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스라엘은 헌법이 없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숱한 위기 속에서 위태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어찌저찌 국정이 유지되어 왔으나, 올 초부터 불거진 네타냐후의 사법부 개혁은 그간 아슬하게 유지되어 오던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균형을 깨트리는 불길한 징조였고 결국 대규모 반정부 기조가 확산되며 정국은 혼란을 거듭했다.

2.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는 군부와도 굉장히 심각한 갈등을 빗게 되는데, 이러한 정황은 사법부 개혁을 공개 비판한 국방장관을 경질 한 것(반발이 너무 쎄서 2주 뒤 철회)과 모사드의 반정부 시위 지지(미국 비밀 문건으로 유출), 이스라엘 예비군들의 소집 거부 시위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노출되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고, 언제 당장 공격을 받아도 이상 할 것이 없는 극도로 취약한 시기가 이어졌다.

3. 이 외중에 하마스는 헤즈볼라와 연계한 카삼 로켓 기반의 국지적 도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안식일에 맞춰 가자지구 전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전방위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는 과거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을 연상케 할 정도의 과감하고 계획된 공격이었다. 지금껏 비정규전에 능숙하게 대응해오던 IDF는 완전히 허를 찔렸고 초기 대응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민간인들이 사살 됐으며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정보의 실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아랍권에 대한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며, 필요하면 과감한 대외 공작도 서슴치 않던 모사드는 이번 공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이걸 단순히 모사드의 역량 문제라고 하기엔 그 근거가 불투명하나, 상황이 진정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5.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은 매우 심각한 악재로 작용 될 것이다. 사법부 개혁에 대한 무리한 시도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던 네타냐후 정부는 그나마 안보적 우려 속에서도 지금까지 불안하게 유지되어 왔으나 결국 가자 지구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귀추가 주목되긴 하나 그 결말은 결코 좋지 못할 것이다.

6. 한편으론 가자지구 전반에 감돌던 전운이 이스라엘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이나 궁극적으론 하마스를 진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DF는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가자 지구에 대한 대규모 폭격으로 응수하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수 차례 전면전을 치뤘음에도 실패했음을 생각하면, 일개 테러 단체가 제 아무리 배후 세력(아마도 이란)의 지원을 한껏 받았다 해도 IDF를 압도하는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예기치 못한 기습에 상당한 출혈을 강요당하고 있는건 사실이나, 결국엔 IDF가 다시 가자지구의 통제력을 되찾을 것이다. 

7. 개인적으론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정리되긴 하겠으나, 과연 거기서만 그칠 지는 조금 회의적이다. 이스라엘로서는 가자 지구를 말살해버릴 더 없는 명분과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까지 희생되는건 결국 수 많은 민간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