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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번외 글라스편 1

안녕 개붕이들, 오늘은 번외편으로 글라스, 그러니까 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사실 잔에 대해서는 술만큼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할 예정이야.

 

또, 내가 말하는 잔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서양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동양술잔은 나중으로 하자고.

 

그럼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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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Glass라는 단어처럼 유리잔을 떠올리지만, 최초의 술잔은 토기였어.

 

뭐 유리가 나중에 발견됐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옛날에는 포도주의 품질이 별로 안 좋았는데, 주로 토기에 넣고 저장했고, 물을 타서 마셨지.

 

이후에 청동기 시대가 오면서 주석으로 만든 잔이 유행하기 시작해. 

 

pewter 라고 하는데, 가장 오래된 건 기원전 1450경 이집트의 물건이 발견된 기록이 남아있어.

 

그후로 르네상스 시대까지 술잔으로 주석으로 만든 잔이 유행했지.

 

금속이라서 토기로 만든 잔보다 입에 닿는 느낌이 차갑고, 술을 더 잘 보관할 수 있는데다가 포도주 맛까지 달달해지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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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기에 주석잔은 주석만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주석에 구리, 납을 섞어서 만들었거든.

 

납 성분이 알콜에 의해서 분해되서 술에 단 맛을 더해줘서 주석잔은 인기가 많았지.

 

실제로 고대 로마인들은 납중독이 많았다고 해.

 

술만이 아니라 상수도 파이프나 그릇등등을 비싼 주석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공하기 쉬운 납으로 만들었거든.

 

로마 시대에는 납중독이라는 문제를 몰랐고, 그로 인해서 그냥 나이 먹으면 생기는 병인 줄 알고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다는 군.

 

 

 

 

 

 

 

 

 

하여튼, 고대 로마 이후로 납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한 사람들은 주석잔을 포기하지 않고 은도금등을 하면서 사용했어.

 

실제로 도자기와 유리제품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18세기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잔이 주석이나 나무, 토기로 만들었었지.

 

이후 베네치아를 필두로 유리 세공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고, 중국을 건너 넘어오는 도자기로 술잔의 유행은 넘어오게 되.

 

이제 글라스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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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8세기에 만들어져서 아직도 남아있는 와인 글라스야.

 

지금의 와인 글라스하고는 모습이 많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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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유행하던 스타일은 와인 잔의 스탬이라고 불리는 손잡이에 장식을 하는 거였는데, 주로 나선형의 무늬를 선호했어.

 

지금이랑 비교하자면 기술력의 차이 때문에 손잡이 부분이 무척이나 두꺼운 걸 알 수 있지.

 

그리고 고-급 와인잔은 주로 일반 유리보다는 크리스탈을 사용했는데, 개중에는 좀 더 묵직하고 굴절률이 높아서 굉장히 아름다웠어.

 

참고로 여기서 크리스탈은 실제로 수정이나 석영으로 만든게 아니라 유리에 산화납을 섞어서 만든 거야.

 

납의 결정 때문에 일반 유리보다 훨씬 더 높은 굴절율을 보여주고, 빛의 반사를 훨씬 크게 만들어서 아름답게 만드는 제품이지.

 

Lead glass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넣지만, 옛날에는 와인 잔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하려고 건강에 위험한 수준까지 납을 첨가해서 만들었지.

 

유럽 놈들은 납을 안마시면 뒤지는 병이라도 있나....

 

 

 

 

 

 

 

 

 

 

 

 

하여튼, 유럽 본토에서 이렇게 와인잔들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위스키를 마시는 잔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

 

위스키를 본격적으로 마시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지.

 

칵테일은 말할 것도 없고.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마시는 잔이 나오는 시기는 18세기 후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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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텀블러라고 불리는 밑이 평평한 잔의 등장이지.

 

지금에 와서는 올드패션드 글라스라고 부르지만, 초기에는 위스키 텀블러라면서 만들어졌어.

 

와인처럼 고상을 떨면서 마시는게 아니라 손으로 잡고 마시는 게 그 당시 위스키의 바른 음용법이었거든.

 

이 방식은 블랜디드 위스키의 유행을 불러오기도 했지.

 

이렇게 마시는 방식은 지금도 스코틀랜드에 가면 위스키는 60년 넘게 마셔왔을 할아버지들이 마시는 방식이야.

 

싱글몰트 위스키고 뭐고 간에 위스키는 원래 이렇게 마시는 거라면서 마셔왔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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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샷 글라스라고 부르는 이 잔은 생각보다 등장이 늦어.

 

위스키에서 한 잔을 샷이라고 부르는 건 17세기 경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정작 샷 글라스가 처음 문헌에 등장한 건 1940년대야.

