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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과 그리스도 (상) by 사카구치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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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과 그리스도

 

 by 사카구치 안고

 

 

 이제 10일, 이가 아프다. 오른뺨에 얼음을 올리고 진통제를 먹고 누워 있다. 눕고 싶지 않지만 얼음을 올리면 눕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누워서 책을 읽는다. 다자이의 책을 거지반 다시 읽었다.

 

진통제를 3통 비웠지만 아픔이 멈추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의사에게 갔다. 전혀 바보같이 갈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하아, 큰일이군요, 좋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것도 진통제를 먹고 얼음주머니를 댄다, 그것뿐입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이쪽은 그것만으로는 좋지 않다.

 

 “이제 곧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젊은 의사는 완벽한 말을 쓴다. 이제 곧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가. 의학은 주관적 인식의 문제인가, 약물의 객관적 효과의 문제인가. 어쨌든 이쪽은 이가 아프다고.

 

 원자폭탄으로 백만명을 순식간에 쳐죽여봤자, 단 한 사람 이의 아픔이 멈추지 않으면 뭐가 문명이냐. 바보자식.

 

 아내가 진통제 유리병을 세로로 세우려다 짤가닥 쓰러뜨린다. 음향이 튀어오를 만큼 울린다.

 

 “야이, 바보야!”

 

 “이 유리병은 세울 수가 있어.”

 

 저쪽은 곡예를 즐기고 있다.

 

 “당신은 바보니까 싫어.”

 

 아내의 안색이 바뀐다. 화가 골수에 사무친 것이다. 이쪽은 아픔이 골수에 사무쳐 있다.

 

 푹 단도를 뺨에 찌른다. 에잇 하고 도려낸다. 기분 좋아지지 않도다. 목에 멍울이 나 있다. 그곳이 쑤신다. 귀가 아프다. 목도 전기처럼 저릿저릿하다.

 

 목을 베어라. 악마를 멸해라. 퇴치해라. 나아가라. 지지 마라. 싸워라.

 

 이 3류 문사는 치통에 의해 이윽고 목을 베고 죽었도다. 결사의 혈기, 대단하도다. 투지 충분하다. 위대하도다.

 

 칭찬해 주지 않겠지. 아무도.

 

 이가 아프다는 것은 당장 이가 아픈 인간 이외는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는다. 인간모독! 이라고 화내 봤자 ‘치통을 대하는 불동감이 인간모독인가. 그렇다면 치통모독.’ ‘상관없잖아요. 치통정도.’ ‘이런. 이는 그런 것이었나요. 새로운 발견이네요.’

 

 단 한사람, 긴자출판의 升金 편집국장이라는 진묘한 인물이 동정을 베풀어 주었다.

 

 “음, 안고씨. 확실히, 이는 아픈 것이죠. 이의 병이랑 생식기의 병은, 동류의 음울이랍니다.”

 

 말은 잘한다. 정말이지, 생각이 어둠에 처박혀 있다. 그렇게 보면 빚도 동류항일 거다. 빚은 음울한 병이도다. 불치의 병이도다. 이것을 퇴치하려고 해도, 사람 힘이 어쩌질 못하니. 아아, 슬프다, 슬프다.

 

 치통을 참고 방긋 웃는다. 조금도 대단하지 않아. 이 바보자식.

 

 아, 치통에 운다. 차버릴테다. 이 바보가.

 

 이는 몇 개 있는가. 이것이 문제다. 사람에 따라 이의 수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렇지 않더란다. 이상한데까지 비슷하게 만들고 말이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는 신이 싫다. 왜냐니, 이의 수까지 똑같이 만들고 있잖은가. 미치광이놈. 정말이지. 그런 꼼꼼한 방식은 미치광이의 짓이다. 좀 더 솔직해져라.

 

 치통을 참고 방긋 웃는다. 방긋 웃으며 사람을 벤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뚝 낫는다. 오타스케 할아버지다. 과연, 신자가 모이는 이유다.

