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애 상담의 주류라고 하면 당연히 이별 상담일 것입니다. 하나의 관계가 끝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단지 그뿐일 텐데 우리가 이별하면서 받는 정신적인 충격은 교통사고와 맞먹습니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라는 특성 탓에 그 고통을 과소평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힘든 이별인데,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시간뿐일 걸 까요? 좀 더 빨리 고통에서 해방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저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기전과 가설을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이름을 다시 붙이기 - 리네이밍

  첫 번째 방법은 ‘이름을 다시 붙이는 것’입니다. 명칭이 너무 기니까 ‘리네이밍’이라고 부르자고요. 이별한 뒤에 찾아오시는 분 중 몇몇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어요.”라고 운을 떼십니다. 네, 우선 호칭 먼저 바꾸자고요.

[상대방에게 주어진 모든 칭호를 떼고, '전여친'으로 통일하도록 하세요.]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을 때를 가정해봅시다. 누군가가 나를 욕한다거나 하는 비일상적인 상황이요. 대부분은 화가 날 것입니다. 여기다가 가정을 하나 더 붙여볼까요? 나를 욕하던 그 사람이 사실은 5살짜리 어린 아이였던 것입니다. 아직도 화가 나나요? 어린아이라는 가정을 하기 전에 느꼈던 감정이랑은 같은 강도의 화인가요?

  우리는 감정에 대해 ‘감정이 그렇게 되는 걸 어찌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감정이 그렇게 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임스-랑게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느낄 감정을 ‘선택’할 수 있거든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고 재미도 없어지니, 감정에 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요점은 ‘호칭’을 바꿔야 우리의 감정이 이별을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에요.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길고 지루하니,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지요.]

주변 정리하기

  만약, 여러분이 방금 이별했다면 여러분의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억울하고 화나고 공허한 감정이 몰려오기 전에, 어안이 벙벙하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여러분 주변에 남아있을 상대방의 흔적을 치워야 합니다. 주고받았던 편지, 선물 받은 꽃다발, 상대방의 사진들처럼 물리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의 연락처나, 카톡 메시지, 프로필 같은 디지털 파일들도 모조리 삭제하도록 합시다.

  여러분의 주변에서 상대방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야, 상대방 생각이 100번 나는 것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고, 이것은 이별 극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정 힘들면 상대방의 계정을 ‘숨김’ 처리하세요. 상대방의 프로필을 열기까지 필요한 과정에 터치 몇 번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상대방 생각을 덜 하게 될 겁니다.

[이별 직후엔,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을 겁니다.]

헤어진 연인 빨리 잊는 법?

  상대방의 호칭을 바꾸고 상대방의 흔적을 치우는 것에 성공했다면 정말로 큰 일을 하신 겁니다. 이별 직후에 그 정도의 침착함을 보이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여러분의 마음은 아플 겁니다. ‘덜’ 아플 수는 있겠지만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만날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계속 나겠지요. 대게 이별은 하루아침에 일어납니다. 어제까진 연인이었지만 단 몇 시간 만에 혼자가 된 것이지요. 우리의 이성은 상황 판단이 참 빠르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착안하여, 시도해 봄 직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상대방을 빨리 잊는 방법이요.

환상통

  환상통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있나요?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고 나면 90% 정도는 절단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를 ‘환상통’이라고 하는데요. 환상통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20세기까지도 환상통을 그저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현대의학이 충분히 발전하고 나서야, 환상통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지요. 환상통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절단 사고를 겪은 이후에도, 우리의 두뇌는 절단 부위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내 팔은 존재할 텐데 아무런 감각이 없으니, 마치 팔이 있는 것처럼 ‘없는 감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이별 상황과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인이 여전히 내 옆에 있다고 믿는데, 막상 연인의 자리가 비어있으니 괴로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습니다. 불행히도 이 글을 보는 심리학과 대학원생이 있다면 연구 부탁드립니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거라니깐요?]

헤어진 연인을 빨리 잊는 법(환상통 치료법을 바탕으로)

  이러한 환상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VR기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절단 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각이 없다는 것을 우리의 무의식이 인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지 부조화를 교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별 상황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상대방과 자주 가던 카페나 데이트코스를 혼자서(혹은 다른 지인과 함께) 거닐어 보는 것입니다. 상대방과 함께여서 이쁘게 보이던 그 카페가, 사실은 상대방 없이도 원래부터 예뻤던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겠지만, 계속해서 그 사람과 함께였었던 공간을 거닐다 보면 상대방이 없는 지금도 그 공간은 여전히 그대로고, 상대방이 없는 자신도 그대로라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겁니다. 비로소 내 일상에 생겼던 ‘빈 공간’이 채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물론 환상통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던 부분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저만의 가설일 뿐입니다(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계신 불행한 심리학과 대학원생이 있다면 대신 연구 부탁드립니다). 때문에 ‘이렇게 하면 반드시 빨리 잊게 된다.’라는 보장은 못 드립니다만, 이건 다른 유튜브 채널이나 연애 칼럼을 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론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별의 충격은 교통사고와 맞먹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튜브 영상 몇 편과 연애 칼럼 몇 편으로 여러분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을까요? 지금껏 우리가 나눴던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자리를 되찾아 가는 것입니다. 친구든 부모님이든 상담업체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도움의 손길을 뻗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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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절 요약

이별 때문에 힘들겠지만, 주변을 정리하고 친구를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