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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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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할 술 이야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술, 다이키리에 대해서야.

 

이 칵테일도 100년이 넘도록 사랑 받는 클래식 칵테일이자, 바텐더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칵테일이지.

 

또,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라는 점 역시 실로 좋은 장점이야.

 

이 칵테일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지만 그게 또 이 칵테일을 즐기는 재미지.

 

칵테일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좀 도수가 있는 칵테일에 도전할 때는 이걸 마셔보도록 해.

 

그럼 언제나처럼 먼저 이 칵테일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우선 광고를 먼저 하나 보고 시작하자고.

 

이 칵테일의 탄생은 쿠바의 다이키리 광산에서 만들어졌어.

 

당시 쿠바는 미국 바로 아래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미국 친화적인 정책을 벌여왔고, 미국도 역시 쿠바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지.

 

마치 푸에르토리코처럼 말이야.

 

뭐 지금의 미국-쿠바 관계를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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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쿠바의 다이키리 마을에 있는 다이키리 광산에 파견됐던 미국인 엔지니어 제닝스 콕스.

 

이 사람이 바로 다이키리를 만든 장본인이야.

 

기록에 의하면 당시 다이키리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배급되던 쿠바의 특산품인 럼에 해변가이자 열대기후라 구하기 쉬웠던 럼과 설탕을 넣어서 만들어줬다고 하지.

 

나무위키에는 그의 손녀가 주장하기로 손님에게 대접할 진이 떨어져서 럼을 줘야했는데, 럼의 품질이 별로라서 라임과 설탕을 더했다고 해.

 

당시에 럼을 싸구려 술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진도 뭐 다를 거 없는 술인걸 생각하면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보여.

 

참고로 나무위키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는 꺼무위키에 가까우니까 너무 믿지 말도록.

 

하여튼, 이 기록에 따르면 대충 1896~1902년 사이에 이 칵테일이 만들어졌어.

 

그렇게 만들어진 칵테일은 쿠바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1909년 루시우스 존스라는 미 해군 의무장교가 쿠바에 방문했을 때 맛을 보고는 이걸 아미&네이비 클럽(Army & Navy Club)에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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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의 Army & Navy Club의 모습이야.

.

처음에는 전시에 복무했던 장교들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이 클럽은 이후 육군, 해군, 해병대의 모든 장교 및 전직 장교들이 드나들 수 있는 하나의 사교장이 되었어. 공군은 당시에 없어서 빠졌지.

 

여기에 소개 된 다이키리를 마시고 마음에 들어한 장교들이 고향에 가서 이 칵테일을 알려주면서 미국 내에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유행을 했지.

 

이 칵테일의 인기는 1940년대에 정점을 찍어.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위스키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그 반대로 가까운 라틴 아메리카에서 다양한 물자를 공급 받았는데, 덕분에 럼이 남아돌았거든.

 

당시 전설의 3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펼친 좋은 이웃 정책(Good Neighbor policy) 덕분에 럼과 라임, 설탕은 미국에 쉽게 공급이 됐고 이걸 이용한 다이키리는 당대의 유행이었지.

 

이후에 쿠바의 공산화로 인해서 잠시 주춤하고 보드카가 떠올랐지만, 이내 푸에르토리코라는 좋은 대체제를 찾아서 럼이 공급되기 시작하자 다시 인기를 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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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이키리를 만들었던 럼은 쿠바를 대표"했던" 럼 바카디였어.

 

이 회사는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납품했던 쿠바의 대표적인 럼 생산자인데, 쿠바의 공산화 이후에 빤스런을 해서 푸에르토리코에 증류소를 다시 세웠지.

 

과거의 바카디가 쿠바를 대표하는 술이었다면, 공산화 이후에는 국영 증류소인 하바나 클럽이 대체했어.

 

뭐 뭘 사용해서 만들지는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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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리를 좋아했다고 알려진 유명인으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존 F. 케네디가 있는데 케네디 대통령보다는 아무래도 헤밍웨이가 다이키리와 가까워.

 

원체 술꾼이었던 이 양반은 한때 쿠바에서 머물렀던 전적도 있거든.

