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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의 레시피, 핑크 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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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줄 칵테일은 핑크 진 이라는 칵테일이야.

 

1800년대 중반에 유행했고, 지금은 사실상 몇몇 클래식을 좋아하는 바의 메뉴에나 올라있는 칵테일이지.

 

나는 나름 좋아하는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칵테일이야, 다만 마티니를 좋아한다면 이 맛을 좋아할 수도 있지.

 

그럼 이 칵테일이 왜 유행하게 됐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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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의 레시피는 영국 왕립 해군, 로얄 네이비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당시 세계 최고의 해군이자, 세계 최고의 해적들이었던 집단이지.

 

18세기의 영국 해군은 장교 뺴고 일반병들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거든.

 

일단 배를 타는 것 부터가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쉽게 선택하지 않는 일이었지.

 

이 시기에 항해 기술은 발전했지만, 까닥 잘못하면 바로 죽는거라서 멀쩡하게 다른 일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선원을 할 이유가 없었지.

 

그래서 당시에는 길거리에 부랑자를 보면 일단 뒤통수를 때려서 기절시키고 배에 태운 다음

 

"넌 이제부터 존 이등수병이여."

 

라면서 배에 태우는 일이 비일비재했지.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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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장교와 일반 수병의 사이는 좋지 않았어.

 

일단 배를 많이 타보지 않은 수병들은 뱃멀미에 지쳐가고, 심하면 죽기도 했는데

 

이걸 예방하기 위해서 선택한 약이 1824년에 나왔지.

 

구 영국령이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만들어져서 영국에서 대 유행한 그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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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고스트라 비터스야.

 

당시에 뱃멀미를 하는 수병이 있으면 일단 이걸 먹어라, 라고 했는데.

 

이 비터스는 그냥 먹기에는 향신료 맛이 너무 강한데다 쓰기까지 해서 수병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지.

 

그래서 고민을 하던 선의는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 내는데, 이건 역사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된 방법이었어.

 

괴혈병에 걸리는 선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라임주스를 처방했는데, 시다고 안먹는 수병들에게 먹이는 방법과 동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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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타."

 

Johann Gottlieb Benjamin Siegert 라는 선의의 기록에 의하면, 술에 비터스를 타서 주자 수병들이 거부감 없이 먹었다고 되어 있어.

 

고된 수병 생활에 보급품으로 나오는 술은 수병들의 하루를 풀어주는 좋은 친구였고, 거기에 비터스를 살짝 섞으니까 평소에 마시던 거랑 다른 술맛이 나서 좋아하면서 마셨다더군.

 

그냥은 안먹으면서 평소에 먹던 술에 조금 타서 먹으니까 좋아하는 걸 보면 수병들은 도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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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초기에 음용병은 당시 해군들의 보급품이던 양철로 만든 컵에 비터스를 뿌리고

 

거기에 진을 넣어서 먹는 데서 유래됐어.

 

진 비터스라면서 마시는 이 방법은 해군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이내 바다가 아니라 영국으로 돌아와서 항구에 정박한 뒤 술집에 간 해군들에 의해서 술집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지.

 

진은 당시에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저렴한 술이었는데 항상 마시던 거에 질린 사람들에게 맛이 변화하는 건 꽤나 고마운 일이었을거야.

 

당연히 술집에서 파는 만큼, 저런 잔에 나가지는 않았고 단순히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발전을 하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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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 비터스를 넣고 얼음과 함께 섞어서 살짝 붉은 빛이 도는 이 칵테일을 핑크 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1870년대 경에는 대유행해서 레스토랑등에서도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고 해.

 

당연히 독한 맛 때문에 술꾼들만 먹었지만, 좀 더 편하게 마시기 위해서 토닉 워터를 넣은 핑크 진 & 토닉도 유행했다고 해.

 

 

 

 

 

 

즉, 비터스를 뿌린 잔에 진을 넣어서 마시는 건 진 비터스

 

이걸 스터해서 풀어서 주면 핑크 진이 되는 거지.

 

 

 

사소한 걸로 보이지만 꽤나 큰 차이가 있으니까 주의해.

 

실제로 마셔보면 차이가 심해, 얼음을 넣고 녹여주는 과정에서 맛이 변하는 게 큰 탓이지.

 

 

 

 

 

자 이렇게 핑크 진이라는 칵테일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이 칵테일은 솔직히 말해서 대중적인 맛은 아니야.

 

영국에서 이게 유행한 건 걍 그때 당시 영국 사회가 진이 없으면 안 굴러가는 막장 사회였기 때문이지.

 

현대에 와서는 고도의 알중이 아니고는 좋아하기는 힘든 칵테일이야.

 

하지만 고도의 알중 혹은 컨셉에 미친 자라면 상당히 좋아할 만한 칵테일이니까, 바에 가서 핑크 진을 직접 주문해봐.

 

아마 바텐더로 부터  2가지 정도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야.

 

 

"그게 뭔데요?"

 

"이거 시키는 사람 처음 봐요."

 

 

솔직히 책에만 나오고, 보통은 만들 일이 없는 칵테일이라서 모르는 바텐더들도 많고, 실제로 주문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칵테일이지.

 

이거 모른다고 이상한 거 아니니까 걱정말고 시켜보라고.

 

대신, 니가 진을 그냥 마셔도 좋아하고 마티니를 마시면서 이정도면 무난하지!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굳이 시키지는 마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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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

13 일 전

봄베이 사파이어를 온더락으로 마시는 송충이라면 시켜도 괜찮음?

0
11 일 전
@니글니글

봄베이는 탱커리에비하면 양반이지않나 ㅋㅋㅋ 탱커리는 ㄹㅇ 니트로 못먹을 수준이던데

0
13 일 전

핑크진이라길래 말피진 얘기할줄

0
13 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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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레몬라임비터스만 먹어봤는데...

 

저걸 칵테일에 쓰긴 하는구나

0
@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없으면 안되는 수준으로 쓰는데 저건…

1
@지나가는김개붕

0
@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사제락 빼면 앙고가 거진 비터스의 대명사 아닌가..?

난 레몬라임 비터스를 첨 들어보는데 걘 뭐임..? 사진이나 판매처 첨부좀 가능함..?

0
@이오타쿠노미새키들

https://en.m.wikipedia.org/wiki/Lemon,_lime_and_bitters

 

음료수인데 보드카샷타면바로 칵테일됨

 

호주에서 졸라 유명한건데 아 호주에서 만든거구나 이거... 몰랐음 ㅋㅋㅋㅋㅋ 한국에서도 팔거야

번다버그 음료수 알지 거기에도 있어 초록색 병으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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