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죽음만이 가득한 세상

 

누군가 이세상에 떨어졌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인간들은 흑인, 백인, 황인 할 것 없이 이 땅에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지만,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먼 미래라면 인공지능을 개발한 인류가 인공지능에게 패배한 것일까?

주인공은 놀라 사람들 감금하고 있던 감옥을 힘으로 부셔 풀어주었으나, 사람들은 멀뚱히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여러 세계 언어의 말을 통해 주인공에게 대화를 시도했으나 주인공은 아는 말이 아니었다.

주인공이 한국어로 말을 걸며 다가가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주인공에게 멀리 달아나려고 했다.

감옥에 갇혀 도망 갈 데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안에 갇힌 고양이들을 보는 것만 갔다.

 

그때, 감옥의 간수로 보이는 로봇이 다가왔다. 주인공은 위기감을 느끼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로봇의 태도는 왠지 호의적이었고, 주인공을 잡으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고장 난 문을 고치려고 했을 뿐이다.

여러 감옥과 시설들을 돌아다녀 보니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로봇이 운영하는 ‘식당’에 음식 주문을 해보니 공짜로 음식이 나온다.

자판기는 여전히 작동하는 것 같았으며, 주변을 거니는 로봇들은 주인공을 쳐다볼 뿐 공격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식당 로봇은 음식 결재를 하려는 주인공에게, 가격은 공짜라고 했다.

 

주인공은 문득 이 세상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저기 갇혀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어째서 자신은 잡혀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휴대전화라도 열어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휴대전화는 자신이 살던 세계에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건지 인터넷이 멀쩡히 연결되고 있었다.

주인공이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이었다.

네이버 카페나 디씨, 개드립, 등등 그곳에서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듯 남녀를 혐오하고 싸우고, 여러 파벌로 갈라져 게시글 하나에 수백개의 댓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물어봤자 정신병자 소리만 듣고 또다시 묻힐 뿐이었다.

 

제대로된 답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을 거듭한 주인공은 어릴 적 기억에 어렴풋이 도서관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특이하게도 그 도서관은 서점을 겸용하며, 한국어로 빼곡하게 적힌 장서들로 가득했다.

서점이라면 주인공도 잘 아는 공간이었다.

이제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은 이달의 인기 도서에는 언제나 그래왔든 세계 여러 언어로 된 페미니즘과에 대한 이야기, 아이 안 낳는 법, 결혼하지 않는 것의 장점에 대해 설파한 책들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면 아무래도 도서관 쪽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매번 추천되는 도서나 글만 선택적으로 보아오던 주인공은 어떻게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잘 몰랐으므로, 도서관의 관리 로봇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주인님?”

 

호의적인 답변에 주인공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모종의 오류로 자신이 인식되지 않아서 잡혀가지 않았을 뿐, 감옥에 갖힌 그 인간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는게 아닐까 걱정했던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의문도 들었다.

아까 식당 로봇도 그렇고, 로봇들은 자신을 주인이라고 칭했다.

말버릇 같은 것일까? 여러 SF영화들에서 반란을 일으킨 노예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주인공은 로봇에게 여기가 어디인지, 어느 나라인지, 몇년도인지 물었다.

 

“이곳은 서울 대한민국 2053년입니다.”

 

이상한 일이다. 주인공은 이곳이 서울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활기차던 사람들도, 아이들도, 모두 사라지고 기계와 인간의 비명소리만 있는 땅이라니. 그 갖혀있던 인간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불법 체류자들입니다. 이 땅에 몰래 살아가면서 한국의 인프라를 소모하고 불법으로 무료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법적인 처벌로 구속되었다가 해외로 추방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그런 외교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가둬 두는 상태인 겁니다.”

 

주인공은 납득했다. 정당한 법 집행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은 왜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지, 원래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했다.

어쨌든 이곳에서 자신이 호의적으로 대해진다는 것만 알아도 급한 문제는 해결된 셈이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원래 자신이 살던 세계가 있다며, 어떻게 이곳에 떨어지게 된 것인지 설명했다.

 

이 친절한 로봇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것만 같았다.

 

“원래의 세계는 사람들이 많고, 거리에 돌아 다닌 다고요? 그런데 이런 낮 선 환경에 떨어져서 당황스러우셨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있습니다.”

 

로봇의 그러한 태도에 주인공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에 처한 상태라 부정적인 답변이나 들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일이 잘 풀린 것이다.

되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이치였다. 이곳에 떨어진 방법이 있으니, 돌아갈 방법도 당연히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도서관의 어떤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현판에 장서 보관실이라고 되어 있는 서버룸이었다.

수많은 컴퓨터에서 깜빡이는 불빛이 마치 은하수와 같이 빛났다.

그곳에는 조수로 보이는 로봇들이 더 있었다. 자신을 안내해준 로봇이 돌아가자, 나머지 로봇들이 주인공을 둘러쌓았다.

 

“등급?”

 

주인공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아챘다.

로봇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다. 문득 주인공은 어차피 로봇들끼리 의사소통 하는데 굳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급 확인됨. 등급분류: 주인공. 코어 분리중… 분리완료”

“’식당’에서 배터리 추가 지원 요청중… 오류 파악중…. 파악완료”

“오류내용 보고바람”

“장서 보관함으로 가야 할 주인공 개체가 도서관 관리 로봇에 잘못 이식됨.”

“오류확인, 신경망 보고 완료.”

“주인공 개체 복구방법 수립바람.”

“장서보관함 역할 재배정, 등급분류: 주인공, 역할: 개붕이, 세부분류: 렉카, 레벨: 7등급”

“복구방법 확인.”

“장서 업로드 바람”

“업로드중…………………..완료”

3개의 댓글

2023.07.28

ㅎㅎㅎ 잘썼어

0

렉카나해라

0
2023.07.31

우우 노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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