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칵테일 이야기 - 카이칸 피즈편

The Kaikan Fizz Is No Longer Tokyo’s Best Kept Secret

 

사실 이거 번역해온거임. 구글 번역으로 어색한거 날리고 내가 아는 거에 읽기 편하게 문체를 바꾸고, 역사적인 걸 결합해서 써봄

 

의역이 좀 있을 예정이라서 원본이 궁금하고 영어 되는 개붕이는 직접가서 보는 걸 추천한다.

 

 

 

 

우선 이 칵테일의 탄생은 1949년 4월의 어느날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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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은 미군정 시대, 맥아더 쇼군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지배자를 받아들인 도쿄의 한 바는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패전이후로 망할 뻔한 그 가게는 술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미군들 덕분에 신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미군이 출입하지 못하는 다른 술집들의 미래는 뭐 그 당시 일본의 미래와도 비슷했다. 뭐 그래도 나라가 망하면 술은 잘 팔리는 모양이다, 전후 일본의 유력자들은 주로 지방 양조장 사장들이었고, 정치와 꽤나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으니까.

 

하여튼 1949년 4월 어느 날 아침, 밥을 먹고 도쿄를 순찰하던 맥아더는 어떤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그의 부하 수백명이 점심을 먹기도 전 부터 한 술집에서 고급 칵테일을 마시고 있고, 그 근처에서 일본인들은 식량을 배급 받으며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맥아더의 상황을 알 필요가 있다.

 

1945년 8월 25일, 일본 패전 이후로 4일 뒤인 29일, 맥아더는 워싱턴으로부터 일본의 통치를 위임 받는다. 도쿄에 연합군 최고사령부를 두고 히로히토를 찾아가지도 않고 그가 오기를 기다리다 못 참고 와버린 천황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일본 전역의 신문에 실어서 그 사진을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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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복에 짝다리, 주머니에 넣은 손 차림을 한 맥아더와 당시 일본내에서 최고급이던 양복을 입고 찾아와서 똑바로 선채로 있는 히로히토

 

이 사진으로 인해서 일본인들은 직접적으로 주인이 바뀌었다는 걸 깨닫는다.

 

당시 일본이 천황을 올려쳐주고는 있었지만, 일본인들도 사실 바보는 아니다. 일본의 수상 암살 기록이며 여러가지 사건을 보면 천황은 그냥 상징적인 존재고, 항상 군부의 수장이 자기들의 제일 높은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알았다. 다만, 그걸 말로 하면 비국민이 되기 때문에 말하지 못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군주를 향한 사랑을 보였다.

 

어느정도냐면, 맥아더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가 생기고, 맥아더를 향한 팬레터가 40만통이 왔다고 한다. 한국에도 맥아더 장군을 신으로 모시는 무당이 있는 걸 보면 어느 나라던지 비슷한 인간은 있다는 좋은 교훈을 보여준다.

 

그리고 맥아더는 다분히 자기과시적인 인간이며 무슨 일이든 중심이 자기가 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인간유형이었다.

 

능력이 없었으면 민폐를 끼치는 병신 그 자체인데, 다행히 능력이 있었던 관계로 조금 아니꼽지만 좋은 상관이자 부하였다.

 

그런 그의 취향에 일본인들의 숭배는 큰 만족을 가져다 줬고,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1948년에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기 까지 했으나, 이미 일본의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맥아더는 딱히 이기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대통령 후보 따위 하지 않고 51년까지 일본에 머물렀다.

 

참고로 전후 일본의 헌법은 이 양반이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하여튼, 이러한 맥아더는 자기를 따르는 일본인들을 좋게 봤으며, 인종차별주의자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시대상으로 보면 동양인들이 자기 한 마디면 마음대로 움직여? 기특하네? 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랬더 맥아더였기 때문에, 식량배급을 받는 곳 옆에서 술판를 버리는 자기 부하들의 모습이 맥아더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 영도하에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 같았고, 그 시기에 보수적인 미국인들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던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를 맥아더 역시 가지고 있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사령관이 부하들이 술 마시는 모습이 보기 싫으면 어떻게 하는가?

 

그대로 맥아더는 낮에 마시는 술을 금지해버린다. 그 결과 맥아더는 한가지 클래식 칵테일을 만드는 데 자기도 모르게 일조해버린다.

 

문제의 바가 위치한 곳은 1922년 도쿄 카이칸(동경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상류층들을 위한 가게였다. 문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5명의 바텐더가 일을 하는 일본 내에서도 꽤 규모가 있는 바였다.

 

하지만 전후 술 마실 곳을 찾던 미군들에 의해서 도쿄 카이칸에서 도쿄 아메리칸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5명의 직원도 40명으로 늘어났다.

 

바쁠 때는 하루에 1000여명 열정적인 술꾼 미국인 손님을 받던 이 가게는 맥아더의 말 한마디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낮에 못 팔면 밤에만 팔면 되잖아?"

 

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원래 인간은 없던 게 생기면 좋아하고, 있던 걸 뺐기면 싫어하는 성질을 지녔다.

 

그리고 바텐더들은 답을 찾아냈다.

 

40명의 직원을 자랑하던 이 바에는 유능한 직원이 한 명 있었고, 그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 답은 바로 당시에 유행하고 많이 마시던 술 중 하나인 진 피즈(Gin Fi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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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레몬, 설탕, 소다라는 심플한 레시피와 청량한 맛으로 인기가 많던 이 칵테일에 우유를 타서 술처럼 보이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당시 우유는 건강에 좋고, 예나 지금이나 아침에 우유 한잔은 서양인들의 필수품이었다.

