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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리큐르의 여왕이었으나 이제는 안보이는 샤르트뢰즈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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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허브 술 이야기를 해달라는 개붕이가 있어서, 그 중의 하나인 샤르트뢰즈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야.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해져버린 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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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는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허브 리큐르야.

 

1605년, 한니발 데스트레라는 프랑스 포병대 원수가 카르투지오 수도사들에게 전해준 장수의 비약 레시피에서 시작 된 리큐르야.

 

당시에는 와인을 베이스로 한 알코올에 130가지의 허브와 식물, 꽃과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성분이 들어가있었다고 해.

 

이후 1737년 Gérome Maubec라는 형제에 의해서 레시피가 좀 더 정교하게 변하고, 1764년에 이름이 생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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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xir Végétal de la Grande Chartreuse

 

그랑 샤르트뢰즈에서 만들어진 약초 엘릭서, 라는 이름이었지.

 

이 술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데, 69도의 도수를 자랑하는 술이야.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각설탕에 이걸 조금 떨어트려서 먹는, 약으로 먹는 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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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793년, 프랑스 혁명과 함께 구체제의 상징이었던 수도사들은 프랑스에서 쫓겨나게 되지.

 

그리고 이 술의 생산 역시 중단되었어.

 

당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레시피의 원본과 사본을 만들어서 각각 수도원에 하나, 떠나는 승려들이 하나를 가지고 떠나게 되었지.

 

이 과정에서 한 수도사가 보르도 지방에서 체포되어서 감옥에 보내졌지만, 레시피를 뺏기지 않고 그의 친구  Dom Basile Nantas 에게 전달할 수 있었지.

 

안타깝게도 이 친구는 수도사들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페인의 약사에게 이 레시피를 팔았지.

 

그후 1810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비밀스럽게 내려오는 모든 의약품 레시피를 내무부에 보내서 검증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 술의 레시피 역시 그 목록에 있었지만, 이 약사가 거부해서 레시피를 뺏기지 않았지.

 

이후 1816년, 스페인의 약사가 죽고 난 뒤에 그 상속인이 다시 그 레시피를 수도사들에게 돌려줬고, 프랑스 수도원에 돌아온 승려들이 다시 이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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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840년, 원래의 샤르트뢰즈의 도수를 낮춘 샤르트뢰즈 베르(그린)

 

도수를 더욱 낮추고 꿀을 넣어서 마시기 편하게 만든 샤르트뢰즈 조누(옐로우)가 발매되.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이 술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지.

 

하지만 이 수도원은 또 한가지 위협에 접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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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발데크 루소

 

1901년, 프랑스는 공화국이 되었고 당시 총리였던 피에르 발데크 루소는 반성직자적 정서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 한 법안을 제안했어.

 

프랑스 내에 종교적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서 신학교를 폐쇄하는 법안이었고, 1903년, 이 법안이 통과 된 뒤로 샤르트뢰즈 수도원은 다시 한 번 프랑스에서 쫓겨나게 되.

 

샤르트뢰즈의 제조법도 프랑스 국영 회사에게 넘어가고, 수도사들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타라고나로 피신해서 술을 만들었지.

 

그 당시에 만들었던 샤르트뢰즈에는 Liqueur fabriquée à Tarragone par les Pères Chartreux ("카르투시오회 교부들이 타라고나에서 제조한 리큐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고 해.

 

그리고 국영회사로 변한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술은 상표권등의 문제로 리퀴다트뢰즈(Liquidatreuse)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국내에서만 소비되었지.

 

하지만 이 술은 대실패를 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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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원조 프랑스 답게, 샤르트뢰즈 수도원 수도사들은 수도원에서 쫓겨날 때 샤르트뢰즈 제조 서립를 전부 들고 튀었고

 

들어가는 허브를 키우던 밭에 전부 불을 지르고 떠나버렸거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만들어야 했던 국영회사는 샤르트뢰즈의 맛을 재현하는데 실패했고, 이름도 상표권 분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데다가 원래의 샤르트뢰즈 애호가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면서 1929년에 파산해버리고 말지.

 

그 당시 부와홍 지역의 한 사업가가 파산한 회사의 주식을 저렴하게 싹 다 구입해서 타라고나 지역에서 술을 만들던 승려들에게 선물해줬어.

