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선진국의 경계 - 2009년


 

2009년은 명암의 경계가 뚜렷했던 때이다.

 

당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2010년 한국 개최 유치 확정을 통해 "선진국의 경계를 진입"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2009년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세련되어졌고,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가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의 영향력을 능가하여 확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2008~2009년은 경제가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에 한가로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즐기는 2000년대 중후반 "된장녀"라는 컨셉에 대한 적합한 해결책으로서 이디야 커피를 위시한 합리적인 소비 생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8~2009년의 경기 침체는 세계적인 수준의 위기였기 때문에 커피와 전혀 상관없던 맥도날드와 던킨 또한 저가 커피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9년은 2000년대 유행하던 "웰빙"이란 개념이 자취를 감추게되는 전환점이었으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지켜왔던 "1인당 GDP"의 성과를 2009년에는 지키지 못 하고 1만 9천불 선을 내어주게 된다.

 

사실 중대한 경제적 위기로 접어들 수 있는 시점이었으나, 잠잠하게 받아들이면서 희망과 우려가 반반쯤 섞인 사회의 모습이었다.

 

물가는 2008~2009년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으며 천원짜리 김밥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었다. 동시에 추구하는 문화 생활과 가치관도 좀 더 고도화 되었다. 마치 2009년에 광화문 광장이 마침내 완성되고,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선 것과 맥을 같이 했다.

 

도심의 버스들은 "친환경"을 내세운 신형 CNG버스로 적극적으로 교체되었고, 서울과 인근 도시에서도 미세먼지 및 공해에 대한 전광판이 적극적으로 곳곳에 도입되는 시점이었다.

 

작은 업체들은 폐점하거나 프랜차이즈로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기존의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해외 진출 및 전국 확장으로의 박차를 가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대화면 네비게이션과 대화면 PMP 등에 대한 수요가 컸으며, 1세대 차량용 블랙박스가 함께 대량으로 팔리던 첫 시기였다. 또한, 해외 사정에 대해 잘 알던 사람들은 아이폰 3GS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으며, 전지전능 옴니아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신문을 뒤덮으며 많은 말들이 오갔다.

 

당시 국내의 전자기기업체들은 애플에 대한 우려와 감탄이 뒤섞인 미묘한 시점에 있었다. 아이리버와 같은 몇몇 업체는 점차 숨통이 조여지는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소니와 노키아에서 만든 특이한 컨셉의 스마트폰들이 처음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의 갇혀있던 각종 제도와 시각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9년 개통하여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9호선 골드라인 지하철은 마치 2009년의 상징과도 같았다. 세련되고 핵심 지역을 지나는 황금의 길이지만, 예산과 수요예측의 문제로 인하여 늘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지옥철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2009년은 당시 대통령의 말 처럼 어떤 경계에 있었다. 여러 면에서 좋은 성취도 있었고, 여전한 과거를 답습하거나 아이러니에 빠진 점도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경계였기에 2008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2009년 미디어법이 통과되는 시점은 자포자기 또는 분노 등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그저 방송사가 몇 개 더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나, 미국의 오바마 취임 이후로 세계 정세에 대한 급격한 변화도 컸으며 한국 또한 이에 큰 영향을 받았다.

 

지금 2023년 모습의 상당 부분은 2009년과 꽤 닮아서 그리 먼 옛날같지 않은 지점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의 2009년은 어떠셨나요?

10개의 댓글

2023.04.22

한창취업준비중이었는데 08년 경제위기마치고 도약할때였음 대기업도 채용늘리고 전반적으로 활기찬 때였으나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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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2
@킴취워리오

당시 친기업적인 기조로 규제도 많이 풀리고, 이 때를 기점으로 잘 풀린 곳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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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2

100메가 인터넷이 터지고 반도체를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나라를 선진국이랑 경계선에 서있다고 하면 ㄹㅇ 중진국 개도국들이 비틱질 쩌내 씨발놈이 라고 할걸.

 

다만 선진국급 하드파워를 아직 대외적으로 인정 못 받았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다가 선진국이랑 경계선에 있었다고 할 수는 있겠음. 해외 선진국들 내부적으로 사우스 코리아가 우리랑 맞먹는 놈들이다 평가하기 시작한건 국가원수 궐위 사태를 무혈혁명으로 해결하고 각종 문화컨텐츠 잘 팔리기 시작한 2010년대 후반부 쯤일듯.

1
2023.04.22
@모덴군

이제와서 돌아보면 당시의 대한민국은 인정이 고픈 나라였던것 같음. 원더걸스의 무리한 미국 진출, 명텐도, 블루베리전 같이 민관을 막론한 병신짓의 공통점이 외국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는거임.

1
2023.04.23
@모덴군

2009년은 절대 다수가 선진국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은 시점이고, 역사상 처음으로 선진국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그런 시점 정도로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009년의 체감 서민경제는 IMF 사태 때 버금가는 수준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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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응애 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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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2002년에 독일 유학 갔더니 교수들이 한국을 강력한 경쟁자로 말하더라. 2005년에 나온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선 한국을 1세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었음. 이미 2000년대부터 서구 식자들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었음. 다만 그게 일반의 인식까지 확산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2
2023.04.29
@함부르거

선진국의 하위권 경계선에 해당하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선진국으로 불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세계적인 대기업을 다수 보유한 한국은 2000년 초중반에도 이미 선진국 하위권으로 묶어서 볼 만하다고 여길만 하겠네요.

1
2023.05.01

2008년 점심식사 가격이

서울 동부권 연초 3500원에서 연말쯔음 6500원으로 드라마틱하게 오르는 걸 목격

강남권은 대충 4500~5000원에서 7000~7500원 정도로 올랐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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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mdcry

2009~2012년 무렵에 식당들 분위기 자체가 다 바뀌면서 아주 망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컨셉이 뜨는 등 격변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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