 

 나는 치통에 의해 10일간 짜증을 냈도다. 아내는 친절하도다. 배갯머리에서 시중들며, 놋대야에 얼음을 넣고, 수건을 짜고, 5분 간격으로 내 뺨에 교체해 주었도다. 분노 골수에 치밀었지만 내색도 않으며, 정숙하고 여대학*(에도시대 숙녀 교육서)이로다.

 

 10일째.

 

 “나았어?”

 

 “음. 어느 정도 나았어.”

 

 여자라는 동물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것은 영리한 인간은 알 수 없답니다. 아내, 갑자기 안색 바꾸어,

 

 “10일간 나를 괴롭혔겠다.”

 

 나는 두들겨 맞고 발에 차였도다.

 

 아아, 내가 죽는다 하면 아내 바로 안색 바꾸어, 한평생 나를 괴롭혔겠다, 라고 내 시체를 때리고 목을 조르리. 갑자기 내가 되살아나면 재밌겠도다.

 

 

 

 단 카즈오, 온다. 품에서 고가의 담배를 꺼내면서, 가난하면 돈이 많이 든다, 돈이 잔뜩 있으면 20엔 궐련을 살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나에게 1개피 주었다.

 

 “다자이가 죽었죠. 죽었으니까 장례식에 안 갔습니다.”

 

 안 죽는 장례식이 어디 있나.

 

 단은 다자이와 함께 공산당의 세포인가 하는 생물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다자이는 생물이 두목격으로, 단 카즈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일단 속에서 가장 성실한 당원이었다 한다.

 

 “뛰어든 장소가 우리 집 근처니까 이번엔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했지.”

 

 단 선인은 신시를 내리며 또 이르길,

 

 “또 장난쳤군요. 어쩐지 장난친 겁니다. 죽은 날이 13일, <굿바이>*(다자이의 미완성 유작)가 13회째, 뭔가, 뭔가가 13……”

 

 단 선인은 13을 죽 늘어놓았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선인의 안력이다.

 

 다자이의 죽음은 누구보다 일찍 내가 알았다. 아직 신문으로 나오지 않았을 동안에 신조(新潮) 기자가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다. 그것을 듣고 나는 당장 편지를 남기고 행방을 감추었다. 신문 잡지가 다자이의 일로 습격할 것이라고 직감했기에, 다자이의 일은 당분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방문 기자들 앞으로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온 것이다. 이것이 착각의 근원이었다.

 

 신문기자는 내 편지 일자가 신문기사보다도 이르기에 수상히 여긴 것이다. 다자이의 자살이 헛소리로, 내가 두사람을 숨겨두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처음엔 살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강가에 떨어진 흔적이 선명하게 있었다는 말을 듣고, 그래서는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떨어진 흔적까지 장난은 칠 수 없다. 신문기자는 필자의 제자로 들어와 탐정소설을 공부해라.

 

 신문기자의 착각이 진짜였다면 대단히 좋았다. 1년 정도 다자이를 숨겨두고 휙 되살려냈다면 신문기자나 세상의 양식 있는 사람들은 버럭버럭 화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그런 일이 있어도 괜찮지 않은가. 진짜 자살보다도 헛소리 자살을 꾸밀 만큼 장난을 칠 수 있었다면, 다자이의 문학은 더욱 뛰어난 것이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에드먼드 블런든 씨는 일본의 문학자들과 다르게 안식 있는 사람이다. 다자이의 죽음에 대해서 (시사신보) 문학자가 우울만으로 죽는 것은 드물다, 대개 허약함으로부터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많으며, 다자이의 경우도 폐병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설을 펼쳤다.

 

 아쿠타가와도 그렇다. 중국에서 감염된 매독이 귀족 취미의 이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한 일이 생각에 미친다.

