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바텐더의 기본기라는 오해, 진 피즈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6899.jpg

 

드디어 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만화 바텐더에 나와서 바텐더의 실력을 볼 때 시키는 칵테일이라고 오해 받는 칵테일, 진 피즈가 오늘 할 술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이야 바텐더라는 만화의 수명이 좀 많이 지난 관계로 좀 나아졌지만, 한 때는 이 만화를 보고 칵테일에 입문한 사람들이 주로 시켰던 칵테일이야.

 

또한, 오해가 좀 많이 있는 칵테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다뤄보도록 하자고.

 

 

jerry-thomas-bartenders-guide-1.jpg

 

진 피즈의 피즈(Fizz)는 칵테일의 한 카테고리로 볼 수 있는데, 1876년 제리 토마스의 바텐더스 가이드에 처음 언급이 되지.

 

다만, 기록 상으로는 그렇지만 책에 언급이 됐다는 건, 이미 그 전에도 만들어진 음료라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어.

 

기본적으로 피즈는 술과 레몬, 설탕 그리고 소다수를 넣은 칵테일이야.

 

그 중에서도 진으로 만든 피즈가 가장 유명한데, 당시 대중적으로 잘 보급이 되어있는 술이 진이었던 것도 있었고, 1888년에 만들어진 라모즈 진 피즈가 대 유행을 하면서 그냥 진 피즈도 많이 팔린 것이 가장 큰 이유지.

 

ldoce_318.png

 

여기서 피즈(Fizz)는 탄단수를 잔에 따랐을 때 나는 소리에서 온 Fizzy라는 단어에서 따온 거야.

 

탄산음료를 잔에 따랐을 때 나는 보글보글 거리거나 치~익 거리는 소리를 피~지 라고 하는 것에서 온 거지.

 

 

 

 

하여튼 이렇게 탄생한 진 피즈는 도수가 너무 높지 않고 적당한 산미에 당도, 그리고 탄산감을 지닌 드링크로 언제 마셔도 무난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어.

 

덕분에 1800년대 중후반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 있는 칵테일의 한 장르지.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생겨.

 

 

 

 

img568_curaki35.jpg

 

바텐더 만화에 등장하는 한 에피소드 덕분이지.

 

일본에서 진 피즈는 일종의 바텐더의 기본기 취급인데, 서예에서 말하는 영(永)자에 서예의 기본이 전부 담겨 있다는 영자팔법처럼 진 피즈를 만드는 데 칵테일의 기본기 적인 기술이 전부 들어있다는 것 떄문이지.

 

진 피즈를 만들기 위해서 쉐이크의 기법, 레몬 등 과일을 다루는 요령, 탄산 다루는 방법, 얼음을 다루는 방법, 스터의 기법등이 들어간다고 설명하지.

 

그리고 이 만화는 당시 유행하던 시기에 칵테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바이블처럼 읽혀서 그게 마치 당연한거 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생겼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좀 다른 이야기야.

.

 

여기서 등장하는 진 피즈는 오리지널 스타일의 피즈가 아니라 일본식으로 발전한 진 피즈거든.

 

800px-15-09-26-RalfR-WLC-0032.jpg

 

원래의 진 피즈는 얼음이 들어가지 않는 스타일의 칵테일이거든.

 

얼음이 들어가는 진 피즈가 기본이 된 건, 일본이 그렇기 때문이지.

 

정작 서양에서는 오리지널 진 피즈보다 라모스 진 피즈의 영향을 받아서 계란 흰자를 넣은 진 피즈가 좀 더 많이 보일 정도로 오래된 칵테일이거든.

 

하지만 일본에서는 얼음이 들어가서 좀 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의 진 피즈가 유행했고, 일본인들은 계란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술에 계란을 넣는 걸 그렇게 선호하지 않은 탓인지, 지금의 깔끔한 타입의 진 피즈가 유행했어.

 

맨 위에 있는 사진처럼 얼음을 넣고 만드는 스타일로 말이야.

 

여기에 관해서는

 

일본식 바텐딩이 세계에 미친 영향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저거 읽으면 좀 이해가 될 거야.

 

 

 

 

 

 

 

maxresdefault.jpg

 

 

전에도 말했다시피, 한국에서 진 피즈의 유행은 만화 바텐더와 함께 일본식 바텐딩 문화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2007년 경부터야.

 

한 때 한국의 스탠다드였던 스타일이었던 만큼, 진 피즈는 당연히 얼음을 넣은 것으로만 여겨졌지.

 

가끔 가다가 얼음을 빼고 준다거나 하면

 

"이 바텐더는 기본이 안되어 있구만."

 

이라는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말이야.

 

 

 

 

아, 참고로 조주기능사 레시피도 마찬가지로 얼음을 넣는게 기본일거야.

 

조주기능사 레시피 중에 옛날 것들은 대부분 일본서적을 번역해서 들여온 레시피가 많아서 생긴 일이지.

 

 

 

 

 

 

 

 

img.png

 

이후 2015년쯤부터 라모스 진 피즈라는 옛날 칵테일이 한국에도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진 피즈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게 됐지.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진 피즈는 이런 게 당연해! 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어.

 

18년쯤이었나? 한 바에서 꽤나 유명한 파워 블로거가 기본이 안된 바텐더가 진 피즈를 만든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갑론을박이 있던 사건도 있지.

 

나름 영향력 있는 블로그와 유명한 업장 간의 설전이었던 덕분에 아마 당시 바 업계나 주류에 관심이 있다면 기억이 날 사건일텐데

 

그정도로 진 피즈라는 칵테일이 가지는 상징성이 컸다고만 알아둬.

