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는 날씨를 견디려면 따듯한 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 먹을 초콜릿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로이스 생초콜릿이 절실했지만 그럴 돈은 없었다.

괜히 비싼돈주고 쿼버춰 사지마라. 이마트초콜릿이 짱짱이다. 생크림 : 초콜릿은 1 : 2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생크림에 버터를 넣고 살짝 끓인다. 너무 끓여서 유지방이 분리되면 X된다. 

오래두고 먹으려면 트리몰린을 조금 넣는다는건 허세고 없으니까 올리고당 넣자. 꿀도 된다.

생크림이 끓는동안 초콜릿을 중탕한다. 유리볼에 뜨거운물을 붓고 그 위에서 중탕하되 절대 물이 안섞이게 조심하자.

초콜릿은 잘 뽀개서 넣자. 귀찮다고 대충 뽀개면 나중에 더 귀찮다. 위 사진은 귀찮아서 대충뽀개고 X된 대표적인 예시이다.

뜨거워진 생크림에 얼그레이를 넣고 우린다. 물론 엽차를 넣으면 좋지만, 비싼 엽차는 마시기도 부족하다. 

무슨 홍차 소믈리에가 아닌 이상 별차이 안나므로 티백을 넣자. 채에 거를 필요도 없어서 개이득이다.

생크림 250ml에 트와이닝 티백을 3개 넣었는데, 차의 쓴맛이 싫다면 1~2개만 넣어도 충분하다.

녹은 초콜릿에 생크림을 섞는다. 꼭 그거같이 생겼다. 말 안해도 안다.

특히 이 비주얼을 보고 아 X됐구나 생각하기 쉽지만 원래 이러니까 차분하게 섞어주자.

섞으면 이렇게 된다.

베이킹틀(따위 있을리 없으니 대충 네모난 그릇에 랩깔아서 쓰자)에 붓고 냉장고에서 충분히 굳힌다.

냉장고 냄새를 거의 냄새먹는 하마마냥 처먹으므로 꼭 밀봉하자.

비닐봉투에 코코아파우더를 적당량 넣고, 초콜릿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적당량 넣고, 적당히 흔들어서, 적당히 꺼낸다.

초콜릿을 잘 자르려면 칼을 달구네 어쩌네 하고 주접떨지 말자, 생초콜릿은 손가락으로 문대도 잘린다.

적당히 흔들지 않으면 이렇게 모서리가 다 뭉개진다.

슈가파우더를 채로 내려 겨울 기분을 내준다.

바닥에 흘린 가루를 닦을때는 겨울 기분이 안난다.

음식으로 장난치는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생초콜릿은 다른말로 파베초콜릿이라고 부르는데. 파베'(pavé)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벽돌이라는 뜻이다.

요컨대 이런 장난이야말로 파베초콜릿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행위이다.

여하튼 세 통이 완성됐다.

북한군은 식량사정이 나쁠 때, 정해진 반찬 가짓수를 맞추기 위해 같은 반찬을 다른 모양으로 썰어내는 편법을 쓴다고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늘 만든 초콜릿은 무려 세종류 각각 한통씩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