 

 아쿠타가와나 다자이의 고뇌에 이미 매독이나 폐병으로부터의 압박이 만성이 되어 자각이 없었을지라도, 자살로의 코스를 연 큰 압력이 그들의 허약함이었다는 것은 정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자이는 MC, 마이 코미디언을 자칭하면서, 아무리 해도 완전한 코미디언이 될 수가 없었다.

 

 만년의 것에서는, ―― 아무래도 안 된다. 그는 “만년”이라는 소설을 썼지만, 뒤죽박죽이라 안 된다. 그 죽음에 가까울 무렵의 작품 중에는 (혀가 안 돌아가네) <사양>이 가장 뛰어나다*(일본어로는 샤요오). 그러나 10년전의 <어복기>(이것이야말로 만년 중의 것)는 대단하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MC의 작품입니다. <사양>도 거의 MC이지만, 아무리해도 완전한 MC가 되지는 못했지.

 

 <아버지>라든가 <앵두>라든가 괴롭다. 저런 걸 남들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저것은 숙취 속에서만의 것이며, 숙취 속에서 처리해버려야만 하는 성질의 것이다.

 

 숙취의, 혹은 숙취적인 자책이나 회한의 괴로움과 덧없음을 문학의 문제로 삼아도 안 되고, 삶의 문제로 삼아도 안 된다.

 

 죽음에 가까울 무렵의 다자이는 너무 숙취적이었다. 매일이 아무리 숙취라고 해도 문학이 숙취면 안 된다. 무대에 오른 MC에게 숙취는 용납되지 않는다. 각성제를 너무 마셔서 심장이 폭발해도, 무대 위의 숙취는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아쿠타가와는 어쨌든 무대 위에서 죽었다. 죽믐 순간에도 잠깐이나마 배우였다. 다자이는 13의 수를 만지작거리면서, 인간실격, 굿바이라고 시간을 걸쳐서 줄거리를 세우고 그것대로 행동하다가, 결국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숙취적으로 죽어버렸다.

 

 숙취를 빼놓으면 다자이는 건전하고 정연한 상식인, 즉, 올곧은 인간이었다. 코바야시 히데오가 그렇다. 다자이는 코바야시의 상식성을 비웃었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진실로 올바르고 정연한 상식인이 아니면 진정한 문학은 쓸 수 있을 리 없다.

 

 올해 1월 며칠이었던가 오다 사쿠노스케의 1주기에 다들 모여 술을 마셨을 때 오다 부인이 2시간 정도 늦게 왔다. 그 때까지 좌중은 대단히 취해 있었는데 누군가가 오다의 몇명인가 숨기고 있던 여자 이야기를 시작했기에,

 

 “그런 이야기는 지금 사이에 해버려. 오다 부인이 오면 하는 게 아냐.”

 

 라고 내가 말하자,

 

 “그래 그래, 정말이야.”

 

 라고 간발을 넣지 않고 큰소리로 맞장구를 친 것이 다자이였다. 선배를 방문할 때 하카마를 입는 다자이는 그런 남자이다. 건전하고 정연한, 진정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MC가 되지 못하고, 아무리 해도 숙취적으로 되기 쉬웠다.

 

 인간, 살다 보면 부끄러움 많도다. 그러나 문학의 MC에게는 인간의 부끄러움은 있지만 숙취의 부끄러움은 없다.

 

 <사양>에는 이상한 경어가 너무 많다. 도시락을 객실에 펼치시고 지참하신 위스키를 자신다, 라고 하는 표현에 그런가 생각하면, 와다 숙부가 기차에 타자 아주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른다, 라는 식인데, 자못 귀족의 진부한 문절형으로, 작자라는 자는 이런 데에 문학의 진정한 문제는 없으니까 태연할 터인데, 실로 숙취적으로 가장 얼굴을 붉히는 것이 이런 데인 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부끄러움은 무의미해서 문학에 있어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시가 나오야라는 인물이 이것을 집어들어 해버린다. 즉 시가 나오야라는 인물이 얼마나 문학자가 아닌가, 단순한 문장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것에 의해 명확한 것이나, 그런데, 이것이 또 숙취적으로는 가장 급소를 친 것으로, 다자이를 부끄러움에 혼란시켜 욱하게 했음이 틀림없다.

