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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데킬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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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바텐더 개붕이야.

 

오늘은 데킬라를 들고 왔어.

 

일단 노래 듣고 시작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s4H-EYdXLtI

사실 데킬라랑 상관 있는 노래라기 보다는 술 이름 나열하는 노래지만, 데킬라 붐붐이라는 훅이 인상적이라 넣음

 

 

 

 

 

 

우선 데킬라란 무엇이냐?

 

요즘 설탕보다 건강에 좋다면서 많이들 쓰는 아가베 시럽을 만들 떄 쓰는 아가베, 한국말로 용설란으로 만든 맥시코 할리스코주의 특산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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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용설란이야.

 

생긴거만 보면 다육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크기가 좀 커.

 

가시가 날카로워서 용설란을 따는 작업 중에는 다치는 사람도 많았고, 옛날에는 노예들이 따던 식물이었지.

 

한국말로 왜 용설란인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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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끼 꽂보니까 한방에 이해되더라.

 

정확히는 이 식물의 하트, 혹은 아가베 피나라고 불리는 중심부만 이용해서 만들지. 겉에 잎들은 밧줄 만들때 사용했고.

 

참고로 피나는 파인애플이라는 뜻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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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다 잘라놓으니까 존나 큰 파인애플이었음.

 

 

 

이 술이 만들어지게 된 시기는 대충 16세기경이야.

 

사실 개드립에서는 영국이 만악의 근원이라면서 까이고 있지만, 아메리카 입장에서 진성 씹새끼들 중 하나는 스페인이야.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도 스페인의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였지.

 

물론, 그 당시 마야, 아즈텍 문명을 보면 얘들이 왜 이렇게 발작해서 죽여댔는지 이해는 간다만.

 

그래고 방 안을 황금으로 채워줬는데 화형 말고 교수형으로 바꿔준 건 좀 그랬음.

 

 

 

 

 

하여튼, 그렇게 쓸려나간 남아메리카에는 거대한 스페인 식민왕국이 세워졌지.

 

프랑스, 이탈리아에 밀리는 감이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도 와인을 미친듯이 마시는 민족이야.

 

사실상 그 당시 유럽인들 자체가 와인은 식수대용품이었지.

 

당연히 스페인 식민지들도 역시나 와인을 마셨는데, 아무래도 배를 타고 건너오면 가격이 비싸지잖아?

 

그래서 얘들은 맥시코에 포도농장을 지어.

 

원래 원주민들이 마시던 풀케라는 술이 있었는데, 이것도 용설란으로 만든거지만, 고귀하신 유럽인(사실 대부분 깡패나 다름 없던 용병들이었지만)은 그런 걸 마시지 않았기 떄문이지.

 

그런데 식민지에서 와인을 직접 생산하니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지.

 

와인을 수출하던 스페인의 무역료가 훅 떨어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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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왕이자 스페인 최후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펠리페 2세는 무역수입이 줄고 세금이 줄어들자 1595년, 용단을 내리지.

 

"앞으로 스페인 식민지에서는 포도 기르지마라."

 

농담 같지? 진짜임. 세금은 무서운거다. 니들도 세금 낼 때 되면 꺠달을거다.

 

 

 

 

 

그 결과 식민지 내에서 와인을 구하기 힘들어졌고, 양조장들은 설비 투자 다해놨는데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드는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왕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지. 안 그러면 목이랑 몸이 분리되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실험을 본인들 몸으로 했어야 할테니까.

 

결국 울며겨자 먹기로 풀케라도 만들어볼까 했는데, 이게 영 자기들 취향이 아니었어.

 

그래서 증류를 해버렸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게 바로 메즈칼이야.

 

데킬라 얘기하다가 갑자기 뭔 소리냐고?

 

사실 데킬라는 꼬냑처럼 지방의 이름이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메즈칼을 데킬라라고 불렀어. 만드는 방식도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메즈칼의 일종이었던 거지.

 

하여튼 이것도 잠시, 스페인에서 온 사람들이 얘들이 마시라는 스페인 와인은 안마시고 이상한 걸 먹고 있길레 이것도 규제를 때려버려.

 

1638년에 메즈칼은 법적으로 금지가 되어버리지.

 

스페인도 만만찮게 십새끼래도.

