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빌라도의 자유-101 경찰 예비 대대의 Judenjagd(유대인사냥) - 1

그 때 마침 두어 사람이 와서 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로 예수께 아뢰니

- 누가복음 13장 1절

 

빌라도가 아무 성과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이르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 마태복음 27장 24절

 

 

 

서론

 

101 경찰 예비 대대원 500명은 함부르크와 그 주변, 일부는 룩셈부르크 출신의 평균 연령 30대에서 40대를 오가는 중년층의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사회 하층민 이었으며, 그렇게 나치적이지 않았고(함부르크 근처의 뤼베크시는 1932년 선거 당시 히틀러의 선거 유세를 거부했다. 히틀러는 뤼베크시를 바트슈바르하우(Bad Schwartau) 옆 도시라 부르며, 도시에 대한 원한을 가졌고 1937년, 711년 동안 이어진 뤼베크의 자유시 권한을 박탈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나치식 교육을 받고 성장하지 않았으며, 대전쟁(1차 대전)을 겪은 몇몇 고참을 제외하면 전쟁을 겪지도 않았고, 가족을 가진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1942~1943년에 폴란드에서 자행된 일련의 유대인 학살에서 어느 엘리트 군사 집단 못지 않게 수 만 명(공식기록으로 최소 38,000명)의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부대였다.

 

 

유제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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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빌헬름 트라프(Wilhelm Trapp)는 대전쟁 참전 군인으로 1932년 아직 나치당이 정권을 잡기 이전부터 나치당원이었던 고참 당원이었다. 게다가 그는 철십자 훈장 소유자였다. 그는 경력으로 보면 친위대에 들어갈 경력이긴 했지만, 성격이 유약하다는 이유로 나치당에서 그렇게 출세하지 못했다.(사실 101 경찰 예비 대대의 구성원과 임무를 보면 좌천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에게는 "파파 트라프"라 불리며 존경을 받았지만, 젊은 나치당원인 소대장들에게는 간섭이나 하는 유약하고 군인답지 못한 인물로 경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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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를 앞장서서 지휘하고 계획한 오딜로 글로보츠니크

 

한편 후방 치안 유지를 위해 폴란드로 온 101 경찰 예비 대대는 7월 경(책에는 11일로 추측) 치안 유지 임무 대신 한가지 임무를 하달했다. 당시 SS 소장 오딜로 글로보츠니크는 강제 수용소로 유대인을 보내어 가스실을 이용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유대인들이 기차를 타고 수용소로 물 밀듯이 몰려와 강제 수용소의 임무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글로보츠니크는 이런 임무 과잉상태에 잠시 학살을 중단하고, 가스실 학살의 압력을 줄여줄 새로운 학살을 계획한다. 바로 후방의 치안 임무를 맡은 경찰 예비 대대들을 시켜 사살을 통한 집단 학살로 유대인의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101 경찰 예비 대대는 그 효과를 검증할 테스트배드 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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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자기 아내에게 유대인 학살을 구경시킨 제 정신 나간 마인드의 소유자 율리우스 볼라우스(Julius Wohlauf) 대위, 그는 이 일로 트라프 소령에게 찍혔다. 그리고 전후 1964년 당시 생존 중인 101 경찰 예비 대대의 최고 상급자였다.

 

트라프가 그 소속 간부들에게 해당 명령을 고지하자, 일부는 반발도 있었다. 1942년 당시 38세의 함부르크 목재상인 하인츠 부흐만(Heinz Buchmann)은 이 명령을 수행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트라프의 부관인 하겐 중위(그는 43년 유대인 학살 당시 아군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다.)에게 작전사항을 고지받고 하겐 중위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무방비 상태의 여자와 어린아이를 사살하는 그런 작전에는 결코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어필했고, 학살 임무 대신 다른 임무를 하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라프는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는 마을 경계를 맡는 다른 임무를 수행했다.

 

유제푸프 학살 당일 부대는 새벽 2시부터 출발하여 동틀 무렵 목표물 유제푸프에 도착했다. 트라프는 부대원이 집합하는 가운데 작전을 설명하고 선택의 제한을 줬다.

 

나이 많은 대원들 가운데 이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이 말을 들은 500명의 경찰 예비 대대원 가운데서 1명의 사살 거부자(오토율리우스 심케Otto-Julius Schimke)가 등장했다. 거부하는 부하가 나오자 당연히 해당 부대원의 중대장은 화를 내었다. 그러나 트라프는 심케의 판단을 존중하며 중대장을 말렸다. 이렇게 되니 10~12명의 학살 거부자가 추가로 나왔다. 그들은 소총 반납 후 트라프 소령으로부터 대기하란 명령을 받았다.

 

대대는 마을을 포위했다. 일부 쓸만하다고 판단되어 선발된 유대인들은 수용소로 호송하고, 노약자, 도망자, 유아, 여인, 저항자는 모조리 사살했다. 트라프는 학살 당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채로 유제푸프의 거리와 숲을 방황하며 돌아다녔다.

 

트라프 소령은 한 번도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는 유제푸프에 머물러 있었다. 도저히 눈 뜨고는 그 참혹한 광경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흥분한 흥분한 우리 대원들은 '참을 수 없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다.

유제푸프 학살 당시 101 경찰 예비 대대원 증언

 

"오 하느님, 왜 제가 이런 명령을 받아야 했습니까?"