 

 

 

 

 

또 한가지, 진 피즈로 나름 유명했던 모 바텐더 이야기도 있어.

 

진 피즈를 자기 시그니쳐 칵테일로 삼았던 그 사람은 굉장히 당당한 태도로 진 피즈를 만들었고 유명 업장에서 일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진 피즈를 만든다고 유명했었지.

 

참고로 당시 진 피즈의 유행은 너무 달지 않고, 진 맛은 충분히 나면서 상큼하게 였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 바텐더의 진 피즈는 시럽을 15ml정도 넣은 달콤한 진 피즈였어.

 

너무 달지 않게, 라고 주문해서 좋아하던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단 맛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그 진 피즈가 맛있다고 하던 사람 중에는 평소에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꽤나 많았거든.

 

 

 

 

IMG_2721-1024x683.jpg

 

뭐 이렇게, 칵테일에 정답은 없어.

 

누군가 정해둔 정확한 답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만드는 사람마다, 또 마시는 사람마다 전부 다 스타일이 다른거니까.

 

다른 곳에 가서 평소에 마시던 칵테일을 시켰는데 평소에 마시던 거랑 다른 맛이 나온다고 뭐라고 할거면 다른 바를 가는 이유가 없잖아?

 

얼음이 있든, 얼음이 없든, 계란이 들어가든 그 가게의 스타일이라는 걸 알아야 해.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음주 생활을 하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10개의 댓글

13 일 전

인페스티드 설탕단이 또.....

0
13 일 전
@게릴라

근데 인간이 단맛을 추구하는게 너무 당연한거라 어쩔수없음 ㅠ

0
13 일 전

진 피즈 좋아~ 좋아~ 진 리키도 좋아~ 좋아~

0
13 일 전

손님이 덜달게 해달라해도 원래 맞춰놓은 벨런스로 드리면 보통 좋다고 그럼 ㅜㅜ 어려움 너무 자기 기호를 정확하게 모르는경우가 많아서

0
13 일 전

예전에 한 칵테일바에서 진피즈를 마셨는데

바닥에 설탕이 녹지않은채로 있었어

실력부족으로 보는게 맞을까

0
@메추리알

그건 문제지, 설탕을 일반 설탕을 생각없이 쓰면 드럽게 안녹이서 슈가 파우더 쓰거나 시랍 쓰는건데…

0
13 일 전

저녁을 좀 묵직하게 먹고 2차로 바에 가는 날은 첫잔으로 마시는 진피즈가 유달리 맛있는 것 같음

오늘은 진피즈로 시작해야지 ㅋㅋ ㄱㅅㄱㅅ

0
13 일 전

바에서 칵테일 홀짝이면서 네 글 주욱 읽으니까 다른 안주가 필요없다야 ㅋㅋㅋ

0
13 일 전

김렛도 바텐더의 실력을 가늠하기 좋은 칵테일이라기래 여기저기서 먹어봤는데

문제는 뭐가 잘 만든 김렛인질 몰라 ㅋㅋㅋㅋ

0
11 일 전

피즈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64 [유머] 황밸 오지선다 2 Agit 2 1 일 전
12463 [기타 지식] 유럽 안에서 널리 쓰이는 유럽어 35 Overwatch 6 2 일 전
1246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도 날 사랑하는데...카스카베 중국인 부... 4 그그그그 8 3 일 전
1246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언니의 이상한 죽음. 동생은 아버지가 의심... 2 그그그그 5 4 일 전
12460 [기타 지식] 15년전 연애관련글 -----4 2 얀테 1 5 일 전
12459 [기타 지식] 15년전 연애관련 글--------3 얀테 0 5 일 전
12458 [기타 지식] 15여년전 연애관련글 -----2 얀테 0 5 일 전
12457 [기타 지식] 15여년전 연애관련 글 ---1 얀테 1 5 일 전
12456 [기타 지식] 1900년대의 초반, 야한 이름의 칵테일, 비트윈 더 시트 편 - ... 1 지나가는김개붕 4 5 일 전
12455 [호러 괴담] 바람 피운 남편, 살해된 아내. 남편은 범행을 부인하는데... 2 그그그그 5 6 일 전
12454 [기타 지식] 남극 원정대가 남기고 갔던 위스키 섀클턴편 - 바텐더 개붕이... 10 지나가는김개붕 10 6 일 전
12453 [역사] 한국어) 지도로 배우는 삼국통일전쟁 3 FishAndMaps 0 6 일 전
12452 [기타 지식] 가장 좋은 것이라는 뜻을 가진 칵테일, 비즈니스(Bee's ... 9 지나가는김개붕 8 8 일 전
12451 [호러 괴담] 남편을 살해하기 위한 아내의 트릭 7 그그그그 9 8 일 전
12450 [기타 지식] 다가오는 여름, 간단하고 맛있는 스페인 태생 칵테일, 레부히... 5 지나가는김개붕 4 10 일 전
12449 [호러 괴담] 나카노구 여극단원 살인사건 6 그그그그 13 10 일 전
12448 [기타 지식] 친애하는 지도자 각하가 드시던 칵테일, 엘 프리지덴테 편 - ... 5 지나가는김개붕 9 10 일 전
12447 [역사] 광신도, 근본주의자, 사기꾼 2 김팽달 7 11 일 전
12446 [역사] 지도로 보는 삼국통일전쟁 12 FishAndMaps 5 12 일 전
12445 [기타 지식] 영국 해군의 레시피, 핑크 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9 지나가는김개붕 4 12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