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엄청 싫어했었다.
어릴때는 마당있는 집에 살면서 누렇고 큰 개를 길렀었다.
집에 같이 살던 삼촌은 그 개의 이름을 관우라고 지어줬지만
나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아 순돌이라고 불렀다.
순한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순돌이의 밥을 한번씩 긴빠이해먹는 동네 도둑고양이들은 내 적이었고
밤에 눈 마주치면 재수없고 꺼림칙했다.
순돌이는 늙어서 갔고
살다보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다.
삶이 편안해질때쯤 순한 동물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알아보던 차에
뭐에 홀린 듯이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동네 도둑고양이 출신이다.
그렇게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사진만 봐도 정말 사납다.
한 1년정도는 사나웠던 것 같다.
고양이를 처음기르니 몰랐고 실수했던 부분도 많았다.
어릴때 사진은 죄다 이런 식이다.
덤비고 할퀴고 깨물고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뭐에 홀린 듯이 이런 모습까지도 보듬고 사랑해주게 되었다.
-빙신 호구가 아닌 이상 이런 모습을 왜-
그 말 그대로 나는 빙신 호구였던 것 같다.
어릴때 사진은 잘 없다.
아무래도 너무 옛날이라 핸드폰이래봐야 애니콜,싸이언시절이고
쓰런 카메라는 술먹고 박살냈고, 때마침 군머를 다녀오느라..
그 이후에도 사회초년생때는 너무 힘들고 바빴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집에 오면 기절.
어느새 이렇게까지 커버렸다.
얄궂게도 너무 이뻐서 데려왔었던 만큼
커가면서 더 더 이뻐지긴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흘러가고 오늘이 되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들고 늙는다.
나도 벌써 내 수명의 절반이상을 살아버렸다.
마찬가지로 동물도 똑같이 늙는데 다만 우리보다 약간 더 빠르게 늙을 뿐이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 오래사는 종족 엘프가 나오고
그들이 자기들보다 빨리죽고 빨리늙는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묘사가 종종 나온다.
거기에서 나는 다소 공감을 하곤 한다.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지켜주고 싶다.
사실 갑자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을 읽고 한바탕 웃었기 때문이다.
열아홉살이 되는 동안 이 아이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병원비 2천만원-
이렇게 정리되는 것은 참 서글픈 요약이다.
간질환, 종양, 단순히 죽을뻔했던 반년정도의 투병과 입원
그게 12살~13살때였다.
그때는 정말로 삶의 끈을 놓는 줄 알았는데..
퇴원을 하고나서(집고양이 평균수명이 12년 어쩌구, 집에 가셔서 마음의 준비 어쩌구)
사흘을 꼬박 일어나지도 않고 잠만 자던 날이 있었다.
죽음의 병마에 내가 지쳐 거의 다 포기했을때쯤 울고있던 나를 깨운건 이 아이였고
3일동안 밀린 밥을 먹는 건지 배가 동그래질 만큼 밥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6년을 더 살고있다.
주변인들의 추측인 바, 이때 저승사자를 물어죽인게 아닐까?
참 여전한 미모다.
너무 늙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 있다.
몇년 전부터는 백내장때문에 눈동자가 맑지 못하다.
분명 시야도 흐릿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냉장고도 닌자처럼 뛰어올라가던 이 아이는
이제 식탁에도 몇번이나 주춤주춤하다가 도전하듯 올라야하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모르겠다.
얼마나 더 살지, 다행히 아직도 식욕이 많고 잘 뛰어다니고 아주 건강하다.
다만 언젠가 그 날이 오겠지..
그 날이 단 하루라도 늦게오길 바라며
내가 가진 재주마저 이 아이를 위해 헌신하며 쏟고있다.
아빠는 쉐프다.
뭐 대충 이런식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소화력이 많이 약해져있다.
식욕은 여전하지만 열번정도 식사를 하면 서너번 정도는 게워낸다.
나도 몇년 전에 위장과 식도가 좋지 않을때 비슷한 임상이 있었기에
얼마나 쓰리고 고통스러운지 이해하려고 하고있다.
물을 많이 먹이고, 밥먹고 난 뒤에는 배도 쓰다듬해준다.
"이렇게 하면 속이 편해질거야. 아빠도 겪어봤단다" 라고 하면
짬밥이 좀 차서 그런가 이제는 내가 하는 말 다 알아듣고는 눈을 스르르 감고 즐긴다.
재작년부터인가, 고양이 세수를 잘 못한다.
그래서 한번씩 눈꼽도 떼어주고 콧구멍도 닦아주고
처음엔 싫어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물티슈를 꺼내들면 호다닥 하고 달려와서 자리를 잡는다.
어? 이거 그냥 편해서 이러는거 아니냐?
난 빙신 호구가 맞는거 같다.
요즘 일이 많이 바빠져서 집을 비워야하는 시간들이 종종 생기거나
집안에 있어도 잘 보살피지 못하는 시간들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9살짜리 어린이(?)가 제 역할을 똑똑히 해준다.
