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한국어의 음운구조와 표기에 대해 대충 끄적끄적

안녕 개붕이들

저번 글에 대한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새글 하나 판다

이번 글은 한국어의 음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써보려고 해

전에도 말했듯이 틀린거 있으면 정정해주면 고맙겠다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할때 요즘은 가산동을 Gasan-dong, 대구를 Daegu 라고 쓰는 식인데,

연식이 좀 되는 개붕이들은 Namt'aeryŏng, Pusan, Chŏnju 같은 표기를 기억할거야

전자는 2000년부터 시행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고,

후자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라고 해서 1984년부터 2000년까지 공식적으로 사용된 표기법이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가산동은 Kasan-dong이고 대구는 Taegu라고 써야하고,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남태령은 Namtaeryeong, 부산은 Busan, 전주는 Jeonju가 되지

딱 봐도 차이가 보이지?

반대로, 마찬가지로 연배가 좀 있으신 개붕이들 중에는 "삘딍"이라는 표기를 본적 있는 사람이 있을거야

그리고 공식 표기법과는 다르게 우리는 golf를 "꼴프", bus를 "뻐쓰"라고 발음하지

이게 도대체 뭘까?

 

이런건 이전 글에서 언급한 자음 분류체계와 관련이 있다

어떤 언어는 자음을 유성음/무성음으로 구분하고, 한국어는 무기음/약유기음/강유기음으로 구분한다는 얘기를 저번에 했는데,

어쨌든 사람은 다른 언어를 들었을때 해당 언어의 음운을 자기 모어의 음운구조에 맞춰서 이해를 하게된다

 

한국어는 자음을 세단계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정확히는 파열음과 파찰음에 해당되는 얘기다

파열음은 기류를 막았다가 터뜨리는 소리

마찰음은 기류를 마찰해서 내는 소리

파찰음은 파열음과 마찰음을 동시에 내는 소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어의 파열음은 연구개음, 치경음, 양순음이 있고, 파찰음은 치경구개음이 있지

된소리는 무기음, 예사소리는 약유기음, 거센소리는 강유기음인데

이걸 IPA로 표기하면

연구개파열음 : ㄲ /k͈/, ㄱ /k~g/, ㅋ /kʰ/

치경파열음 : ㄸ /t͈/, ㄷ /t~d/, ㅌ /tʰ/

양순파열음 : ㅃ /p͈/, ㅂ /p~b/, ㅍ /pʰ/

치경구개파찰음 : ㅉ /t͈͡ɕ/, ㅈ /t͡ɕ~d͡ʑ/, ㅊ /t͡ɕʰ/

이렇게 된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예사소리는 모음이나 유성음 뒤에서는 유성음이 되는데, 위에 쓴 k~g 같은 표기가 조건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걸 나타내는 거다

 

앞에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얘기를 했는데,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음성보다는 표기의 일치성에 중점을 둔 표기다

즉, "ㄱ을 위치에 따라 g로 썼다가 k로 썼다가 하면 헷갈린다"라는 논리인 거지

그 이전에 사용하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외국인 입장에서) 들리는 소리에 중점을 둔 표기다

예사소리가 위치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고, 대신 거센소리는 예사소리가 글자 2개를 잡아먹으니 어깨점(')을 붙여서 구분한거지

그래서 전주의 "전"의 ㅈ은 무성음이라 ch를 배당하고 "주"의 ㅈ은 유성음이라 j를 배당한 다음에

ㅈ이 ch와 j를 다 배당받았으니 (무성음 ㅈ과는 또 발음이 다른) ㅊ에게는 ch'를 배당해서 "송추"는 "Songch'u"라고 표기하게 된거다

그리고 양쪽 다 된소리는 답이 없어서(...) kk, tt, pp, jj, ss를 쓰는거

 

근데 반대로 우리가 외국어를 표기하거나 말할때는 또 다르지? 앞에서 얘기했듯이 bus를 "뻐쓰"라고 한다든가

이것도 음운구조의 차이 때문에 그런거다

힌디어 같은 인도쪽 언어 말고는 유성음은 대부분 무기음이다

(힌디어는 무시무시하게도 자음을 무성무기음/무성유기음/유성무기음/유성유기음의 4단계로 구분한다)

한국어에서는 어두에서 유성파열/파찰음이 안나오지... 예사소리는 앞에 모음이나 유성음이 있어야 유성음으로 발음되고 그 외에는 다 무성음이니까

그러니 한국인이 듣기에는 무기음인 어두유성음은 오히려 된소리처럼 들리는 거다

이건 유럽 언어만 그런게 아니라 일본어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애니볼때 자세히 들어보면 누가 가아라(ガアラ) 부를때 "까아라" 처럼 들리는걸 알 수 있다

