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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잭을 언급했으니 나오는 칵테일, 잭 로즈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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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할 술 이야기는 잭 로즈라는 칵테일에 대해서야.

 

오래된 칵테일이지만, 생각보다 이야기할 거리는 많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 짧을 글이 될지도 모르겠어.

 

하여튼 시작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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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이 술이 처음 언급된건 1905년, National Police Gazette라는 잡지에서야.

 

이 잡지는 국제 경찰 공보라는 이름과는 딴판으로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잡지였지.

 

삽화부터가 이미 타블로이드지의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아?

 

처음 이 잡지가 출간 될때 잡지사에서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와 범죄자의 일대기를 기록하는 전형적인 황색언론이었어.

 

이후에 20세기 초에는 프로복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잡지기도 하고, 쇼 비즈니스등을 취재하는 등 한때 잘나가는 잡지였지.

 

하지만 황색언론으로의 본분은 잊지 않았는지, 노를 저어서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에게 1만 달러(현재 약 30만달러)의 상금을 거는 등, 온갖 일을 했던 잡지야.

 

그리고 여기서 개드립하는 애들이 좋아할만한 설이 처음 시작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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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히틀러 게이설이야.

 

1939년부터 이 잡지는 히틀러가 게이라고 주장했고, 이후에는 히틀러가 죽지 않고 남극을 통해서 도망쳤다는 등의 음모론을 1972년까지 기사로 내는 등, 충실한 황색언론이라고 할 수 있어.

 

 

 

 

 

 

 

 

하여튼, 이 잡지의 1905년 판본에 Frank J. May라는 뉴저지 바텐더가 이 칵테일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황색언론이라 신빙성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당시 애플잭이 성행하던 곳이 뉴저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꽤나 근거가 있는 이야기야.

 

이 칵테일의 레시피는

 

애플잭

레몬, 혹은 라임주스

그레나딘 시럽(석류를 기반으로 한 붉은 빛이 도는 시럽)

 

이 3가지거든.

 

 

 

 

 

이 칵테일의 이름 잭 로즈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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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명한 건, 대머리 잭 로즈라고 불리는 도박꾼 야콥 로젠츠바이크의 별명에서 왔다는 이야기야.

 

사진에서 보다시피 저 양반은 단순 대머리가 아니라 눈섭까지 없는 진성 대머리지. 4살에 장티푸스에 걸린 이후로 전신 탈모가 일어났다는 군.

 

도박꾼으로 유명했던 그는 1913년, 로젠탈 살인사건의 증인으로 일약 유명해졌어.

 

이 사건이 전국으로 보도된 큰 사건이었거든, 당시 경찰이 갱단에게 허먼 로젠탈이라는 도박장의 주인을 죽이라고 사주했던 사건으로, 관련인 5인이 전부 사형당한 큰 사건이었지.

 

그 사건의 증인으로 불려나간 야콥은 일약 스타가 되었고, 그의 별명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어.

 

하지만 위에서보다시피 1905년에 이미 언급이 된 칵테일인걸로 봐서는 이 설은 낭설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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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설은 Jacquemot 라고 불리는 장미의 품종에서 따왔다는 이야기야.

 

알버트 스티븐스 크로켓이라는 신문기자가 주장한 이야기인데, 이 사람은 Old Waldorf Bar Days와 Old Waldorf Bar Book 책을 쓴 걸로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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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에도 바텐더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자료로 유명한데, 당시에 유행하던 칵테일들의 기록과 기원을 설명하는 걸로 유명한 책이야.

 

신문기자로서 그는 칵테일과 바에 주목했고, 다양한 바를 다니면서 물어보며 하나하나 기록을 남겼고, 그걸 책으로 낸게 바로 저 2가지 책이지.

 

저 책들 중 Old Waldorf Bar Days라는 책에 잭 로즈라는 칵테일 이름의 기원이 저 꽃에서 온 것이다라는 설명이 있어.

 

하지만 이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가? 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남아.

 

이 시기에 사람들은 칵테일의 기원과 원조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고, 저작권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시기였거든.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그렇다고 들은 이야기를 썼을 가능성도 부재할 수 없지.

 

이외에도 뉴저지의 Joseph P. Rose라는 사람이 만들어서 그렇다는 등, 여러가지 설이 있지.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 칵테일의 이름이 붙여진 건 단순히 언어의 합성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야.

 

애플 잭을 이용해서 만들고, 그레나딘 시럽을 이용해서 생긴 붉은 색이 쿠페 잔이나 마티니잔에 담겨 나오면 장미처럼 보이니까.

 

나도 아마 그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생각보다 칵테일 이름에 큰 의미를 담는 시대는 아니었거든.

 

색깔이 이러니까, 만든 사람의 이름이 이래서, 만들어진 곳이 그곳이라 등등 간단한 이유로 이름을 만들어지는 게 클래식 칵테일의 시대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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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잭 로즈가 인기 있던 시대는 1920~30년대야.