 

그 당시에 쿠바의 바에서 모히또와 다이키리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고, 쿠바의 바에 가면 그 사람이 남긴 유명한 문구가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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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참고로 저 문구는 위조야. 실제로 헤밍웨이가 남긴 서명이 아니라고 판명났지.

 

하여튼, 이로 인해서 헤밍웨이 다이키리, 혹은 헤밍웨이 스페셜 또는 파파 도블레라고 불리는 칵테일도 만들어져.

 

당뇨가 있던 헤밍웨이가 설탕을 빼고 만든 다이키리를 주문해서 설탕 대신 술을 더 넣고 자몽주스를 추가한 레시피인데, 이것도 신빙성은 떨어져.

 

당뇨가 있으면 애초에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 그걸 씹고 술을 마시는 헤밍웨이가 굳이 거기서 설탕을 빼는 선택을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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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다이키리를 만든게 제닝스 콕스라고 하지만, 사실 그 원형은 쿠바에서 많이 마시던 칸찬차라는 칵테일이라는 설도 있어.

 

럼에 라임, 꿀을 타서 마시던 쿠바 사람들의 칵테일이었다는 데, 제닝스 콕스가 그걸 보고 꿀 대신에 설탕을 써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지.

 

칵테일을 만들 때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면 특유의 꿀향과 질감이 더해져서 설탕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데, 다이키리를 좋아한다면 이 칸찬차라도 한번쯤 마셔보면 꽤나 마음에 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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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리 자체가 워낙에 클래식한 칵테일인 만큼, 현대에 와서는 여러모로 변형을 많이 주고 있지.

 

원래는 화이트럼으로 만들던 칵테일을 다크 럼을 이용해서 좀 더 풍미가 가득한 칵테일로 만들거나, 자메이칸 럼을 사용해서 독특한 맛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바텐더가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내고 있어.

 

화이트 럼만으로 만들게 되면 맛이 너무 단순해서 복잡미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하게 화이트럼으로 만드는 걸 선호해.

 

다크 럼이 가진 다양한 풍미나 자메이칸 럼이 가진 펑키한 맛들이 포함 된 다이키리는 복잡하지만 너무 시끄러운 반면, 클래식한 다이키리는 라임이 가지고 있는 산미와 설탕이 가진 단 맛, 그리고 화이트 럼의 은은한 향이 치고 올라오는 게 매력적이고 깔끔하다고 생각하거든.

 

뭐 이건 취향 차이니까 넘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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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은 역사가 역사인 만큼, 수많은 변형이 탄생했는데, 대표적으로는 프로즌 다이키리가 있어.

 

원래의 레시피에 쉐이킹이 아니라 블렌더로 얼음을 통째로 갈아서 마시는 방식이지. 한 여름 휴양지에서 마시기에 딱 좋았던 칵테일이었고, 이후에 각종 과일을 추가해서 슬러시처럼 만들어져.

 

프로즌 마가리타도 그렇고, 이런 칵테일은 사용하는 과일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인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마시기 쉽고 새콤달콤해서 인기가 많았지.

 

빙수랑 마찬가지로 이거 너무 많이 마시면 머리가 띵해지니까 주의할 필요로 해.

 

바에서는 주문해도 블렌더가 없으면 불가능한 경우가 꽤나 있으니까 주의하고, 사실 이 칵테일은 바에서 마시기 보다는 해변가 같은 곳에 놀라가서 마시기 위한 칵테일이라고 생각해.

 

에어콘 빵빵한 곳에서 먹기에는 너무 차갑고, 겨울에 따뜻할 때 주문하면 히터 바람 때문에 너무 빨리 녹거든.

 

한 여름 바닷가 근처에서 시켜서 한 잔 쭉 빨면 그게 야스지. 한국에서는 그러기 힘들지만...

 

솔직히 바닷가 근처의 가게들은 이거 팔아야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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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21 일 전

나 당뇨인데 내일 한 잔 하러감

딱 한 잔..

0

쿠바에서 하루에 한잔씩은 마신거같음

개 존 맛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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