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아마레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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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쓸 술 이야기는 이탈리아 사론노 지방에서 유래한 리큐르, 아마레또에 대한 이야기야.

 

홈텐딩을 해본 개붕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술일텐데, 홈텐딩을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리큐르 중 하나이기도 하지.

 

아마레또의 뜻은 조금 쓴 이라는 이탈리어야.

 

달달하지만 약간 가지고 있는 쓴맛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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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을 처음 만든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제자 중 하나였던 베르나르리도 루이니와 관련이 있어.

 

다 빈치의 제자로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후에 그의 작품이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여겨질 만큼 화풍이 닮아서 안타까운 양반이지.

 

하여튼 실력은 있는 양반이다보니까 이탈리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했지.

 

그러다가 1525년 사론노 지방의 교회에 프레스코화 작업을 하던 도중 머물던 여관의 여주인을 만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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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젊은 과부였던 그녀와 루이니는 정분이 났고,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작품에 그녀의 얼굴을 모델로 사용했다고 해.

 

젊은 미망인이라니, 이새끼도 뭘 좀 아는 놈이 아니었나 싶어. 합법 NTR이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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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그려진 루이니의 그림들 속 성모 마리아의 모습.

 

보시다시피, 성모 마리아들이 전부다 한 인물을 모델로 그려졌다는게 보이지.

 

루이니가 이럴 정도로 그림을 그려주니 그 당시에 여성들은 완전히 뻑이 갔지.

 

개붕이들아, 그림 배워두고 모델로 하고 싶다는 플러팅은 500년전에도 지금도 유효한 플러팅 중의 플러팅이다.

 

 

 

 

 

 

 

 

 

 

 

 

 

하여튼

 

그렇게 서로 만나게 된 둘이었어.

 

항상 그려주는 그림을 보면서 고마워하던 젊은 과부는 루이니를 위한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여관 주인이던 그녀로서는 뭔가 특별한게 없을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루이니를 위한 술을 준비했어.

 

브랜디에 살구씨를 으깨서 설탕과 함께 담근 술을 만든거야.

 

살구씨는 옛날부터 약으로도 쓰이고 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거든.

 

그전까지 없던 술을 받아든 루이니는 기뻐했고, 이 술이 아마레또의 원조라는 설이 있어.

 

 

 

참고로 살구씨는 한국에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어.

 

살구씨에는 아미그달린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는데, 청산가리랑 비슷한 계통의 성분을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법적으로 식품원료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

 

물론, 물에 불리거나 가열하거나 설탕에 재우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휘발성인 아미그달린 성분은 날아가서 해를 끼치는 효과가 미미하니까 걱정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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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마레또는 사론노 지방의 전통 술로 내려오게 되지.

 

그리고 그걸 본격적으로 상품화 한 게 바로 아마레또 디사론노야.

 

지금에 와서는 디사론노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아마레또 디 사론노(사론노 지방의 아마레또)라는 이름이었지.

 

처음에는 위에서 말한대로 살구씨를 이용했지만, 이후에 아몬드란가 복숭아씨 같은 핵과류 씨앗들을 이용해서 만들기도 했어.

 

 

 

 

 

 

 

사실, 아마레또는 술로써도 유명하지만, 디저트의 부재료로 유명하기도 해.

 

전통적인 이탈라아 디저트들에 향을 보충하고 당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됐지.

 

초콜릿에 향을 더하는 용도로도 많이 쓰기 때문에, 제과제빵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지도 몰라.

 

뭐 요즘은 그냥 아몬드 익스트렉으로 땡을 쳐버리기는 하지만.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디저트인 티라미수에도 아마레또를 넣어서 향을 더하는 레시피가 있을 정도지.

 

 

 

 

 

 

 

이러다보니, 아마레또는 클래식 칵테일에는 생각보다 많이 쓰이는 술이 아니었어.

 

사론노 지방의 전통술이었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술은 아니었거든.

 

실제로 아마레또를 사용하는 유명한 칵테일들은 1970년대 이후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

 

1974년경에 미국에 아마레또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술이거든.

 

하지만 그랬던 아마레또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퍼진데는 두 가지 칵테일의 영향이 컸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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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파더와 아마레또 사워야.

 

아마레또 사워는 1974년 처음 아마레또를 수입했던 업자가 아마레또를 팔기 위해서 아마레또와 레몬을 섞어서 만들어졌어.

 

이후에 스윗사워 믹스를 이용해 간편화했고, 그 달콤상큼한 맛은 금세 인기를 끌었지.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 단순한 맛에 좀 더 변주를 주기 위해서 계란 흰자와 버번, 그리고 시럽을 이용해서 더욱 다채로운 맛을 품게 된게 지금의 아마레또 사워야.

 

칵테일 잘 모르는 개붕이들은 그냥 이거만 외워가면 반은 간다.

 

바텐더 생활 대충 8년쯤하는데 내가 이거 줬을 때 맛 없다고 한 사람은 못 봤음.

 

도수도 높지 않고 달콤하고 상큼하면서 부드러워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임.

 

 

 

 

그리고 갓 파더.