 

여전히 법안에서는 종교인 박해법이 있지만, 당시 그 법안을 재안했던 의원들이 다 죽은 이후였던 1930년대.

 

프랑스 정부의 묵인하에 카르투지오 수도사들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 샤르트뢰즈를 생산하기 시작했어. 

 

타라고나 지방에서 만들던 설비는 그대로 남겨서 그곳에서도 생산을 했고, 1980년대까지도 증류소를 운영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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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샤르트뢰즈의 제조법은 비밀에 붙여져 있어.

 

카르투시오 수도회에서 사고를 우려해서 단 두명만이 이 비밀 레시피를 알고 있지.

 

그 인기에 힘입어서 1970년대에 설립 된 Chartreuse Diffusion라는 회사에서 마케팅과 병입, 포장등을 하고 있고 생산은 여전히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하고 있어.

 

이 수도원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했던 샤르트뢰즈.

 

특유의 허브맛과 도수 덕분에 팬층이 많았고, 바에서는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없으면 안되는 리큐르의 위치에 있었는데

 

00년대 크래프트 칵테일 붐과 함께 고전적인 칵테일의 수요가 올라가면서 다시금 인기를 끌었지.

 

문제는 이 수요가 너무 많아졌다는 거야.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수행을 하기는 커녕 수요에 맞추다보니 죄다 샤르트뢰즈 생산에 투입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2019년, 결국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는 기도와 수행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와 증류주를 이용해서 생기는 환경 파괴를 문제로 들면서

 

연간 생산량을 160만병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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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뢰즈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칵테일, 라스트 워드.

 

 

문제는 이후 2020년, 코로나의 대유행 이후

 

사람들이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집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문화가 유행하고

 

전세계적으로 리큐르의 수요가 2배로 늘어나는 것과 겹쳐버리지.

 

생산량은 제한했는데 수요는 늘어났다? 곧 샤르트뢰즈의 물량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지.

 

미국에서도 바텐더들에게 이건 큰 사건이었어.

 

샤르트뢰즈는 고전적인 칵테일과 시그니쳐 칵테일을 만드는데 필수요소 수준의 술이었고, 언제나 구할 수 있던 이 술이 구하려면 리쿼샵을 돌아야하는 술로 변해버린 거지.

 

현재 한국에서도 샤르트뢰즈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이 술이 들어간 메뉴가 빠져버린 가게들이 많아.

 

나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내가 만들었던 시그니쳐 칵테일의 주재료 였는데 빠져버려서 슬픈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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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건 샤르트뢰즈에 토닉워터를 타서 마시는 거였어.

 

특유의 허브향과 약간의 감칠맛이 나는 맛있는 칵테일이지.

 

혹시라도 샤르트뢰즈를 발견한다면 한번 사서 마셔보는 걸 추천해.

 

 

 

 

 

핫 버터드 샤르트뢰즈

 

마지막으로 샤르트뢰즈로 만드는 공식 칵테일 중 하나인 핫 버터드 샤르트뢰즈를 보여주고 끝맺음을 하려고 해.

 

버터, 라임, 꿀, 샤르트뢰즈, 넛맥을 이용해서 만드는 칵테일이야.

 

따끈따끈한데가 버터와 샤르트뢰즈의 허브향 때문에 왠지 모르겠지만 오뚜기 크림스프 맛이 나는 칵테일이지.

 

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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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2024.01.10

동작이 뭔가 신기하네 하나하나가 다 스무스해

달달하고 부드럽고 맛있을 것 같다

0
2024.01.10

수도원이 레시피 뺏기고 기업만 배불렀다 엔딩일 줄 알았는데 아닌걸보니 다행이네

아닌척 해도 역시 프랑스에서 가톨릭은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2

노란건 다른허브 들어간건줄알았는데 꿀이였구나

0

수도원 얘기가 나온 김에 트라피스트 맥주도 다뤄줄 수 있을까용~?

0
2024.01.11

의외로 많이 쓰이는 구나 잘보고 갑니다.

0
2024.01.11

진저에일이랑 레몬즙 넣어서 마시는거도 좋아했는데 품귀라니 ㅠ

0
2024.01.11

샤르트뢰즈 그린 ㄹㅇ 못구해먹겠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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