항상 졸졸 따라다니다가 누나가 화장실을 보면 얼른 와서 알려준다.
그럼 내가 가서 바로 치움, 노묘의 건강(환경,위생)관리에 좋다.
누나가 배고프다고 하면 나한테 와서 밥달라고 알린다.
지금보니 누나의 만능 리모콘으로 살고있구나 너?
2018년, 지금으로부터 5년전 개드립에 오른쪽에 있는 누르렁하게 생긴 우리아이를 올렸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그 아이는 그때에도 누나가 있었으나 함께 올리지 못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의 슬픔을 남에게 강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게 좋아졌고 건강하고
'고양이 수명 기네스북 노려볼까?' 하는 느낌의 희망마저 생겼다.
그래서 그런 기쁜 마음을 개드립에 나누고자 글을 쓴다.
오늘처럼 내일도, 내년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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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비곰
냥추
누가좀인생대신살아줘
메주 대디냐?
땃쥐가춤추면둠칫땃쥐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좋으면좋겠당
lifesucks
고양이들도 아저씨도 행복하세요
니말이다옳다
후기라고 하지마라 죽은줄 알았자나
개구리가두마리면두개골
30년 되면 그때도 후기 올리겠음
퇴근마렵다
나도 손수건 준비해서왔는데
필요없어졌네 ㅋㅋㅋ
난놈
고양이 귀여웡
파레트넘버
넌 날 울렷어 ㅠㅜㅍ
샤크군
NaturalKillerCell
고양이 싫어하는데
반려동물 대하는 자세가
낭만이 있어 개추 준다.
곁에 애인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복 받았네
건강해라
mekemeke
메주아빠 돌아왔구나!
아댱니
노답시바
눈동자 엄청 동그랗다
제정신은건강에해롭다
'후기'라는 워딩에 깜짞놀라벌임
자유진영
누구 이야긴가 했는데 까치이야기였구나 ㅋㅋ
개붕yee
예쁜 마음 추
이웃집카짓
우리집 고양이도 오래오래 살게해주세요
다시가입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몽이는 불사로 살기로 나랑 약속함
전생했더니이름이엄준식이었던건에대하여
동서남북북춤
우리애는 같이산지 11년짼데 작년에 한번 크게 아파서 나도 마음은 먹고있다 후...
취재가시작되자
고양이님 건강하세요!!
전방에흑염소
아씨 이날이 오고 말았다고해서 놀랐잖아. 역시 가정용호랑이리모콘 성능확실하군 ㅋㅋ
망구리
죽은줄알았잖아!!!! 야옹이 ㅠㅠㅠ
별밤DJ
좋다~ 비번이라 이제 일어났는데 일어나서 기분좋은 글 보니까 기분 좋은 하루네 고마워
볶음쌀국수
행복하게 살아
캬루캬루밀캬루
가정용 호랑이 간만이네
거시경제학
선생님 원신요리도 빨리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말임
랩터는이제꿩
가족수명 6년+@면 2천만원 혜자네 ㅊㅊ
너구리드립
단또크러셔
나 고양이 알러지 있는데 집사들 보면 솔직히 좀 부럽다.
뎨이
우리집 내옹이도 11살이야
정말 너네집 애처럼 앞으로 10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
살라키토
아니 깜짝이야 만수무강하라고!!
매우진한고룡종피
집사 추
와드전문
냥냥추
맨정신이아님
유튜브잘보고있다가 어느순간 안보이길래 먼일있나 싶었는데...
잘지내는거보니 다행이다ㅜㅜ
아멜리아왓슨
메주 오랜만
카짓이그런거아니다
목숨하나 까였으니 이제 여덟개남음.12x8-6년 더살거임
쌀
19살인데도 완전 미묘다. 함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지냈음 좋겠다.
붕붕한다
우리집에도 2002년생 고양이 동생 녀석이 하나 있음...
내 대학생 시절부터 함께한 녀석인데 이제는 결혼하고 우리집에서 내 아이들이랑 와이프랑 같이 지냄...
그런데 어제 동물병원에서 더 이상 처치 못해준다 하더라... 영양제라도 맞으면 좋겠는데 쇼크사할 것 같다고 안된다더라...
어제 밤 퇴근해서 종이장만큼 가벼워진 녀석을 품에 안고 경구영양액을 주사기로 넣어주는데 먹먹한 가슴을 어찌할 길이 없네..
대충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는데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는건 익숙해 지지 않는다..
너네 고양이는 좀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길...
함부르거
후기라고 해서 슬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장수하길~
우왕이
메주야 애비말 잘 듣고 건강하게 살아야한다~
3줄이상못읽음
집고양이랑 길고양이는 다른생물이지 ㅊㅊ
맘모스쥬지
울려고 준비했는데ㅠ우리애들 2살인데 떠날 생각 하면 바로 눈물남
다크앤다커
냥닥붐이지만 이번 만큼은 개추
윤아
맥치즈버거
확실히 나는 이렇게 못해줄거같아서 고양이 못키움…
사진조아
사랑스러워
노팽
어 메주아빠 방가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