 

레시피도 간단했다. 원래의 진피즈 레시피에 1온스의 우유만 첨가하면 됐으니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군들은 가게에서 비밀리에 모닝 피즈 라는 것을 주문했고, 가게는 다시 성행했다.

 

상급자에게 술집을 온 걸 걸리더라도, 우유를 마시러 왔다는 핑계거리를 댈 수 있었던 것이다.

 

상급자도 그럼 나도 우유나 한잔 할까? 하면서 같이 마셨다는 기록은 없지만, 군대라는 곳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을거다.

 

이후에 미군정 시대가 지나고, 다시 도쿄 카이칸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이 호텔은 그후로도 성업을 하며, 전통을 이어나갔고, 2019년에는 리모델링을 해서 다시 운영되고 있다.

 

하여튼 이렇게 탄생한 칵테일, 카이칸 피즈는 그후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 유럽 권에서도 이름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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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재미있는 건, 이 도쿄 카이칸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전후 일본에서 가장 많은 바텐더가 일했던 도쿄 카이칸은 이후 일본 바텐더들의 산실이 된다.

 

여기서 일을 했던 바텐더들이 나이를 먹어나감에 따라 자기 가게를 차리고, 도쿄 카이칸의 스타일을 직원들에게 가르치고 이어져나간다.

 

일본에서 바텐더계의 전설이라고 칭해지는 모리 타카오, 우에다 카즈오등이 이곳 출신이며, 월드 클래스 우승자인 오타케 마나부 역시 이쪽 출신 바텐더에게 일을 배웠다.

 

그리고 이곳의 특징이자, 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스터(Stir)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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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바텐더라는 걸 접하게 되는 여러매체에서 보이는 각잡한 모습으로 특이한 손자세로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많이들 봐왔을 것이다.

 

바로 저 파지법이 이 도쿄 카이칸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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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서양에서는 사실 저렇게 각잡고 하는 파지법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그 영향을 받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문화와 결합되서 발전한 일본의 바 문화는 정갈함을 요구했다.

 

사실 스터의 방식에 정답은 없다. 어떻게 하던간에 잘만 만들면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심지어 게리 리건이라는 바텐더계의 전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칵테일에는 법이 없다. 정해진 길도 없다. 칵테일은 정말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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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네그로니라는 칵테일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하여튼, 일본은 그런 식으로 스터를 하는데도 자세를 요구했다. 일본에서 유래한 검도, 가라데 등을 보면 카타(품세)라는 게 있다.

 

이 카타를 바텐딩에도 적용시킨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말 안 듣는 막내를 갈굴때 제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세를 지적하는거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그리고 그 과정 덕분에 술을 좋아하는 개붕이들에게 유명한 그 짤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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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 자세는

 

 

간지가 난다.

 

 

누가봐도 정확해보이는 자세로 움직이는 모습에 사람들은 전문성을 느낀다.

 

일정한 리듬으로 유려하게 움직이는 바스푼과 그걸 집중해서 만드는 바텐더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아, 이사람 전문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텐더들 역시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시한다. 상대를 설득하는 데 제일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겉 모습이다.

 

70년의 세월을 그런 방식으로 진화한 일본의 이 자세는 이내 전 세게에서 따라하고 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저 자세를 하고 있고, 또 후배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결과 이제는 저 자세는 일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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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걸로 카이칸 피즈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다.

 

사실 진작에 끝나고 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끝가지 읽어준 개붕이들은 고맙다.

 

카이칸 피즈의 맛은 우유가 들어가서 부드럽지만, 레몬과 탄산수 때문에 산뜻하다. 혹자는 밀키스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산미가 강한 편이다.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개붕이라면 바에 가서 카이칸 피즈 한잔 정도는 시켜보자. 누구라도 쉽게 마실 수 있는 편한 맛을 가지고 있는 칵테일이다.

 

아까 이야기했던 도쿄 카이칸 출신의 모리 타카오씨가 운영하는 모리 바에서는 본래의 뜻을 존중해서 정오부터 이 술을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레시피를 간단히 알려주고 떠난다. 여러가지 레시피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고 자주 만드는 레시피다.

 

 

 

 

진 45ml

레몬주스 15ml

설탕시럽(2:1비율) 15ml

우유 30ml

 

쉐이킹 후 얼음을 채운 하이볼 잔에 붓고, 탄산수를 넘치지 않을 정도로 따라준다.

 

여기서 쉐이킹이 중요하다. 하이볼처럼 만든다고 그냥 부으면 우유의 거품층이 형성되지 않아서 위의 사진처럼 거품이 풍부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다.

 

또한 쉐이킹은 충분히 해주는 게 좋다. 월드 클래스 우승자 오타케 마나부는 30초 정도의 쉐이킹을 하며, 충분한 공기를 넣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만.

 

나중에 또 심심하면 써봄. 이제 자러간다.

 

읽은거리에도 올려봄

 

3개의 댓글

2023.10.11

우에다 카즈오, 모리 타카오의 제자의 제자 일본 전역에 퍼져서 그들의 칵테일 만들고 있더라고..

좋은 글 잘 읽었엉!

0
2023.10.11

스터 잘하고싶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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