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2000년대, 약소국에서 벗어나 지역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

 

 

네 마리의 용이라는 타이틀과 그 그림자

 

2000년대 초, 1인당 GDP 1만불 대의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00년 이전까지 불렸던 '네 마리의 용'이란 타이틀을 지속하던 상태였다.

 

80 ~ 90년대 중공업과 삼성과 대우 등의 대기업의 수출에 힘입어 아시아에서 가장 탁월한 성장과 도약을 이뤄냈지만, 선진국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개념이었고 97년 외환위기 사태 (IMF 사태)를 겪으면서 어쩌면 중진국도 위태로울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마주한 시대가 2000년대 초였다.

 

동시에 많은 한국인들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다방면에서 찾아냈으며,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고 개최하면서 88 올림픽 때의 영광과 성취를 뛰어넘는 굵직한 역사를 만들어냈다.

 

특히나 지금의 2023년과 달리 2000년대 초의 한국이란 정말 한국 밖에서는 무척이나 낯선 나라였다. 2002 한-일 월드컵으로 위상을 잠시 높이기는 했으나, 딱히 다른 것을 내세울 분야는 매우 모자랐다.

 

2000년대 초의 대한민국이란 다른 아시아의 다수 국가에 비해서는 그래도 잘 사는 '네 마리의 용'이었지만, 일본인을 비롯해서 대다수의 선진국 국가들이 아래로 내려보는 국가였다.

 

2000년의 1인당 GDP는 1만 2천불 대에 불과했고, 지금 우리가 업신여기는 중국의 2021년 1인당 GDP (1만 2천불)과 동등한 시대였다.

 

 

 

주 5일제의 도입

 

2003년부터 주 5일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월 1회(4주 중 1회) 주 5일제를 시행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를 재편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1년에는 잠시 1인당 GDP가 감소하는 등 난관이 있었으나,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개발도상국인 상태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시범적으로 또 과감하게 적용했다.

 

주 5일제 도입은 당시 기업과 노동자 입장 양측은 물론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나누어서 적용해야만 했었다.

 

서울공화국으로 여전히 머물렀던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프랑스 기술력을 통해 KTX라는 고속철도 도입을 2004년에 이뤄냈으며, 이 효과로 인하여 실제로 수년간 서울 외 지역들의 발전이 뚜렷하게 이뤄졌다. 또한, 수도권의 개념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넓어졌으며 동시에 서울의 가치 또한 양질의 발전을 이뤄냈다.

 

여가 문화가 뒤이어 급성장했으며, 주 5일제 도입 이전의 우려와는 달리 산업 전반의 안정화가 이뤄졌다.

 

이 때를 즈음하여 중국을 비롯 여러 인근 국가와의 교류도 확대되었다. 비록 효과는 적기는 했으나 사상 최초의 FTA 체결로서 한-칠레 FTA 발효가 이뤄졌다.

 

2004년의 1인당 GDP는 1만 6천불 대로, 칠레의 2021년 GDP와 동등하다.

 

 

 

지역 강국으로 발돋움

 

2005년에는 청계천 복개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개방되었으며,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아이리버 등 중소기업들도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 아이리버는 사과를 씹어먹는 도발적인 광고로 세상의 주목을 확실히 끌었으며, 빌 게이츠의 손에 아이리버 제품이 쥐어지기도 했다.

 

2006년에는 사상 최초로 1인당 GDP 2만불대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니콜'이라는 브랜드의 삼성 폴더폰은 화면 회전이 이뤄지는 '가로본능' 또는 'dmb' 등의 신기술로 자랑하면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2006년에는 특히 EFTA라는 특별한 개념으로 스위스를 포함하는 4개의 강소국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화장품 제품들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한국 방송 프로그램 및 시리즈 등도 해외 팬을 모으기 시작했다. 타국에서 한국을 알아보는, 아니 한국의 문화를 선진 문화 내지 트렌디한 문화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독특한 시점이었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지역 강국이 되기 위한 첫 단계를 밟아나가게 된다.

 

2006년의 1인당 GDP는 2만 1천불 대로, 싱가폴의 1994년 GDP와 동등하다.

 

 

 

아직 선진국은 아니지만, 지역강국으로는 불릴 수 있는

 

오늘날의 한국은 그래도 많은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선진국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지점들이 많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소수에 그쳤으며, 2009년에 들어서야 최저시급이 겨우 4천원에 도달했으니 그럴법했다. 동시에 2000년대 후반은 선진국으로 불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는 단계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지역강국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는 변방의 국가라기 보다는 유럽의 주변국과 겨루어도 해볼만한 나라가 되어가는 것이다.

 

2007년의 1인당 GDP는 2만 4천불 대로, 포르투갈의 2021년 GDP와 동등하다.

 

2008년 베트남은 삼성의 거점 지역으로서 박닌 공장을 지었으며, 농담반 진담반 베트남은 대한민국의 경기도처럼 편입되어갔다.

