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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그리고 위스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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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엊그제는 인도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대만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대만 위스키, 특히나 카발란 같은 경우는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아는 위스키일거야.

 

이런 대만의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대만의 위스키 시장은 어떤지에 대해서 말할테니까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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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그 탄생부터가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야.

 

대만이 생겨나기 전에는 사실상 대만 원주민들의 작은 부족국가였지만, 중국에 편입되면서 조금씩 개척되어 나갔지.

 

그리고 일본에 의해서 침략 받아서 통치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대만은 실제로 이 시기에 여러가지 인프라를 갖춰나갔어.

 

그래서 아직도 대만은 친일 기조가 있지.

 

한국처럼 수탈 당한 역사인데도 이런 건 꽤 신기할거라고 보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사실 일제 통치 시기가 더 나았거든.

 

실제로 대만의 일제통치시기에도 독립운동이라던가, 항일 운동이 없던 건 아니지만, 대만 원주민보다는 한족들이 위주로 하는데

 

대만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한족이나 일본인이나 어차피 그 놈이 그놈이라는 거지.

 

중국본토 지배에서 서구 열강의 지배, 동녕국, 다시 청나라, 거기서 일본제국으로 그냥 주인만 바뀌다 보니까

 

옛날부터 일본을 싫어하던 조선만큼이나 강한 반일 감정이 생기기는 힘들었던 거야.

 

 

 

그리고 일본 통치시기 이후에 들어온게 중국 본토에서 탈탈 털린 국민당군이라는 것도 한 문제였겠지?

 

실제로 2.28 사건이라는 대만의 사건에는 "개가 떠나니 돼지가 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

 

 

 

 

 

 

 

 

 

뭐 역사적인 건 그렇다, 치고

 

 

 

 

 

 

 

 

 

 

 

대만의 위스키 문화는 사실상 일제통치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봐야해.

 

일본이 위스키를 좋아했던 만큼, 그 식민지였던 대만에서도 위스키를 마셔댔거든.

 

한국이야 쌀 뽑아내고 이것저것 할게 많았지만, 대만은 일본의 무역 중개지 역할도 겸하고 있어서 수입주류의 접근성이 뛰어났지.

 

동남아를 거쳐서 대만에서 일본으로 가는 루트인 만큼, 중간 기항지에서 팔리는 물건도 꽤나 많았거든.

 

그래서 한국과 다르게 대만은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가 일찍 들어온 편이야.

 

이후 국민당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를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고, 대만의 문화로 자리잡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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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는 BYOB 문화가 굉장히 일상적이야.

 

뭔가 좋은 날이 있으면, 각자가 좋은 위스키를 준비해서 만나 나눠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은 만큼, 위스키의 소비량이 상당했어.

 

대만의 발전과 함께 위스키의 소비량 역시 늘어났고, 대만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서 세계 3위의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 국가가 됐어.

 

재미있는 건, 대만의 이 문화의 발전은 80년대 이후라고 봐야하는 거지.

 

싱글몰트 위스키가 조금씩 유행을 할 때, 그게 마침 대만에 딱 들이맞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랜디드보다 싱글 몰트를 더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되어버린 대만.

 

여기서 대만은 그 많은 위스키에 소비량에 자기들이 직접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어디서? 대만 정부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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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담배와 주류를 전부 국영으로 생산하던 국가야.

 

대만 담배주류공사에서 생산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고, 수입주류가 아닌 대만 내에서 생산하는 술들은 모두 저 회사 제품이었지.

 

당연히 수입주류보다 자기들 술을 팔고 싶었던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대만 자체의 위스키를 팔고 싶어했고, 증류소를 세우는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대만의 특이한 기후와 여러가지 제반 조건의 부족으로 이 증류소는 실패했어.

 

결국 수입된 원액을 가져와서 블랜딩하는 방식으로 위스키를 판매할 수 밖에 없었지.

 

한국의 스카치블루 같은 형식이라고 보면 되.

 

뭐, 이것도 나름 효자상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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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02년

 

대만의 WTO 가입 이후 더이상 대만주류담배공사는 주류나 담배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대만 내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술을 만들 수 있게 되.

 

그리고 그때, 대만의 음료회사인 킹카 그룹의 회장 리텐차이씨가 야심차게 위스키 증류소 산업에 뛰어들지.

 

평송에도 위스키 애호가로 유명했던 리텐차이는 대만에는 왜 위스키가 없냐면서 아쉬워 하던 찰나에, 이게 풀려버리니까 내가 만들겠다!

 

라면서 해외에서 전문가 10여명을 초빙해서 상담을 했어.

 

그 사람들은 답변은 모두가 하나 같았지.

 

"대만의 기후에서 위스키를 생산한다는 건 여러운 일이다." 라고 말이야.

 

아마 회장도 꽤나 고민이 많았을거야.

 

실제로 대만 정부에서 생산을 추진하다가 한 번 엎어진 적도 있고, 전문가들도 모두 이건 아니다라고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것보다도 리회장의 열정은 진심이었고, 결국 2005년 12월, 대만의 이란현에 카발란 증류소가 세워져.

 

2006년 3월에 첫 증류를 시작했고, 2008년 12월에 첫 번째 제품이 출시 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묘했어.