 

 

 

 

 

 

 

하지만 그 당시 신대륙의 지배게층 외에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반 범죄자 출신이었고, 몰래 몰래 생산을 해오지.

 

이제는 아예 불법이니까 세금도 안내도 된다! 라는 걸 깨달은거야. 물론 걸리면 자유낙하 실험을 몸으로 체험했겠지만.

 

그렇게 메즈칼은 계속해서 생산이 이루어졌지

 

결국 1795년 스페인의 메즈칼의 정식 생산을 허가했어.

 

당시 블루 아가베 농장을 운영하던 쿠에르보 가문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메즈칼이 생산되지.

 

이 쿠에르보 가문의 농장이 있던 곳이 바로 데킬라 지역이었고, 여기서 만들어진 데킬라가 바로 그 호세 쿠에르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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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좀 있는 아재들의 악몽, 호세 쿠엘보.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데킬라는 멕시코 안에서만 소비되는 술이었어.

 

애시당초 다른 나라는 데킬라를 먹을 필요 없이 자기들 나라 술을 마시면 됐거든.

 

하지만 좀 더 많은 판로를 열고 싶었던 사우저라는 데킬라 증류소 사장은 1884년부터 미국에 데킬라를 수출하기 시작했지.

 

이 색다른 술은 이내 미국에서 잠시 유행을 타나 싶다가 그 특유의 풍미 때문에 그냥 특이한 술이 하나 늘어났네, 정도의 취급을 받았어.

 

데킬라도, 메즈칼도 그 특유의 풍미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지.

 

하지만 결국 익숙해지는 문제는 시간이 해결하는 법.

 

1953년 부터 천천히 미국 내의 데킬라 소비량이 늘어났어.

 

그리고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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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멕시코 올림픽과 함께 데킬라는 대유행을 해.

 

멕시코에 갔다온 사람들이 돌아와서도 그때 먹었던 데킬라를 찾기 시작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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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킬라 하면 생각나는 모습

 

데킬라를 라임과 소금과 같이 먹는 걸 멕시코 샷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멕시코에서는 이렇게 안먹어.

 

원래 데킬라는 그냥 마시거나 반데라라고 해서 라임즙, 데킬라, 샹그리타라는 음료 세가지를 두고 마시지.

 

그럼 저 소금과 라임은 뭐냐?

 

바로 미국놈들이 만든 방법이야.

 

데킬라가 가진 독특한 풍미를 지우고 뭔가 있어보이는 모습으로 바꾼거지.

 

이것 말고도 오렌지랑 계피가루를 이용하는 독일에서 만든 방식이 있는데, 이게 잠깐 한국에서 유행한 적이 있어.

 

한국인이 싫어하는 계피가루 대신에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올려서 마시는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하여튼, 데킬라는 그렇게 70년대를 대표하는 파티 드링크가 됐어.

 

클래식 칵테일들 중에 데킬라를 쓰는 레시피가 많지 않은데, 이게 나중에 유행해서 그런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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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킬라는 유행했지만, 미국의 파티드링크로 유행을 해서인지 그 이미지 자체는 굉장히 안좋았어.

 

일종의 소주처럼, 싸고 뭔가 신나게 놀 때 마시는 그런 술이라는 인식이었지.

 

당시 미국에서 수출되던 데킬라들의 품질이 나쁜 것도 있었는데, 어쨌든 싸야 팔리니까.

 

그런 거의 대표주자가 바로 호세쿠엘보인데, 사실 저 노란색 색소임.

 

호세쿠엘보 노란병은 오로지 저렴하게 팔기 위해서 숙성을 그다지 하지도 않고, 색소를 넣어서 색을 입힌 술이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호세쿠엘보 증류소 자체가 나쁜 건 아님,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술이니까.

 

실제로 호세에서 각잡고 만드는 파밀리에나 호세쿠엘보 에스페샬이라는 블랑코 데킬라는 나쁘지 않아.

 

근데 갈색 쓰는데는 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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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데킬라는 이 패트론, 빠트롱이라고 부르는 이 술의 등장 이후로 급변하지.

 

시작부터 프리미엄 데킬라의 마케팅을 해온 페트론은 이내 큰 인기를 끌면서 데킬라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켜.