 

갓 파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절대 클래식 칵테일이 아니야.

 

1972년 대부 영화가 히트하고, 1974년에 미국에 아마레또가 수입되기 시작하자 만들어진 칵테일이거든.

 

스카치 위스키와 아마레또라는 단순하고 심플한 이 조합은 비율만 잘 넣으면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맛이었지.

 

독하면서도 달콤한 맛 때문에 진성 술쟁이들은 금세 빠져들었고, 빠르게 유행했어.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찾기 힘들지만, 그 레시피의 심플함을 봤을 때 그냥 별 생각 없이 이탈리아 술 썻고 갓파더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얘기니까 이름 붙여야지, 했을거라고 봐.

 

이게 생각을 하고 만든 레시피는 아니었을거야.

 

개인적으로는 가장 생각 없이 만든 칵테일 중에 가장 유행한 칵테일이라고 봐.

 

이것도 한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하고, 지금도 조금 독하지만 단 술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주문하지.

 

 

 

 

 

 

참고로 일본에 가서 주문할 떄는 갓파더라고 주문하지마라, 못 알아들음.

 

일본인 손님이 곳도 화자 달라고 해서 바텐더 3명이 모여서 저게 무엇일까 궁리한 적도 있음.

 

 

 

 

 

 

 

 

 

 

 

 

 

 

 

 

 

 

 

 

 

 

자, 이렇게 아마레또는 역사가 깊지만, 유행한 건 생각보다 길지 않은 술이야.

 

가장 유명한 건 사진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디사론노라는 제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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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명칭은 디사론노 오리지날레야.

 

근데 이상한게 있지 않아?

 

위에 사진에 있던 아마레또 디 사론노라는 명칭이 지금은 그냥 디사론노로 변했거든.

 

이건 이 디사론노의 레시피 변경과 연관이 있어.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리던 아마레또 디 사론노는 그 유명함 만큼이나 수난이 많았어.

 

살구씨와 아몬드를 이용해서 만드는 만큼, 견과류 성분이 많아서 이걸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사람들이 많았고, 거기에 대해서 고소를 당하는 일이 많았거든.

 

처음에는 병 뒤에 표기를 하는 정도로 넘겼는데, 계속 되자 골치가 아파진 디사론노 측은 결국 레시피에서 견과류를 빼버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살구씨를 빼고,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살구씨 에센스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게 된거야.

 

그리고는 견과류 알레르기라고 없는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술이라면서 마케팅을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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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탈리아 놈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지.

 

살구씨가 빠지고 에센스로 만든 아마레또? 인정할 수 없어! 라는 타업체의 비난에 직격했어. 

 

"살구씨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레또라는 문구를 붙일 수 없다." 라는 소송이 벌어졌지.

 

그래서 2001년부터 아마레또 디 사론느는 브랜드 명을 디사론노 오리지날레라고 바꿔야 했어.

 

오리지날인데 오리지날이 아닌 요상한 상황이 되어버린 거지.

 

 

 

 

 

일단, 아마레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그리고 집에 아마레또를 가지고 이것저것 하다가 이제 어쩌지 하나는 개붕이들을 위해서 칵테일 하나를 소개해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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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 볼이라는 칵테일이야.

 

원래는 보드카와 아마레또, 오렌지주스와 탄산수를 이용해서 만드는 칵테일이지만

 

보드카를 빼고 아마레또와 오렌지주스, 그리고 심심하다 싶으면 레몬주스 조금 넣고 탄산수를 넣어서 마셔봐.

 

가볍고 편하게 마시기에 이렇게 좋은 칵테일이 없단다.

 

비율로는 하이볼 잔에 얼음을 넣고

 

아마레또 45ml

오렌지 주스 60ml

옵션으로 레몬주스 5ml

나머지는 탄산수

 

맛은...베스킨라빈스 슈팅스타 맛 남.

 

진짜임.

 

 

 

 

 

 

 

뭐 그럼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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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판도 올려둠

9개의 댓글

2023.11.14

피트 갓파더는 신이야

0
2023.11.14

한동안 칵테일바 가면 갓파더는 꼭 마셨는데

0

갓파더가 클래식 칵테일은 아니지만 올드패션드 느낌이 진하게 나서 좋긴 한듯

 

위스키 베이스의 독하고 단 술 좋아해서 사제락, 갓파더, 올드패션드 같은 거 즐기는 편이라 집에 리큐르 갖춰 놓을 때 1빠가 디사론노

 

프렌치 커넥션도 못 참지

0
2023.11.14

일본에선 뭐라고 함??

 

고또화‐쟈?

0

닥터페퍼랑 스까마심 꿀맛

0

디사론노...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착한...

싸구려 스카치도 대충 갓파더 말아먹게 해주는...

사랑한다...

1

사놓으면 절대 안 줄어든다는 공포의 리큐르 ㄷㄷ

0
@사실생각같은거안함

마 보치볼 좀 만들어 무봐라 금방 사라진다

0
2023.11.15

빵준서 아저씨가 근본 휘낭시에에는 아마레또를 발라줘야한다 해서 사봤는데 콜라 빠진 닥터페퍼 맛이였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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