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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습한 단편 소설 속에서 내게 감동을 준 문단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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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의 매장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뒤에 나는 그녀에게서 손가방을 돌려받았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자 비로소 안도하는 표정으로 아뇨, 하고 그녀는 아주 조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스물넷이나 다섯,얼핏 그녀의 나이를 가늠해 보다가 나는 황급히 등을 돌려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다시 몽환적인 눈빛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울컥, 나의 진실은 가방에 있었던 게 아니라는 말을 내뱉고 싶어진 때문이었다.

 

-박상우, 내 마음의 옥탑방 

 

 

 

김인숙.jpg

 

창녀처럼.....길거리의 창녀처럼 말이다.

 

그가 나를 떼어 내려고 했으나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놓아 주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창녀예요. 기껏해야 창녀인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요. 그렇지만 당신은 내게 아무런 화대도 지불하지 않았지요. 

 

그러니 당신은 내게 말해야 해요. 나를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를 사랑해 왔다고 그렇게 말해야 한다구요. 

 

-김인숙, 물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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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보잘것없는 자신의 이력을 그녀 앞에 펼쳐 보였었다.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지. 어머니는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고 아버지는 공사장의 날품팔이 인부였어. 둘 다 무학이었지. 형제는 일곱이나 되었어. 하루 한 끼 먹는 것이 행운이었어. 배고픔보다 더 서러웠던 것은 우리가 게을렀기 때문에 가난하리라는 모종의 편견이었고 그 상태로 앞으로 계속해서 가난하리라는 저주였어. 사회의 중요하고 비중 있는 시선에서 완벽하게 제외되었어. 난 막내였는데 그 덕분에 가족의 부양이라는 무겁고 끝이 없는 우물 같은 수렁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거야. 형제들 중의 한 명의 도움으로 간신히 대학에 갈 수 있었어. 그런 가난에서 대학이라니. 하지만 난 성공해야 했어. 내가 다른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겠어? 처음부터 왕족처럼 태어나 쉽게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올라탄 그런 종류의 인간들은 난 좋아할 수가 없어. 비록 그들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격이라고 해도. 난 그들을 능가하고 싶어. 그런 욕망으로 지금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내 인생에는 한순간도 권태나 회의란 없었어. 그러나 난 지금도 나 자신말고는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힘이 되어 줄 혈족도 없고 한푼의 유산도 없어."

 

박의 아내는 신부의 베일을 벗기도 전에 박의 욕망과 증오를 읽어내고 그를 연민했다.

 

"그 모든 것, 나에게 충분해요. 그러니 당신은 그냥 당신이기만 하면 돼요."

 

-배수아, 은둔하는 북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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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이가 문밖으로 사라진 뒤에야 만기도 일어나 봉우 자리로 가려니까 봉우는 그제야 눈이 휘둥그래서 벌떡 일어서더니 만기를 밀치듯이 하고 황황히 밖으로 쫓아 나가 버리었다. 만기도 할 수 없이 얼른 셈을 치르고 따라 나가 보았다.

 

전차 정류장 쪽을 향해 저만큼 걸어가고 있는 인숙의 뒤를 봉우는 부리나케 쫓아가고 있었다. 그 광경이 흡사 엄마를 놓칠세라 질겁을 해서 발버둥치며 쫓아가는 어린애 모양과 비슷하였다. 그 꼴을 묵묵히 바라보고 서 있던 만기는 저도 모르게 기만한 한숨을 토했다. 계산이 닿지 않는 애정에 저렇게 열중해야 하는 봉우가―그리고 저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이 딱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기 자신을 중심으로 자꾸만 얼크러지는 애정과 애욕의 미묘한 혼란이 숨가쁜 까닭이기도 했다. 물론 봉우 처의 저돌적인 육박도 골치 아픈 일이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오히려 처제인 은주가 만기의 마음을 더 어지럽게 하였다.

 

-손창섭, 잉여인간 

 

 

모두 시간 날 때마다 직접 서재 주변을 서성이며 찾아읽는 재미를 즐기길 바란다. 

 

 

55개의 댓글

2019.10.20

김인숙의 문장과 배수아의 문장이 특히 다가오네.

 

저런 단편집은 어디에서 접해?

0
2019.10.20
@하와와와왕

도서관 한국소설 모아둔 서재로 가면 문학상을 한데 묶은 단편집 찾으면 있음.