유제푸프 학살 당시 트라프 소령의 발언1

 

"제기랄, .... 이런 일은 내게 맞지 않아.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야."

유제푸프 학살 당시 트라프 소령의 발언2

 

"트라프는 내게 유제푸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세상에서 유대인 학살에 대한 보복이 이루어진다면 신께서 우리 독일인들과 함께 하시길'"

트라프 소령에 대한 운전병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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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푸프 학살 추모비

 

이렇듯 지휘관 트라프 소령부터 이런 잔혹한 명령에 충격을 받아 울먹거리며 유제푸프를 쏘다니는 사이에 작은 동네 유제푸프는 도시 전체가 총격과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하지만 전후 검찰 조사에서 그것을 인정한 부대원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시체를 보지 못했거나 학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한 경찰 부대원은 증언에서 그래도 부대원들은 암묵적으로 어린아이와 유아에 대한 사격을 자제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부대원은 집과 거리, 마당마다 노약자와 어린아이의 시신으로 넘쳤다고 증언했다. 군의관은 병사들에게 유대인을 즉사 시킬려면 어디에 사격해야 하는지 교육 시켰다.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들은 자기 등 뒤에서 나는 총소리를 듣고 독일군이 자기 가족을 학살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호송된 유대인 중 일부는 그나마 덜 악명 높은 수용소로 가고 나머지는 숲 속에서 유대인들을 엎드린 채로 경부neck를 조준한 채로 사격했다. 유대인 사살조에겐 쉴 틈 없이 술이 주어졌고, 술을 마시면서 정신없이 사격 하던 이들은 학살 후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해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쯤 되니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일부 부대원은 캄머 병장에게 이 일은 자신이 하긴 너무 역겨우니 다른 임무를 달라고 요청했다. 중대장 볼라우프 대위는 사격을 거부한다면 유대인 옆에서 나란히 엎드릴 것이라 경고했지만, 캄머 병장은 이런 압력에도 사격을 거부한 이들을 경비 임무로 돌렸다. 허가를 받지 못한 이들은 성당으로 도주하여 성당 신부 사택에 숨어 있기도 했다. 일부는 중앙 광장에서 서성이거나 유대인 주택을 수색하는 척 돌아다니기도 했다. 유대인들을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숲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받은 어떤 운전병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이송 임무를 포기하기도 했다.

 

학살당하는 유대인을 깔끔하게 죽이지 못해 살해당한 이의 피와 뇌수가 부대원의 얼굴이 튀기도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일부 사격조 인원들은 사격을 포기하고 나오기도 했다. 대다수의 대원들은 유대인 학살에 동참했지만 잦은 교대와 담배 타임을 가지며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돌면서 임무를 수행했다. 오히려 학살당하는 유대인들이 학살자보다 평온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간인 사격은 내게 큰 거부감을 일으켜서 네 번째 희생자는 명중시키지 못했다.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했다. 나는 갑자기 구역질이 나서 사격선에서 물러섰다. 아니, 지금 나는 내 행동을 잘못 표현했다. 네 번째의 경우 내가 더이상 정확하게 맞힐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빗나가게 쏘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숲으로 달려가 구토한 후 나무에 기대 앉았다.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숲 쪽으로 크게 외쳤다. 혼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 기억에는 두세 시간 숲에 혼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유제푸프 학살 참여자 프란츠 카스텐바움(Franz Castenbaum, 처음엔 학살을 부정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증언)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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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2,800명의 유대인들이 살았던 이 평범한 농촌은 최소 1,000명의 유대인이 학살 당한 악명 높은 장소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지금 유제푸프에는 개종된 유대교인 1명 만 살 뿐, 기존 거주 유대인이 완전히 멸절당한 장소가 된다.

 

아침 새벽부터 자행된 학살은 21시에 마지막 희생자가 처형되면서 끝났다. 상당수의 대원들은 충격을 받았고 중앙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의 수가 늘어났다. 유제푸프 숲은 유대인 들의 시신이 넘쳐나 더이상 사격할 장소가 남지 않았고, 학살은 성급하고 무질서한 우당탕한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 학살 마지막 순간에 운좋게 생존한 유대인 소녀가 발견되자 트라프 소령은 아이를 품에 안으며 "너는 살려주마"라고 말하며 보내 줬다.

 

다시 원 소속으로 복귀한 이들은 늦은 저녁 식사 대신 술만 계속 마셨다. 유제푸프는 101 경찰 예비 대대에겐 금기사항이었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트라프 소령은 부대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 작전은 모두 지휘관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위로했다. 일부 부대원은 밤중에 일어나 천장을 향해 사격하기도 했다. 이후의 유제푸프 인근의 알렉산드루프 마을에선 유대인들을 체포했다가 그냥 풀어주는 일도 있었다.

 

이런 학살의 충격과 양심의 자책감은 고향 함부르크를 떠난지 1개월도 못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그들은 유제푸프 학살 1주일 후 루블린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젠 그들은 초창기 학살의 충격받은 중장년의 평범한 사회인이 아니었다. 그들 내면의 진정한 잔인함은 루블린에서 그 본색을 드러내게 된다.

2개의 댓글

2023.03.07

다크모드는 안보여 ㅠ

0
2023.03.08
@DuaLipa

미안 수정 할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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