 

이 과정에서 중간에 잠깐 좀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 새로운 증류기를 도입했다가 맛이 구려져서 증류기를 폐기하는 등의 사건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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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0년 1월, 스코틀랜드 리즈에서 로버트 번즈 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 자리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5종 종류의 위스키를 두고 마셨는데, 스카치 위스키들을 제치고 1등을 해서 화제를 모았지.

 

선입견이 없이 마시니까 오히려 맛있다는 평을 받은 카발란은 2011년에 증류소가 올해에 가볼만한 위스키 생산지로 꼽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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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2년, 마이클 잭슨(가수 아님)과 함께 저명한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매년 쓰는 위스키 바이블에 카발란이 수록되었지.

 

"올해의 새로운 위스키" 라면서 말이야.

 

이후에 카발란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

 

2015년에 나온 카발란 비노 바리끄는 그 해 월드 위스키 어워드에서 최고의 위스키로 선정되기까지 했어.

 

아마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에서고 금양 인터네셔널과 손잡고 들어오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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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란의 주력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카발란 솔리스트 쉐리 같은 경우는 특유의 강렬한 쉐리향으로 인해서 쉐리 몬스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외의 다른 제품들 역시 인기 몰이를 했지.

 

전통적인 스카치에 비해서 숙성년수는 짧지만, 대만의 기후에서 숙성된 카발란이 가지는 강렬함은 다른 위스키들에서 경험하기 힘든 임팩트를 줬거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카발란 증류소의 오크통 보관소는 1년 365일 내내 에어콘을 통해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고 해.

 

그래도 워낙에 습하고 더워서 엄청난 속도로 숙성된다고 하지.

 

하여튼 덕분에 한국에도 꽤나 팬층이 많지만, 그 특유의 비싼 가격과 수입되는 물량이 적어서 희귀한, 그래서 면세점에서 보이면 사오는 위스키로도 이름 높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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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중

 

그러던 와중 2022년, 특유의 매니악한 팬층이 많으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박찬욱의 최근 작품 헤어질 결심에서

 

이 카발란이 나오면서 대중의 관심도 많아졌지.

 

미디어의 힘이 무섭다는 걸 느껴, 이제는 잘 모르던 사람들도 "아, 그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술?" 이라면서 알아보더라고.

 

박찬욱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위스키가 아니라 대만 위스키를 찾아마실 정도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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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란의 성공 이후, 아까 나왔던 대만 담배주류공사(TTL)는 대만 위스키의 수요가 있다는 걸 깨닫고

 

옛날에 한 번 닫았던 증류소를 재가동 시키지.

 

그리고 2018년, 오마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서 판매하기 시작했어.

 

한국에서는 아직 마이너하지만, 꽤 괜찮은 맛이 나는 위스키기도 해.

 

물론, 카발란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부족했던 대만 위스키라는 장르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야.

 

 

 

 

 

 

 

 

 

대만 위스키의 성공은 한국에도 꽤나 큰 영향을 미쳤어.

 

가까운 나라인 일본, 대만에서도 위스키를 만들고 성공했는데, 한국은 뭐냐? 라는 질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던졌고 그 결과 지금 한국에서도 위스키를 조금씩이나마 생산하고 있지.

 

쓰리 소사이어티의 기원

 

김창수 위스키

 

신세계...는 접었으니까 제껴두고.

 

이외에도 위스키 생산을 준비하는 회사들이 몇 개 있더라고.

 

 

 

 

한국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 세계에서 통용될만한 위스키를 생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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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글 좀 써달라고 의뢰 안하나, 용돈벌이하고프다...

9개의 댓글

2024.01.05

게이야 항상 잘보고있다 응원한다

0

카발란 솔리스트 라인은 진짜 전설이다.

 

수 많은 위스키를 마셨지만,

카발란 솔리스트 라인 딱 하나 때문에

카발란이 내 최애 위스키 브랜드임.

 

하지만 클래식이나 트리플 등

솔리스트 이외의 라인업은

솔직히 진~짜 별로라 생각함.

1
2024.01.07
@귀차나서대충지음

쉐리 버번 포트 비노 피노 이렇게 있능거

맞나?? 솔리스트 라인 중에 어떤걸 제일 추천하는굥?

0
@아이코닉

브랜디 PX 등등 라인 많은데

 

PX랑 비노가 최고라 생각함.

PX는 상당히 비싸니, 비노부터 추천 함.

0
2024.01.07
@귀차나서대충지음

최근것들은 생각보다 별로라는데 요새건 뭐고르면됨?

0
@잉어끵

비노는 이안창 이후꺼 마셔봤는데,

결이 조금 달라도

여전히 좋은 술이라 생각함.

 

나머지는 이안창 있을 때 것만 마셔봐서 비교를 못하겠네...

0
2024.01.08
@귀차나서대충지음

담번 면세점에서 사온다...

0
2024.01.07
@귀차나서대충지음

봄에 대만 가는데 비노 현지 가격 15만원 좀 넘는?? 파란색 = 비노인것도 덕분에 알아간다 감사용 여력 되면 2병 사야겠다

0
2024.01.06

롯면은 신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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