 

 원래 다자이는 분위기를 타면 숙취적으로 미끄러져 버리는 남자로, 그 자신이 시가 나오야의 “お殺し(죽임)”라는 경어가 꼴사납다고 말하고선 본인이 해버린다.

 

 대체로 이런 곳에 다자이가 가장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소설에는 초기의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양가(良家)의 출신임이 너무 많이 적혀 있다.

 

 그 탓에 그는 카메이 카츠이치로가 무언가의 자리에서 스스로 명문의 자제임을 이름 대니, 쳇, 명문이라니 웃기지마, 명문 따위 싫은 말이다, 라고 말했는데, 왜 명문이 이상한 것인가, 즉 다자이가 그것에 구애받고 있는 것이다. 명문의 이상함이 바로 울리는 것이다. 시가 나오야의 お殺し도 그것이 그에게 울리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프로이트에게 “오류의 정정”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들이 무심코 말을 잘못하거나 하면 그것을 정정하는 의미로, 무의식 도중에 유사한 잘못을 저질러서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숙취적이고 쇠약적인 심리에는 특히 이것이 심해져, 얼굴을 붉히고 욱하는 혼란 고통과 함께 오류의 정정적 발광 상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자이는 이것을 문학 위에서 했다.

 

 생각건대, 다자이는 그 젊을 적부터 가출을 하고 여자 신세를 졌을 때, 양가의 자제, 때로는, 화족의 자제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 수법으로 술집을 속이고 빚을 진 적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숙취적으로 쇠약해진 마음에는 먼 일생의 그 수많은 부끄러움이 얼굴을 붉히며 욱하게 만들어 그를 괴롭히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그 소설에서 오류의 정정을 저질렀다. 프로이트의 오류의 정정이란 오류를 솔직히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유사한 오류를 범함으로서 정정의 앞뒤를 맞추려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솔직한 오류의 정정, 즉 선한 건설로의 적극적인 노력을 다자이는 하지 않았다.

 

 그는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동경과 양식은 그의 언동에 넘쳐났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확실히 허약함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허약함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않다. 분명히 그가 안이했던 탓이다.

 

 MC가 되기에는 숙취를 죽이려는 갖은 노력이 필요하나, 숙취의 탄식에 빠져버리기에는 노력이 적어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왜 안이했는가, 역시 허약함에 돌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날에 다자이가 히쭉 웃으며 타나카 히데미츠에게 교훈을 주었다. 팬레터에는 시끄러워하지 말고 답장을 적어, 단골고객이니까 말이야. 문학자도 장사꾼이야. 타나카 히데미츠는 이 교훈을 따라서 부지런히 답장을 적는다 하나, 다자이가 부지런히 답장을 적었을까, 그다지 적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다자이가 상당히 팬에 서비스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작년 우리집쪽으로 카나자와인가 어딘가의 서점 주인이 화첩(이었는지 어쨌는지 안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상당히 두꺼운 것이었다)을 보내곤 한필 적어달라고 한다. 꾸러미를 열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때때로 재촉이 와서, 그 중에, 그것은 상당히 고가의 종이를 무리해서 산 것으로, 이미 누구 씨, 누구 씨, 누구 씨, 다자이 씨도 써 주었다, 나는 그대 사카구치 선생의 인격을 신용하고 있다, 라는 이상한 말이 적혀 있었다. 기분이 얹짢을 때라 나도 화를 내서, 이상한 인연을 맺지 마라, 바보자식, 이라고 꾸러미를 고스란히 돌려보냈더니, 이 미치광이놈, 이라고 화낸 답장이 온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엽서에 의하면 다자이는 그림을 그리고 그것에 글을 더해 주었다고 한다. 상당한 서비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도 그의 허약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대체로 여배우 남배우는 둘째 치고, 문학자와 팬이라는 것은 일본에도 외국에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는다. 대체로 현세적인 배우라는 일과 다르게 문학은 역사성이 있는 일이니까 문학자의 관심은 현세적인 것과는 교류가 얕아지는 것이 당연해서, 폴 발레리를 비롯한 숭배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는 스테판 말라르메든 목요회의 나츠메 소세키든 팬이라기보다 문하생으로, 일단 재능의 자격이 전제된 관계였을 것이다.

