했으면 차라리 설득력 있을 부분인데 이걸 또 자기네 진영 지지 얻으려고 나누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아쉽다

오히려 필자 주석 없는 글이 훨씬 더 포괄적인 내용이라 잘읽히는데 굳이 주석을 왜 달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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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필자 사족들이 너무 거슬리네 뭐하러 이리저리 덧붙여놨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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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정리 잘해놨네.

대가리에 우동만 쳐들은 아다찐따개붕이들이 저 걸 이해할수있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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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에서 태아의 발달에 따라 생명의 가치에 차이를 두는것이 허용된다는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떤 행동이 옛날부터 해왔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게 말이 안된다는건 너무 자명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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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랩업하게추천좀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 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개드립 - (https://www.dogdrip.net/204075664 )

우리 개붕이를 위해 헌재의 보도자료 원본을 들고왔음. 니말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저 부분을 옮긴이가 설명하다보니 오해가 생긴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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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의 제공... 눈물... 그동안 여성이 낸 건강보험료 다 회수하고 싶습니다.-필자 주

 

이걸 사족이랍시고 달아놓은게 역겹다...

남자라서 의료서비스 더 받은게 있냐?

급여에서 고정된 퍼센테이지로 보험료 떼가는게 의료보험이니까,

평균적으로 3d 직종근무 및 야근, 주말근무더하는 남성이 보험료가 더 많다고 볼수가 있는데, 혜택 받는건 여자랑 똑같거나 더 적다고 보는게 맞다. 왜냐면 당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검진조차 신체구조상 여자가 더 받는검사가 많아, 지원금이 더들어가거든. 그렇다고 여자한테 돈을 추가로 더받냐? 아니잖아? 

그 피해망상에 젖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남자들에게 호응을 끌어내는건 꿈도 꾸지마라. 지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에게서 당연하다는듯이 받고있는 배려마저 사라지지않기나 바라는게 좋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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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근데 국회의원들이 개정 제대로 못해서 낙태죄 완전 없어지면 한 30주되는 태아도 마음껏 지울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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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freshpop

낙태 위헌의견도 22주 이상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는게 맞다고 말하고있으니.. 제일 극단적이어도 22주를 넘기진 않을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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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페미 말하기 전에 일단 비혼노섹스부터 좀 지키라해.

주석 단거 보니 딱 패턴보이는데

여성이 낸 의료보험료?

회수하고 건보대상에서 빼라캐라.

남자가 다 냈지 어이가 없네.

지역가입자라도 가입하고 드립치던가.

 

이번 달 월급에 건보 노인요양장기보험료 정산 크리

토탈40떼는거 뭐 같은데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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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난 요즘, 인간이 존엄한가에 대해 의문이였는데

여기에 대해 자세한 설명없이 인간이니까 존엄하다 이러고 마네.

뭔가 역사적인 배경아래 생긴 개념같은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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