0
2019.10.20

책 좀 읽으시네요 한국 소설은 거의 안읽었는데

몇작 추천 부탁합니다 취향이 맞을것 같아요

0
2019.10.20
@프리홍콩

일단 기억나는 것들만

 

윤고은 해마,날다

박민규 아침의 문(이상문학상 수상)

김경욱 카카오99%

이청 단추(신춘문예 당선작)

한강 몽고반점(이상문학상 수상)

이승우 전기수 이야기(수상작)

 

등등 많음

 

2
2019.10.20

옛날 소설들 읽으면 오래된 책냄새에 마치 그 시대에 살고있는 듯한 착각일어남.

0
2019.10.20
@나는우츠다

킁카킁카

0
2019.10.20

내 마음의 옥탑방 저거 어디서 상받았는데

심사위원들 해석이 다 달랐다하더라

 

작년 수완에있었는데 쌤이 설명해줘써

0
2019.10.20
@귀찮음

1999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0

넘조타

0
2019.10.20
0
2019.10.20

박상영 소설집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추천. 술술 읽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음 중단편집이라 부담도 없고

0
2019.10.20

거의 5년 가까이 서점도 도서관도 멀리 했더니 낯선 작가들이 많이 생겼더라....나보다 어린 작가들도 많아졌고...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좀 서글퍼졌음..

0
2019.10.20

순문 AUT

0
2019.10.20
@NTSDM

ㅠㅠ

0
2019.10.20

대학 못가면 잉여인간되는거야 잉여인간

0
2019.10.20

와 김인숙 물 위에서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 갑자기 파노라마처럼 그 옛날에 읽던때가 떠올랐어... 덕분에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땡큐

0

왜 먹지를 못하니..!

0
2019.10.20

잉여인간이야 잉여인간

잉여인간 알아?

인간 떨거지 되는거야

0
2019.10.20

참으로 읽어볼만하다

0

ㅗㅜㅑ 두번째 문구 읽고 감탄했다...

0
2019.10.20

솔직히 고전문학은 너무 지루해서 읽기가 좀 그럼 한 10년 전 쯤 판소나 무협소설이 재미와 작품성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 자체를 많이해서 좋았음.

뭔가 문학소설과 킬링타임용 둘 사이에 끼인 어디쯤의 위치였어.

그 땐 싸구려 양판소도 문학적인 묘사에 상당히 많은 페이지 지분을 써서 활용했었을때라 잘 골라서 상위 5프로내외 작품들 읽으면 존잼임.

1
2019.10.20

문풍당당콘

0
2019.10.20

박상우 스라지지 않는 빛이란 단편소설때문에 이래저래 찾아봤는데, 우연히 동묘 지나다 헌책방에서 내 마음의 옥탑방 저 책을 발견해서 샀음. 문학사상에서 나온 이상문학상 수상작들 있는거에서 ㅋㅋ.

개드립에서 보니 신기하넹

1
2019.10.20

한국소설을 읽으면 정말 처음 들어본 단어들을 엄청 나와요 그리고 괄호 치고 한자 써있고

뭔 단어인가 싶어 검색하면 엄청 쉽고 간단한 단어들이 있거든요

왜 굳이 그런 단어를 쓰는걸까요 ?

난 흐름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런 단어가 튀어나오면 집중이 깨지고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보며 짜증이 밀려오더라고요

 

1
2019.10.20
@하루반찬

화가한테 왜 12색 크레파스에 안들어가는 색 쓰냐고 묻고

요리사한테 양식이 더 구하기 쉬운데 왜 자연산 쓰냐고 따지는 셈임

같은 단어 같아도 느낌이 다르니 쓰는거야. 무조건 더 많은 대중이 읽도록 하는게 목적이라면 가급적 쉬운 단어를 쓰는게 더 좋겠지만 예술성을 추구한다면 어렵고 생소하더라도 느낌이 맞는 단어를 쓰고싶겠지. 그리고 쉬운 문장이 좋다고 생각하는 작가라 해도 본인들은 글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뭐가 쉬운 단어고 뭐가 사람들한테 생소한 단어인지 감이 잘 안잡혀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게 어렵기도 함ㅇㅇ 짜증날 순 있는데 그냥 배워간다고 생각하거나 아님 걍 대충 문맥 보고 감 잡히면 일단 넘어가고 쭉 다 읽은 다음에 나중에 검색하면 좋아

1
2019.10.20
@켄트지

그러니깐 한국 문학이 문제가 아닐까

적어도 대사 만큼은 인물을 반영해야하는데

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무학의 노가다 김씨 캐릭터가 국문학자나 꺼낼법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 캐릭터는 죽은 캐릭터고 소설가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거지

0
2019.10.20
@김츼

전반적으로 어려운 단어를 왜 쓰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인데 그렇게 특정 상황을 정해두면 아귀가 안맞지.