 

 다자이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고 영화팬과 같은 것으로, 이러한 점은 아쿠타가와와도 닮은 데가 있다. 나는 이것을 그들의 육체의 허약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들의 문학은 본래 고독의 문학으로, 현세적이고 팬적인 것과 관계할 데가 없을 터인데, 즉 그들은 무대 위의 완전한 MC가 될 강인함이 결여되어 있고, 그 약함을 현세적으로 보충하게 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은 그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이 현세를 다시 밀쳤으면 그들은 자살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더욱 강인한 MC가 되어, 한층 더 뛰어난 작품을 썼을 것이다.

 

 아쿠타가와든 다자이든, 그들의 소설은 심리통, 인간통의 작품이지 사상성은 거의 없다.

 

 허무라는 것은 사상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에 부속된 생리적인 정신내용으로, 사상이라는 것은 더욱 바보같고 경박한 것이다. 그리스도는 사상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다.

 

 인간성(허무는 인간성의 부속품이다)는 영원불변하며 인간 일반의 것이나, 개인이라는 것은 50년밖에 살 수 없는 인간으로, 그 점에서 유일한 특별한 인간이며 인간 일반과 다르다. 사상이란 이 개인에 속하는 것으로, 그러니까 살고 또 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경박한 것이다.

 

 사상이란 개인이 어쨌든 자신의 일생을 소중히, 보다 좋게 살려고 하여 궁리를하고 필사적으로 짜낸 대책이나, 그러니까 또 인간은 죽어버리면 거기까지야, 아득바득하지마, 라고 말해 버리면 그만이다.

 

 다자이는 깨달아버려 그렇게 단언할 수도 없었다. 그 탓에, 보다 좋게 살 궁리를 하고, 풋내나는 사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보가 될 수는 더욱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깨달아버리고 냉연히 인생을 백안시해도, 조금도 구원받지도 못하고 대단하지도 않다. 그것을 다자이는 싫다고 할 만큼 알고 있었을 터이다.

 

 다자이의 이런 “구원받을 수 없는 슬픔”은, 다자이 팬 같은 것들은 알지 못한다. 다자이 팬은 다자이가 냉연, 백안시, 풋내나는 사상이나 인간들의 발버둥질을 냉소하고 숙취적인 자학작용을 보일 때마다 갈채박수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다자이는 숙취적으로는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더욱이 그것을 저주하고 있었을 터이다. 아무리 풋내나도 상관없다, 유치해도 좋다, 보다 좋게 살기 위해서, 세간적인 선행이든 뭐든 필사적으로 궁리해서 좋은 인간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한 것은 그의 여러가지 허약함이다. 그리고 그는 현세의 팬과 영합하여 역사 속의 MC가 되지 않고 팬만을 위한 MC가 되었다.

 

 “인간실격” “굿바이” “13”이라니 역겨워, 쳇. 남이 그것을 하면 다자이는 반드시 그렇게 말하지 않았겠는가.

 

 다자이가 죽을 뻔했다 되살아났다면, 결국은 숙취적으로 얼굴을 붉히고 욱하며, 대혼란, 고민 끝에, “인간실격” “굿바이” 자살이라니, 역겨워, 쳇, 그런 것을 썼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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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남은 절반도 번역 마무리해서 같이 올릴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시간이 걸려서 일단 절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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