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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의외로 도움됐던 개꼰대 썰.ssul

내가 만난 꼰대는 군대 선임이었다.

 

군인이면 20대 초반인데 뭔 꼰대야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만났던 이 새끼는 삶에 대해 근거없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서, 자기만 옳고 남들은 무적권 틀렸다 것에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는 것에서 이미 훌륭한 꼰대라 할 수 있겠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 새끼는 치킨을 시키는 방법에까지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는데, 치킨은 무적권 후라이드가 근본이며, 간장과 마늘은 어쩌다 일탈로 허용되는 것이고, 양념은 사문난적이란 확신이 있어서, 어쩌다 양념을 시켜먹는 게 눈에 띄면 지가 먹을 것도 아닌데 입에 거품을 물고 길길이 뛰다가 반반으로 나온 후라이드를 던져주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지나가던 선임이 말려줘야 비로소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 같은 소릴 하며 지 할일로 돌아가곤 했다.

 

물론, 요즘 군대는 매 사사건건 그러면 별것도 아닌 일로 마편 찔러서 날아가게 십상인 터라 이 새끼도 처음엔 성질을 죽이고 살았지만, 이 새끼가 부분대장을 달면서부터 다시 미치기 시작해 소대가 이 새끼 꼰대질에 시달리며 살곤 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요즘 종종 그 때 진짜 병신 같았던 그 새끼 꼰대질이 의외로 지금 생각하니 참 괜찮은 성질의 것이었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개붕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려 하는 것이다.

 

1. 엄마한테 전화할 것. 예외 없음.

요즘엔 핸드폰을 쓰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그 때는 이게 그렇지 않았던 터라 전화를 하려면 공중전화던 콜렉트콜이던 뭐가 됐던 거기까지 가서 전화를 해야 했다.

 

근데 얘는 무슨 확신이 있었는지, 분대 보고(분대장이 얘한테 떠넘김)를 쓰게 되면서 꼭 확인했던 것 중 하나가 "오늘 엄마한테 전화 했냐?" 였으며, 여기서 대답이 좀 시원찮다 싶거나 자기의 관심법(...)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적권 다시 내려보내 엄마한테 전화를 시켰다. 가끔은 진짜 할일이 없는지 전화 하고 와~ 이러고 몰래 쫓아가 전화를 하는지 감시했으며, 하는 척만 하고 올라오는 애들이 있으면 예의 그 거품 물고 길길이 뛰는 걸 반복하거나 "엄마가 안 받습니다" 해도 진짜 안 받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같이 올라오곤 했다.

 

그 때 생각하면 군인의 개인 시간은 정말 일분 일초가 중요한 터라 이 새끼 전역하면 진짜 존나팬다 다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지만, 전역한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에도 가끔 우리 엄마는 이모들을 만나면 "우리 개붕이가 군대에서 얼마나 전화를 열심히 했는지"를 두고 자랑을 하곤 하신다. 심지어 어느 날은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새끼의 관심법을 통과하지 못해서 2번 한 적도 있지만, 우리 마더는 이것에 대해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계시고 아들이 효심이 깊네 하고 생각하신다.

 

2. 공부는 무적권 영어공부, 토익 900 이상 예외

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본인이 이 사실을 꽤 뿌듯하게 여기면서 자랑하는 게 꼴불견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나아가 종종 "토익 900은 전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며, 900이란 점수는 목표가 아니라 못 넘는 것에 문제가 있는 최소요건으로 여겨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 친구의 철학에 의하면, "영어를 한다"는 것은 토익 900같은 하찮은 성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너희들은 무적권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기에 이 최소요건을 도달하기 이전에는 다른 일로 시간낭비를 해서는 안 돼야 했었다.

 

군대 자체가 시간낭비인데 무슨 소리인가 싶지마는, 우리 부대는 여느 부대가 그렇듯 공부를 해서 특정 자격증을 따면 특박을 주곤 했는데, 이 자격증이 영어가 아니면 눈에 불을 켜고 훼방을 놓았다는 말이다. 오직 900점이 넘는 애들만이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새끼는 왠지 몰라도 국사를 공부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으며, 국사를 일컬어 "죽은 학문"이라 부르며 이걸 공부하는 걸 굉장히 마뜩찮아 했기 때문에 꽤 만만하게 딸 수 있는 한국사 1-2급 공부를 이 새끼 하나 때문에 못하는 부대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친구의 논리에 따르면 영어는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그걸 아는 새끼가 900을 목표로 잡아?) 계속 꾸준히 해야하고 너네들이 1순위로 여겨야 하는 덕목이며, 이것이 충족되지 못한 채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은 눈 앞의 조그만 이익에 눈이 멀어 큰 일을 그르치는 것이라는 선비 같은 말을(실제로 한 말이다.) 입에 달고 살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새끼의 논리에 감화돼서 토익은 물론 토플책을 끼고 다닌 짬찌들이 밑에 줄줄이 늘어났다는 것인데, 얘는 그런 애들을 유독 이뻐해서, 걔들을 대상으로는 공부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려 해서 일각에선 좋은 선임이란 평가를 받곤 했다.

