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애무♥ by 카지이 모토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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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무

      카지이 모토지로

 

 

 

고양이 귀라는 것은 정말 웃기는 물건이다. 얇고, 차갑고, 죽순 껍질처럼 겉은 융털로 덮여 있고, 안쪽은 반짝반짝 빛난다. 딱딱한 것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일종의 특별한 물질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 귀라고 하면 한 번쯤은 '티켓 펀치'로 구멍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잔혹한 공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전적으로 고양이 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불가사의한 시사력에 의한 것이다. 나는 집에 찾아온 어떤 근엄한 손님이 무릎을 꿇고 앉은 새끼 고양이의 귀를 자꾸만 꼬집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의혹은 의외로 집념 깊다. '티켓 펀치’로 구멍을 낸다는 식의 애들 장난 같은 공상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한, 우리들의 권태 속에 겉으로 드러난 나이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남는다. 진작에 분별력이 생긴 어른들이 지금도 열심히 – 두꺼운 종이로 샌드위치처럼 끼워놓고 한 번쯤은 잘라보면 어떨까? --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어느 날 문득 이 공상의 치명적인 오산이 드러나고 말았다.

 

원래 고양이는 토끼처럼 귀를 잡아당겨도 그리 아프지 않다. 잡아당기는 것에 대해 고양이의 귀는 기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한 번 잡아당겨서 찢어진 듯한 흔적이 모든 고양이의 귀에 있기 때문이다. 그 찢어진 부분에는 또다시 교묘한 이음매가 붙어 있어, 창조설을 믿는 사람이나 진화론을 믿는 사람이나 모두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운 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음매가 귀를 잡아당길 때 이완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이유로 고양이는 귀를 잡아당기는 것에 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면 압박에 대해서는 어떨까, 이것도 손가락으로 꼬집는 정도로는 아무리 세게 잡아당겨도 아프지 않다. 아까 손님처럼 귀를 잡아당겨도 비명을 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점 때문에 고양이의 귀는 불사신 같은 의심을 받고, 나아가 '티켓펀치'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어느 날 나는 고양이와 놀다가 결국 그 귀를 물어버렸다. 이것이 나의 발견이었다. 물리자마자 그 하찮은 녀석은 즉시 비명을 질렀다. 나의 오래된 환상은 그 자리에서 깨져버렸다. 고양이는 귀를 물리는 것이 가장 아픈 것이다. 비명은 가장 희미한 곳에서 시작된다. 점점 더 세게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하게 울어댄다. 크레센도(Crescendo)가 잘 나온다 -- 뭔가 목관악기 같은 느낌이다.

 

나의 한가로운 공상은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런 일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즈음 나는 또 다른 공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의 발톱을 모두 잘라버리는 것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는 죽어버리지 않을까?

 

평소처럼 그는 나무를 오르려고 한다. -- 못 올라간다. 사람의 옷자락을 목표로 뛰어오른다. -- 다르다. 발톱을 갈려고 한다. -- 아무것도 없다. 아마 그는 이런 일을 여러 번 해 볼 것이 틀림없다. 그럴 때마다 점점 지금의 자신이 예전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더이상 자신이 지금 이 '높이'에 있다는 것조차도 부들부들 떨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낙하'로부터 항상 자신을 지켜주던 발톱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는 또다른 동물이 되어 버린다. 마침내 그것마저 하지 않게 된다. 절망! 그리고 끊임없는 공포의 꿈을 꾸면서 음식을 먹을 기운조차 잃게 되고, 마침내 – 죽고 만다.

 

발톱이 없는 고양이! 이토록 기댈 데 없는, 불쌍한 마음의 소유자가 있을까! 공상을 잃은 시인, 조발성 치매에 걸린 천재와도 닮았다!

 

이 공상은 언제나 나를 슬프게 한다. 그 완전한 슬픔 때문에 이 결말이 타당한지 아닌지조차도 내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발톱을 뽑힌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눈을 뽑혀도, 수염을 뽑혀도 고양이는 살아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부드러운 발바닥의 칼집 속에 숨겨져 있는, 갈고리처럼 구부러지고 비수처럼 날카로운 발톱! 이것이 이 동물의 활력이며 지혜이며 영혼이며 일체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 날 나는 기묘한 꿈을 꾸었다.

 

X—라는 여자의 개인방이다. 이 여자는 평소 귀여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내가 가면 항상 안고 있던 가슴에서 그 녀석을 놓아주는데, 항상 나는 그것에 난처해한다. 안아보면 그 새끼고양이에게서 항상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난다.

 

꿈속의 그녀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신문인가 뭔가를 보다가 그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는데, 앗 하고 놀라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녀는, 세상에! 고양이손으로 얼굴에 흰 분을 바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은 일종의 화장 도구로, 단지 그것을 고양이와 똑같이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신기해서 나는 뒤에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 뭐예요? 얼굴에 문지르고 있는 거?"

 

"이거?"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내 쪽으로 던져주었다. 집어보니 역시 고양이 손이다.

 

"도대체 이거 뭔가요!"

 

물으면서 나는 오늘따라 평소와 달리 새끼고양이가 없다는 것과 그 앞발이 그 고양이의 것 같다는 것을 섬광처럼 이해했다.

 

"알고 있잖아. 이건 뮤루의 앞발이야."

 

그녀의 대답은 태연했다. 그리고 요즘 외국에서 이런 것이 유행한다고 해서 뮤루로 만들어 봤다는 것이다. 당신이 만들었냐고 내심 나는 그녀의 잔혹함에 혀를 내두르며 물었더니, 그것은 대학 의학과의 사환이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의대 사환이라는 자가 해부한 시체의 목을 흙에 묻어 두개골을 만들어 학생들과 비밀 거래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매우 불쾌했다. 그런 놈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자라고는 하지만, 그런 일에 대한 무신경함과 잔혹함이 새삼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뭔가 그런 것을 여성잡지나 신문에서 읽은 것 같았다. --

 

고양이손 화장도구! 나는 고양이의 앞발을 잡아당겨서 항상 혼자 웃으며 그 털을 쓰다듬어 준다. 녀석이 얼굴을 씻는 앞발 옆면에는 짧은 융단 같은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과연 인간의 화장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벌렁 드러누워 고양이를 얼굴 위로 올려놓는다. 두 앞발을 잡고 와서 그 부드러운 발바닥을 내 눈꺼풀에 하나씩 올려놓는다. 기분 좋은 고양이의 무게. 따뜻한 그 발바닥. 지친 내 눈동자에는 차분하고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휴식이 전해져 온다.

 

새끼 고양이야! 뷰탁이니 잠시동안만 발을 헛디디지 말아라. 넌 바로 발톱을 세우니까.

 

-

 

짤방 선정에 고심을 좀 했음

1개의 댓글

2023.10.05

도입부가 만화에서 봤던 라쿠고와 되게 비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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