질문자가 읽는 소설의 주인공이 노가다 김씨인지 문학박사 김선생인지도 모르고 1인칭 주인공 시점인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인지도 모름. 문학박사 김선생이 주인공이라면 대사에 어려운 단어 수십개 들어가도 이상할거 없고 대사가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의 문장이라도 마찬가지.

당연히 네가 말한 것처럼 학식없는 인물의 대사에 사자성어가 들어가는 등의 특정한 상황이면 작품의 사실성, 핍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 근데 쟤 질문이나 내 답변은 그에 관한게 아니자너

0
2019.10.20
@켄트지

니가 지적한 것이 맞는데 사실 난 본문에 예시로 든 배수아 글 처럼

실제로 쓰지도 않는 방식의 대화법을 쓰는 작가가 많으니깐 푸념 해본 거임

그 누구보다도 살아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죽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으니깐

0
2019.10.20
@김츼

ㅋㅋ나도 저런거 취향 아니긴 함

0
2019.10.20

첫번째랑 두번째 미쳤네

0
2019.10.20

나 예전에 서점에서 나오는길에 어떤분이 화장실 물으시길래

좀 과하게 친절하게 안내해 드렸는데 그분이 소설작가셨음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 꺼내시더니 싸인해서 책 선물해주시더라

오늘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0
2019.10.20

책좀 다양하게 읽어야겠다....

0
2019.10.20

김애란 소설도 좋더라 문장이 예뻐

0
2019.10.20

이상문학상 2018인가 2017인가

고양이 어쩌고 하는 제목이 수상했길래 봤는데

예전에 키우다 죽은 고양이가 생각이 나서 서점에서 울었다

0
2019.10.20

근데ㅜ요듬 이상문학상이나 신춘문예는 왜 이게 상탔지? 하는게 대부분임. 진짜 그들만의 리그가 된것같더라. 나도 취미로 글쓰지만 그냐우사람들은 이해 못할 글들이 대부분임. 혼자 심취해서 씀

1
2019.10.20

난 배수아 글처럼 작위적인 대사가 싫다

실제로 저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작가의 머릿 속에서나 튀어 나올 수 있는 대사를 줄줄 읊는 방식의 대사가 싫다

결국 작가의 대변인일 뿐이지 좀비와 다를 바 없다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가 좋다

0
2019.10.20
@김츼

이거마따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현실에서 누가 저따구로 말하냐...'생각들면 몰입이 안되고 짜증이 확남

0
2019.10.20

나는 나이먹고 소설은 절대안봄

책으로 정보를 얻어야하는데 소설은 그냥 지어낸 얘기잖아

근데 가끔씩 저런거보면 보고싶어지긴함

0
2019.10.20
@피넛커트

그럼 영화랑 드라마도 안봄?

1
2019.10.20
@그공

그건 보는데 나한테 책은 지식을 얻는다로

고정돼있음

0
2019.10.20
@피넛커트

이게 대체 뭔 소리지

2
2019.10.20

우리나라작가중에 순수문학으로 괜찮은작가가 누가있음??

0
2019.10.20
@닉네임은2

박민규

김연수

0
2019.10.20
@김츼

ㄳㄳ 요즘사는게 바빠서 독서거의못하는데 좀풀리면 읽어볼께

0
2019.10.20

다습하다가 무슨말이야

0
2019.10.20
@참치군

습하다고 멍청아

0
2019.10.20
@늉뉴냥냐

그래서 '올해 다습한 단편소설'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븅신아?

0
2019.10.20
@참치군

다작은 글을 많이 쓰다. 비슷하게 다습은 많이 읽다이다. 작가가 되기위해 다습다작을 하다라는 말은 책을 많이 읽고 쓰다란 의미로, 제목의 올해 다습한 단편소설이란 올해 많이 읽어본 단편소설이란 의미다.

0
2019.10.20
@랄라라랄라

그건 다습이 아니라 주로 다독이라고 하지 않나..? 대충 글쓴이 뜻으로 유추하긴 했는데 습기가 많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많이 쓰니 다른뜻도 있나 사전도 찾아봄

0
2019.10.20
@랄라라랄라

오히려 습작을 많이 한건가 했는데 제목이랑 내용 보니 그건 아닌거 같았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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