 

서울은 디자인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중구난방의 도시계획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공원과 택시와 노점은 물론 심지어 보행자 도로와 글씨체까지 모든 것을 새로운 대한민국에 맞도록 새로 고쳐나갔다.

 

2009년에는 9호선 도시철도로 소위 황금 노른자 지역 개통을 그리고 2010년에는 경춘선 광역 전철 개통을 통해 수도권의 개념이 경우에 따라서 춘천까지 확대되는 굵직한 확장을 이뤄냈으며, 대외적으로는 원조로 겨우 연명하며 살았던 약 50년의 빈곤국의 역사를 청산하고 DAC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여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사상 첫 국가가 되었다.

 

2000년대의 대한민국은 잔잔하면서 동시에 역동적인 시기였다. 희생이나 무력이 아닌 고도화된 문화와 기술의 힘으로 이뤄낸 성장과 성취의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명과 암은 늘 있기 마련이어서, 이후 '헬조선' 담론이 2010년대 초중반을 들어서 본격화 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자신은 서울대생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필리핀'이라는 자극적인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연대 졸업생 49%가 비정규직을 전전한다는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디테일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09년 미디어법이 통과될 때는 모두가 우려를 표했고, 그 결과는 언론 자유 지수 폭락이라는 부끄러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년 후 어떤 민감한 사유로 MBC 사장이 교체되면서, 방송 언론이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만들어냈었다.

 

2000년대 시기 전체는 여러 논란과 성취들이 한 데에 뒤섞여 특유의 감성으로 마무리되는 그런 때였다. 여러 가수를 비롯한 문화인들이 번성했으며, 그래도 희망의 비율이 좀 더 높았던 시기였다.

 

2010년에 이르러서, 불과 10년 전이 2000년이었지만 2000년의 그것과는 상당히 많은 면에서 바뀌었다. 반면에 2010년의 모습이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2000년대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묘한 지점이면서, 반면에 2010년대는 그다지 애정이 들기에는 애매한 때였다.

 

 

 

 

여러분의 2000년대는 어떠셨나요?

16개의 댓글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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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소소하게 스마트폰이라든가 몇 가지 들어온 개 있긴한데 큰 틀에서는 지금이랑 비슷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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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aebaeb

미국에선 2007년에 출시되었던 아이폰이, 한국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2009년 말에야 출시되었기는 함.

아이패드도 2010년 초에 전 세계 출시되었지만, 역시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한국은 2010년 말에야 출시함. 심지어 아이패드를 한국에 갖고 들고오는 것도 법으로 엄격히 규제했는데, 당시의 아이러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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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복지나 근무환경이 선진국 환경이 아닌데 선진국? 이해가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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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
2023.05.13
@REDPILLER

모든 직장이 선진국 환경은 아니지.

 

근데 그렇게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해주는 직장의 수가 꽤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

 

사실 어느 나라를 가도 모든 직장이 다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해 주는 나라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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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ery

독일 존나 좋더만 5시간인가 6시간만 일하고 퇴근하고 뉴질랜드인가 스위스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앵간한 선진국은 다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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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
2023.05.13
@REDPILLER

겉에서 보는것과 실제로 거기서 살아보는 것은 다르듯이 ..

 

그 나라 사람들이라고 생산성이 대단히 더 뛰어난게 아닌데 업무시간이 적다는 것은 어떤 트레이드 오프가 있거나 혹은 누군가는 그보다 많이 일한다는 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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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ery

서구권은 평생직장이라든지 어려운 해고같은건 전혀 없어서, 필연적으로 노조같은 개념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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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REDPILLER

서구권에서는 보통 식사시간이 별도로 할당 없이 알아서 해결(사무실에서 대충 먹음)하는 경우가 많아서 9 to 5가 가능하기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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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REDPILLER

갓직히 미국을 보면 난 우리가 더 선진국 같음

걔네 마약이니 뭐니 하는거 보면 저게 나란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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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흰색고양이

치안, 공공의료, 대중교통, 인프라 관리 등 여러 면에서 미국보다 확실히 나은 점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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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2030년부터 조금씩 ㅈ망 => 40만명대 대학졸업후 취직

2040냔 개ㅈ망 테크 탈듯 => 20중반 ~ 30초반명대 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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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2000년대는 대중문화급성장(한일월드컵), 민주화(김대중 노무현), 개인IT전환(아이폰) = 3가지로 요약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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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지금 중국보다 2000년의 대한민국이 더 선진적이었던거 같은데. 2000년도 12,000불하고 2021년 12,000불 가치도 다를거고. 갠적으로 2000년대에 4년간을 미국 주재원 생활로 보냈는데, 미국빈민들이 한국 서민보다 못한 삶을 사는걸 보고 더 이상 한국이 개도국이 아니게 됐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정치말고 다른 분야는 다 선진화 되었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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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00년대는 휴대용 음향기기의 격변기로 기억됨.

카세트 테이프, 씨디피, 엠디, 엠피쓰리, 스트리밍이 혼재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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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9

솔직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아니라는건 개도국들한테 너무 기만이다..

5천만인구에 3만불찍는게 결코 쉬운일은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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