 

뭐 옛날에 위스키 한 잔 가격이 총알 하나 가격이어서 샷이라고 불렀다 하는 말이 있는데 이건 출처가 불분명한 낭설이야.

 

실제로는 서부시대가 아니라 1920년대부터 소량의 위스키를 샷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17세기 경에는 그냥 샷이 위스키만이 아니라 술을 의미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

 

 

 

참고로 샷 잔의 크기 규격은 국가별로 달라.

 

평균적으로는 30~50ml 사이의 술이 들어가는 잔을 샷 잔이라고 하고, 그 두배가 들어가면 더블 샷 잔이라고 하지.

 

근데 이 규격이 나라 별로 달라서, 불가리아 같은데는 100ml가 일반적인 샷 잔 사이즈고, 캐나다는 44ml, 프랑스는 25 혹은 35ml라는 군.

 

통일성 없는 새끼들.

 

 

참고로 미국은 30~44ml야. 이새끼들은 온즈를 단위로 계산하니까 때려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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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마시는 개붕이라면 친숙할 글랜캐런 글라스의 경우는 등장이 꽤나 늦어.

 

1980년대,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을 하면서 만들어진 잔이거든.

 

이걸 만든 회사는 글랜캐런이라고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잔 생산업체야.

 

원래는 일반적인 텀블러 글라스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이 회사의 전무 이사였던 Raymond Davidson이 디자인 해서 만들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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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이 위스키는 글랜캐런에 마셔야 하면서 물고 빨지만, 원래 글랜캐런의 디자인은 짭이야.

 

전통적으로 쉐리 위스키의 향을 즐기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노징 코피타라는 글라스의 모양을 그대로 따오고 낮게 만들었을 뿐이거든.

 

위스키를 만들고 배합하는 마스터 블랜더들의 위스키의 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코피타 글라스를 쓰는 것에 집중한 레이몬드 전무이사의 아이디어였지.

 

안쪽을 넓게하고 입구를 좁혀서 향을 모아준다는 개념은 원래 쉐리 코피타 글라스에서 온거거든.

 

하지만 코피타 글라스와는 다르게 스탬이 없다는 점에서 코피타 글라스와 다르다면서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잔이라며 스카치 위스키 협회는 글랜캐런잔을 최초로 위스키 전용 노징 글라스라고 승인했지.

 

2006년에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 부문에서 기업 여왕상(The Queen's Award for Enterprise)까지 받았지.

 

나름 혁신적이긴 했어, 글랜캐런 글라스가 나오기 전까지 위스키는 대부분 향을 집중적으로 즐기는 사람보다 텀블러 잔에 담아서 마시거나 샷으로 때리는 사람이 많았거든.

 

하지만 대놓고 향을 맡으라고 나온 잔 덕분에 오늘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잔에 코를 박고 킁카킁카하고 있지.

 

 

 

 

 

 

개인적으로는 잔에 코를 박다시피 넣어서 향을 맡는 건 선호하지 않아.

 

알코올의 강한 향까지 모아주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은 향까지 날 수가 있거든.

 

저런 글라스를 사용할 때는 코를 박아놓고 맡기 보다는, 잔에서 15cm 정도 떨어져서 향을 맡는 편이 좀더 복합적인 향을 맡을 수 있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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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개드립에 올라는 위스키 마시는 법 동영상에서는 리처드 패터슨 아저씨가 코에 박고 저러고 있는데

 

저건 좀 오버라고 봐.

 

뭐 저 아저씨는 저래도 잘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해, 저 아저씨 점심 시간에 회사 앞에 서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점심으로 뭐 먹었는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코가 좋다고 하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개붕이들은 위스키를 마실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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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어져서 향을 맡도록 하자.

 

 

 

 

참고로 가끔 버번 위스키도 저렇게 향을 맡는 애들이 있는데, 그건 비추천한다.

 

버번 위스키의 향은 스카치에 비하면 직선적이라서 향을 모아서 맡으면 단 향이랑 알코올 향 밖에 안남.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칵테일에 사용하는 글라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할텐데

 

지금까지 쓴 걸로도 충분히 긴거 같으니까 그건 다음에 쓴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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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올려둠

5개의 댓글

2023.11.18

잔의 종류는 깨지지 않은 잔과 깨진 잔만 있다

0

나 놉크릭 처음 향 맡았을 때 마시지는 않고 1시간 넘게 향만 맡고 있었는데ㅋㅋㅋ 지금도 그걸 제일 좋아함

0

바사삭

0
2023.11.18

납은 가공성이 쉽다는 점도 있지만 포도주를 납 그릇에 끓이면 단맛이 나거든 가뜩이나 설탕이나 꿀이 비싸던 시절인데 이러한 단맛을 내는 방법때문에 로마인들은 납을 포기 못했음

0

오 생각보다 더 내용좋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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