위에 쓴 "OO삘딍"이라는 표기도 그래서 그런거다 ("딍"은 ㄷ이 구개음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ㅢ를 쓴거)

 

눈치빠른 개붕이는 여기서 "그럼 왜 외국어의 유성음을 다 예사소리로 표기하는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거야

사실 그건 그래... 일단 외국어의 한글 표기에는 유성음은 예사소리, 무성음은 거센소리를 쓰게 돼있고

무성음이든 유성음이든 된소리는 가급적 안쓰는게 원칙이지 (대부분의 유럽 언어의 무성음은 된소리에 가깝지만)

이건 내 뇌피셜인데, 아마도 그것도 표기의 통일성 때문일거야

일본인의 멸칭 중에 "나까무라"라는게 있는데, 그게 일본의 흔한 성씨인 中村에서 온거라는건 다 알거고, 이 글에서 중요한건 그 표기지

현행 표기법에 따르면 "나'카'무라"가 맞는데 보통 말할땐 "나'까'무라"라고 하지

Toyota도 공식 표기는 "토요타"지만 보통 말할땐 "도요타"내지는 "도요다"라고 하잖아 (도요다는 좀 옛날식 발음이지만)

이건 보통 사람들이 듣고 말할때는 무의식중에 들리는 대로 말하기 때문인데,

일본어의 청음(무성음)은 기식이 약해서 어두에서는 예사소리로, 어중에서는 된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어중에서 된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한국어의 예사소리는 모음 뒤에서 유성음화 되기 때문에 외국어의 어중의 무성무기음이 된소리로 인식되는거

스페인어, 불어, 러시아어 등도 비슷해서 Paris는 "빠히"로 들리고 Потёмкин은 "빠쬼낀"으로 들리지

(빠'히'는 불어의 r이 영어와 다르게 우리가 듣기에는 ㅎ에 가깝게 들려서 그런거... ㅎ과는 완전히 다른 발음이지만)

독일어나 영어의 무성음은 기식이 강하기 때문에 Cage는 "케이지"로 들리고 Köln은 "쾰른"이라고 들리니 별 위화감이 없지

단, 영어에서도 s 다음에 파열음이 오면 무기음화돼서 실제 영어권 사람들 발음 자세히 들어보면 school이 "스꾸울"처럼 들리긴 한다

근데 이런 특성들을 일일히 다 반영하자면 너무 복잡하니까 무성음은 거센소리로 표기하고 유성음은 가끔씩 유성음이 되는 예사소리로 표기하기로 한듯

왜 된소리를 안쓰는지는 몰?루

 

글이 좀 난잡해졌는데, 아무튼 한국어에는 이런 한국어만의 특성이 있다더라 정도로만 봐주면 되겠다

 

 

10개의 댓글

ric
2023.10.27

ㄱ 음가가 위치에 따라 g도 되고 k도 된다는게 크게 틀린건 아니구낭

표기법에서는 일치성 때문에 하나로 모는거고... ㄳㄳㄳ!!

0
2023.10.27
@ric

ur welcome ㅎㅎ

0
2023.10.27

Cvccv

 

음운도 다루어주면 좋겠

 

영문과에서 음성학 음운론 배웠는데 오랜만이네 ㅋㅋ

0
2023.10.27
@쿨찐

어떤거? cvccv라는건 음절구조 얘기하는 건가?

0
2023.10.27
@antianti

ㅇㅇ 배운지 3년되서 기억은 잘 안난다만...

 

Foot도 있었고 voiced-voiceless 규칙음운이나 음성기호들도 오랜만이네

0
2023.10.27
@쿨찐

ㅇㅋ 근데 음절구조는 쓸얘기가 뭐가있을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

0
2023.10.27

좋은 정보네 나도 하나 첨언하자면

받침으로 오는 국어의 자음도 외국어의 어말 자음과 차이가 있음

독의 ㄱ받침과 영어 Dog의 g는 같은 자음이지만 불파음화의 유무 차이로 인해 독은 소리가 끊기는 반면 dog는 도ㄱ 소리가 남

불파음화는 소리를 터뜨리지 않고 목구멍에서 막는 걸 뜻하는데 ㄲㄸㅃㅉ와 같은 무기음이 바로 불파음 + ㄱㄷㅂㅈ임

그래거 독자 닥달 맵기 붙박이 등의 단어에서 된소리화가 일어나는 것

0
2023.10.27
@돈룩업

아 맞다

뭔가 빠진거 같다 했는데 그걸 빼먹었네

ㄱㅅㅋㅋㅋㅋㅋㅋ

0
2023.10.27

매큔라이샤워 라는 단어를 얼마만에 들어본건지 ㅋㅋㅋㅋ

0
2023.10.27

솔직히 지금 로마자 표기법 개별로임.. 매큔라이샤워로 회귀했으면 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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