 

이후로 이 칵테일은 만들기 간단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칵테일이 되었지.

 

2003년 워싱턴 포스트지에서는 워싱턴 DC의 수많은 바를 돌아다니며 이 칵테일을 아는 사람을 찾았지만, 대부분 실패했어.

 

이 칵테일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었고, 애플잭을 가게에 가져다 놓은 곳도 찾기 힘들었지.

 

결국 이곳저곳을 돌다가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발견했지만, 애플잭이 없어서 결국 기사를 쓴 사람은 애플잭을 본인이 사와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야 했어.

 

당시에 60군데의 바를 돌았지만, 이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거지.

 

그도 그럴만한데 70년 전에 유행했고, 이제는 잊혀진 칵테일이었으니까 말이야.

 

이 칵테일이 다시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 이후야.

 

옛날 칵테일을 다시 찾는 사람들에게 의해서 재발굴 된 거지.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을 참조해.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 바텐더의 인식을 바꾼 사건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하지만 이 칵테일은, 미국에서 다시 살아나기도 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는 충분히 클래식한 칵테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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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일본이야.

 

예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지만, 일본은 1900~30년대에 서양의 칵테일 문화를 받아들였고, 그 당시에 유행했던 레시피들이 지금도 만들어지는 갈라파고스적인 곳이야.

 

이러한 일본에서 잭 로즈는 여전히 유행을 하고 있는 칵테일이었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어.

 

우선 일본에서는 애플 잭을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어(이미 미국에서 인기가 없어진 술인데다, 인기가 있을 때는 전쟁중이었지.)

 

그래서 비슷하게 사과로 만든 술인 칼바도스로 대체해서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에 그레나딘 시럽을 단순히 쓰는 것보다는 직접 석류로 만든 시럽을 쓰는 쪽을 선호하기 시작했어.

 

덕분에 석류가 나오는 시즌이 되면 유행하는 시즈널 칵테일로도 유명했지.

 

그레나딘 시럽이 석류시럽이 아니냐? 라고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거든.

 

그레나딘 시럽을 석류즙을 베이스로 설탕과 오렌지 플라워 워터, 그리고 제조사나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

 

이미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시점에서 일반 시럽과는 조금 다르지.

 

반면에 일본에서 만드는 석류시럽은 주로 석류즙과 설탕만을 이용해서 만들고, 직접 석류가 나오는 시즌에 만들기 때문에 그때 만들어진 시럽이 주는 신선함이 조금 다르거든.

 

직접 만든 시럽 쪽이 완제품 시럽보다 좀 더 검붉은 빛을 띈다는 특징도 있지.

 

뭐가 더 나은지는 마시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고, 하여튼.

 

 

 

 

 

 

한국에서 잭 로즈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가게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유행한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어.

 

이전까지는 만드는 방법은 알았지만(만드는 방법을 아는 이유는, 이전에 한국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칵테일 서적이 일본서적의 번역본인 영향이 컸어.) 굳이 만들지는 않던 칵테일이었지.

 

하지만 제페니스 스타일이 유행을 하면서 잭 로즈는 한국 바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게 됐어.

 

칼바도스를 사용하는 칵테일이 많이 없었는데, 개중에서 추천하기 좋은 칵테일 중의 하나였거든.

 

시대가 지나면서 변한 2024년 지금도, 바에 가서 칼바도스가 들어간 칵테일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10명 중에 9명은 이 칵테일을 추천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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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잭 로즈의 맛은(내가 미국에서 만든 잭로즈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일본에서 만든 건 먹어봤지만, 한국과 대동소이해) 칼바도스를 베이스로 한 산뜻하면서도 달콤한 칵테일이야.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좀 더 달짝지근 할 수도 있고, 산미가 더 강할 수도 있어.

 

은은한 칼바도스의 향과 레몬의 산미, 그리고 석류시럽의 달콤함이 곁들여진달까? 물론 칼바도스의 향이 확하고 느껴지느냐? 하면 그건 아니야. 온도가 낮아져서 굉장히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든.

 

나 같은 경우는 만들 때 그레나딘 시럽 혹은 석류시럽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심플시럽을 추가해서 맛을 조정해.

 

그레나딘 시럽의 경우는 당도가 생각보다 낮아서 전체적인 질감이 가볍게 나오지만, 심플 시럽을 사용하면 좀 더 매끄러운 질감이 되지.

 

애플잭으로 만든 건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바가 있어서 마셔봤는데, 음...미묘하더라.

 

나는 칼바도스로 만든게 맛있다고 생각해, 근데 뭐 이건 내가 지금까지 마셔왔던 것들이 칼바도스로 만든 거였고, 거기에 맞춰져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오리지널리티는 중요하지만.

 

쓰다보니 조금 길어진 듯한 감이 있네.

 

 

 

 

뭐 하여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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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감기 조심해라, 뒤질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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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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