 

3. 아픈 건 죄악. 자기관리의 부재의 증거이다.

이 새끼는 남들보다 특별히 건강한 몸을 타고 난 것 같은데, 어느 정도냐면 단체로 삼계탕을 먹고 부대가 식중독으로 뒤집어졌을 때 혼자 2그릇을 쳐먹고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 새끼는 다른 모든 부대원들이 나태하고 나약해서 일어난 결과라고 생각했으며, 선임 후임을 가리지 않고 자기관리를 성실히 함으로써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전파하고 다녔다. 선임에게는 말을 조심히 한다는 것이 "우리 ㅇ병장님도 이제 전역하시기 전에 항상 건강하시고~" 같은 아부성 말만 붙일 뿐이었고, 이후엔 자기관리를 통해 질병으로부터 면역이 되는 신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이비 전도 같은 말을 퍼트리는 것은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그렇다고 특별한 관리법이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씻고 청결해라라는 게 전부였고, 이것에 한정하여 유독 다른 부대원들에게 시어머니같이 굴어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 소대장들은 오늘은 쉬어라 하면 "최소한의 것만 지키자" 같은 것 없이 푹 쉬게 해주는 좋은 지휘관들이었지만, 정작 이 새끼가 이 "최소한의 것만 지키자" 귀신이 붙었는지 하루 죙일 실내에만 있는 애들을 쪼아서 씻겼으며 내무실을 쓸고 닦아서 휴일을 맞은 군인들을 괴롭히며, "너네가 그러니깐 병에 걸리는 거야"를 주문처럼 욍알거렸다.

 

덕분에 전 소대가 이 새끼가 한번만 아프기를 벼르고 또 별렀는데, 기가 막히게도 전역하는 그 날까지 한번을 안 아프고 전역하여 전역날 후임들이 아픔(물리)로 아프게 해주었다.

 

 

나는 아직도 종종 군대 동기들을 만나곤 하는데, 이 새끼는 결국 우리들 사이에서 전역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까고 또 까이는 양파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근데 이제 나도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즈음(나는 3학년을 마치고 늦게 군대를 갔다)이 되자, 이 새끼가 시키려 했던 일들이 꽤 괜찮을 일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가 도래한 이후 청결 같은 부분이나 영어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

 

그 때 좆같았던 것들이 의외로 입에 쓴 약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요즘 일이 힘들어서 미쳐가나 싶다. 시발 퇴근을 못해서 직장에 갇혀있다보니 별 소릴 다하네.. 혹시 다 읽었으면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사실 좀 심심했는데 글 쓰니깐 시간 잘 가네 ㅎ

 

 

 

 

 

127개의 댓글

2021.01.14

군대가서 부모님께 전화는 필수다

매일매일

0
2021.01.14

존나 착쁜놈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58
2021.01.14
@요를리히히

착쁜놈 ㅋㅋㅋ

0
2021.01.15
@요를리히히

ㄹㅇㅋㅋㄱㅋㅋㄱㅋ

0
2021.01.14

진짜 개꼰대긴 하네ㅋㅋ

1
2021.01.14

꼰대는 꼰대인데 틀린게없다 ㅋㅋㅋㅋ

1
2021.01.14

처맞은거보면 개폐급은 아니네

9
2021.01.14

후라이드에서 미친놈 했다가 더 읽다보니 묘하네

0
2021.01.14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 꼰대는 패버린 작성자

0
2021.01.14
@멘토스박하맛

패긴 해야지 ㅋㅋ 어딜 곱게 나갈 생각을 해

3
2021.01.15
@멘토스박하맛

진짜 씹새끼는 패지도 않음

1
@치킨엔맥주

맞지 ㅋㅋ

패지도 않고 전역식도 안해주고

혼자 터덜터덜 위병소 나가는거 보면

야 씨바 저렇게는 안되어야지 생각함.