 

1989년 패트론 데킬라를 인수했던 St. Maarten Spirits 라는 회사는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성공한 그레이구스 보드카를 보면서 어? 이거 우리도?

 

라는 생각을 했고, 병마다 개별의 번호를 붙여가며 우리는 프리미엄 데킬라다 라는 광고를 했지.

 

클럽과 바에서 프리미엄 데킬라 패트론의 홍보를 하고, 컨트리나 힙합 가수들에게 협찬을 했지.

 

그중에 릴 존이라는 양반이 여기에 꽂혀서 자주 언급을 했고 덕분에 대성공을 해.

 

여담으로 St. Maarten Spirits의 사장은 존 폴이라는 사업가였는데, 노숙자였다가 백만장자가 된 신화적인 양반이지.

 

결국 이 패트론 증류소는 2018년 바카디 그룹에 51억 달러에 매각되고 환상적인 엑시트를 성공했지.

 

 

 

 

 

 

 

 

 

 

 

 

00년대 패트론의 성공 이후, 셀럽들 사이에서 묘한 유행하나가 생겨.

 

셀럽이라면 자기 이름을 건 술 하나 정도를 내야하고, 그 중에서 가장 만만하게 꼽힌 게 데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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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웨인 존슨 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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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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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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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갈끄니까 하는 이 형도 데킬라 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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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하트도 데킬라를 냈지.

 

 

 

 

 

 

 

 

 

 

 

이렇게, 데킬라는 2020년대에 다시금 유행하고 있어.

 

데킬라의 유행과 함께, 2016~8년쯤을 기점으로 메즈칼 역시 유행하고 있지.

 

메즈칼은 데킬라보다 더욱 특색이 강한데, 그 강렬한 스모키함 때문에 여러 칵테일의 변주를 줄 떄 많이 쓰여.

 

한때 심심하면 메즈칼을 쓴 칵테일들이 등장했고, 지금도 등장하고 있지.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를 쓰는 칵테일의 저렴한 대체제로 사용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그 메즈칼 만의 매력은 칵테일로 마실 때 특히나 잘 드러나.

 

 

 

 

 

 

 

오늘은 여기까지 쓸꼐, 어제 샴페인에 위스키, 맥주랑 소주를 스까 먹었더니 뒤질거 같음.

 

참고로 데킬라 선라이즈 라는 칵테일은 사실 데킬라 먹고 난 다음에 숙취를 뜻하는 단어야.

 

니들 데킬라 마시고 다음날 일어나 봤냐? 사람 뒤진다.

 

 

 

 

 

 

여기도 올림

10개의 댓글

2023.10.25

캬 오늘은 데킬라 잘 마셧씁니다

0
2023.10.25

데킬라랑 다른 메즈칼들이랑도 맛차이 꽤 난대서 궁금한데 구하기 너무 힘듦 ㅠ

0
2023.10.26
@죠지스님

그래도 메즈칼 최근에 수입되는거 좀 생겼음

데룸베스나 마드레 메즈칼 수입사에 판매처

문의ㄱㄱ

0

대학동기이랑 졸업기념으로 태국가서 페트론 실버로 시작해서 술맛이너무좋아서 결국 해뜰때까지 추가로 퍼먹다가 다음날 일정 다취소한 기억이나네 오늘도 글 잘읽었습니다~

0
2023.10.26

까사미고스 아녜호 괜찮게 마심

클라세 아줄 이벤트 할 때 마셔봤는데 레포사도도 너무 맛있었어서 윗등급은 뭔 맛일까 싶더라

0
2023.10.26

프리미엄 데낄라 시장 점점 커지면서 개빡치는게

기존 데낄라 품질은 떨어지고 프리미엄 올려치는거

아줄 다 갖고 있는데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는 맛이고

패트론 프리미엄 라인도 마찬가지고ㅋㅋㅋ

데낄라는 돈훌리오70 이상으론 그돈씨임

0
2023.10.26

으앙 메즈칼 시러 진 시러

하지만 세상엔 맛있는 술이 많으니까

0
2023.10.26

호세 꾸에르보도 고급라인은 맛있엉 ㅠ 1800 돈훌리오 에라두라 많이 마셨었는데

0
2023.10.29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엘 비바!

0
@험피

그 동네는 데킬라 말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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