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우리는 언어습득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 행동주의와 생득주의에 대해 살펴봤어. 행동주의는 언어습득은 외부의 교육으로부터 이뤄진다는 주장이었고, 생득주의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어떠한 장치가 언어습득을 이루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았지. 촘스키는 그것을 LAD(Linguistic Aquisition Device, 언어습득장치)라고 명명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고 추측했어.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세상 모든 언어에 숨겨진 공통된 문법적 규칙을 찾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게 되지.
이름 하야 UNIVERSAL GRAMMAR, 언어에 숨겨진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야.
그런데 사실 이 세상 모든 언어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언어 마다 제각기 문자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고, 구조가 다르고 의미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지. 이 제각각인 언어들을 한군데 모아 비교하고 공통점을 찾기 위해선 하나의 기준이 필요했어. 촘스키는 유대인 학자답게 획기적인 발상으로 이것을 해결하는데 바로 문장구조 수형도(tree diagram)야.
수형도는 구(Phrase)라는 단위를 기준으로 문장의 구조를 그린 그림이야. 수형도로 문장구조를 그려보면 복잡한 구조도 쉽게 나타나. 간단한 예를 보자.
영어와 한국어의 수형도를 비교하면 각각의 언어가 가진 구조적 특징이 한 눈에 보여. 영어는 NP(명사구)-VP(동사구)-N(명사)의 구조야. 이와 달리 한국어는 NP-NP-VP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 한편 영어 한국어 둘다 NP와 VP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어.
이런 식으로 각각의 언어가 가진 구조를 분석하다 보면 여러 공통점들을 찾을 수 있어. 촘스키는 평생에 걸쳐 이 분석에 몰두했고 그 결과 6가지 이론들을 발표하게 되지.
1. Theta-role(의미역)
2. Government(지배)
3. Binding(결속)
4. Case(격)
5. Movement(이동)
6. Control(통제)
이 글에서는 이 여섯 가지 이론들을 모두 설명하지 않을 거야. 여기서 다루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혹시 궁금한 게이가 있다면 부록으로 풀게). 오늘은 감을 잡기 위해 일단 Case theory에 대해 알아보자.
Case는 격이야. 다들 학교 영어시간에 주격이니 목적격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봤을 거야. 격은 명사가 주어로 쓰였는지 목적어로 쓰였는지를 나타내는 거야. 주어로 쓰인 명사에는 주격이, 목적어로 쓰인 명사에는 목적격이 붙지. 예를 들면
I love Dogdrip.
이라는 문장에서 주어로 쓰인 명사 'I'는 주격, 목적어로 쓰인 명사 ‘Dogdrip’은 목적격이야. 영어에서의 격은 동사가 결정해 ‘love’앞에 오면 주격, 뒤에 오면 목적격. 이런 식으로 주어-동사-목적어의 순서가 격을 결정하지. 때문에 이 순서가 무너지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비문이 되는거야.
* love I Dogdrip
* love Dogdrip I
한 편 주어와 명사의 위치를 바꾸게 되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말하는 문장이 되지
I love Dogdrip / Dogdrip loves I
나는 개드립을 사랑한다 / 개드립은 나를 사랑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어는 문장의 순서에 구애받지 않아
가끔씩 ‘한글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으로 떠돌던 짤들 기억해?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단어의 배치 순서가 자유로워. 영어와 달리 순서가 달라져도 의미는 변하지 않지. 그 이유는 ‘격’을 부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야.
동사를 통해 격을 부여하는 영어는 동사 앞뒤로 명사의 위치가 고정될 수밖에 없는 거고, 동사에 상관없이 은/는/를/이/가 등 조사가 격을 부여하는 한국어는 단어의 순서가 자유로운 거야.
나는 개드립을 사랑한다
개드립을 사랑한다 나는
나는 사랑한다 개드립을
이처럼 명사에 격을 부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영어와 한국어는 모두 “반드시 명사에 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명사에 격이 붙지 않으면 그 명사가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알 수 없으니 의미파악을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야. 영어와 한국어 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의 명사는 반드시 격을 가지고 있어야 해.
여기서 우리는
“모든 명사구는 격(주격, 목적격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언어에 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하나의 원칙을 알게 됐지. 촘스키는 이런 식으로 원칙들을 하나씩 발견했고 이를 통해 보편문법의 존재를 주장했어.
촘스키의 보편문법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같이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언어들에서는 거의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야. 하지만 중국어를 비롯한 동양어권에서는 잘 통하지 않아. 때문에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촘스키의 보편문법은 여전히 메인 페러다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완벽하진 않지만 언어의 매커니즘을 꽤나 명확하고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야. 대상을 영어로만 한정한다면 감히 ‘완벽한 설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야.
이 보편문법으로 촘스키는 LAD이론을 한 층 확장해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어. 보편문법은 언어를 이해하는 가장 탁월한 수단으로 빛을 발하게 되지. 하지만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는데, 바로 1970년 발견된 소녀 Genie야. Genie의 발견으로 촘스키의 LAD와 보편문법 페러다임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는데. 그건 다음에 풀어보도록 할게.
IonPopescu
무엇을어떻게
걔드립맨
ING
BOTM
ING
김치라면
ING
충분히 다른 쪽에서도 반론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sm
ING
또, 동물은 같은 종이면 왠만하면 그들끼리 언어(?)가 다 통하잖아 ㅋㅋ 인간보다 더욱 유니버설한 문법을 가지고 있는거 잖아 그렇다고 동물들이 LAD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거잖아 ㅎㅎㅎ
미안 내가 사실 얕게 배웠어 ㅋㅋㅋ 언어쪽을 정석으로 배운게 아니라 끼워듣기식으로만 들어서ㅋㅋㅋ 근데 이런 의문들은 어떻게 해결한거야??(시간되면 부록 써주면 보고 이해해볼께)
그리고 지니 사례도 어쩌면 생득설 쪽을 조금은 강조하고 있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sensitive period가 있다는 걸로??) 이건 머 다음 꺼 보면 질문이 해결될꺼라 보고 ㅎㅎ
sm
만약 단일지역 기원설이 사실이라면 너의 추측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 시절 인류에게 언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10~20만년전 인류는 정말인지 유인원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나름의 의사소통 체계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언어라고 하기에는 힘들 것 같아. 아마 동물의 울음소리와 같았겠지.
일부 동물들에게서 언어와 유사한 의사소통 체계가 발견되고 있는 것은 맞아. 꿀벌의 춤이라던가 까마귀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 말이야. 꿀벌의 춤은 너무나 정교해서 마치 언어와 같이 보이기도 해. 하지만 그것들은 인간의 언어와 근본적으로 달라. 인간의 언어는 형태소로 뜻을 나타내고 형태소의 배열로 문장을 만들어 복잡한 의미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말이야.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야. 가령 울부짖는 행동은 분명 '나는 슬프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가슴을 치며 날뛰는 행위는 '나 지금 화났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언어라고 부르지는 않지. 때문에 동물들의 의사소통체계를 언어라고 부르지 않아.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