2
2021.01.15
@멘토스박하맛

씹새끼는 패지만 병신은 패지도 않고 조용히 보내지 ㅋㅋ

2
2021.01.14

시발 일등술안주감이네ㅋㅋ

0
2021.01.14

ㅋㅋㅋㅋㅋ 존나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0
2021.01.14

저런꼰대있었음 좋았지

0

ㅋㅋㅋㅋ20대 초반이 저러면 혈압 존나 올라갈거같네

0

꼰대인데, 왤케 쓸모있는 조언만 하냐...

0
2021.01.14

난 좋을듯 영어를 저렇게 가르치다니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군생활 한정꼰대 아니냐

1
2021.01.15

젤 열받는게 저런거임ㅋㅋㅋㅋ 꼰대같이 설교하면서 자기가 한말은 다지킴ㅋㅋ내로남불이없음ㅋㅋㅋ그래서 열은 받는데 대꾸를 못함ㅋㅋ

66
2021.01.15
@피자만들기

ㄹㅇ 상사가 저런사람이면 인생엔 도움이 되는데 ㅈㄴ 피곤함 딱 마이클조던스타일ㅋㅋㅋ

1
2021.01.15
@피자만들기

하 상상만해도 빡친다

너 한번만 걸려라 존나 비꽈준다 하는데 진짜 끝까지 안걸림

1
2021.01.15
@피자만들기

일에는 도움이 되도 사람으로서는 전혀 엮이고 싶지 않은 스탈ㅋㅋ

0
2021.01.15
@렙되면탈퇴함

근데 내가 해야 목포가 있다?저런사람 옆에있음 스파르타로도 해서 완전도움될듯

0
2021.01.15

꼰대인데 착쁜꼰대네

0
2021.01.15

저런 착한꼰대가 되고십다

0
2021.01.15

저런 꼰대는 인정한다 (위선따위가 없거든 ㅋㅋ)

0
2021.01.15

착쁜꼰대네 ㅋㅋㅋㅋㅋㅋ

0
2021.01.15

딱히 착한 것도 아닌데..

0
2021.01.15

선비같이 말하면서 국사 개극혐하는게 웃기네 ㅋㅋㅋ

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얻는게많네

0

근본주의네....

0
2021.01.15

너 이새끼 바빠서? 늦어서 그랬다고?

아 늦을거 같으면 어제 출발하던지 븅신 새끼야

너 무단횡단 또 하다 걸리면 무단횡단 다신 못하게 다리 짤라버린다 이 새끼야

 

뭐 이런 놈이냐?

0
av
2021.01.15

그냥 별개의 이야기로

나는 엄마한테 연락자주하는데

대학동기들이랑 이야기하니깐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2~3번 이런 애들도 많더라고

구래서 내가 쩐주한테 잘 좀하라고

너네 용돈 다 엄니한테 나오는디 전화하면 좋아하신다고

0
2021.01.15

저거 전역하고 시간 지나서 그렇지

 

밑에 있으면 사람 걍 미친다 몇명 잘맞는애들 빼면ㅋㅋㅋ

 

미화오짐

1
2021.01.15

고집은 있지만 좋은 새끼네 ㅋㅋ

0
2021.01.15

필력좋네 ㅋㅋㅋ

0
2021.01.15

이런 사람이 짜증나면서도 최고인 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2021.01.15

논리적으로 반박불가능한거였네. 부모에게 자주연락할것, 건강할 것, 영어공부할것..

자기주장을 자기가 지켜버리면 할말없긴하지

1
2021.01.15

그냥 미친놈인데 ㅋㅋㅋㅋㅋ 아무리 좋은거라도 강요하면 폭력이야

3
2021.01.15
@쯔바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여기애들이 이상한가 내가 이상한가..

 

너무 호의적이라서 놀랐네

3
2021.01.15
@렙되면탈퇴함

2년 한정, 군 계급구조상 선임, 본인도 지킴

 

이게 큰 듯

1
@렙되면탈퇴함

요새 세상에 저런 사람 보기 힘들어서인듯.

 

대쪽같은 사이다 정말 어디서 봄

1
2021.01.15
@쯔바이

진짜 폭력 안쓴게 어디임

0
2021.01.15
@쯔바이

진짜 개좆같은 PC 사상 다 뒤졌으면

0
2021.01.15

얘드라

아버지가 저런 성격이면 개힘들어

진짜로

0
2021.01.15
0
2021.01.15
@모자짱짱걸
0
2021.01.15
@귀여운게좋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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